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결과총 10000건

[장애인의 날 특집] 장애인청소년합창단 ‘에반젤리’…“오선지에 불가능 대신 희망의 음표 그려요”

“저한테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 장애인청소년합창단 에반젤리 단원 박소영(26) 씨에게 에반젤리는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다. 서로 눈을 맞추고, 상대의 소리를 들으며, 한 방향을 바라보고 만들어내는 목소리. 발달장애인에게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을 에반젤리 단원들은 현실로 이뤄냈다. 세상의 편견을 견디며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난 발달장애인들의 화음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오랫동안 함께 만들어낸 값진 노래 4월 8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에반젤리 연습실. 오후 6시가 되자 단원들이 하나둘 연습실로 들어섰다.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이뤄진 이들은 학교 수업이나 직장 일을 마친 뒤 매주 수요일 저녁 이곳에 모인다. 학업과 업무로 지칠 법도 했지만, 피아노 반주가 흐르고 지휘자가 손을 들자 24명의 단원은 흐트러짐 없이 한곳에 시선을 모았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등이 포함되는 발달장애는 눈 맞춤이나 호명에 대한 반응이 약하고, 오랜 시간 집중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지휘자의 눈을 바라보며 신호에 맞춰 집중을 이어가고, 다른 이의 소리를 들으며 호흡을 맞춰 노래하는 합창은 발달장애인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 왔다. “이 부분에서는 소리를 줄였다가 점점 키우는 거예요. 옆 사람 소리를 들으면서 목소리가 튀지 않게 불러봐요.” 새로운 노래를 처음 배우는 날. 지휘자의 지시에 단원들은 정신을 집중해 한 구절씩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소리가 작아졌다 커지기도 하고 발음의 강약을 조절해 가며 한 구절을 부르는 데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한창 연습 중에 남자 파트에서 다소 도드라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휘자가 “다른 사람과 소리가 잘 어울리도록 소리를 줄여서 불러 보세요”라고 조언하자, 곧바로 음량을 낮춰 다시 불렀다. 노래가 절정에 이르자 신이 난 한 단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칫 흐름이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다른 단원들은 끝까지 지휘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세 시간의 연습 끝에 한 곡이 완성됐다. 일반 합창단처럼 화려한 화성을 쌓는 일은 아직 쉽지 않지만, 에반젤리의 한 곡은 여느 합창단 못지않은 땀과 인내 속에서 탄생한다. 단원들은 노래할 때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지원(다니엘·28·수원교구 제1대리구 신봉동본당) 씨는 “에반젤리에서 많은 친구를 만나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며 “함께 노래를 부르며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질 때 가장 즐겁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들, 교사들, 봉사자들까지 수많은 이가 오랜 시간 함께해 왔기에 에반젤리의 노래는 어떤 유명 가수의 무대보다도 값지다. 발달장애인의 합창, 희망을 전하다 “발달장애인 합창단이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2003년 발달장애인 어린이들로 구성된 에반젤리 창단을 준비했을 때, 주변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장애로 드러나는 특성이 제각각이어서 여러 명이 호흡을 맞춰 한목소리를 내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창진 신부(요한 보스코·제2대리구 석수동본당 주임)는 발달장애인의 가능성을 믿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만든 희망의 소리를 세상에 전하고자 2003년 에반젤리를 창단했다. 합창단 이름은 ‘좋은 소식’, ‘복음’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따왔다. 창단 멤버인 신혜정(소피아) 국장은 “일반 아이들이 학원에 가는 시간에 발달장애인 아이들도 취미를 갖고 사회생활을 경험할 기회를 만들고 싶어 10~15세 발달장애인 어린이 합창단으로 출발했다”며 “그 아이들이 청소년과 성인이 된 뒤에도 계속 노래하고 싶어 했고, 에반젤리를 너무 좋아해 2013년 장애인청소년합창단으로 전환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노래 한 곡을 합창으로 완성하는 데 1년이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몇 달간 연습하면 한 곡을 익힐 만큼 성장했다. 박수련 지휘자는 “발달장애인은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에반젤리를 지휘하며 꾸준히 연습하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다”며 “연습실 불을 끄고 돌아다니느라 집중하지 못하거나, 목소리가 너무 커서 합창이 어려울 것 같던 아이들도 이제는 세 시간 동안 제 지시에 맞춰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완성한 노래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성취감은 발달장애인 청소년들을 한층 더 자라게 했다. 신 국장은 “한 친구가 공연이 끝나고 나서 ‘선생님, 사람들이 우리가 노래를 부르면 손뼉을 치면서 다 울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라며 “본인들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공연을 통해 경험하면서 더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에반젤리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모여 있을 뿐 아니라 장애 유형도 폭넓다. 그만큼 더 넓은 사회적 관계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 단원의 어머니 박우정(헬레나) 씨는 “복지관에서는 주로 두세 명씩 비슷한 장애 유형의 아이들이 만나지만, 이곳은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부모가 가르쳐줄 수 없는 사회성을 익힐 수 있다”며 “발달장애인들은 청년이 된 뒤에도 사회생활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에반젤리는 선후배 관계를 배우고 여러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법을 익힐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후원 계좌 국민 231401-04-046850 사단법인 마음은행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4면

[장애인의 날 특집] ‘장애인과 함께’…수원교구 사목 현황은?

