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언론 사명은 이데올로기 아닌 진실 보도”

박지순
입력일 2024-04-01 수정일 2024-04-02 발행일 2024-04-07 제 3387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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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방송 협회 만난 자리서 편견 없는 정보 전달 요청
“가짜 뉴스 전파에 반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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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23일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이탈리아의 공영 방송인 ‘이탈리아 방송 협회(RAI)’ 임직원들을 만나 진실을 전하는 언론의 사명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CNS

[바티칸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론인들을 만나 언론의 사명은 이데올로기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3월 23일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이탈리아 공영 방송인 ‘이탈리아 방송 협회(RAI)’ 임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만나 “언론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보편적인 개방성의 정신을 지니고 시민들의 요구에 응답하고, 공동선 실현에 기여해 달라”며 “공공 서비스로써 뉴스를 전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진실을 추구하고 증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은 가짜 뉴스 전파,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려는 거짓된 노력에 반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조화를 이루는 것이기에 자기 이익 추구로 진실이 나누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RAI 직원들에게 “편견 없이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전하고, 다양한 견해와 정보들을 존중하면서 시민들이 편협한 사고를 갖지 않도록 일해 달라”면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서로 다른 목소리를 경청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사람들은 자주 자신들이 이미 준비하고 있는 답변에 대해서만 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만,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 입장만 생각하며 나누는 대화는 진정한 대화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RAI를 시청하면서 관심 있게 보았던 드라마 시리즈와 문화 프로그램, 스포츠 경기,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쇼 프로그램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특히 “우리가 사는 시대는 기술발전에서는 풍요롭지만 인간성 면에서는 빈곤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언론인들이 예술적인 표현을 전파함으로써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남은 자들, 가장 가난한 자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들, 버려진 자들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방송인들이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방송인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선에 기여하려면 자신들이 올바른 지식을 전파하는 도구가 되겠다는 소명을 깨우쳐야 한다”면서 “사람들을 소외시키거나 이기적이고 냉담한 성품을 키우는 프로그램은 지양해 달라”고 권유했다. 또한 “방송 제작에 투입된 비용을 기준으로 프로그램의 등급을 매길 것이 아니라 방송의 질을 중시해야 한다”며 “방송은 우리 시대에 사회적인 핵심 가치들, 예를 들면 시민의식과 참여의식을 조직해 내는 근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진실한 언론 매체는 항상 존경심과 겸손한 마음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경청하면서 놀라움을 자아내야 한다”고 권유했다.

이날 교황은 건강상의 문제로 준비한 연설 원고를 대독시켰지만 원고 중간에 가끔 자신의 의견을 직접 들려주기도 했다. 연설이 끝난 다음에는 휠체어를 타고 RAI 직원들에게 이동해 손을 잡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