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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아동 보호’ 회의 다녀온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9-03-12 수정일 2019-03-12 발행일 2019-03-17 제 313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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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 성학대 피해자 보호하고 치유해야”
 주교회의 성학대 피해 접수처 설치 등
 이번 춘계 총회서도 구체적 대책 논의
“무엇보다 예방교육에 최선을 다할 것”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이번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교회 내 성학대와 성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한다.

“아동 성추행과 성폭력은 저항할 수 없는 약자에 대한 폭력입니다. 교회 안의 모든 폭력, 특히 아동과 취약한 이들에 대한 폭력에는 절대로 관용을 베풀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교회는 무한 책임을 지고 약자를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달 21~24일 교황청에서는 ‘교회 내 아동 보호’를 위한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단 회의가 열렸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도 이 회의에 참석해 미성년자와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김 대주교를 포함한 190여 명의 회의 참가자들은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각국의 방안을 공유했다. 김 대주교는 3월 6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교계 기자들과 만나 회의 결과를 알렸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교황께서는 교회의 장상에게 피해자의 호소를 듣는 용기와 지도력을 요구했으며, 이들을 용기 있게 대면해 직접 피해사실을 듣고 이들의 상처를 치유해 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물론 가해자에 대해 응당한 책임 추궁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 대주교는 4일에 걸친 회의 동안 ▲피해자 조사와 치유를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지침 마련 ▲피해자들이 쉽게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 기구 설치 ▲책무를 다하지 않는 주교에 대한 고발 ▲피해자와 내부 고발자 보호 ▲가해자 사법당국 고발 ▲성학대 예방을 위한 교육 및 주기적 활동 점검 등의 구체적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23일에는 참회예식을 통해 지금까지 교회가 했던 잘못과 성학대를 막지 못한 사실을 반성했다.

김 대주교는 “교회 안에서 성학대와 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면서 “교회는 민감하게 이 사안을 식별하고 희생자가 있는지 깨어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또 교회 내 성학대 예방을 위해 문제를 노출하고 함께 토론하며 치유하는 개방성과 논의구조와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주교는 “교회의 구성원 모두가 공동체성을 발휘해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함께 소통하는 교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계 주교회의 의장단 회의 결과는 3월 25일 시작하는 2019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김 대주교는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이번 회의 내용을 공유하고 주교회의 차원의 교회 내 성학대 피해 접수처 설치 및 교구별 대책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 “특히 교회 내 성학대 문제에 둔감해지지 않도록 예방교육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2년 미국에서 아동 성학대 문제가 불거지자 미국 추기경들을 소환해 ‘이러한 아픔과 슬픔을 통해 더 거룩한 성직자와 수도자, 교회가 되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하셨습니다. 우리도 이러한 아픔을 극복해 더욱 거룩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