4월 20일은 장애인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배려하며,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장애인의 날’이다. 수원교구는 정신적·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신앙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사목에 힘쓰고 있다. 교구는 2014년 12월, 장애인사목위원회 전담 사제를 임명하면서 본격적으로 교구 내 장애인들의 신앙생활을 사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체, 농아, 시각, 발달 등 다양한 장애 유형에 따라 운영되는 각 장애인선교회를 연합하고, 그 활동 범위를 확대해 나갔다 장애인선교연합회는 매년 네 차례 연합미사를 비롯해 주님 부활 대축일, 성모 승천 대축일, 주님 성탄 대축일 등 주요 대축일에도 함께 미사를 봉헌한다. 또한 야외 활동과 문화 행사, 성지순례를 통해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서로 다른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각 선교회의 활동 또한 세심하게 지원된다. 농아선교회는 매년 11월 수어 연도대회를 개최하며, 발달선교회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개발을 위해 박물관, 미술관,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1년에 다섯 차례 사회문화체험을 진행한다. 특히 화서동, 중앙, 성남동, 안산성요셉, 철산성당에서는 매주 교중미사에서 농아인을 위한 수어미사가 봉헌된다. 이 미사는 비장애인ㅈ 신자들이 장애인을 이해할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장애인과 동행하려는 노력은 전례 공간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교구 사회복음화국은 2023년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을 위한 전례공간 마련 권고’를 배포하고, 각 본당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예시를 공유했다. 이 권고는 휠체어를 탄 신자가 미사에 참례하는 데 필요한 편의가 고려되지 않은 건축물에도 적용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신자석 첫 줄 중앙통로 양옆에 분리 가능한 좌석이 있을 경우 이를 휠체어석으로 활용하는 방법 ▲신자석 첫 번째 줄 바로 앞에 공간을 두고 휠체어석을 배치하는 방법 등이 있다. 미사 참례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목도 활발하다. 교구 장애아 주일학교 연합회는 발달장애인들이 교회 안에서 미사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분당성루카, 성남동, 중앙, 분당성요한, 분당야탑동, 권선동, 본오동, 영통성령, 비전동, 동백성마리아 등 10개 본당에서 장애아 주일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합회는 전체 가족미사를 비롯해 성지순례와 캠프 등 다양한 활동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매년 1월 열리는 장애아 주일학교 교리교안 교육은 학생들의 장애를 이해하고, 현장에서 겪는 신앙적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교리교사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제2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 장애아 주일학교 교감 강주열(미카엘) 씨는 “돌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 입장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발달 장애인 아이와 미사를 참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일주일에 한 번 짧은 시간이라도 부모님이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맡기고 미사에 참례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저희 교사들에게는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아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준다기보다 신앙생활을 잘해 나갈 수 있게 서로 도우며 함께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1면

[예술로 빚은 신앙] 장애를 딛고

‘고성(古城)에 뜨는 달.’ 흥망성쇠로 얼룩지고, 영욕의 세월 속에 허물어져 잊힌 성채(城砦)를 으스럼히 밝히며 내려다보고 있을 둥근 달의 낭만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사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든 성곽은 말끔히 개축되어 허물어진 성체는 없다. 그럼에도 고성에 뜨는 달의 꿈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해 정월 대보름날 밤 남한산성 야간 촬영에 단독으로 나섰다. 이날 남한산성에선 민속놀이와 쥐불놀이 행사도 있었던 터라 야간 촬영 소재가 추가되었으나 쥐불놀이는 산불 위험이 있다고 취소되었다. 미리 정해둔 성곽으로 올라갔지만 이번에는 여기저기 대형 조명등이 밝게 켜져 있어 촬영할 수 없었다. 몇 년 동안 그리던 낭만적인 고성에 뜨는 달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장비를 거두고 철수하려던 참이었다. 마침 그곳에 와 있던 가까운 사진 동호인의 권유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그를 따라 높낮이가 고르지 않은 돌계단을 오르던 순간,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멘 채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잠시 정신을 잃었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통증이 너무 심해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꽁꽁 언 땅은 내 체온에 녹아 등 아래 옷을 젖게 했다. 곧바로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한밤중 산길로 구급차가 올라왔고, 나는 들것에 실려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골절 수술이 어렵다고 해 밤 11시가 넘은 시각, 다시 서울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응급실 대기 침대에 누운 채 나는 통증에 신음하며 밤을 지새웠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고관절과 대퇴부 등 두 곳의 골절이 확인됐다. 돌계단에서 넘어질 때 카메라 가방이 완충 역할을 해준 덕분에, 다행히 머리는 다치지 않았다. 다섯 시간에 걸친 대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이후 1년이 넘는 회복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결국 회복할 수 없는 보행장애를 안게 됐다. 내 나이 여든셋 때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카메라를 멨고, 국내외를 오가며 출사를 이어갔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 이제 전처럼 모험적인 사진 촬영은 할 수 없지만 내 몸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카메라 촬영을 한다. 이른 아침엔 아파트 3층 방 창문을 열고 동녘 하늘에서 눈부시게 빛나며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며 생명의 빛을 받는다. 해 질 무렵 서쪽 하늘이 붉은 노을로 물들 때면, 그 아름다움이 무한한 감동과 기쁨으로 온몸에 전해진다. 나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창 너머 먼 산이 바라다보이는 베란다 화단에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피고 지는 꽃들을 찍고, 겨울이면 하얀 설경도 담는다. 피사체는 늘 비슷해 보여도, 사진 속에 담긴 모습은 언제나 새로운 감동을 안겨 준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골라 인터넷을 통해 다른 이들과 감동을 나누는 시간 또한 내게는 큰 행복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글 _ 김영덕 요한 세례자(수원교구 사진가회)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3면

수원교구 생태환경위, ‘생태영성으로 읽는 성경이야기’ 개강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창세 1,3) 주제 강의를 통해 지구와 우리의 관계를 이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한 ‘생태영성으로 읽는 성경이야기’ 첫 강좌가 4월 8일 안양가톨릭회관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관계’를 주제로 한 첫 강의의 핵심 말씀은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다.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그리스도교 전통의 핵심이 되는 것이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이라며 “하느님은 예수님을 통한 육화라는 특별한 방식으로 표현됐지만 하느님이 모든 창조물에 스며들어 계신다는 것으로 확장해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레미야서는 “사람이 은밀한 곳에 숨는다고 내가 그를 보지 못할 줄 아느냐? 주님의 말씀이다. 내가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우고 있지 않느냐? 주님의 말씀이다”(23, 24)라고 전한다. 말씀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이 하늘과 땅, 모든 것 안에 계신다고 이해할 수 있다. 양 신부는 “관상산책을 통해 자연 안에 계신 하느님을 느낄 수 있다”며 “걷는 동안 발걸음이 땅을 축복하고 땅이 우리를 축복한다고 상상할 뿐 아니라 주변에서 들리는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연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창조세계 곳곳에 하느님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지구는 곧 성전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양 신부의 설명이다. 이어 양 신부는 “하느님을 찾는 곳이 거룩한 성전이라면, 지구 역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거룩한 곳”이며 “자연이 성스러운 곳이라는 것을 안다면 훼손하거나 더럽히지 말고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를 참석한 김순실(엘리사벳·제2대리구 인덕원본당) 씨는 “숲속이 성전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씀을 들으니 관상산책을 할 때 거룩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을의 쓰레기를 줍고 자원을 아끼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하느님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강의를 통해 배우면서 앞으로 더욱 기쁜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삶 속에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생태영성의 의미를 배우는 ‘생태영성으로 읽는 성경이야기’는 5월 27일까지 매주 수요일 ▲대화 ▲성소 ▲귀기울임 ▲거룩한 상징들 ▲성사 ▲전례 ▲복음 선포를 주제로 진행된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1면

