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엔 시원한 바다로… 신앙에도 ‘풍덩’ 빠져볼까요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 찾는 피서지 피란 마다하고 양들 돌보다 순교한 이광재 신부의 사랑 배울 수 있는 곳
시원한 바닷물과 바닷바람, 듣기만 해도 기분이 청량해지는 파도소리까지. 바다는 그 분위기만으로도 여름의 열기를 식혀주는 장소다. 바다를 찾아 ‘피서’를 가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 일상을 떠나 하느님을 찾는 ‘피정’도 곁들여 보면 어떨까.
여름 휴가철을 맞아 동해, 서해, 남해에서 바다를 찾으며 순례도 함께할 수 있는 성지들을 소개한다. 이광재 신부의 사랑이 담긴 성지, 양양 강원도 양양은 해마다 많은 피서객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한국교회 신자에게 이 양양 앞바다는 한 가지 의미가 더 있다. 바로 하느님의 종 이광재(티모테오) 신부의 목숨을 건 사랑이다. 우리나라가 38선을 기점으로 갈라지고, 북한에서 공산당이 집권하게 되자 사제와 수도자들은 물론이고 신자들까지 공산당의 핍박을 받게 됐다. 당시 이 신부는 이북 본당 중 38선에 맞닿은 춘천교구 양양본당을 사목하고 있었다. 이 신부는 자신 역시도 공산당에게 위협을 당하면서도 양양본당 신자들과 함께 38선 이남으로 탈출하려는 이들을 도왔다. 양양의 바다는 바로 그 탈출로 중 하나다. 이 신부가 신자들을 월남시키던 길은 양양성당에서 양양 현북면 명지리에 이르는 ‘티모테오 길’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티모테오 길’은 오늘날 18㎞에 이르는 순례길로 조성돼, 신자들의 순례 외에도 트레킹 혹은 산악자전거 코스로도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탈출로는 현재 ‘티모테오 길’로 조성된 길을 포함해 모두 4개가 있었다. 이 중 하나가 양양 앞바다를 이용한 해로였다. 이 신부와 신자들은 양양 앞바다에 조각배를 숨겨놓고 사제, 수도자들을 태워 주문진이나 강릉까지 보냈다. 이 신부는 “나보다 훌륭한 성직자, 수도자들이 하나라도 더 월남해 남한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힘껏 드러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38선을 넘어가려는 많은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을 일일이 안전하게 숨겨 주고 편의를 봐주며 무사히 월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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