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평생 가난한 환자 위해 헌신한 선우경식 원장을 기억하다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11-16 수정일 2022-11-16 발행일 2022-11-20 제 331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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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기림 미사 봉헌
요셉의원 운영에 모든 것 바친
사랑 실천과 봉사의 삶 되새겨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11월 12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요셉의원 설립자 故 선우경식 원장을 추모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요셉의원의 고(故) 선우경식 원장(요셉·1945~2008)을 추모하는 ‘선우경식 요셉 원장 기림 미사’가 11월 12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봉헌됐다.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위해 평생 무료진료로 헌신했던 선우경식 원장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미사는 서울대교구 ‘기억하다·빛과 소금이 된 이들’ 두 번째 미사로 봉헌됐으며, 유경촌 주교(티모테오·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와 구요비 주교(욥·수도회담당 교구장 대리), 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했다. 미사에는 요셉의원 후원자와 봉사자, 선우 원장의 모교인 서울고등학교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동문 등 600여 명이 참례해 고인의 뜻을 기렸다.

정순택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선우 원장님은 복음의 협력자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일을 평생 실천하신 분”이라며 “가난한 이들을 하느님의 선물로 여기는 마음으로 의대 재학생 때부터 무료 봉사를 시작해 1987년 서울 신림동에 자선병원인 요셉의원을 설립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3개월도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선우 원장님의 헌신이 밑바탕이 돼 요셉의원은 지금도 35년째 운영되고 있다”면서 “요셉의원은 무료진료뿐만 아니라 먹거리와 생필품도 나누는 등 영적인 돌봄에도 힘쓰는 곳”이라고 밝혔다.

선우 원장이 설립한 요셉의원은 지역 재개발로 인해 1997년 영등포 쪽방촌으로 이전한 뒤에도 무료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선우 원장은 지인이 선물한 중고 자동차도 기름값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타지 않고 지하철로 출퇴근을 할 정도로 요셉의원 운영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또한 요셉의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는 큰 병원에 데려가 사정하다시피 전문적인 진료를 부탁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정 대주교는 “선우 원장님이 생전에 ‘나는 원하는 대로 봉사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풍요롭게 살았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세상적으로는 어리석게 보일지라도 가장 행복한 삶을 사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선우 원장은 위암 수술을 받은 뒤에도 변함없이 환자를 돌보다 갑작스레 병세가 악화돼 2008년 4월 15일 선종했다. 선종 뒤에도 그의 유지를 받드는 의료진과 봉사자, 후원자들이 요셉의원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선우 원장 기림 미사에 참례한 대학생 김호준(안토니오·21·수원교구 성남 야탑동본당)씨는 “타인을 위해 세상적인 부와 명예를 버린 선우 원장님의 희생적인 삶을 배우고 싶어 오늘 미사에 참례했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기억하다·빛과 소금이 된 이들’ 미사로 지난 3월 안중근 의사(토마스·1879~1910)를 처음으로 기렸고, 매년 전반기와 후반기 두 차례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