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사제 900명 시대 맞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에게 듣는다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7-02-07 수정일 2017-02-08 발행일 2017-02-12 제 303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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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목자 부족한 곳에 관심가지며  성소의 은총, 세계교회와 나누길”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사제들이 더 행복하게 사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성소의 은총은 우리만 풍족하길 바라서가 아니실 것입니다. 유럽교회는 사제수가 급감한지 오래입니다. 우리 교구는 선교지역뿐만 아니라 유럽교회의 사제 파견 요청을 받는 교구입니다.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 합니다. 많은 사제들께서 해외선교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교구 소속 사제 900명 시대의 의미를 아시아를 넘어 세계교회를 향한 책임과 역할이 더욱 커지는 계기로 받아들였다. “세계 인구의 2/3가 존재하고 있지만 필리핀을 제외하면 가톨릭 복음화율이 1%에 불과한 것이 아시아의 현실”이라고 밝힌 염 추기경은 “한국 교회가 아시아와 세계교회에서 중요한 몫을 해나가길 바라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대처럼 도움을 주는 교회로 더욱 성장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900명 가까운 교구 사제들을 보며 주님의 사랑이 얼마나 뜨겁고 놀라운지 절절하게 느낀다”는 염 추기경. “박해시기, 일제강점기, 6·25 전쟁 중에도 끊임없이 사제가 나왔습니다. 이는 기도로 함께 해주시는 수도자와 평신도가 계시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특히 금쪽같은 아들을 봉헌한 신자들의 신심을 무엇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염 추기경은 서울대교구가 특별히 ‘사랑의 선도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교구이지만, 극심한 이기주의와 세속주의 안에서 얼마나 세상 속의 빛과 소금이 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고 말한 염 추기경은 “특히 우리 사제들은 더 낮은 곳에서 더 약한 존재들을 보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서로에게 ‘밥’이 되어주라”고 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말을 상기시키면서 ‘누군가의 밥이 되어주는 것은 우리 사제들이 보여주어야 할 역할’이라고 했다.

“황금만능주의와 남을 돌보는 것이 사치라고 말하는 때에 사랑을 선포해야할 사제들의 어깨는 참으로 무겁습니다. 더 철저히 자신을 태우고 세상에 녹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더 많은 이들을 보살피겠다고 서약했듯, 우리의 시선은 관할 지역과 우리나라를 뛰어 넘어야 할 것입니다.”

신설된 성직자위원회로 화제가 옮겨갔다. 염 추기경은 ‘사제의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운을 뗐다.

“사제수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사목지에 신부들을 파견하는 역량은 커졌지만 다양한 사목활동에 전념하는 사이 정작 공동체 안에서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구하는 기회는 적어졌습니다.”

염 추기경은 “모든 사제들, 특히 젊은 사제들이 편안하고 진솔하게 고민을 터놓고 실질적으로 멘토링하여 사목생활에 힘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면서 “그것은 한편 교구장과 소통하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제들이 행복한 사제이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함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님 안에서 자비를 느끼며 행복한 사람이길 바랍니다.”

“행복한 사제를 통해 신자들이 주님의 자비를 얻게 될 것”이라며 “그 믿음이 있기에 주저없이 새로운 방안을 마련했다”는 염 추기경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사제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염 추기경에게 교구장과 사제의 관계란 어떤 것일까. ‘협력자, 아들, 형제, 벗’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염 추기경은 “사제는 교구장에게 순명을 서약하지만, 교구장 역시 그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언제나 그들을 살피고 더 행복하게 사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팍팍한 도시 생활로 지친 신자들의 어려움을 늘 들여다보고 함께 호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행정적으로 돌보는 것은 마지막입니다. 우리 모두가 소임지뿐만 아니라 교구 전체를 보며 성체 앞에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교회가 도전받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교구 사제단에게 전한 당부의 말이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