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는 아빠, ‘엠’은 엄마… 하느님을 아빠라 부르기도
고대 근동 세계의 ‘집’은 지금과 무척 달랐다. 어떤 형태의 공적 기관도 생겨나기 전을 상상해 보자. 맨 처음에 집이 있었다. 도시가 생겨나기 전에 집은 유일한 기관(institution)이었고, 왕궁과 성전이 세워진 이후에도 집은 사적인 곳이자 동시에 공적인 장소였다. 그 집을 다스리는 엠(엄마)과 아브(아빠)는 모두 알레프로 시작한다. 오늘은 히브리어 모음도 배워보자.
■ 명예의 호칭, 아빠히브리어로 ‘아-브’는 아빠를 의미한다. 우리말과 히브리어가 발음이 참 비슷하다. 뒤에서 볼 ‘엄마’와 함께 인간이 맨 처음 내뱉는 매우 원초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아빠’는 본디 혈육의 관계를 표현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매우 공적인 호칭이기도 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임금, 예언자, 스승 등을 아빠라고 불렀다. 대표적인 예를 살펴보자.
한때 다윗은 사울에게 쫓겼다. 그때 그는 사울을 죽일 기회가 있었지만, 주님의 기름 부음받은 자에게 손을 댈 수 없다며 사울을 살려준다(1사무 24,7). 그때 그는 사울 임금을 “아버지”라 불렀다(1사무 24,12). 예언자도 아빠라고 불렸다. 성경에 따르면 엘리야는 회오리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갔다. 스승의 승천을 목격한 엘리사는 스승을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2열왕 2,12)라고 불렀다. 뒤에 이스라엘의 임금은 엘리사 예언자를 똑같이 불렀다(2열왕 6,21). 이렇게 명예로운 호칭으로 사용될 때는 자주 ‘아-비-’, 곧 ‘나의 아빠’라고 했다. 아빠는 일종의 관직명이기도 했다. 요셉은 헤어진 형제를 만났을 때, 처음에는 짐짓 모른 체를 했지만, 결국 감정이 북받쳐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창세 45,4)라고 털어놓았다. 그 장면에서 그는 자신이 결국 이집트에서 “파라오의 아버지”(창세 45,8)가 되었다고 밝힌다. ‘파라오의 아빠’라니? 요셉의 후손이 파라오가 되었나? 아니다. 이 호칭은 파라오에게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친밀하게 조언하고 파라오의 통치를 돕는 사람일 것이다. ■ 하느님을 묘사하는 말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근동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