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동아시아 화해와 평화 분과 회의 주최한 나카이 준 신부

일본 정다빈 기자
입력일 2018-11-27 수정일 2018-11-27 발행일 2018-12-02 제 3122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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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평화, 소명으로 느껴
교회 안에 관련 단체 존재해야”

나카이 준 신부는 “동아시아의 화해와 평화가 소명이자 비전”이라고 말한다.

“일본 사회에 ‘원죄’가 있다면 그것은 식민지배의 역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쟁의 책임을 묻지 않았기에 소외된 사람들의 희생이 반복되는 시스템이 극복되지 못했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일본 사회는 결코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일본 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 소장 나카이 준 신부(일본 예수회)는 ‘동아시아의 화해와 평화’가 자신의 소명이자 비전이라고 말한다. 나카이 신부는 11월 24일 나고야에서 열린 제40회 일본 가톨릭 정의평화 전국 집회에서 ‘동아시아 화해와 평화’ 분과를 주최했다. 나카이 신부는 이번 회의가 자신의 ‘오랜 꿈’이었다고 표현한다.

나카이 신부가 처음 한국과 일본의 화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온 한국 친구 덕분이었다. 가까운 친구가 됐지만 역사에 대해 얘기를 할 때마다 말싸움이 됐고, 제국주의 전쟁 시기의 책임을 모두 일본에게만 묻는 것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후 한국을 찾아 독립기념관을 방문하고 희생당한 한국 사람들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며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저에게는 그때가 회심의 순간이었습니다.”

예수회에 입회하고 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로 오게 되면서 재일동포들과 교류하게 됐고, 한국과 일본이 과거를 극복하고 화해하는 일에 대한 소명을 다시 확인했다. 이후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동아시아 화해 신학을 주제로 석사 과정을 밟았고 한국에도 1년간 머물며 한국어를 배우고 여러 시민운동에도 참여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도 여러 차례 참여해 연대했다.

“한국의 활동가들과 연대하면서 한국과 일본 모두의 화해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교회 안에서는 이들을 조직하는 단체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것이 교회 안에 동아시아 화해와 평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일본 가톨릭 정의평화 전국 집회에서 분과를 개설한 것은 동아시아 화해와 평화 네트워크를 향한 첫 걸음이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 듀크대학교 신학대학이 매년 주최하는 ‘동북아시아 그리스도인 화해 포럼’에서 만난 한국의 가톨릭 참가자들을 주로 초대해 네트워크 구성의 첫 발을 내딛었다. 우선은 한국과 일본이 매년 번갈아가며 네트워크 모임을 개최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중국과 대만, 홍콩의 신앙인들도 초대해 동아시아 전체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는 가톨릭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계획 중이다.

한국과 일본의 화해,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 한 사람이 이뤄내기에 너무 막연하고 어려운 주제는 아닐까? 나카이 신부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한다. “화해와 평화를 이룬다는 것은 곧 이웃에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화해를 향한 열망을 가진 한국 사람들 그리고 여전히 차별받는 재일 동포들과 연대하며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평화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일본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