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정신 숨쉬는 전인교육으로 높은 인격 갖춘 인재 키운다 자율 동아리로 학생 신앙생활 지원 학생 참여 주도형 학교 감성화 사업 교육 활동에 학생·학부모 의견 반영
원주교구 진광중학교(교장 김종원 치릴로)와 진광고등학교(교장 성현 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국가적 장래를 위해 교육사업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초대 교구장 고(故) 지학순(다니엘) 주교에 의해 각각 1968년과 1973년 개교했다. 진광중고등학교는 5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면서 원주를 대표하는 교육기관으로 발전해 원주 시민들에게는 ‘원주 하면 진광중고, 진광중고 하면 원주’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다. ‘진의애’(眞義愛)를 교훈으로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인재 양성에 일관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진광중고의 교육을 살펴본다.
■ 진광 교육의 기본 방향
진광중고는 그리스도교 정신에 입각한 도덕 교육을 통해 하느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깊은 진리를 깨달아 높은 지성과 인격을 갖춘 인간을 육성한다는 정신에서 설립됐다. 진광중고 설립 정신은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자기중심주의에 빠져들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시대를 초월해 제시하고 있다. 진광중고 정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교훈비가 눈에 들어온다. 바위에 새겨진 ‘참을 찾자’(眞), ‘옳게 살자’(義), ‘사랑하자’(愛)는 교훈은 모든 교직원과 학생들이 교문에 들어설 때마다 마주하게 된다. 스스로 진리를 좇고 의롭게 살아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양성하는 것이 학교 설립 때부터 정립된 진광 교육의 기본 방향이다 . 이 기본 방향에서 이상적인 교사상과 학생상 그리고 학교상이 나온다. 학생을 존중하며 사랑과 열정으로 배움을 향상시키는 교사, 나눔과 배려,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교사를 존경하는 학생, 가톨릭 정신이 학교 교육 속에서 생동하는 학교가 그것이다. 심형섭(안드레아) 진광고 교감은 “요즘 교권 침해나 학생 인권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진광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에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신뢰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어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 같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문길(라파엘) 진광중 교감도 “인성교육을 꾸준히 받는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차분한 학교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50년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지역사회에서 밝고 믿을 수 있는 학교라는 인식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진광중고는 교직원과 학생들의 신앙생활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자 교직원들은 신앙생활에 충실하고자 ‘돈보스코회’를 만들어 매주 화요일마다 교직원 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며, 교직원들 자체적인 성지순례를 떠나기도 한다. 교내에서도 신앙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진광중은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와 자율 동아리 ‘종교문화 연구회’를 운영하고, 진광고는 ‘가톨릭학생회’를 운영 중에 있다. 진광중고는 가톨릭 학교라는 정체성에 입각해 인성과 도덕성 교육에 중점을 두면서도 우수한 교사진의 열성적인 학과 지도를 바탕으로 대학입학 성적에서도 강원도 내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 모델 제시
진광중고는 급변하는 시대상과 교육 환경을 마주하며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특히, 1968년 남녀 공학으로 개교한 진광중은 1969년 2월 첫 졸업식을 연 뒤 반세기 동안 남학생으로만 교육 과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2022년 3월부터 50여 년 만에 다시 남녀 공학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기존 남학생 위주의 교육 환경과 교육 과정을 남녀 공학 환경과 과정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어떻게 하면 학생 전체에게 좀 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가 됐다. 이를 위해 진광중이 추진한 사업이 ‘학생 참여 주도형 학교 감성화 사업’이다. 한국사회에서 학교의 중요 의사 결정 과정에 학생들은 참여하기 어려웠지만 진광중은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새 교육 과정을 추진하는 데 학생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했다. ‘학생 참여 주도형 학교 감성화 사업’을 위해 학교 환경 개선에 관심이 많은 학생 중 본인 의사를 존중해 24명을 선발했다. 진광중 최문길 교감은 “이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교사들보다 오히려 학생들이 학교 생활의 작은 부분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과 요즘 청소년들이 게임에만 빠져들거나 개인적인 생활에만 집착한다는 편견과는 동떨어진 매우 발전적이고 사회성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학생 참여 주도형 학교 감성화 사업’에는 “어둡고 딱딱한 분위기의 오래된 건물에 밝은 색상과 간접 조명을 도입해 달라”, “교실 벽 또는 복도에 갤러리나 아트 월을 꾸며 좀더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진광중은 학생들의 의견을 교육 과정에 충분히 반영시켜 운영할 방침이다. 진광중 학부모들이 교내 교육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과거에는 학부모들이 특별한 날에나 학교를 찾았지만 ‘학부모와 함께하는 학생독립운동기념일 행사’, 학생 체육대회 지원, 학교 주변 정화 활동, 학부모 동아리 활동에 학부모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학부모 동아리 활동에는 학교 예산을 지원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부모와 학생, 부모 상호간, 학생 상호간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진광고 역시 입시 준비에 충실하면서도 학생들이 재학 중 자신의 특기를 찾고 개발하며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교내 동아리는 스포츠, 음악, 문학, 환경, 상담 등 60여 개나 운영되고 있어 학생들이 어떤 분야든 관심이 있고 배우고 싶은 열의만 있으면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근 차세대 유망 직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글로벌 IT교과 특성화 학교’로서 인공지능기초, 융합과학 등 실질적이고 체험적인 교과 학습을 진행 중이다. 진광고는 보건복지부 지정 인구 교육 선도학교이기도 하다. 가족기능 회복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교육하고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한편, 이에 대한 해법을 제안하는 특색 있는 활동도 이뤄진다. 진광고 교장 성현 신부는 “요즘 교육계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며 “진광학교의 기본은 무엇보다 인성교육이고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가톨릭적 전인교육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