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도 간소화된 세례예식보다는 세례공간을 복원해, 신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세례의 의미를 더 기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세례성사가 되면 더 좋겠습니다.”
세례만을 위한 경당인 세례당, 침수(沈水) 세례를 위한 세례반, 주수(注水) 세례를 위한 세례대. 한국 신자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들이다. 김진태 신부(수원교구 국내연학)도 1994년 스페인에 건축연수로 수많은 성당을 방문하면서 우리에겐 낯선 세례공간들에 감탄했다. 그 이후 ‘왜 한국교회에는 세례공간이 없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 김 신부는 지난 2월 논문 「가톨릭교회 세례 공간의 역사적 고찰」을 써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신학교 시절을 되돌아보니 전례학은 배웠지만, 세례대나 세례반에 관한 것을 접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시간이 지체된다는 이유로 우리가 세례 예식을 너무 간소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회는 이미 1~2세기경부터 침수 세례를 위한 공간을 조성해왔고, 주수세례 방식이 자리잡은 이후로도 세례공간은 20세기 동안 성당 건축공간에 지속적으로 반영돼왔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경우 세례반과 세례대도 극소수일 뿐 아니라 세례대가 설치된 곳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 신부는 “전교지방이라 세례자가 많다보니 대부분 시간적인 이유로 세례공간을 준비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세례공간이 낯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