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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특별 희년, 한국교회는?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5-12-01 수정일 2015-12-01 발행일 2015-12-06 제 2972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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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내적 쇄신·이웃 위한 자비 실천 이끈다
사목교서·특별교령 통해 권고 
전대사 순례지 지정… 성찰 기회 제공
재소자·낙태 여성에게도 자비 베풀어
내년 3월 4~5일 24시간 기도시간 운영
주요 성당·성지에 상설고해소 설치
주교·사제들 봉사 활동 참여하고
생명기도·이주민 희년의 날 제정도
‘자비의 특별 희년’은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부터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까지 이어진다.

한국교회는 희년 개막에 앞서 ‘자비의 특별 희년’ 제정 배경과 의미 등을 밝히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강연회와 세미나 등을 지속적으로 마련한 바 있다.

전국 각 교구장들도 대부분 2016년 다해 사목교서와 특별교령 등을 통해 자비로운 아버지를 닮아가는 실천방안 등을 권고하고 있다.

또 각 교구별로 순례지를 지정하고, 신자들이 순례를 통해 참회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교구별로 성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자와 가정에 특별한 사목적 관심을 두고, 각계각층을 위한 피정과 묵상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계획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주교회의는 ‘자비의 특별 희년’ 소개 홈페이지(www.cbck.or.kr)를 개설, 각 사목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들을 안내한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희년 로고와 현수막, 포스터 자료를 비롯해 다양한 사목자료와 기도문, 전례 자료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내려 받을 수 있다.

특별 희년 순례와 전대사

‘자비의 특별 희년’ 기간 동안 신자들은 ‘자비의 문’이 열려있는 순례지와 전통적으로 대사를 얻도록 지정된 희년 성당에서 대사를 얻을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비의 특별 희년 대사에 관한 서한을 통해 대사를 실제로 받아 누리려면 “진심으로 회개하고자 하는 깊은 열망의 표시로 모든 주교좌 성당이나 교구장 주교가 지정한 순례지들 또는 로마의 네 교황 대성전에 있는 성문(聖門)으로 짧은 순례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순례 때에는 고해성사를 보고 영성체를 하며 자비를 묵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성사 거행과 더불어 반드시 신앙고백(사도신경과 주님의 기도)을 하고, 교황의 뜻에 따라 기도하고 자비로운 행동 한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도지향은 매월 「매일미사」 첫 장, 혹은 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또 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 각 교구별로 지정한 순례지 성당·성지를 클릭하면, 각각의 전화번호와 주소, 지도 등이 표시된 구글지도를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성문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 즉 병자들과 노인들은 성체를 모시거나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사 및 공동기도에 참례하면 대사를 받을 수 있다. 교도소 재소자들도 교도소 내 경당에서 대사를 받을 수 있다.

교황은 “감방의 문지방을 넘어갈 때마다 하느님 아버지를 생각하고 아버지께 기도를 드린다면, 그들에게는 그것이 성문을 지나가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희년 전대사는 죽은 이들을 위해서도 대신 받을 수 있다.

희년 동안 전 세계 모든 사제들은 통회하는 마음으로 낙태에 대한 용서를 청하는 이들에게 낙태의 죄를 사해 주는 권한을 발휘할 수 있다. 교황은 “뉘우치는 모든 이에 대한 하느님의 용서에는 예외가 없다”면서 “사제들은 진심어린 환대의 말과 더불어 저질러진 죄를 깨닫도록 해 주는 성찰을 권유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주교구의 경우, 교구 차원에서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혼인 유대 장애를 해소할 수 있는 교육과 교회법적 처리 과정 및 새로운 혼인성사 등도 제공한다.

특히 춘천교구는 ‘본당 순례 수첩’을 배포, 신자들이 희년 기간 동안 교구 내 모든 성당과 사적지를 순례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책자에는 각 성당 사진과 소개 자료를 비롯해 순례 소감 및 순례 인증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뒀다. 또 자비 실천 방안, 희년과 교구 순교자 시복시성 및 선교 기도문 등도 실어 누구든 수첩 한 권만 들고도 쉽게 순례에 나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상설고해와 피정, 묵상

서울대교구 청년국은 젊은이들에게 희년의 의미와 기쁨을 알리는 노력의 하나로 12월 18일 명동주교좌성당 마당에서 대규모 고해성사를 집전한다. 또 8~15일에는 평소 직업적 특성상 주일미사 참례 등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방송인과 예술인 등을 위해 ‘찾아가는 고해성사’도 마련한다.

