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6-07-12 수정일 2016-07-13 발행일 2016-07-17 제 300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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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밀집한 동해안… 후쿠시마 재앙 남의 일 아냐

올해만 울산 해역서 지진 5번 
부산 경남 일대 가동 원전 11기
최대 7.5 규모 지진 가능성에 
핵 사고 우려 목소리 커져

월성 원전. 이번 울산 앞바다 지진 진원지와 60여㎞ 거리에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우리나라에서 이런 지진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했어요.”

부산시 기장군 정관신도시에 살고 있는 윤봉승(42)씨는 7월 5일 밤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 켠이 서늘해진다.

이날 오후 8시33분 울산 동구 동쪽 52㎞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지진 관측 역사상 역대 5번째 규모의 지진이었다. 윤씨처럼 바다와 가까운 경남, 울산 지역은 물론 전라도와 경기도에서도 강한 진동을 느꼈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이어 오후 9시24분에 규모 2.6의 여진까지 발생하자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놀랐다”는 반응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실제 기상청을 비롯해 지진 전문가들은 한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한반도에도 규모 5.0 이상, 나아가 6, 7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데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 한반도, 1990년대 이전보다 지진 발생 2배 늘어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978년부터 1999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2.0 규모 이상 지진은 연평균 19.2회였지만, 2000년대 들어 평균 47.8회로 늘었다. 2013년에는 급격히 늘어 한 해에만 93회가 발생했다.

2010년 이후 통계만 보면, 규모 3.0 이상 지진만 해도 59회에 이른다. 매년 10번은 3.0도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셈이다. 2000년 이후부터 보면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이번을 포함해 4차례나 발생했다. 2년 전인 2014년 4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일어났다.

전국 지진 발생 횟수는 1980년대 157회, 1990년대 255회, 2000년부터 2015년까지는 772회로 발생률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울산 지역만 보면, 1990년대에는 12회, 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6번 지진이 발생했지만, 2011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은 23회나 된다. 울산 동구 60㎞ 해역 이내에서 올해만 5번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지진이 한층 잦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가 7.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핵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국내 지질학자들이 역사 지진기록과 계기 지진기록을 이용해 계산한 결과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 규모는 최대 7.5로 추정된다. 하지만 신규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는 내진설계가 규모 6.9에 맞춰져 있어 에너지 규모로는 20배나 낮게 설정돼 있다.

김성균 전남대 명예교수는 2001년 한반도 최대지진 규모를 7.14±0.34로 추산했다. 연세대 홍태경 교수(지구시스템과학)는 2014년 예상 최대지진 규모를 7.45±0.04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이번에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의 진원지가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고리·신고리 원전 부지와 월성 원전 부지에서 50~60여㎞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어서 핵 사고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울산 일대, 경주-울산-부산 지역에는 건설 중인 원전이 13기,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11기나 된다.

■ 한반도에도 쓰나미 올 수 있어

이번 울산 앞바다 지진을 계기로 환경단체들은 물론 일반시민들 사이에서도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휩쓸었던 지진해일(쓰나미)처럼 한반도에도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은 ▲규모 6.5 이상 지진 ▲수직적 단층운동 등이다. 울산 앞바다 지진 규모도 5나 된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반도에 존재하는 단층들은 일본의 단층에 비해 작다. 그렇다고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실제 일본에서도 규모 9.0 이상의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일본 원전들의 ‘내진설계’ 기준은 한국 원전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그러나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에서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로 기록된 이 사고로 무려 1만8520명(일본 경찰 통계)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약 16조9000억 엔(약 175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사고가 일어난 지 5년이 흐른 지금까지 재앙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7월 1일 고리를 출발한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성원기(토마스 모어·60·원주교구 삼척 성내동본당) 교수(강원대 전자정보통신공학부)는 “이번 지진은 하루빨리 핵에서 벗어나라고 하느님께서 우리 시대에 보여주신 표징”이라며 “핵이 지닌 불의한 구조에 맞서 주님의 정의를 세우는 길에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탈핵천주교연대 대표 조현철 신부

“핵발전은 오늘날의 선악과… 신앙인부터 위험성 알려야”

“돈과 편리함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눈먼 이들을 일깨워야 합니다.”

탈핵천주교연대 공동대표로 교회 안팎에서 탈핵운동을 이끌고 있는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핵발전은 현대의 선악과”라고 말했다.

“핵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200여 종의 방사성물질은 모두 자연에 없는,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위험한 것들입니다.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죽음입니다.”

현재 상업운영되고 있는 24기의 핵발전소에, 시험가동 중인 신고리 3·4호기, 건설 중인 울진 신한울 1·2호기에, 지난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건설 승인한 신고리 5·6호기까지 짓게 되면 모두 30기의 핵발전소가 한반도 전역을 위험권에 두게 된다. 지난 7월 5일 규모 5의 지진이 발생한 울산 앞바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활성단층인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이 있는 곳. 규모 7.5의 지진도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탈핵하자고 하면, 전기 안 쓸 거냐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핵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는 전체 발전량의 30% 안팎입니다.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전기가 남아돌고 있습니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지도 모를 핵발전소가 없어도 충분하다는 말입니다.”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은 폭발한 4개의 핵발전소를 포함해 54개의 핵발전소가 모두 가동을 중지한 상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지내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핵발전은 너무 위험한 도박입니다. 후쿠시마급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우리나라 전체가 오염됩니다. 누구도 피할 데가 없습니다. 최소 수백 년 동안 절대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말은 지극히 오만한 생각, 무책임한 말입니다.”

사고가 나지 않아도, 핵발전으로 인해 각종 핵폐기물, 특히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가 1년에 700톤 넘게 나온다. 10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데 보관할 데가 없다. 태양광,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려가야 한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어떤 일이 사람의 생명과 안전, 다른 피조물의 안녕을 해치는 것이라면, 교회는 창조질서 보전 차원에서 그 부당함을 지적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정의, 평화, 창조질서 보전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가르쳐왔습니다.”(이사 32,16-17; 「사목헌장」 78항; 「찬미받으소서」 92항)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