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서울대교구 유경촌·정순택 주교 서품식] 이모저모

이지연 ,이승훈 ,사진 주정아 (stella@catimes.kr),사진 박원희 (
입력일 2014-02-11 수정일 2014-02-11 발행일 2014-02-16 제 288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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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이한택 주교 이후 12년만
교회·사회 각계 인사 축하메시지 전달
“양들 위해 목숨 내놓는 착한 목자 되시기를”
주교 두 명 동시 서품 ‘한국교회 두 번째 경사’
동장군 녹인 9000여 명 축하 열기 
명일동본당·가르멜회 등서 대거 참석
기쁨·아쉬움 담아 앞날 기도·축원
지난 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서품식 미사에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가운데), 유경촌 주교(염 추기경 왼쪽), 정순택 주교(염 추기경 오른쪽)가 주교단과 함께 성찬의 전례를 거행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에 쌍둥이 주교가 탄생했다. 5일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품식은 온 교구가 8년 만에 찾아온 새 주교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쁨의 축제였다.

◎… 2명의 보좌주교가 함께 서품을 받은 이날 서품식은 겹경사였다. 한 교구에 보좌주교가 동시에 2명이 난 일은 12년 만의 일로 한국교회 역사상 이번이 두 번째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바로 지난달 추기경에 임명된 염수정 추기경과 이한택 주교(전 의정부교구장)다. 서울대교구장으로서 이날 서품식을 주례한 염 추기경은 서품을 받는 두 주교에게 “하느님께서 당신의 가정을 다스리라고 신부님들(새 보좌주교들)을 뽑으셨으니, 자기 양들을 위해 서슴없이 목숨을 내놓는 목자임을 언제나 기억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번 서품식은 한국교회 최초로 세 가지 품의 성품성사가 한 자리에서 연이어 거행되는 시작이기도 했다. 서품식이 열린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는 6일 부제서품식, 7일 사제서품식이 열려 두 주교와 함께 36명의 사제와 26명의 부제가 탄생했다.

◎… 추운 날씨는 새 주교를 맞으려는 교구민과 신자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전국적으로 한파특보가 발효된 5일은 서울지역의 체감온도가 영하 12도까지 내려가는 등 올겨울 중에서도 가장 추운 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날 서품식에는 두 주교의 탄생을 축하하려는 9000여 명의 뜨거운 열기로 경기장이 가득 찼다. 성소후원회를 비롯한 봉사자들도 칼바람 속에서 미소를 잃지 않고 서품식에 찾아오는 이들을 안내했다.

◎… 신자들은 새 주교들의 영육 간 건강과 주님 닮은 목자의 길을 걸어가길 바라며 기도로써 기다려왔다. 서울대교구는 서품식에 앞서 지난 1월 27일부터 교구 내 모든 본당과 기관, 단체에서 ‘새 보좌주교를 위한 9일 기도’를 봉헌했다.

교구민들은 이날 축하식에서 그동안 마음을 모아 기도해온 정성을 모아 미사·영성체 38만460회, 묵주기도 187만8218단, 주교를 위한 기도 91만5362회, 화살기도 83만2765회 등의 영적 예물을 서품 받은 주교들에게 전달했다.

◎… 교구 사제단 대표로 축사를 전한 김태근 신부(명동본당 부주임)는 “우리 주님께서 은총을 차고 넘치게 베푸셨기에, 이제와 영원히 그분께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라며 두 주교의 세례명이기도 한 티모테오·베드로서간의 말씀을 인용하는 등 재치 있는 축하말로 두 주교와 신자들의 만면에 미소를 띄우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축사를 보내 “청빈한 삶과 영성으로 큰 존경을 받고 계신 두 분 주교님의 서품은 한국 천주교는 물론 우리 사회에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축하를 전했다.

두 주교의 가족과 친구들도 축하와 격려를 보냈다. 유경촌 주교의 작은 형인 유인촌(토마스 아퀴나스)씨는 “무거운 십자가를 지시는 길을 걸으시게 되어 가족으로서는 마음이 무겁다”면서 “이제 주교님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교회 전체를 위해 가족들이 더욱 열심히 기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몸이 불편함에도 휠체어를 타고 서품식에 참례한 정순택 주교의 친구 김세중(시몬)씨는 “1980년 포콜라레 마리아폴리에서 정 주교를 처음 만난 이후 우정을 유지해왔다”며 “정 주교는 남을 돕기 위해 늘 준비하고 있는 듯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매우 섬세한 친구, 강한 자제력으로 모범을 보여온 친구”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 두 주교의 탄생은 교구에는 환영을 기뻐하는 시간이었지만 두 주교가 활동하던 명일동본당과 가르멜수도회에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축하식을 마치고 유경촌 주교가 퇴장하자 유 주교가 평소 좋아하던 성가인 ‘자모신 마리아’를 명일동본당 전 신자가 합창했다. 6개월에 불과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깊은 사랑으로 친교를 맺은 본당공동체와 헤어짐에 유 주교가 눈물을 감추지 못하기도.

명일동본당 배순미(이사벨라)씨는 “주교님은 올곧고 강직하시면서도 참 좋으신 분으로 잠시라도 모실 수 있어 행복했다”며 “오래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교회를 위해서는 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르멜수도회에서는 정순택 주교의 주교서품을 축하하고 또 환송하기 위해 수도공동체가 한걸음에 달아왔다. 이날 서품식에는 로마에서 수도회총장 사베리오 칸니스트라 신부와 총평의원 신부들, 수도회 출신인 필리핀의 롤란도 대주교, 일본지부장 구노리 신부가 참석했고, 한국가르멜협회장 예수성심의마리클라라 수녀 외 10여 명의 가르멜회 수녀들도 봉쇄수도회임에도 특별허락을 받아 축하를 위해 찾아왔다.

사베리오 칸니스트라 신부는 “(주교 탄생은) 우리 수도회에 굉장히 명예로운 일”이라며 “수도회가 교회를 위해 더 봉사할 수 있는 의미가 있지만 좋은 형제를 교구로 보내 아쉽다”고 전했다.

정진석 추기경(오른쪽)과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유경촌 주교와 정순택 주교에게 안수하고 있다.
유경촌·정순택 주교 서품식 축하행사 중 웃음 짓고 있는 주교단 모습. 조규만 주교, 정순택 주교, 정진석 추기경, 유경촌 주교(왼쪽부터).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유경촌·정순택 주교 임명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주교 서품식 후 명동대성당 코스트홀에서 열린 축하연 장면. 교구 총대리 조규만 주교, 정순택 주교, 유경촌 주교,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왼쪽부터)가 건배하고 있다.
유경촌·정순택 주교의 서품식에서 간절히 기도를 바치고 있는 신자들.
주교 서품식 축하연에 앞서 유경촌 주교(가운데)가 신학교 입학 동기 사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경촌 주교가 주교 서품 직전에 사목했던 서울 명일동본당 신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정순택 주교가 주교 서품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재속 가르멜회 회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지연 ,이승훈 ,사진 주정아 (stella@catimes.kr),사진 박원희 (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