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의료민영화 문제와 교회’ 강연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19-04-30 수정일 2019-04-30 발행일 2019-05-05 제 314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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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가 돈벌이 되면 인간도 상품 취급 받아”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4월 27일 마련한 ‘의료민영화 문제와 교회’ 주제 강연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사무처장이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문제에 대해 교회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황경원 신부, 이하 서울 정평위)는 4월 27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2층에서 ‘의료민영화 문제와 교회’ 주제 ‘교회와 세상’ 강연을 통해 이 문제를 짚었다.

강연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토마스 아퀴나스) 사무처장과 서울 정평위 위원 박동호 신부(서울 이문동본당 주임)가 맡았다.

정형준 처장은 ‘의료민영화와 영리병원 문제’를 주제로 영리병원이 추구하는 의료산업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의료가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될 것을 우려했다.

정 처장은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 제약산업, 의료기기산업, 대학의 결합을 뜻하는 ‘의료산업복합체’가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움직인다”고 말했다. 의료산업복합체는 전문가가 아닌 영리기업의 경영자 혹은 경영 집단이 병원을 운영·관리하면서 거대한 의료자본을 형성한다. 정 처장은 의료산업복합체의 모델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예로 들며 “의료기기산업과 제약산업, 보험사 등 의료산업복합체의 모든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에 영리병원만 가능하게 된다면 완전체를 이뤄 막대한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처장은 영리병원 지지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산업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한국 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정 처장은 “의료서비스 자체는 적극 장려하고 육성돼야 하지만 돈벌이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보는 시각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의료는 모든 국민이 필요에 따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라며 “빈부격차나 성별, 나이 등으로 의료서비스가 차별되는 상황을 최소화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 처장은 한국에 영리병원이 도입된다면 의료서비스의 상품화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동호 신부는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바라본 의료민영화’를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박 신부는 「간추린 사회교리」에서 나오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과 사유재산’을 설명하며 사유재산과 대비되는 물과 같은 ‘순수공공재’ 개념에 대해 말했다. 박 신부는 “의료를 어느 영역에 포함시켜야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의료를 상품으로 선택해 사유재산 영역으로 분류한다면 의료가 상품화됨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또 “그 책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중되고 사회의 비대칭성이 커질 것”이라며 “사회적 중개를 통해 삶의 질을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 신부는 이어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44항의 ‘다양한 제도와 전문 분야에 정통하고 그 깊은 정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는 문구를 해석했다. 이에 대해 박 신부는 “여기에 나오는 깊은 정신은 인간존엄과 사회정의, 공동선”이라며 “이는 국가가 의료 서비스 제공에 대한 의무가 있음을 드러내는 표현이다”이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병원이 영리화되면 국가의 의무가 무너진다”며 “몸을 다루는 의료분야가 산업으로 전이돼 경제개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존재가 아닌 소유의 기준으로 모든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