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1) 헨델의 오라토리오 ‘부활’

이승환
입력일 2024-03-21 수정일 2024-03-28 발행일 2024-03-31 제 338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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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클래식 순례’가 격주로 연재됩니다. 음악 칼럼니스트 이준형(프란치스코)씨가 교회 전례력에 맞춰 감상할 만한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선정,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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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토리오 <부활> 중 ‘내 마음 속의 목소리(Ho un non so che nel cor)’. 헨델의 자필 악보. 필자 제공

오늘은 주님 부활 대축일입니다. 교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기쁜 날이지요. 여기에 음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교회력과 밀착해 살았고, 또 흔하게 음악을 들을 수 없었던 옛사람들은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순 시기에 연주했던 엄숙하고 슬픈 음악을 듣다 부활을 노래하는 밝고 힘찬 음악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만물이 소생하는 듯한 기쁨을 느꼈을 듯합니다.

부활을 맞아 소개해 드리는 음악은 조지 프리더릭 헨델의 오라토리오 ‘부활’(La resurrezione)로 1708년 주님 부활 대축일인 4월 8일에 로마에서 초연되었습니다. 

흔히 바로크 시대의 이탈리아 음악 하면 베네치아나 나폴리 같은 오페라 중심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18세기 초반 로마는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 음악 도시였습니다. 종교 중심지이자 교황령 국가의 정치적 수도였던 로마는 당시 웅장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속속 세워졌는데, 고위 성직자와 유럽 주요 국가의 외교사절, 중요한 대성당과 수도회가 저마다 뛰어난 음악가들을 후원하면서 서로 경쟁했습니다.

16세기부터 북유럽 음악가들은 작곡과 연주를 배우기 위해서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를 찾았습니다. 1706년에 함부르크에서 온 20대 초반의 독일 청년 헨델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 헨델 <부활> 중 천사의 아리아 '지옥문아, 열려라(Disserratevi, o porte d'Averno)'

탁월한 건반 연주자였던 헨델은 로마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모 대성당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탁월한 솜씨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금세 이탈리아 음악의 정수를 습득했습니다. 

그는 2년 남짓 로마에 머물면서 팜필리 추기경이나 오토보니 추기경 같은 유력 인사의 후원을 받았고 100곡에 달하는 칸타타와 라틴어 교회 음악을 썼는데, ‘사랑스러운 작센인’(Caro Sassone)이라는 별명에서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시 로마에서는 오페라가 금지되었기에 가장 중요한 음악 장르는 오라토리오였습니다. 오라토리오는 무대 의상이나 연기가 없는 일종의 종교 오페라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부활’은 헨델이 이탈리아에서 배운 음악을 총결산한 ‘졸업 논문’ 같은 작품입니다.

줄거리는 성토요일과 주님 부활 대축일에 벌어지는 이야기로, 마리아 막달레나와 세례자 요한에 천사와 악마도 등장합니다. 여인들은 예수님의 죽음에 슬퍼하고 악마는 부활에 저항해 보지만, 결국 부활의 기쁜 소식이 온 누리에 울려 퍼지며 마무리됩니다. 초연 때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르칸젤로 코렐리가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고 하네요.

천사가 부활 소식을 전하며 지옥문을 부수는 첫 아리아를 들으며 부활을 맞이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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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