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문희종 수원 보좌주교 탄생] “섬김과 봉사로 ‘기쁨 넘치는 교구’ 만들겠습니다”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5-07-28 수정일 2015-07-28 발행일 2015-08-02 제 2955호 1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수원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문희종 주교는 “두 분 주교님과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기쁨이 넘치는 교구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사제 생활 중 생각지 못한 직무가 세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주임으로서 첫 임지인 팽성본당에서 급작스럽게 신학교로 가게 된 것이고, 두 번째는 유학을 다녀온 후 바로 복음화국장으로 발령 받은 것입니다. 마지막이 주교 임명입니다.”

수원교구 신임 보좌주교 문희종 주교는 주한 교황청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로부터 주교 임명 소식을 듣고 공식 발표가 있기까지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고 직책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 순간에 떠오르는 것은 주님의 복음과 그 말씀을 따라 살았던 사도들이었다.

“묵상을 해보니 저는 베드로, 야고보, 요한보다 처지가 낫다 싶더라고요. 그들은 어부였지만 저는 땅에 발을 딛고 사는 농부의 아들이니까요. 어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터전을 벗어나 하느님을 따라 나선 사도들처럼 저 역시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대로 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교구의 많은 이들은 문 주교를 ‘준비된 사제, 주교’라고 평가했다. 본당 사목, 신학교 교수, 교구 복음화국장 등 학식과 경험을 두루 갖춘 목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는 부족한 것 많고 특출나지 않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몸에 밴 겸손이 말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나왔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서 교만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사제 생활을 하면서도 제가 잘한 것을 드러내려 하기보다는 겸손하게 살려고 했습니다.”

그는 말뿐 아니라 삶 안에서도 겸손을 실천해 왔다.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22, 27)라는 사제생활지표에 따라 섬기는 자세로 본당 신자들에게 다가갔고, 찾아오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문 주교 덕분에 삶의 희망을 다시금 발견한 사람들도 꽤 있다. 낮은 모습의 사제로서 살아온 그는 주교 사목표어의 주제를 ‘겸손’으로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로 사제 생활 21년 차인 문 주교의 삶을 지탱해 온 또 다른 가치는 ‘기쁨’이다. 유난히 일복이 많은 문 주교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10개월 간 복음화국장을 역임했다. 그동안에 교구 신자의식조사, 성가정 운동과 교구 설정 50주년 행사, 사이버성경학교 개설 등 교구의 굵직한 일들을 진두지휘했다. 업무량이 상당했지만 그는 늘 기쁜 마음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에 충실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준비하면서 여러 날을 지새웠어요. 그렇지만 단 한 번도 힘들다든가, 지겹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어떤 어려운 순간이 와도 언제나 자신감을 갖고 기쁘게 살아가려고 애썼습니다.”

신자들에게도 ‘기쁘게 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문 주교는 기자들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기쁨이 넘치는 교구’에 대해서 논했다.

“저는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과 총대리 이성효 주교님을 열심히 보좌하고 도와드려야 하는 사람입니다. 두 분과 한마음 한뜻으로, 또 교구청 식구들과 함께 즐겁고 기쁘게 생활해야죠. 그래야 우리 교구가 기쁨이 넘치는 교구,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구로 발전하리라고 봅니다.”

그는 특히 교구장 주교와 두 명의 보좌주교가 함께하는 의미를 간과하지 않았다. 교구 설정 이래 3인 주교 체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구 관내에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있어요. 가난한 이들 속에서 살아가는 교회를 강조하시는 교황님께서는 저를 주교로 임명하시면서 아마도 이런 점을 고려하시지 않았나 싶어요. 그 뜻에 따라 노동자, 이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주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문 주교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 한 번 자신의 부족함을 언급하면서,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로 기도였다. 한국교회 신자들의 따뜻하고 간절한 기도 말이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 문희종 주교 약력

1966년 8월 26일 경기도 평택 출생

1984년 효명고등학교 졸업

1984년 - 1988년 수원 가톨릭 대학교 (신학 학사)

1991년 – 1993년 수원 가톨릭 대학교 (신학 석사)

1994년 1월 21일 사제 수품

1994년 – 1995년 수원교구 비산동본당 보좌신부

1995년 – 1996년 수원교구 철산본당 보좌신부

1996년 – 1997년 수원교구 호계동본당 보좌신부

1997년 – 1999년 수원교구 팽성본당 주임신부

1999년 – 2001년 수원 가톨릭 대학교 교수 (영성부장)

2001년 – 2006년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 (전례학 석사)

2006년 – 2014년 수원교구 복음화국장

2006년 – 현재 수원 가톨릭 대학교 교수

2014년 - 2015년 7월 수원교구 본오동성요한세례자본당 주임신부

2015년 7월 23일 수원교구 보좌주교 임명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