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신문-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 공동기획 ‘우리는 모두 하나’] (29) 한 사람

황순찬 베드로 교수,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입력일 2023-07-18 수정일 2023-07-18 발행일 2023-07-23 제 335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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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상호작용’
아기는 한동안 자기에게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뇌 신경세포 연결망, 시냅스(synapse)를 갖게 됩니다. 향후 효율적인 뇌 사용을 위해서는 유아기, 아동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꼭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명료화시키는 가지치기(synaptic pruning)가 중요합니다.

시냅스의 과잉 생성은 ‘인간이 한 사람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으로 태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린 아이들은 1인분이 넘는 생각들을 합니다. 현실적인 생각 외에도 해괴망측한 생각, 공상, 상상 등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부모와 자주 어울려 놀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 일종의 가지치기 작용이 일어납니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생각을 정돈합니다.

또 학령기, 청소년기에 또래와 상호작용하면서 자기 생각이 친구들도 공감할 만한 것인지 확인하면서 다시금 가지치기를 수행합니다.

이렇게 가정과 사회에서 타자와 빈번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면, 성인이 됐을 때 한 사람 분량의 시냅스로 정리됩니다. 비로소 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한 사람으로 걷고, 먹고, 잠을 잘 수 있습니다. 아주 단순하고 평온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되지 못하면, 여전히 여러 사람으로 살아야 합니다.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오만 가지 생각이 엄습해 들어와 마음 편히 걷고, 식사할 수가 없습니다. 잠을 잘 때도 주로 부정적인 생각과 이야기들이 뇌를 각성시켜 숙면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치 스마트폰에서 불필요한 앱들이 삭제되지 않고 계속 함께 작동하면서 진짜 실행되어야 할 프로그램을 방해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되면 점점 더 각성수준이 올라가서 더 예민해지고 더 혼란스러운 상태가 됩니다.

한 사람이 되기 위한 전제는 타자와의 만남과 소통입니다. 타자와의 빈번한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우리는 불필요한 생각을 덜어내고 현실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 사람이 되는 전제는 고립과 단절입니다. 고립과 단절은 우리 내면에 깊숙이 숨겨둔 자폐성을 활성화합니다. 그리고 자폐성은 세상과 공유할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와 자기분열을 통해 복제된 거짓 타자(혼잣말의 증가)만을 양산합니다. 이렇게 되면 존재하고 있지만 타인에게 인지되고 수용되지 못하면서 사회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됩니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장악한 ‘나’라는 존재는 자기 안에서 이미 수많은 검열과 통제를 당하고 있기에 진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를 형성하기가 어렵습니다.

며칠 전, 서울시가 ‘사회적 고립 위험 1인 가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년여에 걸친 조사 결과, 고독사 위험 가구가 5만2718가구이고 연말까지 미확인 가구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해당 가구가 1인 가구가 된 배경은 이혼이 가장 많았습니다. 주거 형태는 다가구 주택(월세), 직업은 무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위험 가구는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주위에 대화 나눌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간 단 한 차례의 소통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황순찬 베드로 교수,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