현장에서

[현장에서] 이번에도 "아, 몰랑!” 하실 건가요? / 방준식 기자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16-08-02 수정일 2016-08-03 발행일 2016-08-07 제 3006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지난 7월 21일 서울역 광장 앞은 성난 목소리로 가득했다. 2500명이 넘는 경북 성주군민들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한다며 상경 집회를 열었다. 지역 특산품인 ‘성주 참외’를 한창 수확해야 하는 시기에 이들은 ‘사드 반대’ 구호가 적힌 머리띠를 매고 서울까지 몇 시간을 올라와야 했다.

“아, 참외 따야 되는데 이게 뭐꼬!” 성주군민들이 절규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생계조차 챙기지 못하고 먼 땅에서 집회를 해야 하는 처지다. 자신들을 이렇게 울부짖으며 거리에 나올 수 밖에 없게 만든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는 극에 달했다.

성주군민들은 “우리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사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일부 시각은 ‘외부 세력 개입’을 넘어 ‘종북 프레임’까지 이르고 있다.

군민들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들이 반대하는 것은 사전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 지역을 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꽉 막힌 태도 그 자체다.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에 귀를 막은 것이 이번 사드 배치 결정뿐만이 아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그랬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가 그랬다.

오죽하면 국민과 소통 안 되는 대통령을 빗대 인터넷에 “아, 몰랑!”이라는 문구가 유행했을까. 급기야 성주군민들은 애지중지하던 참외밭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정부에 이성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절규 앞에 정부가 또 귀를 막고 “아, 몰랑!”할 것인지, 아니면 충실한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