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강정 평화 컨퍼런스·평화대회

이지연 기자,사진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4-09-30 수정일 2014-09-30 발행일 2014-10-05 제 291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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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로 이루는 ‘평화’ 위한 전진을…
활동가 경험·의견 나누며 연대의 뜻 다져
생명평화 100배·도보순례·마을 탐방 등 펼쳐 
27일 오후 3시 강정포구에서 시작된 강정순례 참가자들이 강정마을과 한반도 동북아의 평화를 기원하는 묵주기도를 바치며 걸음을 옮기고 있다. 강정포구 뒤편 해군기지 공사현장에 어지럽게 늘어선 대형 크레인과 구조물들이 눈에 띈다.
강정 평화 컨퍼런스와 평화대회가 처음으로 9월 26~27일 제주 서귀포성당과 강정마을에서 열렸다. ‘너에게서 평화가 시작되리라!’(미카 5,1-4)를 주제로 마련된 이번 컨퍼런스와 평화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30여 명과 제주교구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시작미사를 주례한 정제천 신부(예수회 한국관구장)는 “남북한이 분단된 지 60년 동안 우리는 미움과 경쟁을 배우고 가르쳤다”며 “우리는 후배들과 아이들에게 세상이 주는 평화가 아닌 예수님의 평화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컨퍼런스와 평화대회를 통해서 예수님이 주시는 평화, 십자가로 이루는 평화의 나라를 꿈꾸고, 이 꿈을 위해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서귀포성당에서 진행된 컨퍼런스는 평화활동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평화활동가 미쉘 나오벳 여사와 전 일본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타니 다이지 주교가 각각 ‘신앙에 바탕을 둔 실천행동-미국에서’와 ‘오키나와에서 본 평화헌법’을 발표하고, 이에 앞서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기조발제에 나섰다.

27일 오전 7시 제주 해군기지 건설 현장 정문에서 생명평화 100배로 시작된 평화대회는 강정마을과 서귀포성당에서 동시에 열렸다. 강정에서는 마을 탐방과 평화십자가 만들기, 평화의 기도 등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마을주민과의 만남에서 강정을 소개한 김정민 전 노인회장은 “구럼비 인근은 태풍이 불어오면 가장 거세게 바람이 부는 곳”이라며 “태풍이 불고 나면 해군기지에 설치한 케이슨(교량의 기초나 지하실 등에 사용되는 중공(中空))이 무너져 깨끗하던 이 지역에 1조 원의 쓰레기가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귀포성당에서 마련된 소그룹 모임 참가자들은 ▲동북아시아의 군축평화라는 국제적인 연대의 시각에서 살펴본 ‘강정의 민군복합형 관광 미항’ ▲신앙을 바탕으로 한 평화운동 성찰 ▲파괴된 자연과 지역 공동체 안에서 평화와 화해를 이뤄가기 위한 비전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은 평화기원미사 중에 발표됐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강정순례가 이어졌다.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순례 참가자 300여 명은 강정포구에서 강정천 옆 운동장까지 2km를 걸으면서 강정마을과 한반도, 동북아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묵주기도를 바쳤다.

평화기원미사를 주례한 강 주교는 강론을 통해 “국가의 존재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함이며, 국가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국가 지도자들이 무력증강에 의존하지 말고 남북한 주민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탐구하고 실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정마을에서는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가 매일 오전 11시 미사와 평화의 기도, 인간띠 잇기 등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용암너럭바위인 구럼비를 폭파하면서까지 강행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자연파괴와 주민공동체 분열, 동북아 군비확충을 둘러싼 위험성과 갈등을 알리고 있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정률은 현재 70%에 이른다.

26일 서귀포성당에서 열린 강정 평화 컨퍼런스.
평화대회 참가자들이 27일 오전 7시 해군기지 건설 현장 정문에서 생명평화 100배를 하고 있다.

이지연 기자,사진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