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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새 주교 탄생] 보좌주교 임명 이모저모

서상덕 기자,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3-12-31 수정일 2013-12-31 발행일 2014-01-05 제 287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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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선물 … 큰 빛 되어주길
주교 임명 발표에 축하·기대 섞인 환호성 이어져
“이시대 요청 부름 충실히 응답하는 삶 살기를”
임명 직후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유경촌 주교.
유경촌 주교가 등장하자 명일동성당은 환호성과 박수 소리로 가득찼다.
임명 당일 정 주교가 가르멜 수도회 회원들과 저녁기도를 바치고 있다.
세밑에 임명된 서울대교구의 두 신임 보좌주교는 교구와 한국교회의 기쁨이자 선물이다. 7년이라는 기다림만큼 새 주교를 맞이하는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의 기쁨은 깊고 넓었으며, 교황 프란치스코가 처음으로 임명한 한국교회 주교이기에 또 다른 의미가 더해졌다.

◎…“5, 4, 3, 2, 1. 8시입니다.”

시계가 정확히 오후 8시를 알리자, 서울 명일동성당은 환호성과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임병헌 신부, 9지구장 겸 천호동본당 이성운 신부와 함께 성당 1층 만남의 방으로 등장한 서울대교구 신임 보좌주교 유경촌 주교에게 향한 축하와 기대가 섞인 환호였다.

임병헌 신부는 “오랫동안 주교님 탄생을 기다려왔는데 하느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셨다”며 “유 주교님께서 좋은 주교님이 되시도록 명일동본당 신자들께서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200여 명의 본당 신자들이 함께했다. 일선 본당 주임 출신 주교 임명이 10여 년 만이기에 기쁨도 컸지만, 지난해 8월 말 부임한 유 주교가 곧 본당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많은 신자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선(마리아)씨는 “주교님께 이제 정들었는데 떠나가신다니 아쉽다”면서도 “하지만 주교님이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명일동 본당 신자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성운 신부는 “명일동이 유 주교님에게는 유일한 본당”이라며 “하느님께서 도우시고 여러분들이 기도하고 또 함께 할 때 주교님께서 무거운 십자가를 질 수 있다”고 전했다.

◎… 가르멜 수도회 수도자들은 12월 30일 당일까지도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가 정순택 신부가 머물고 있는 가르멜 수도회 인천수도원을 찾아 저녁기도와 식사를 함께할 때까지 정 신부의 주교 임명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조 주교가 한국 가르멜 수도회 창립자인 박병해 신부에게 “사람을 ‘납치’해 가려면 몰래 와야 한다”고 농담을 건넨 후 오후 8시가 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 신부를 주교로 임명했다는 소식을 공식적으로 전하자 가르멜 수도원 수사들은 일제히 놀람과 동시에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이 자리에서 조 주교는 정 주교에서 꽃다발과 주교 십자가를 선물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강유수 신부(전 가르멜 수도회 광주수도원장)는 “기쁘기도 하고 많이 서운하면서 한편으로 수도회 삶과 교구의 삶이 달라 걱정도 크다”면서 “정 주교님은 선하면서도 올곧은 정의감이 있을 뿐 아니라 철저히 순명하는 보기 드문 성품을 지닌 분으로 교황님이 ‘제대로’ 뽑은 인재”라고 정 주교를 소개했다.

◎… 한국교회에서는 두 번째 수도회 출신인 주교로 지난 2010년 군종교구장으로 임명돼 군사목 일선을 누비고 있는 유수일 주교는 자신에 이어 세 번째 수도회 출신 주교 탄생에 진심어린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유 주교는 정 주교의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소식을 접하고 “우리 교회는 지금 무엇보다, 기도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하여 살아가면서,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겸손하고 가난하고 단순하게 살아가고, 주님께서 최후의 심판과 관련하여 언급하신 ‘가장 작은 이들(마태 25, 40)’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살아가는 주교, 성직자, 수도자들을 찾고 있다”면서 “정 주교가 이 요청에 부응하는 주교가 되리라 믿으며 또 이 요청에 충실히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길” 희망했다. 특히 “정 주교가 가르멜 수도회의 수도자로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이 지녔던 그 위대한 영성과 삶의 모범을 보여주어 한국 교회에 큰 빛이 되어주길” 기원했다.

유경촌 주교와 정순택 주교는 12월 31일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대사관 성당에서 교회법에 따라 신앙과 교황에 대한 순명을 서약, 하느님 백성을 다스리는 직무에 충실하고 보편교회 일치를 위해 노력하며 신자들을 완덕에로 이끌어갈 의무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정각 오후 8시, 서울대교구 신임 보좌주교로 임명된 유경촌 주교가 신자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조규만 주교가 신임 정순택 주교에게 주교 십자가를 선물하고 있다.

서상덕 기자,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