대구대교구는 교구의 대표적 성지인 ‘성모당’에 상설고해소를 설치, 운영한다. 수원교구도 하우현성당과 수리산·수원 성지 내에 상설고해소를 두고 신자들을 맞이한다.

청주는 내덕동주교좌성당에, 원주는 원동주교좌성당에, 춘천은 죽림동주교좌·옥천동·교동·포천성당과 모곡피정의집에 상설고해소를 두고 보다 많은 신자들이 고해성사의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희년 기간 동안 봉헌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도로 ‘주님을 위한 24시간’을 꼽을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에 따라 전국 각 본당에서는 2016년 3월 4~5일 밤샘 성체조배를 포함한 24시간 기도시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대전교구는 교구 차원에서는 물론 각 본당에서 신청할 경우 고해성사와 특별강론, 음악 묵상 등으로 구성된 ‘하느님 자비의 밤’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춘천교구는 관할 내에서 활동하는 천주교사도직회(팔로티회) 사제들을 교구 ‘자비의 선교사’로 임명, 각 본당 등에 파견한다. 선교사들은 수도회 경당에서 매일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각 본당으로 찾아가는 피정 등을 지원한다. 교구 자비의 선교사 파견 예식은 12월 13일 ‘자비의 문’ 개문 미사 중에 거행된다.

서울대교구가 실시하는 북한이탈젊은이들을 위한 피정도 희년을 맞아 특별히 마련한 피정프로그램이다.

광주대교구는 희년을 맞아 12월 12일부터 공소 순회피정을 실시한다. 총 19개 공소에서 무료로 여는 이번 피정은 신심강의와 화해성사를 통한 공동체 미사 봉헌, 자비체험을 위한 나눔, 기도, 찬양, 레크리에이션 등으로 진행된다.

전주교구는 구역·반과 각종 소공동체 모임, 레지오마리애 회합 등 신심단체 모임 중에 교황 칙서 「자비의 얼굴」을 읽고 묵상할 수 있도록 강독자료를 제작, 배포했다.

아울러 제주교구는 △가족 친척 간에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기 △냉담자들과 교회를 멀리하는 이들과 대화하기 △미사 30분 전부터 고해성사 주기 △가난하고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을 교회로 부르기 △분열과 폭력을 일삼는 이들의 회개를 위해 묵주기도 바치기 등을 개인적·공동체적 희년 실천 사항으로 제시했다.

이웃을 향한 실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님께서 몸소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것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표지들을 보고 사람들은 참으로 자비를 체험하게 된다”면서 “신자들이 직접 이러한 활동을 한 번 이상 할 때마다, 희년의 대사를 반드시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서울대교구는 희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의 하나로 위기의 생명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 불임여성과 미혼모들을 위한 기도의 날을 비롯해 낙태한 부모들을 위한 치유미사와 낙태아기 입양 예식도 거행한다.

또 이주민들과 노숙인들을 위한 희년의 날과 정당한 노동권을 위한 희년의 날도 지낸다. 위령성월 중에는 죽음을 앞둔 이들을 위한 기도주간을 지정해 지낼 계획이다.

교구 사회복지회는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노력으로, 주교와 사제들이 직접 봉사활동의 모범을 보이며 실천하는 ‘자비실천 사랑나눔 캠페인’을 펼친다.

각 본당 보좌신부들이 관할 지역에 있는 학교를 방문해 신자 학생들과 직접 만남의 시간을 갖는 일정도 눈길을 끈다.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는 희년 기간 동안 이웃들을 물질적으로 돕는 활동 뿐 아니라 다양한 사례를 서로 나누고 기도할 수 있도록 이끄는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기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각 본당에서 중증재가장애인 주말 문화 나들이 등과 같이 이웃과 함께하는 사업을 기획하면 일정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청주교구는 2016년 사목 목표를 ‘가장 작은 이를 찾아가는 교구 공동체의 해’로 정하고, 각 지역 내 어려운 가정을 지원하는 ‘어·이·가(어려운 이웃에게 가라)’와 독거노인을 돕는 ‘행복드리미’ 프로그램 등을 실천한다. 수원교구는 이주민들을 위한 고리 성지순례도 실시한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