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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주교수품 10주년 맞은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3-08-20 수정일 2013-08-20 발행일 2013-08-25 제 285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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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는 목자’의 삶 적극 살아갈 것”
격변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19일로 주교 서품 10년을 맞은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주교직은 큰 도전이고 모험”이라며 “그동안 신자들과 사제·수도자들에게 ‘사랑의 빚’을 졌다”고 말한다.

“‘교회헌장’도 가장 먼저 교회는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라고 선포했습니다. 친교의 영성을 따르지 않는다면, 외적 조직들은 친교를 표현하고 발전시키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친교의 ‘가면’이 될 것입니다.”

유흥식 주교의 지난 10년은 ‘친교의 교회’ 확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항상 ‘친교의 교회’를 강조해 온 유 주교는 “우리 교회는 여전히 성직자 중심의 피라미드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신도, 수도자, 사제 모두 각각 성소에 따라 역할이 다른 것이지, 교회 안에서 높고 낮음의 지위를 가진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제들조차 스스로 피라미드 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친교의 교회’를 실천하는 유 주교의 모습은 지난달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주교회의 청소년위원회 위원장 주교로서 대회에 참가했지만,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청년들과 친구처럼 대화하는 시간을 먼저 마련했다. 교황은 물론 각국 교회 주교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가졌다.

유 주교의 ‘친근한’ 모습은 평소 사목 행보에서도 두드러진다. 유 주교는 각 본당이나 기관단체 행사 등에 초대를 받았어도 ‘시간이 없을 때’는 가급적 가지 않는다고. 늘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신자들과 만나고 대화하기 위해서다.

“제가 무슨 유명인이나 연예인도 아니고 잠깐 얼굴이나 비추려고 행사에 갈 필요는 없지요. 가급적 많은 신자들과 만나고 친교를 나누기 위해서 찾아가는 것입니다.”

유 주교는 주교 임명 직후에도 근엄한 표정이 아닌 활짝 웃는 표정의 스냅사진을 찍었다. 이런 모습에 신자들은 더욱 친근감을 느꼈지만, 일부 사제들은 의아해한 것도 사실이었다. 또 공무에만 전용 차량을 이용하고, 평소에는 오래된 소형차를 직접 운전한다.

“피라미드 형태를 거꾸로 둔, 봉사하는 교회의 모습을 저 자신부터 우리 교회 모두가 본받아 실천해야합니다.”

유 주교는 교회의 쇄신과 변화, 특히 ‘친교의 교회’를 다져가는 모습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이는 행보를 통해서 잘 드러난다고 말한다.

유 주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퇴임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출은 누구도 예상 못한 뜻밖의 일이었지만, 현재 교회에 새로운 빛과 의미를 부여했다”며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솔직하고 용기 있는 행보, 말씀과 행동이 일치하는 증거의 삶은 우리가 본받아 걸어가야 할 길을 잘 알려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10년간 대전교구는 설정 60주년이라는 굵직한 역사의 한 획을 그으며, 순교 신심 활성화와 새로운 선교문화 정착, 지역사회와의 사랑·생명 나눔 운동 등에서 큰 성과를 이뤄왔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사랑나눔을 실천하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유 주교는 주교 서품 때의 첫 마음을 늘 기억하며 ‘봉사하는 목자’의 삶을 적극 살아갈 뜻을 밝혔다.

“부족하지만, 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하느님께 하루를 셈바쳐 드리면서 ‘오늘 많이 바빴고 많은 일을 했다’가 아닌 ‘오늘 많이 사랑하였고 많이 봉사했다’고 고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흥식 주교가 주교 서품을 받던 날 밝혔던 뜻이자, 지금도 한결같이 매일의 삶 안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뜻이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