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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인터뷰] 제6차 세계이주사목대회 참석한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장 유흥식 주교

임양미 기자
입력일 2009-12-01 수정일 2009-12-01 발행일 2009-12-06 제 2675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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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위해 지역·종교 연대 강화해야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장 유흥식 주교
11월 24일, 대전교구청 유흥식 주교 집무실은 따듯한 겨울 햇살과 은은한 모과차향기로 가득했다. 특유의 친근한 미소와 편안함으로 유 주교가 반겼다.

11월 4~21일까지 로마에서 열린 제6차 세계이주사목대회 및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제28차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피곤함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세계이주사목대회의 주제는 ‘세계화 시대 안에서 이주의 현상에 대한 사목적 응답’.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이주민들에 대한 고민을 세계와 나누고 돌아온 유 주교에게서 이주민에 대한 전 세계 교회의 관심을 전하고자 하는 열정이 엿보였다.

“5개 대륙 294명의 대표단이 참가한 세계대회였습니다. 라틴아메리카와 미국 캐나다, 아프리카 22개국,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15개국, 중동 4개국과 유럽 24개국 등 81개국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추기경 6명과 동방교회 총대주교 등 성직자와 교황청 외교사절들과 영국 성공회, 루터연맹, 이주민과 난민에 관한 학문적 전문가 등이 모여 전 세계적인 이주현상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유 주교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전 세계가 거부할 수 없는 이주현상을 목격했다. 그리고 이주민은 ‘현대의 새로운 노예’라는 점도 확인했다.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자료에 의하면 현재 자기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이주민으로 살고 있는 사람의 수가 2억 명입니다. 이중에서 약 3천300만 명이 난민, 망명자, 유민으로 떠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들은 대부분 경제적 이유나, 더 나은 삶을 위해 고국을 떠났지만….”

유 주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수많은 전쟁과 부족들 간의 다툼이나 정치적 이유로 자신의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난민 등 세계적 이주현상은 다양한 원인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어떠한 명확한 대책도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각국의 사정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와 보내는 나라의 위정자 또는 책임을 진 사람들이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사랑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민자와 난민들을 돌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유 주교는 이러한 세계적 이주현상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비전은 5년 전 발표된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훈령 ‘이주민들을 위한 그리스도의 사랑’에 담겨있으며, 올해 6월 29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발표한 첫 번째 사회교리회칙 ‘진리 안의 사랑’이 그 연장선상에 있음을 강조했다.

“교황께서는 이번 대회에서 이주민은 ‘골칫거리’가 아니며 오히려 ‘소중한 자원’이라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주를 통해 가족의 일치와 타인에 대한 사랑, 환대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국내이주사목의 총괄책임자로서, 100만명이 넘는 이주민, 그 중에서도 앞으로 대한민국에 뿌리내리게 될 15만 다문화가정 여성(2009년 현재)과 10만 명의 다문화가정 자녀들(외국인노동자 자녀 포함, 2009년 9월 현재)을 품어 안아야 할 사목자로서 책임이 막중한 유 주교가 진지하지만, 사뭇 밝은 표정으로 비전을 밝혔다.

“이주민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20년에는 300만 명, 2030년에는 500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한국 가톨릭교회는 다양한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 속으로 편안하게 들어와 더불어 살 수 있도록 국제적, 지역적, 나아가 종교간 연대를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교황청 훈령, 회칙, 그리고 제6차 세계이주사목대회를 통한 복음적 제안입니다.”

유 주교는 17박 18일의 일정 동안 세계이주사목대회와 총회뿐만 아니라, ‘자선활동 종사자들을 위한 양성과정’을 주제로 열린 사회복지평의회와 ‘교회, 하느님 백성 안에서 사제직’ 세미나(가톨릭교육성과 성직자성 공동주최)에 참석했으며, ‘유중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 동정 부부’에 대한 자료집을 만들어 요한 바오로2세 결혼과 가정 대학원에서 특강을 하는 등 바쁜 일정을 숨가쁘게 소화했다.

특히 유 주교는 “교황께서 ‘한국교회가 성장하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라며 ‘주교님의 요청대로 한국 신자들에게 특별 강복을 준다’고 말씀하셨다”며 한국신자에 대한 교황의 특별강복도 선물로 가지고 돌아왔다.

“세계 교회의 많은 사람을 만났고, 전 세계에 두드러지고 있는 이주현상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한국 가톨릭교회는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보고 사랑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다시 오시는 희망의 모습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유흥식 주교가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해 특별강복을 청하고 있다.

임양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