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노숙인들 안식처 ‘안나의 집’ 새 둥지 축복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9-04 수정일 2018-09-04 발행일 2018-09-09 제 311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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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간 성당 부지에 조립식 건물 세워 운영
교구 지원과 후원금으로 새 건물 신축
무료급식소·샤워실·상담실·진료실 등 갖춰
매일 노숙인 550여 명 찾아와 식당 이용

9월 1일 이용훈 주교가 안나의 집 축복식 중 노숙인들이 이용할 급식시설에 성수를 뿌리고 있다.

지난 20년간 노숙인들의 안식처가 되어준 성남 안나의 집(대표 김하종 신부)이 9월 1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 118에 건물을 신축하고, 축복식을 거행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진행된 이날 축복식에는 수원교구청 사제단과 성남지구 사제단, 오블라띠수도회 사제단, 마르코 델라 세타 이탈리아 대사, 신상진(요한 세례자) 국회의원 등 교회 내외 인사와 하객 650여 명이 참례했다.

안나의 집은 1998년 설립 이래 20년 동안 수원교구가 무상으로 임대한 성남동성당 부지에 조립식 건물을 세워 운영해왔다. 안나의 집은 노숙인들을 더욱 인간적으로 대우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해왔고, 교구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2018년에 맞춰 새 건물을 준비해왔다.

연면적 1345㎡로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신축된 안나의 집은 지하 1층 무료급식소와 샤워실, 이발실을 비롯해 사무실, 휴게실, 접견실, 상담실, 진료실, 강당, 기도실, 작업장, 기숙사 등을 갖추고 있다.

안나의 집 전경.

안나의 집 건물은 많은 이들의 후원으로 마련될 수 있었다. 20년 간 성남동성당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해준 수원교구는 안나의 집 신축에 10억 원을 지원했다. 또 성남지구 8개 본당은 2017년과 이날 2차례에 걸쳐 총 6000만 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김하종 신부는 이날 “안나의 집이 20년을 지내오는 동안 예수께서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시며 도와주셨다”면서 십자가상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이어 봉사자들과 후원자, 직원, 내빈들에게도 감사의 뜻으로 큰 절을 올렸다.

김 신부는 “안나의 집은 돈보다 기도가 많이 필요한 곳”이라면서 “노숙인, 독거노인, 버림받은 사람 등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신부는 축복식에 온 하객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의미로 묵주를 선물하기도 했다.

안나의 집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노숙인이 급격하게 발생하면서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해 1998년 7월 오블라띠선교수도회 김하종 신부가 설립했다.

안나의 집에는 매일 550여 명의 노숙인이 찾아와 무료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또 2002년부터는 가정해체, 경제적 어려움으로 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보호, 양육해 노숙을 미연에 방지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현재 청소년쉼터, 아동그룹홈, 자립관 등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동청소년상담소 ‘아지트’(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와 청소년급식소 ‘밥묵차’ 등 거리의 청소년들을 찾아다니는 활동도 이어가며 사랑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