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우리가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은 모든 천상의 물체들은 반드시 ‘등속 원 운동’(uniform circular motion)을 한다고 그들이 믿었다는 것입니다. 등속 원 운동은 (첫 번째 그림에서 보시듯이) 물체가 일정한 속력을 가지고 완벽한 원 운동을 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기하학적인 이유 때문에 태양과 달을 포함한 우리 우주의 모든 행성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등속 원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주장은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1571~1630)가 1600년대 초반에 행성의 타원 궤도를 발견할 때까지 전 유럽과 아랍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던 아주 중요한 천문학적인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믿고 받아들여 왔던 천문학적인 내용인 등속 원 운동에 기반한 천동설은 사실 두 가지 측면에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행성들의 밝기가 바뀐다는 점이었습니다. 수성, 금성, 목성, 토성과 같은 행성들의 경우, 밤에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맨눈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그 모든 행성들이 등속 원 운동을 따라서 움직인다고 하면 이 행성들은 1년 내내 지구와 정확하게 동일한 거리만큼 떨어져서 등속 원 운동을 할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밝기가 바뀔 가능성이 없게 됩니다. 근데 정작 고대의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사람들은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관찰을 해보니 이 행성들의 밝기가 계속 바뀐다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어떨 때는 밝고 어떨 때는 어둡더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때부터 사람들이 ‘이건 분명히 지구로부터 행성까지 떨어진 거리가 바뀌기 때문에 밝기가 바뀌는 것이 아닐까’하고 의심을 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