수원교구 평촌본당, 우리동네 생태환경 현장 탐방

수원교구 제2대리구 평촌본당(주임 김우정 베드로 신부)은 지역의 환경 문제를 체험하면서 피조물 보호를 위한 실천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당 생태환경분과는 4월 11일 안양천 생태이야기관과 안양그린마루를 탐방하는 ‘우리동네 생태환경 현장 탐방’을 마련했다. 생태환경분과원을 비롯한 신자 12명은 안양천 생태이야기관에서 과거 오염됐던 안양천이 시민들의 노력으로 어떻게 생명의 하천으로 거듭났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아울러 안양천에 살고 있는 식물과 곤충, 물고기에 대해 살펴보며 지역의 생태환경을 배우고 체험했다. 안양 그린마루는 분뇨처리장 관사로 이용되던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해 기후변화체험교육센터로 활용하는 곳이다. 이곳을 찾은 신자들은 생활 속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 자원순환 실천법을 배우며 가정과 교회에서 탄소중립을 구체화할 수 있는 의견을 나눴다. 생태환경분과장 최국자(실비아) 씨는 “본당이나 가정 내 실천 위주로 진행했던 활동을 확장해, 우리 동네의 생태환경을 직접 확인하며 보존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피조물 보호 활동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탐방을 계획했다”며 “가까운 지역사회의 환경 문제에 먼저 관심을 가지고 일상을 바꿔나가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탐방에 참여한 김동희(요셉) 씨는 “단순히 동네를 둘러보는 시간을 넘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하신 ‘공동의 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몸소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였다”며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번 탐방이 본당 공동체가 일상에서 일회용품 줄이기, 분리배출 철저히 하기 등 지구를 돌보는 작은 실천을 지속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1면

수원교구 가톨릭미술가회, 제24회 성화 성물전 개최

수원교구 가톨릭미술가회는 4월 27일까지 수원화성순교성지 내 뽈리화랑에서 제24회 성화 성물전을 개최한다. ‘다시 찾은 기쁨의 빛’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는 가톨릭미술가회 소속 작가 37명의 작품 37점이 전시된다. 매년 상반기에 성화와 성물을 전시하고 있는 가톨릭미술가회는 올해도 ‘기쁨의 빛’을 떠올리며 작가들이 완성한 작품을 선보인다. 박복순(수산나) 작가의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안향지(글라라) 작가의 <은방울 꽃을 든 성모 마리아>, 심순화(가타리나) 작가의 <묵주기도의 모후> 등 성모 성화를 비롯해 십자고상과 미사제구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가톨릭미술가회 최계진(마리아) 회장은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기 예수님을 형상화한 <빛과 생명으로>를 선보인다. 아울러 4월 19일 바자회를 열고 전시 작품 뿐 아니라 민지현(사라) 작가가 만든 묵주, 최계진 작가가 만든 수원화성순교성지 키링과 테이블보, 옷도 판매한다. 특별히 올해는 가톨릭미술가회 작가들이 그림을 그린 에코백도 전시 중에 판매한다. 판매 수익금은 수원화성순교성지 후원에 쓰일 예정이다. 최계진 회장은 “봄을 맞아 생명의 기운을 담은 기쁨의 빛을 가톨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수원화성순교성지를 찾는 순례객들이 성지에 깃든 순교신심을 성화와 성물을 관람하면서 더욱 깊이있게 묵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2면

교황, 아프리카 4개국 사목방문 대장정 시작

[로마 OSV] 레오 14세 교황은 4월 13일부터 아프리카 사목방문을 시작했다. 교황은 13~15일 알제리, 15~18일 카메룬, 18~21일 앙골라, 21~23일 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4개 국가에서 11일 동안 총 1만7700km 이상 이동하며 11개 도시와 마을, 학교와 병원 등을 방문한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공보실장은 4월 9일 이번 아프리카 4개국 사목방문에 대해 “교황님이 교황청을 떠나 있는 가장 긴 기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아프리카 사목방문 기간 중 8번의 공식 미사를 주례할 예정이다. 카메룬과 앙골라에서는 수십만 명이 교황 주례 미사에 참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신자가 운집하는 미사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가톨릭교회의 강력한 존재감을 부각하는 의미가 있다. 교황은 프랑스어, 영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로 연설하며 평화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돌봄, 종교 간 대화, 가족생활 등을 주제로 다룰 예정이다. 사목방문 일정에는 교도소, 병원, 고아원, 양로원, 가톨릭계 대학 방문도 포함돼 있다. 알제리에서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고, 카메룬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지역 간 무력 충돌과 갈등 해결을 기원할 예정이다. 앙골라에서는 무시마 성모 순례지를 방문해 미사를 봉헌한다. 마지막으로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신자인 적도기니에서는 교도소를 방문해 수감자들을 위로할 계획이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7면

“지구 위한 행사 되길”…서울 WYD 조직위, 나무심기 프로젝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조직위원회는 4월 11일 서울 상암 월드컵공원 일대에서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실시, 3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날 행사 중 90여 명의 청년과 봉사자들은 자작나무 200그루 모과나무 100그루 등을 심으며 WYD가 지구를 위한 행사가 되길 기원했다. 나무심기 프로젝트는 서울 WYD 조직위의 ‘온숨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온숨 캠페인’은 WYD를 위해 대규모의 인원이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펼치는 운동이다. 이날 행사에는 여러 민관 단체로 함께했다. 행사 진행은 노을공원 시민모임 활동가들이 도왔고, 나무는 산림청이, 나무를 심을 땅은 서울시가 제공했다. 조직위는 올 하반기부터 타 교구 및 기관·단체도 나무심기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확장시켜 나갈 예정이다. 각자 ‘지구를 위한 WYD’를 지향으로 나무를 심으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가톨릭교회의 생태환경운동 연대체인 ‘찬미받으소서 운동’(Laudato Si’ Movement)와 연계를 통해 나무심기를 국제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조직위 차원에서는 앞으로 2027년 가을까지 3차례의 나무심기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4면

