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희망에코마을’ 건설 나선 도미니코수도회 김성구 신부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9-08-06 수정일 2019-08-06 발행일 2019-08-11 제 3157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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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마을공동체 만듭니다”
상부상조 문화… 현실에 접목
법적·경제적 어려움 따르기도

‘희망에코마을’을 준비하는 김성구 신부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발달장애인들은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오히려 세상에 복음의 빛을 보여줄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희망에코를 지도하는 김성구 신부(도미니코수도회)는 발달장애인을 바라볼 때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이론적이고 관념적인 말이 아니다. 김 신부가 발달장애인의 가족을 위한 ‘희망에코마을’을 준비해가면서 겪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희망에코마을’은 발달장애인들이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획된 거주공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많지 않은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을 기획했지만 김 신부는 사회복지사나 발달장애에 관한 전문가는 아니다. 김 신부는 자신은 “공동체의 한 부분”이라며 “발달장애인들이 중심이 됐고, 그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진실한 마음으로 함께했기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옛날 우리 사회에는 서로 이웃에게 관심을 갖는 미풍양속이 있었습니다. 이 정신을 현대사회에 적용시킨 공동체를 가능하게 해준 것이 발달장애인들입니다.”

김 신부는 신학생 시절부터 빠르게 개인화, 세속화되는 세상에서 생명의 문화를 일구는 방법을 늘 고민해왔다. 그러면서 찾은 해답이 “옛 선조들의 상부상조 문화를 현대사회에 맞게 변화시킨 공동체”다. 김 신부는 이런 공동체야말로 “복음의 길을 가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실제 적용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런 중에 만난 것이 발달장애인들이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신들의 사후에도 자녀들을 돌봐줄 시스템을 원했고, 김 신부가 구상하던 공동체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었다.

김 신부는 “부모님들이 공동체 형성의 의미를 알게 되고, 또 그것이 본인의 자녀들을 통해 가능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녀들이 세상에 태어난 것의 의미를 두고 기뻐했다”며 “그 기쁨을 보며 나는 더 기뻤다”고 말했다.

전례가 없는 사업이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새로운 체계를 잡는 것에서부터 경제적인 문제, 건축에 필요한 여러 사안들, 법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었다. 하지만 마을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서로 자신의 것을 희생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 아직 마을은 세워지지 않았지만, 이미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김 신부가 지향하던 공동체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 공동체는 발달장애인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필요합니다. 희망에코마을은 교회가 교회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해 공동체적으로 신앙적으로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보편적인 것이 가장 가톨릭적인 것이고, 이것이 바로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요.”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