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종료)

목사에서 피정지도자로 ‘변신’ - 광주 쌍촌동본당 김재중씨

우재철 기자
입력일 2010-08-12 00:00:00 수정일 2010-08-12 00:00:00 발행일 1999-05-23 제 215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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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탓이오’ 기도문에 매료 …가톨릭으로 개종
주교급인 지역노회 회장 목사 …개종 후 굶기 일쑤
묵주기도 하루 500단 봉헌하며 ‘성모님’ 전파에 열변
서울 신학대학을 나온 쟁쟁한 개신교 목사. 50세가 넘어야 바라볼 수 있는 노회회장을 30대에 취임했던 전도앙양한 노회 회장. 가톨릭신자가 개신교로 개종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도 개신교 목사가 가톨릭으로 개종했다는 소식은 드문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 화려한 개신교 목사 생활을 청산하고 가톨릭에 귀의, 그리스도를 전하고 성모님을 전하는 도구로 살아가는 전직 개신교 목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전국을 다니며 성모님의 은총과 사랑을 전하으라 일년 365일 중 300여일을 성모신심의 메신저로 활동하고 김재중(요셉·56·광주 쌍촌동본당) 형제.

그가 지난 4여년동안 찾아다닌 본당과 단체수만 놀랍게도 500여곳. 그는 가는 곳마다 눈물로써 자신이 체험한 성모님의 특별한 은총을 전해주고 있다.

가톨릭의 주교급에 대항한다는 전직 광주지역 노회 회장의 신분에서, 또 성모공경을 우상숭배라며 열을 올렸던 장본인이였기에 그가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그 어떤 말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개신교 목사로서 가톨릭을 공격할 때 성모님을 가장 먼저 공격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성모님을 모든 은총의 어머니로 인정하기까지는 성모님의 특별한 은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김재중씨가 처음 가톨릭을 접한 것은 광주노회장 목사로 있다가 폐결핵과 담석이 걸려 휴양하고 있을 당시, 서재에 꽃혀 있던 가톨릭기도서에서 「내탓이오, 내탓이오, 내 큰 탓이소로이다」라는 기도문을 발견하고 그 기도문에 매료되면서부터다.

그 기도문이 젊은 나이에 노회장이 됐기에 눈에 보이는게 없었을 정도로 자만에 빠졌던 목사 자신에게 변든 몸과 병든 마음을 되돌아 보게 했던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개종을 생각한 것은 아니여서 예비자 교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가톨릭의 맹점을 찾아내 가톨릭신자들을 개신교 신자로 만들고 싶었던 욕심도 솔직히 없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가톨릭 교리에 차츰 빠져 들면서, 성모님의 존재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성모공경과 로사리오 디고가 우상숭배가 아니라 「이세상에 가장 훌륭하고 완전한 기도」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가톨릭신자들이 성모님께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임을 알았을 때 그는 성당에 가 보고 싶었고 자신도 모르게 이제까지 믿어왔던 신앙이 큰 가면이였음을 발견하게 된 것.

개신교 노회장 목사가 가톨릭으로 개종한다는 것은 순교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는 김재중씨는 그렇지만 개신교 목사였기에 참 진리, 참 신앙이 무엇인지를 빨리 깨닫는 장점도 있었다고 한다.

개신교 노회장이라는 신분에 걸맞게 모든 것을 갖춘 생활을 하다가 86년 가톨릭 평신도로 옷을 갈아입고 난 후 그는 지난 10년간 양식이 없어 몇일씩 굶고 바지 하나를 일곱번씩이나 꿰메어 입을 정도의 가난도 겪어야 했다.

4년 전부어 전국 각 성당과 단체들을 순회하며 피정강의와 신앙강좌 등을 맡고 있는 김재중씨는 특히 해마다 성모성월이 되면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성모님께 받은 은총을 전하는 일에는 소홀하지 않겠다』고 할 만큰 김재중씨는 요즘도 어떤 때는 하루에 묵주기도를 500단씩 바치며 자신의 모든 삶을 성모님께 봉헌하고 있다고 한다.

우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