[글로벌칼럼] 추기경과 샌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하루 전, 제자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한 일을 하셨다.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었다. 권력의 뒤바뀜이었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그분은 이렇게 물으셨다. 아시아에 사는 우리는 어쩌면 이해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발, 혹은 샌들을 만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훗날 추기경이 된 대주교가 몸을 굽혀 불교 최고 승려의 잃어버린 샌들을 집어 든 일이 있었다. 그는 고(故) 안토니 소터 페르난데스 추기경(1932~2020)이었다. 어느 날 밤, 쿠알라룸푸르의 불교 사원에서 열린 종교 간 모임이 끝난 뒤였다. 어둑한 마당에서 종교 지도자들이 신발을 신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최고 승려였던 고(故) 담마난다 나야카 마하 테라는 자신의 샌들을 찾고 있었다. 당시 쿠알라룸푸르대교구장이었던 소터가 먼저 그 승려의 샌들을 발견했다. 소터는 조용히 샌들을 집어 들고 승려의 발 앞에 놓은 뒤, 겸손히 물러섰다. 승려는 놀라며 말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당신은 쿠알라룸푸르의 대주교인데, 내 샌들을 만지셨습니다. 그 의미를 아십니까?” 소터는 특유의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저는 그저 쿠알라룸푸르의 대주교일 뿐입니다. 당신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최고 승려이시고요.” 두 사람은 웃었고, 서로를 껴안았다. 그러나 그 순간의 이면에는 성목요일이 더욱 분명히 드러내는 진실이 담겨 있다. 아시아 문화에서 타인의 샌들을 만진다는 것은 사소한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자세다. “나는 당신의 종입니다”라는 선언이다. 복음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된다. 직함이 아니라, 무릎을 꿇는 데에서. 성직주의는 거리 위에서 자란다.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 직무와 일상 사이, 직함과 따뜻함 사이의 거리에서 말이다. 서품이 자신을 높이는 것이라 믿는 것은 미묘한 유혹이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자신을 낮추라는 부르심이다. 최후의 만찬 밤, 그리스도께서는 물과 수건, 그리고 인간의 발로 그 환상을 무너뜨리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직주의가 사목활동을 왜곡한다고 거듭 경고했다. 성직주의는 사목자를 기능인으로, 사제를 행정가로 만들고, 권위를 특권과 혼동하게 만든다. 소터는 문서나 교령이 아니라 한 켤레의 샌들로 성직주의를 무너뜨렸다. 그는 2016년 추기경에 서임된 뒤에도 국가 훈장인 ‘다툭’, ‘탄 스리’ 등의 칭호를 거부했다. “그냥 소터라고 부르세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것은 꾸밈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신학이었다. 피정이나 세미나에서 신자들은 그가 식사 후 조용히 접시와 컵을 스스로 씻던 모습을 기억한다. 알림도 없고, 연출도 없었다. 그저 비눗물 속에 담긴 그의 두 손뿐이었다. 2006년 치앙마이에서 열린 제1차 아시아 선교대회에서, 여러 추기경과 주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소터는 매우 직설적으로 설교했다. 그는 성목요일 복음의 말씀을 되새기며 말했다. “세상의 지도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가운데서 더 큰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는 먼저 종이 되어야 합니다.” 이어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등을 서늘하게 했을지도 모를 말을 덧붙였다. “복음에 나오는 대사제들은 누구입니까? 그들은 당시 율법으로 백성을 억압하던 교만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날 교회의 지도자인 우리가 바로 그 대사제들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없었다. 오직 분명함만 있었다. “대사제인 우리의 소명은 섬기는 것이지, 섬김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발을 씻는 것에 대해 설교하는 것과 이웃의 발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다른 일이다. 성직주의의 반대는 약한 리더십이 아니다. 무릎 꿇는 리더십이다. 붉은 모자는 피를 흘릴 준비를 상징한다. 그러나 추기경 소터는 더 즉각적인 진리를 알고 있었던 듯하다. 피를 흘리기 전에, 먼저 몸을 낮추어 발을 씻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혹은 아시아 현실에서라면 다른 이의 샌들을 만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아시아 교회 앞에 놓인 질문은 더 이상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의 질문이다. 누가 무릎을 꿇겠는가? 직무 사제직, 섬기는 사제, 붉은 모자가 그의 머리에 씌워졌다. 영광의 표지이자, 순교의 표지였다. 그러나 소터가 가장 그리스도를 닮았던 순간은 몸을 낮출 때였다. 식탁에서 일어나 수건을 들고, 참된 지도력은 높아짐이 아니라 섬김에 있음을 보여주신 주님처럼. 성목요일, 그리스도께서는 직무 사제직을 제정하셨다. 최후의 만찬에서 첫 성체를 제자들에게 나눠주시며,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고 말씀하셨다. 사도들에게 단순한 의식을 넘어 거룩한 정체성을 맡기셨다. 섬기고, 돌보며, 생명을 내어놓는, 자신을 낮추는 삶 말이다. 글 _ 조셉 마실라마니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언론인이다. 40여 년 넘게 다양한 언론사에서 일하며 사회와 경제, 정치를 비롯해 종교 분야에 관한 글을 썼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8면

