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갈릴레오 재판 사건(1) 천동설의 탄생

김도현 바오로 신부(전 서강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3-01-17 수정일 2023-01-17 발행일 2023-01-22 제 3328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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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중심은 지구” 고대부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행성의 밝기가 변화하는 모습과
천체의 역행 운동 발견하면서
천동설에 대한 의문 생기게 돼

1660년 당시 지구 주변으로 행성들이 돌고 있는 지구 중심설을 표현한 그림.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들로부터 이어져 오는 그리스도교 교회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로마제국 통일 이래로 튼튼한 제도권 교회를 확립하게 됩니다. 그 결과 고대 및 중세 서구 사회에서 그리스도교는 종교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인류학적인 측면, 심지어 자연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하지만 1600년대까지도 자연과학에 관한 교회의 관점은 당시 유럽을 지배하던 아리스토텔레스적 관점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천문학 분야에서는 천동설(지구 중심설·geocentrism)을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천동설, 지구 중심설이라는 말은 ‘지구는 가만히 있고 태양과 그 외의 여러 행성들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이론입니다. 흔히 천동설은 프톨레마이오스가 처음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천동설의 완성자입니다. 사실 천동설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전부터 고대 그리스에서 이미 공식적으로 존재했던 개념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기록 문헌을 찾아내지 못해서 잘 모를 뿐 이 세상 만물이 생겨났을 때부터 이미 인류의 마음속에는 천동설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대 중국 문헌 혹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등등 여러 고대 문헌들을 모두 다 살펴보면 ‘땅은 정지해 있고 하늘의 태양이 움직인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관점은 인간이 지구에 출연한 이후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던 것이었습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그 이전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모두 다 ‘원 운동’을 기반으로 해서 행성들의 움직임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들이 원 운동을 특별히 강조한 이유는 원이라는 개념이 기하학적으로 가장 완전한 형태라고 보았기 때문이죠. 여러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원이라는 것은 그냥 반지름 하나만 주어지면 그릴 수 있는 기하학적인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우리의 우주가 가장 완전한 기하학적 구조인 원, 혹은 원의 3차원적 구조인 구로 구성된 완벽한 천체라고 보았습니다.

물체가 일정한 속력으로 완벽한 원 운동을 하는 ‘등속 원 운동’을 설명하는 그림.

여기서 우리가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은 모든 천상의 물체들은 반드시 ‘등속 원 운동’(uniform circular motion)을 한다고 그들이 믿었다는 것입니다. 등속 원 운동은 (첫 번째 그림에서 보시듯이) 물체가 일정한 속력을 가지고 완벽한 원 운동을 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기하학적인 이유 때문에 태양과 달을 포함한 우리 우주의 모든 행성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등속 원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주장은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1571~1630)가 1600년대 초반에 행성의 타원 궤도를 발견할 때까지 전 유럽과 아랍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던 아주 중요한 천문학적인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믿고 받아들여 왔던 천문학적인 내용인 등속 원 운동에 기반한 천동설은 사실 두 가지 측면에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행성들의 밝기가 바뀐다는 점이었습니다. 수성, 금성, 목성, 토성과 같은 행성들의 경우, 밤에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맨눈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그 모든 행성들이 등속 원 운동을 따라서 움직인다고 하면 이 행성들은 1년 내내 지구와 정확하게 동일한 거리만큼 떨어져서 등속 원 운동을 할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밝기가 바뀔 가능성이 없게 됩니다. 근데 정작 고대의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사람들은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관찰을 해보니 이 행성들의 밝기가 계속 바뀐다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어떨 때는 밝고 어떨 때는 어둡더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때부터 사람들이 ‘이건 분명히 지구로부터 행성까지 떨어진 거리가 바뀌기 때문에 밝기가 바뀌는 것이 아닐까’하고 의심을 품게 됩니다.

행성이나 천체가 특정 위치에서 관측될 때, 그것이 속한 행성계 내에서 다른 천체들의 방향과는 반대로 이동하는 것을 뜻하는 역행 운동.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또 하나 발견됩니다. 바로 역행 운동(retrograde motion)이라는 현상이 발견된 것입니다. 역행 운동은 (두 번째 그림에서 보시듯이) 행성이나 천체가 특정 위치에서 관측될 때, 그것이 속한 행성계 내에서 다른 천체들의 방향과는 반대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행성들은 지구 자전의 결과로 매일 밤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가끔씩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관찰됩니다. 달, 수성, 금성, 태양, 화성, 목성, 토성 등 당시 사람들이 지구 주변을 도는 행성이라고 얘기했던 이 일곱 가지 행성들이 전부 역행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죠. 역행 운동을 고려하게 되면 결국 등속 원 운동을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많은 천문학자들은 행성의 등속 원 운동을 받아들이는 대신에 등속 원 운동을 기반으로 하되 그것을 조금 수정하는 형태의 행성 궤도 모형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기원전 200년경에 페르가의 아폴로니우스라는 인물이 등장하게 됩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전 서강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