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태 베네딕토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최영균 시몬 신부)는 지난 10월 11일부터 10회 과정으로 ‘시노달리타스와 한국천주교회’ 강좌를 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수원가톨릭대 교수 김의태(베네딕토) 신부가 ‘가톨릭교회 제도 안에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한 강연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교황청 개혁은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어떤 시노달리타스의 구현을 볼 수 있게 할까? 보편교회, 개별교회(교구), 본당에서는 어떻게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할 수 있을까. 시노달리타스를 추구하는 교회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론이다.
보편교회와 개별교회는 유일한 하나의 실체로서 서로 대립하거나 구분되거나 서로 다른 두 개의 실체가 아니다. 성체가 작은 것도 예수님의 몸, 큰 것도 예수님의 몸인 것처럼, 개별교회도 보편교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둘은 복합적 실체로서, 상호의존적이며 서로를 필요로 한다. 개별교회는 구체적이고 한시적인 지역에서 ‘하느님 백성의 한 부분’을 실현하고 육화하는, 보편교회의 구체적 표현이다.
여기서 보편교회와 개별교회는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한쪽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된다. 개별교회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하나이고 유일하고 보편적이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가 아니라 예배당 교회, 독립교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보편교회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획일적인 성격과 권위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주교시노드 제정 50주년 연설에서 “봉사자의 위치는 섬김의 권위, 십자가의 권위’로, 교계는 역삼각형의 모형이다”라고 천명했다. 교회의 이상적 관계와 모델은 주교들에게서 흘러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교회법 제336조는 “주교단은 그 단장이 교황이고 그 단원들은 성사적 축성 및 그 단장과 단원들과의 교계적 친교로 주교들이고 그 안에 사도단이 계속하여 존속하며, 그 단장과 더불어 보편교회에 대한 완전한 최고 권력의 주체로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단장 없이는 결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밝힌다. 따라서 교황과 주교단 중 누가 더 힘이 센가를 묻는 것은 우문인 것이다.
주교단이 보여줄 수 있는 시노달리타스의 역사적 모범은 보편공의회다. 이는 전체 교회의 선익과 관계되는 문제들을 함께 토론하고 결정하기 위한 회합이고, 주교들은 의결투표권을 갖는다. 주교들이 최고 권력을 단체로 행사하는 장엄한 형태이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세계주교시노드의 역할이 점차 강화됐다. 세계주교시노드는 주교뿐만 아니라, 평신도, 수도자도 포함한다.
물론 여기에 의결 투표권은 없지만, 교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식별하여 결정한다는 규범과 대의는 법적 권리를 넘어선다. 교황도 많은 사람의 의견에 대해 함부로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특권적 도구이다. 시노드는 경청의 가치를 중시한다.
교황청 개혁이 요구되는데, ‘과거 복음화 대상이 신앙 없는 사람들이었던 것에 반해 오늘날은 교회와 교황청이 그 대상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다’고 교황은 언급했다. 믿음이 더 이상 ‘명백한 삶의 전제’가 아니게 되었고, 새로운 복음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래서 교황청 기구도 새롭게 재편됐다. 부서들과 내부 기관들 사이는 ‘수렴의 원리’로 친교를 이룬다. 부서장들과 갖는 정기회의, 부서들의 합동 회의가 더욱 중요성을 띠게 됐다.
주교들의 사도좌 정기방문 때 부서장들과의 만남이 있고, 개별 부서에도 평신도와 수도회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교황청 내에서 평신도의 역할수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교황청 기구들은 교황으로부터 대리권을 부여받는다. 교황청 부서나 조직의 책임을 맡는 사람은 자신이 부여받은 교계적 지위 때문이 아니라, 교황으로부터 받았고 교황 이름으로 행사되는 권한 때문에 권위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