[말씀묵상] 부활 제3주일

“기도 열심히 하시고요, 미사에도 빠지지 마세요. 그래야 주님과 함께 지금을 잘 살 수 있습니다.” “저도 잘 알아요. 그런데 지금은 여유가 없어요.” 지금 삶이 너무 힘들어서 오랜만에 성당 나오셨다는 분과의 대화입니다. 사실 이렇게 말씀하시면 답이 없습니다. 지금 병에 걸리셨기 때문입니다. 이 병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이 병에 걸리신 분이 참 많습니다. 바로 ‘그런데 병’입니다. 계속 ‘그런데’를 외치게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병입니다. 이 ‘그런데 병’은 삶 안에서도 이렇게 이어집니다. “이 책 읽어 보세요. 정말 좋아요.”, “그런데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낯을 많이 가려요.” “운동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너무 바빠요.” “많이 웃어야 해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요.”, “그런데 웃을 일이 없잖아요.” ‘그런데 병’은 변화를 거부합니다. 따라서 ‘그런데’ 대신 ‘어떻게’를 많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그런데 병’을 앓고 있는 제자들을 봅니다. 제자들은 예루살렘을 뒤로하고 엠마오로 ‘예순 스타디온’(약 11km)이 넘는 씁쓸한 도피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이 가려져 동행하시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로마로부터 이스라엘을 해방할 정치적 메시아로 기대했지만, 십자가 죽음으로 그 기대가 무너진 것입니다. 그러나 몇몇 여자가 전한 부활의 소식을 듣습니다. 하지만 계속 절망 속에 있습니다. 그들은 “그런데 돌아가셨잖아요”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성경을 통해 당신의 십자가 수난이 실패가 아니라 영광으로 들어가기 위한 하느님의 필연적인 계획임을 깨우쳐 주십니다. 이 주님의 말씀으로, 차갑게 식었던 제자들의 마음은 다시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병’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미사 때, 말씀의 전례로 뜨거워지지 않습니까? 날이 저물어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은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 되시어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떼어 나누어” 주십니다.(루카 24,30 참조) 최후의 만찬과 동일한 이 행위 안에서 마침내 제자들의 영적인 눈이 열려 주님을 알아봅니다. 이제 ‘그런데 병’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찾게 됩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갑니다. 날이 저물어 어둡고 위험한 밤길임에도 즉시 일어나 돌아간 것입니다. 절망 안에서 엠마오로 도망갔던 제자들이 마음을 바꿔 이제 기쁨의 증거자가 되었습니다. 제1독서를 보면,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해주셨던 ‘성경 풀이’를 베드로 사도가 예루살렘 군중들에게 그대로 재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생명의 주관자이시기에 결코 “죽음에 사로잡혀 계실 수 없었던 것”(사도 2,24 참조)이라고 완벽하게 논증합니다. 제2독서는 엠마오의 제자들이 가졌던 현세적 해방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진정한 영적 해방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오직 흠 없고 티 없는 어린양, 즉 “예수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를 통해 이루어진 것입니다.(1베드 1,19 참조) 우리도 주님께 자기 삶의 고통을 없애주고 현세적인 축복만을 내려달라는 ‘빗나간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자기에게 맞지 않는다면서 ‘그런데’만을 외치면서 함께 걷고 계신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계속 ‘어떻게’를 말하고 생각하면서 주님의 뜻을 따르는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특별히 우리의 눈이 열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엠마오의 제자들이 빵을 떼어 나눠주실 때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봤던 것처럼, 미사를 통해 말씀을 듣고 마음이 타오르며 영성체로 눈이 열리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데 병’에 걸려서 엠마오로 도망가서는 안 됩니다. 이제 절망과 두려움 속에서 나의 이웃이 살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셨다”(루카 24,34 참조)라며 자기 삶으로 주님의 기쁜 소식을 증언해야 합니다. 글 _ 조명연 마태오 신부(인천교구 성 김대건본당 주임, 인천가톨릭대학교 카펠라관장)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18면

[독자마당] 왕과 사는 남자, 신부와 사는 남자

경기도 용인 고초골 근처 학일리에서 양봉하는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 수녀님들이 1500만 국민들이 관람했다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여 달라고 성화를 해서 함께 시내에 나가 영화를 관람했다. 16살 나이에 숙부에게 왕권을 빼앗기고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돼 온 단종, 그리고 마을 호장 엄흥도와 주민들 사이 인간미 넘치는 삶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면서도, 엄흥도가 단종의 주검을 수습해 선산에 묻었다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한 슬픈 영화였다. 팝콘을 먹으면서도 눈물을 훔쳐내는 수녀님들과는 달리, 고초골 촌장인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고종으로부터 ‘충의공’이라는 시호를 받은 엄흥도와 비슷한 인생을 살다 떠난 신앙의 선조 ‘이민식 빈첸시오’가 떠올랐다. 고초골 근처 먹뱅이에 살던 17살 청년 이민식은 한국교회 첫 사제로 서품을 받고 돌아온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도와 은이성지를 중심으로 근처 공소인 싸리틔, 미리내, 어농, 고초골, 용바위, 시어골, 한터를 안내하고 미사 때는 복사를 섰던 김 신부님의 말동무였다. 5개월 동안 공소를 안내하고 미사 봉헌을 도왔던 이민식은 경비가 삼엄한 육로 대신 바닷길을 열기 위해 연평도 근처 순위도로 갔다가 관헌들에게 붙잡혀 서울 새남터에서 참수당하고 모래사장에 암매장되었다는 김대건 신부님의 소식을 전해 듣고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누군가는 김 신부님의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는 새남터로 발길을 재촉하여 올라간다. 이미 돌아가신 지가 한 달이 넘은 신부님을 모셔 오기 위해 지게에 이불을 둘둘 말아 올리고 머리를 감쌀 큰 보자기를 준비하여 새남터에 도착하니 아직도 관헌들이 지키고 있었다. 며칠을 조심히 살피다 관헌들에게 술을 사다 주고 곯아떨어지게 한 이민식은 모래사장을 맨손으로 파고는 썩어가는 신부님의 시신을 모시고 밤으로, 밤으로 남태령을 넘고 하우고개를 넘어 지금의 신덕(은이) 고개와 망덕(해실이) 고개를 지나 애덕(오두재) 고개 앞에 이르게 된다. 신자들과 함께 조용히 장례를 치른 이민식은 자신의 선산인 지금의 미리내에 신부님을 모셨다. 그는 김 신부님을 따라 사제의 꿈을 가졌으나 안타깝게도 그 뜻은 이루지 못했다. 그는 순교자 곁에 묻어 달라는 페레올 주교님과 김 신부님의 어머니 고 우르술라도 김 신부님 곁에 모시고 92살까지 묘지를 지킨다. 훗날 미리내가 성역화되면서 이민식의 후손들은 선산을 교회에 기증했고, 이민식도 신부님 곁에 묻히게 됐다. 단종의 장례를 치르고 장능에 모신 충의공 엄흥도는 ‘왕과 사는 남자’로 세인들의 관심을 받고 영월은 관광지로 주목받게 됐지만, 아직도 김대건 신부의 남자인 이민식은 신자들에게 잊힌 존재로 미리내 김 신부님 옆에 말없이 묻혀 있다. 먼 옛날이야기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을 뿐 교회에서는 이민식에게 아무런 공적 치하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김 신부님의 유해를 받들어 모신 빈첸시오와 그 후손들에게 마땅히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공로를 치하하는 교회 훈장이라도 추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년 전 원삼본당 주임 겸 고초골 피정의 집 원장으로 발령받아 고초골에 왔다. 이때 만난 이민식의 6대손 이선행 요아킴 회장님은 병자 영성체를 하시며 입에 침이 마르게 이민식의 이야기를 전해주셨고, 그의 모습을 회상하며 그린 초상화를 보여 주며 대단한 자부심으로 살고 계셨다. 지난해 고초골 마지막 공소회장을 지내셨던 이선행님이 선종하셨고, 지금은 요아킴 회장님의 막내아들이자 이민식의 7대손인 바오로가 피정의 집 관리장으로 고초골을 지키고 있다. 단종의 남자가 엄흥도라면 김대건 신부님과 살았던 남자는 이민식 빈첸시오인 것이다. 글 _ 송영오 베네딕토 신부(수원교구 용인 원삼본당 주임)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22면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교구 노인사목 봉사자 동백성마리아본당 전명희 씨

