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인의 눈] 생태 위기에 대응하는 종교인들의 실천 / 이미영

이미영 발비나,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3-09-05 수정일 2023-09-05 발행일 2023-09-10 제 3359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뜨거워도 아침저녁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이제 가을이구나 싶어 반갑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름 보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데, 올여름은 유난히 더 숨막힐 듯한 무더위에 지치는 날이 많았습니다. 제가 점점 나이 들어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면서 우리나라도 점점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어 더 힘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7월의 지구 표면과 해수면 온도가 역대 최고였다며,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으로 꼽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한 온도’에 거의 근접한 수치라고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 5년 이내에 1.5도를 초과할 확률이 66%에 달한다고도 예측했습니다. 이를 보며 유엔 사무총장은 이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가 펄펄 끓는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 과학자는 앞으로의 여름은 점점 더 뜨거워질 것이기에, “올해가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과학 데이터를 보지 않아도, 이미 우리 모두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만 하더라도 불볕더위가 계속되다가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는 극단적인 날씨 변화가 반복되면서 온열질환 사망자와 환자도 예년보다 크게 늘었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비롯해 호우 피해 사상자와 이재민도 많이 발생했습니다.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며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는 아열대 해양생물이 잇따라 발견되고, 농촌에서도 아열대 작물 재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심각하게 위기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무관심하게 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외면합니다.

생태적 삶을 선택하는 데 있어, 자기 건강을 위해서 혹은 경제적으로 이득이라 친환경적 삶을 살아야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별로 오래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귀찮고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계속해야 하는 일이라, 조건이 바뀌면 몸에 익숙하고 편안한 삶으로 금세 돌아간다는 겁니다. 하지만 고통받는 생명에 대한 공감과 연민, 깊은 사랑과 연대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실천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찬미받으소서」에서 ‘생태적 회심’을 강조하는 이유, 이 생태 위기에 종교계가 앞장서서 절제와 희생의 삶을 살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른 종교에서는 생태 활동을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몇몇 분께 여쭤봤습니다. 불교 쪽에서는 불교의 채식문화를 생태 위기 시대의 대안으로 제안하며, 복날 채식 캠페인을 벌이는 등 채식을 권하는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원불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나이만큼 나무를 심으며 작은 숲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교당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 에너지로 바꾸는 ‘햇빛교당’을 늘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개신교 쪽에서는 생태 교육자료 발간, 환경 캠페인 등을 통해 생태영성 교육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특히 모든 그리스도인이 함께 연대하여 기도하는 이 ‘창조시기’를 사순절이나 대림절처럼 ‘창조절’로 보내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을 돌보기 위해 기도하고 행동하도록 강조한다고 합니다. 우리 가톨릭교회도 순교자성월과 겹친 이 창조시기를 녹색 순교의 정신으로 희생과 절제를 실천하도록 권하는 교구가 많습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마태 18,19)라는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인들이, 또한 세상을 사랑하는 종교인들이 앞장서는 기도와 실천이 정의와 평화의 강물처럼 흘러, 불의의 태산 같은 생태 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기를 간절히 청해 봅니다.

이미영 발비나,우리신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