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수저계급론과 헬조선’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교회 역할은?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6-06-21 수정일 2016-06-22 발행일 2016-06-26 제 300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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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심각해지는 청년들의 실업난 속에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헬(Hell) 조선’ ‘금수저 흙수저’라는 자조적인 유행어가 대두된 지 오래다. 이른바 ‘수저계급론’은 부모 재력에 따라 자식들이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다는 현실 인식을 담고 있다. 지난 주 교회 내에서는 ‘금수저 흙수저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헬(Hell) 조선’ 현상을 통해 보는 한국의 청년문화’ 주제로 이러한 청년들이 딛고 선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돼 주목을 끌었다.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각각 주최한 포럼은 현재 직면한 청년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고, 가톨릭적인 시각에서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또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교회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6월 15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금수저 흙수저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주제로 열린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포럼.

■ 한국가톨릭언론인협 포럼 ‘금수저 흙수저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 만드는 것이 중요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회장 황진선, 담당 허영엽 신부)가 6월 15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개최한 ‘금수저 흙수저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포럼은 청년 문제의 본질을 진단 전망하면서 경제적 정치적인 상황 및 대책과 아울러 교회적인 실천적 대안을 모색했다.

조효제(토마스 아퀴나스) 성공회대 교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서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수저론’의 담론은 청년들이 자신들이 겪는 문제가 세대 간 갈등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자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흙수저론을 넘어서는 청년세대의 전망’ 주제 발표에서 조 소장은 “청년세대 문제는 특정 시기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곧 중·장년세대 문제로 이관되고 다시 노년세대 문제로 이어진다”면서 “지금 청년세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이행불가세대’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 소장은 “다음 세대가 이 체제를 더 평화롭고 평등한 체제로 바꾸고자 한다면, 이 불평등한 체제에서 고통받는 다른 계층, 계급, 세대의 이익도 함께 대표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 문제 등과 관련 소득 분배 악화, 부의 편중, 빈부의 세습 등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 현황을 진단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중앙대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는 재정 금융적 부양책으로는 치유될 수 없으며 성장과 분배 구조를 동시에 개혁해야만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한국경제틀 다시 짜야한다’ 제목의 발표를 통해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 수출의 대안으로 ‘소비’를 제시했다. “그동안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제조업과 투자와 수출은 고비용 저효율 현상의 구조화로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말한 박 전 총재는 “가계가처분소득 조정, 빈부격차 축소 등 소득분배 과정을 통해 가계 소비를 정책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소득분배의 악화가 부와 빈곤을 세습화하고 계층 상승의 기회를 단절시키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취약하다”면서 “이는 재분배 기능이 낮기 때문인데,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증세’”라고 밝혔다.

이태철 신부(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담당)는 ‘서울대교구 청년사목의 현재와 나아갈 길’ 주제로 가톨릭적 시각에서의 청년 문제 해법을 제안했다. 이 신부는 “예수님이 선포했던 하느님 나라가 공동체적”이었음을 밝히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갈 때 답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우리 사회와 교회가 자비로워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면서 “교회는 사람들이 하느님 자비를 느끼고 또한 하느님 자비를 베풀 수 있도록 실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교회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직접적인 봉사라는 자기실현 행동을 통해 세상 한복판에 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 오창익(루카) 인권연대 사무국장, 이정옥(비비안나) 대구가톨릭대 사회과학대학장이 참여했다.

포럼에 참석한 염수정 추기경은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젊은이 취업은 어려운 현실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이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 포럼이 꿈을 가질 수 있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6월 19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대강당에서 ‘헬(Hell)조선 현상을 통해 보는 한국의 청년 문화’ 주제로 마련된 주교회의 매스컴위 포럼. 사진 서상덕 기자

■ 주교회의 매스컴위 포럼 ‘헬조선 현상 통해 보는 한국의 청년 문화’

성공만을 위한 ‘공부 중독’ 벗어나 삶에서의 ‘진짜 공부’ 회복 급선무

6월 19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대강당에서 마련된 ‘‘헬(Hell)조선’ 현상을 통해보는 한국의 청년 문화’ 포럼은 ‘공부에 중독된 한국 사회’를 키워드로 한국 청년 세대의 문화적 현상과 그 현상에 이르게 하는 요인들을 살폈다.

이날 패널로 참가한 허아란(로사리아·햇살청소년사목센터 책임연구원)씨, 문화학자 엄기호(미카엘) 박사(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신경정신과)는 ‘공부 중독’ 사회로 가는 한국이 이른바 ‘헬 조선’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패널들은 “모든 것을 학교에 가면 해결할 수 있고, 공부만 한다면 용서가 되는 한국적 상황에서 청년들이 틀리는 것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현상과 함께 이와는 반대로 공부에서의 반복적인 실패와 좌절을 겪고 또 온라인 세계에서조차 비교당하면서 자신을 냉소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 박사는 현재의 청년들 상황을 ‘탈락 공포’로 규정하고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서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여유를 가지기 힘든 형편이고, 공부하느라 바빠서 공부할 틈이 없다는 토로가 나올 만큼 탈락에 대한 불안이 청년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 세대의 ‘공부 중독’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486세대 부모들의 ‘포기하기 어려운’ 성공 판타지를 꼽은 엄 교수는 “급속한 경제적 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룬 세대를 산 부모들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이를 자녀 세대에게 강요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면서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하는 것과 되는 것은 별개다’는 인식이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교수는 청년 세대의 심리 현상을 설명하면서 “디지털 문화를 사는 청년들은 이전과는 다른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게 사실이고, 이런 면에서 관계적인 면에서도 ‘보고 싶은 사람들’끼리만 관계를 맺으면서 대인관계는 미숙하고 삶에서의 ‘진짜 공부’는 사라지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또 “한국 사회는 ‘남들만큼 해라’는 식으로 집단 공조화가 매우 강한 특징을 갖고 있고, 한 집단이 균질화된 집단이길 원한다”면서 “‘표준화된 삶의 시나리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다원화의 모호함을 받아들이며 나아가는 현실적인 진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하 교수는 부모와 기성 세대들은 “건실한 청년만으로 살아준 게 정말 고마움”이라고 얘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이와 함께 신분 상승과 자본 축적을 위한 공부(교육)가 아닌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한 ‘진짜 공부’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 교수는 청년 문제와 관련 교회가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을 ‘비 시장적인 상호호혜성의 실천’으로 제시했다. “관계에서조차 ‘교환’이 중심으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교회가 ‘거저 주고, 거저 받는’ 상호 호혜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청년사목 활성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