“피정 기간 편안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돌아가실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인데, 대접을 잘해줘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아주시던 어르신이 기억에 남습니다.” 수원교구 제2대리구 복음화3국 노인사목 봉사자인 전명희(젬마·65·수원교구 제1대리구 동백성마리아본당) 씨는 봉사를 하며 느낀 보람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 3월 26일 열린 제1차 시메온과 한나처럼 피정. 70세 이상 신자를 대상으로 열린 피정에서 전 씨를 비롯한 교구 봉사자 8명은 어르신들이 피정에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폈다. 봉사자들은 참가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지원하며, 피정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교구는 2021년 70세 이상 노인 대상 피정을 시작했다. 피정 초창기부터 봉사에 참여한 전 씨는 사전 기획부터 피정 준비, 오리엔테이션 진행을 담당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제정하시면서 교구에서도 노인사목에 관심을 두고 피정을 기획했고, 저는 담당 신부님과의 인연으로 봉사자로 합류하게 됐죠. 대구대교구에서 시작한 노인 대상 토빗피정을 다녀온 뒤 우리 교구에 맞는 피정을 기획하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70세 이상 고령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피정이기 때문에 봉사자들은 각별히 신경을 쓰며 참가자들을 챙긴다. 아픈 곳이 있는지 먹는 약은 무엇인지 사전에 확인한다. 피정 중에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준비하고 유산균이나 과일 등 건강한 간식을 제공한다. 피정 장소는 이동이 불편하지 않도록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선정한다. 참가자가 고령이기 때문에 봉사자 한 명이 평균 두 명의 참가자를 담당하도록 했다. “70대 이상 어르신들의 경우 평생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사셨던 분들이 많기 때문에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쓰고 누군가의 배려를 받는다는 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시는 것 같아요. 살면서 이렇게 좋은 대접을 처음 받아본다며 감사하다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봉사자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노년의 삶과 신앙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봉사자로 동행해 온 전 씨는 봉사를 통해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다. “나이를 먹는 게 두려워질 때가 있는데, 항상 기쁜 마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피정에 참가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제 신앙생활의 미래를 꿈꾸게 됐습니다. 삶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젊은이들을 하느님에게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얻었죠.” 봉사를 통해 신앙과 함께 삶도 성장하는 은총을 얻었다. 전 씨는 “교구 노인 대상 피정에서 봉사자는 무언가를 가르쳐 드리는 게 아닌 따뜻한 눈길로 공감해 드리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2면

좌절한 이들의 마지막 보루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개신교 강경 우파는 국내 극우의 대명사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계기로 이렇게 갑작스럽게 강경 우파가 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을 계기로 단순히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집단을 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기 시작한 다음에야 사람들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4월 11일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린 ‘평화의 눈으로 진단하는 한국의 극우화’ 포럼에서 개신교 일부 신자들이 특히 극우 대열에 집단으로 합류하게 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대형 개신교회 구성원이 중산층화되면서, 경쟁에서 밀린 중하위 계층 중 일부가 개신교 주류를 떠나 이단으로 넘어가거나 극우화됐다는 견해였다. 소외된 계층의 종교 이탈이라는 설명은 천주교에서 일어나는 구성원 변화와 유사했다. 신자의 중산층화는 천주교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중산층화에 대한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공동체를 떠난 이들은 결국 다른 어떤 무언가를 대체재로 삼았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천주교든 개신교든 자존감이 낮아지고 패배감을 맛본 이들에게 종교마저도 안식처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교회의 중산층화 현상은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다. 현상 자체만 놓고 보면 긍정과 부정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신교의 사례에서 보듯, 종교의 관심 부족으로 밀려난 이들이 이단이나 극우단체와 같은 집단으로 넘어간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또한 이같이 소외되고 좌절한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가 바로 종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23면

‘철조망의 역설’ 이뤄가길 기대한다

한반도를 반으로 갈라놓은 철조망. 이미 80년 넘게 남과 북을 가로막은 채 서 있는 분단과 갈등의 상징이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조직위원회가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과 함께 마련한 ‘철조망 십자가 프로젝트’는 이러한 대립과 갈등의 상징인 철조망을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 변화시키는 뜻깊은 작업이다.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평화를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한 오늘날의 현실이기에 이번 프로젝트는 더욱 눈길을 끈다. 내년 4월 4일까지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마당에서 주일마다 참가자들은 철조망을 망치로 두드려 펴며 대형 십자가를 완성할 철사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이사야 예언자가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이사 2,4)고 외치며 전해준 영원한 평화에 대한 성경 말씀이 떠오른다. 프로젝트 개막식에서 정순택 대주교가 설명한 바와 같이, 사형 도구인 십자가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을 통해 희생과 사랑의 상징이 된 것처럼 휴전선의 낡은 철조망 또한 평화의 십자가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십자가의 역설을 우리도 실천하는 셈이다. 많은 이의 참여로 완성될 대형 십자가는 전 세계 청년들이 모이는 2027 서울 WYD에 세워질 예정이기에,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더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그저 눈길 끄는 행사 중의 하나로 그치지 않게 하려면 모두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간절한 기도가 선행돼야 한다. 대립 대신 대화, 분열 대신 일치를 염원하는 우리의 노력과 기도로 철조망의 역설을 이 땅 위에 이뤄 나가길 기대한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23면

美 주교회의 자이단 주교 “전쟁 피해 레바논에 인도적 지원 확대해야”

