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평화를 지향하는 그리스도인의 의무

입력일 2023-06-05 수정일 2023-06-05 발행일 2023-06-11 제 334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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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사는 우리 민족을 위해 해마다 6월 25일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해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남북한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기도해오고 있다.

올해는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십시오”(콜로 3,15)를 주제로 9일 기도와 정전 70주년을 성찰하는 심포지엄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7월 27일까지는 매일 밤 9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바치는 주모경과 함께 ‘평화를 구하는 기도’도 봉헌하기로 했다.

그리스도인은 사랑과 용서, 자비에 대해 복음에서 배우고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그것이 정치나 혹은 남북 관계에는 적용되지 않는 가치인 듯 여겨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곤 한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에게는 평화를 지향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던 세상, 평화롭게 만드신 세상을 잘 가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평화가 이뤄지도록 마음을 모으고, 우리 스스로 평화의 도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른 체제와 문화 속에 지내온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계속 이어질 때, 용서와 화해, 포용과 화합이라는 가치가 스며들고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 미움과 분열, 폭력과 증오 대신 사랑과 일치, 평화와 화해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자. ‘흩어진 사람들을 모으시고 모인 사람들을 지켜주시는’ 하느님의 섭리와 자비를 청하며 기도의 힘을 모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