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이스라엘, ‘화재 위험’ 빌미 성묘성당 출입 제한 논란

입력일 2016-03-22 수정일 2016-03-22 발행일 2016-03-27 제 298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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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서 나온 불 전달하는 정교회 ‘거룩한 불’ 예식 차질
지난 2014년 4월 19일 예루살렘 성묘성당에서 열린 ‘거룩한 불’(Holy Fire) 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이 거룩한 불을 전달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예루살렘 CNS】 이스라엘 정부가 성주간과 부활절 동안 예루살렘 소재 성묘성당 입장을 제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 정부가 추진하는 예루살렘의 유대교 도시화 정책의 하나로 진행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 정부는 화재 위험을 빌미로, 정교회가 진행하는 성금요일 전례와 ‘거룩한 불’(Holy Fire) 기도회 출입 인원을 제한해 라틴 전례 가톨릭과 아르메니아 정교회, 그리스 정교회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정교회는 성 토요일 예수의 무덤에서 기적적으로 나오는 불을 총대주교가 신자들에게 전달하는 의식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경찰과 교회는 이 의식을 두고 최근 10년 동안 언쟁을 주고받아 왔다. 경찰은 광장으로 향하는 성묘성당의 출구가 하나인 만큼 화재가 발생하면 아주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1808년 화재가 발생해 성묘 위에 만들어진 원형건물이 불탔고 10여 명이 사망했다. 또 1800년대 중반에는 ‘거룩한 불’ 예식을 진행하다 불이나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일도 있었다.

정교회 측은 최근 10년간 입장을 제한한 적이 없었고, 마지막 화재 이후 100년이 넘도록 아무 사건도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성묘성당에는 1852년 가톨릭교회와, 아르메니아·그리스·에티오피아·시리아·콥틱 정교회 사이에 합의된 ‘현상 유지법’(Status Quo)이 적용된다. 이 합의를 통해 각 종파는 예루살렘의 여러 성지의 권리와 책임을 공유한다.

각 종파는 성묘성당에 추가 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상 유지법’을 지키는 상황에서 별 다른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도 각 종파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