[워싱턴 OSV] 미국 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압달라 엘리아스 자이단 주교는 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상황에 대해 평화 협상과 인도적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레바논 출신 자이단 주교는 4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종식을 모색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사회가 레바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식량과 의료 물자를 포함한 인도적 지원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자이단 주교는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논의에 대해서는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레바논이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과 동맹관계인 레바논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를 겨냥해 공습을 가하면서 1700명 이상이 숨지고 58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특히, 4월 8일 하루에만 사전 경고 없이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공습으로, 인구가 밀집된 주거와 상업 지역이 타격을 입으면서 300명 넘는 사망자와 부상자 1000여 명이 발생했다. 자이단 주교는 “이번 전투로 레바논 어린이 37만 명을 포함한 10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자이단 주교는 레바논과 관련한 유엔 결의 이행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가 항구적 평화를 위한 협정을 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한 “모든 당사자들이 헤즈볼라의 완전하고 즉각적인 무장 해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7면

루멘챔버콰이어, 4월 27일 ‘피아노가 합창을 만나, 봄’ 연주회

교회음악 전문합창단 루멘챔버콰이어가 4월 27일 오후 7시30분 서울 반포심산아트홀에서 기획 연주회 ‘피아노가 합창을 만나, 봄’을 갖는다. 피아노와 봄을 주제로 한 연주회는 아름다운 피아노 독주 선율이 돋보이는 작곡가 정남규의 <피아노 미사곡(Klaviermesse)>을 중심으로 올라 야일로(Ola Gjeilo)의 <사랑이 있는 곳에(Ubi Caritas)> 등 현대 모테트와 존 루터(John Rutter)의 <생일 마드리갈(Birthday Madrigals)>, 슈베르트의 가곡 <봄의 신앙(Frühlingsglaube)> 등으로 꾸며진다. 또한 이번 음악회는 신진 지휘자 초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돼 상임지휘자 정지윤(안젤라)와 신진 지휘자 김승현(프란치스카)가 함께 지휘봉을 잡는다. 정지윤 지휘자는 “이번 음악회는 설렘과 생동감, 꽃으로 봄의 분위기를 표현해 관객들에게 계절의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루멘챔버콰이어는 지휘자, 성악 솔리스트, 오르가니스트 등 교회음악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합창단으로 2018년 창단 이후 매년 정기연주회와 기획 공연 등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라틴어로 ‘빛’을 의미하는 ‘루멘(Lumen)’에는 정통 교회합창음악을 통해 세상의 빛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전석 2만 원. 학생&서울주보 소지자 50% 할인.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14면

[창간 100주년 특별기획 – 교회와 함께 민족과 함께] (46) 6월 항쟁, 그 위대한 승리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켜 온 명동성당 농성 시위 사태가 6월 15일, 농성 중인 학생, 시민들이 자진 해산함으로써 사태 발생 6일 만에 극적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농성 시위에서 극적인 해산 결정이 나오기까지 사제단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11일 경찰이 명동성당 구내에 최루탄을 다량 발사한 데 항의, 명동본당 주임 김병도 신부가 사제들을 소집함으로써 이날 오후 처음 자리를 같이한 서울대교구 사제들은 12일, 두 차례에 걸쳐 성명을 발표하고 오후 8시 농성학생, 시민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으며 미사 후 성당 입구에서 기도회를 갖는 등 ‘함께한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가톨릭신문 1987년 6월 21일자 11면) 임계치에 도달한 분노 1987년 5월,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이 조작됐다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폭로로 국민의 분노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임계치에 도달했습니다. 사제단의 폭로 이전에 전두환 정권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패착을 둔 상태였습니다. 이른바 ‘4·13 호헌조치’가 그것입니다. 이는 일체의 헌법 개정 논의를 금지하고 ‘체육관 선거’로 불린 간선제 헌법 체제를 유지해 군부독재를 영구화하겠다는 선전포고였습니다. 광주대교구 사제단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광주대교구 사제 12명은 4월 21일 오후 7시부터 가톨릭센터 6층 소성당에서 무기한 단식기도에 들어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4·13 특별담화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일방적으로 말살시켰다’고 말하고...”(가톨릭신문 1987년 4월 26일자 11면)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980년 5월 광주 학살의 참상을 담은 ‘5·18 사진전’을 광주와 부산 등지에서 개최했습니다. 국가 폭력의 참혹한 증거들이 시민들에게 공개되면서 전두환 정권의 태생적 불법성과 폭력성이 적나라하게 폭로됐습니다. 분노가 폭발하다 사제단의 고문 조작 폭로와 단식, 5·18 사진전 등으로 촉발된 독재정권에 대한 분노는 시민사회의 연대로 이어졌습니다. 5월 27일, 범국민적 연대기구인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가 공식 발족했습니다. 이어 6월 9일, 연세대 학생 이한열이 시위 도중 경찰이 직격으로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사경을 헤매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7월 5일 끝내 숨을 거둔 이한열의 피격 장면은 외신과 국내 언론을 통해 널리 퍼져나갔고, 박종철의 죽음과 겹치며 분노는 마침내 폭발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정권은 잠실체육관에서 민정당 제4차 전당대회와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를 열어 노태우를 제13대 대통령 후보로 추대했습니다. 전두환 군부 독재정권의 후계자를 내세우는 또 한 번의 체육관 선거가 시작된 것입니다. 같은 날, ‘박종철 고문치사 조작, 은폐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가 전국 22개 도시에서 24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됐습니다. 이날을 기점으로 ‘6월 민주항쟁’이 막을 올렸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발생한 ‘명동성당 농성투쟁’은 6월 10일 밤부터 6월 15일까지 이어집니다. 명동성당, 6일간의 해방구 명동성당 농성의 발단은 학생운동 단체의 기획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가톨릭신문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6.10 국민대회에 참가하려던 대학생 500여 명이 경찰에 쫓겨 성당 구내로 들어옴으로써 시위가 시작됐고, 성당 구내에 있던 상계동 철거민과 시민 100여 명이 가세, 600여 명이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11일 오전 시위대가 중앙극장 쪽 골목, 로얄호텔 쪽 골목, 판넬골목 등 성당으로 통하는 길목 3곳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의 진입을 막았으며 최루탄을 쏘며 저지하는 경찰에 화염병과 돌을 던지는 등 강력히 저항했다.”(가톨릭신문 1987년 6월 21일 자 11면) 당시 서울대교구 홍보국장이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핵심이었던 함세웅(아우구스티노) 신부는 2022년 6월 22일자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그때 처음 학생들로부터 ‘해방구’란 말을 들었다”며 “성당은 본디 해방구이니 절묘한 은유법이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나를 밟고 가라” 정부는 비상계엄 선포나 경찰력 투입을 검토했습니다.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성당 측은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재가를 얻어 11일 밤 사제 50명을 소집해 철야 농성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이 농성의 과정에서 비폭력의 도덕적, 영적 권위의 힘을 드러냈습니다. 사제와 수녀들이 위태로운 순간마다 농성대와 경찰 사이 최전방 대치선으로 나아갔습니다. 13일 새벽, 무력 진압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전날인 12일 저녁, 공권력 투입을 통보하던 정부 고위 당국자를 향해 김 추기경은 한국 현대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당신을 보낸 사람에게 가서 내 말을 한 자도 빼지 말고 그대로 전해주시오. 공권력이 투입되면 내가 맨 앞에 누울 테니 나를 밟고 넘어가시오. 그다음 사제들이 있을 것이고 그다음엔 수녀님들이 있을 것이오. 그들을 모두 밟고 넘어가야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독재정권의 폭력적 공권력을 완전히 압도하는 선언이었습니다. 마침내 쟁취한 민주주의 성당 내부의 결사 항전은 담장 너머 시민들의 양심을 뒤흔들었습니다. 1980년 광주의 고립과는 달리, 1987년의 명동은 수많은 목격자와 지지자를 양산했고 도심 한복판이 거대한 민주주의의 축제이자 해방의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6월 15일, 김수환 추기경과 사제단의 끈질긴 설득 그리고 극단적인 유혈사태를 피하려는 정부의 부분적인 양보로 명동성당 농성대는 자진 해산했습니다. 농성은 끝났지만, 투쟁의 무대는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항쟁의 열기는 수그러들 줄 몰랐고, 정권은 1980년 광주에서처럼 폭력 진압 카드를 만지작거렸습니다. 범국민적인 저항의 불씨가 전국을 휘감았고, 국제사회의 압박, 특히 전두환 정권의 군 투입 불가와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미국의 뜻이 전달됐습니다. 마침내 1987년 6월 29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명돼 있던 노태우 민주정의당(민정당) 대표의원은 이른바 ‘시국 수습을 위한 특별선언’, 즉 6·29 선언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그 골자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 전면 수용을 비롯한 8개 항의 민주화 조치였습니다. 7월 1일 전두환이 이 수습안을 공식 수용함으로써 국민은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고 스스로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주권을 되찾게 됐습니다. 박종철의 죽음에서 시작된 진실의 씨앗이 6개월간의 혹독한 겨울과 투쟁의 봄을 거쳐, 마침내 6·29라는 민주주의의 결실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그 험난한 여정의 한가운데, 한국 천주교회가 특히 김수환 추기경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있었습니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12면

온전히 이 순간을 사는 일

비를 좋아해요. 맑은 햇살도 좋아하지만, 비가 내리면, 특히 늦은 밤에 빗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콩콩 뛰어 잠이 들지 못한답니다. 오늘, 봄비가 촉촉이 내린 한낮, 일을 마치고 기분 좋게 걷고 있었어요. 이 비 그치면 세상이 얼마나 더 파릇파릇해질지 생각하면서요. 사람들이 광장에서, 꽃나무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네요. 지금 이 순간은 전쟁 걱정도, 취업 걱정도, 사무실에 들어가 처리해야 할 서류 걱정도, 아픈 가족 걱정도 다 잊은 표정이에요. 친구와 차를 마시고 나오니 바람결이 좀 거칠어지네요. 빗방울도 굵어지고 순한 봄비가 여름 폭풍처럼 사나워지네요. 느긋하게 걷던 사람들이 옷깃을 여미며 걸음을 빨리하네요. ‘이러다 저 꽃들 다 지겠다’ 싶어서 그만 마음이 아슬해졌어요. 젖은 보도 위로 꽃잎들이 이미 점점이 떨어지고요. 아깝다, 안타깝다, 어쩌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꽃들은 이미 제 몫을 충분히 했구나. 온전히 이 순간에 존재한 것으로, 이 세상을 환하게 밝힌 이 며칠의 빛으로 충분했구나. 벚꽃은 벚꽃대로, 목련은 목련대로, 피어나 지는 생명의 순리를 이리도 아름답게 보여주었으니. 온전히 이 순간을 사는 일. 상실을 미리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의 첫 마음을 다 보여주고 떠나는 꽃무덤을 보며, 더 이상 슬프지 않았던 오후. 지난 일을 놓지 못하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없이 그저 지금 여기 이 순간 피어 있음의 의미를 알게 한 꽃나무.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고, 쌓아두고 쟁여두는 걱정도 말라고, 마음이 바빠 마주하는 사람과의 대화에도 집중하지 못했던 어제를 반성하며 돌아오는데, 멀리서 친구가 사진을 보내줍니다. “이 비에도 꽃나무에 꽃잎이 그대로야. 의연하지? 연약한 꽃잎이 강한 비바람을 이기는 것 같아. 기운 내.” 마음이 괜히 서성이고 불안한 날에는 작고 연약한 것들을 들여다봅니다.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34) 이 세계가 너무 위태롭게 느껴질 때는 부드러운 것들에 마음을 내어줍니다. 아이의 웃음, 투명한 햇살 한 자락, 고요한 순간에 들리는 가느다란 새소리, 보드라운 연둣빛, 빗방울 소리, 어느 날 받은 카드 한 장. 온전히 이 순간을 사는 일은 떠들썩한 소란 대신 고요에 기대는 일. 복잡한 계산 대신 단순함을 믿는 일. 고단한 하루를 화로 풀지 말고 감사로 여미는 일. 이 순간의 충일함에 기대어 한 걸음 걷다 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어느새 가까워집니다. 희망이 곧 믿음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믿어요. 힘을 좋아하고 협박과 억압을 즐겨 하는 이들이 일으킨 전쟁은 작고 연약한 것들을 보듬는 생명과 평화의 기도에 곧 지게 될 것이라고요. 늘 새롭게 하시는 하느님이 오늘 봄비 속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글 _ 정은귀 스테파니아(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