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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우협의회 창립 30주년 신앙대회 “공직 일터 ‘빛과 소금’ 역할 다짐”

서울시청과 자치구,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30년간 공직 사회 안에서 이어온 신앙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공직 일터의 복음화’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을 다짐했다. 서울시교우협의회(이하 협의회)는 9월 5일 서울시청에서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를 주제 성구로 ‘창립 30주년 신앙대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오세훈(스테파노) 서울시장을 비롯해 9개 구청장과 신자 시의원 30여 명, 협의회 회원과 가족 430여 명이 참석했다. 1996년 5월 창립된 협의회는 서울시청 교우회를 중심으로 25개 구청과 공사·공단 및 사업소 교우회가 함께하는 연합체로, 현재 3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교우회별 월례미사를 봉헌하고 신심 활동과 영성 교육 등을 통해 신앙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협의회 임춘근(대건 안드레아) 회장은 대회사에서 “‘공직 일터의 복음화’라는 비전과 사명을 되새기고자 지금까지 지역사회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왔다”고 말했다. 신앙대회는 문화 공연과 복음 특강, 장엄미사 봉헌 순서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가톨릭문화원 찬양팀과 테너 강신옥(바오로) 씨가 공연을 펼쳤으며, 2부에서는 송봉모 신부(토마스·예수회)가 ‘나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시편 23)를 주제로 삶의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담대하게 살아가는 신앙에 대해 강의했다. 장엄미사에 앞서 회원들은 ‘공직 일터의 복음화’ 비전을 발표하고, 공직의 자리에서 복음을 삶으로 실천하며, 서울 WYD의 성공 개최를 돕고, 세대와 시대를 잇는 신앙공동체를 완성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미사 중에는 「서울시교우협의회 창립 30년사」를 봉헌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강론에서 공직자로서 신앙을 삶으로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정 대주교는 “세대가 달라지고 공직 사회의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우리가 함께 바라봐야 할 것은 신앙을 삶으로 살아내고, 시민을 섬기며 공동선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라며 “시민을 단순히 민원인이 아니라 소중한 이웃으로 바라보고, 동료들을 경쟁자가 아니라 형제자매로 바라보며 섬김을 위해 일하는 신자 공무원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 대주교는 “서울 WYD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통과 안전, 환경과 문화, 행정 등 여러 분야에서 공무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성공적인 행사를 치르는 것만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어떤 공동체와 사회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미사 후 열린 시상식에서는 서울시청·중구청·노원구청 교우회가 30주년 신앙대상을 받았다. 강동구청 교우회 김혜진(클라우디아·위례성모승천본당) 씨는 “서울시교우협의회에서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신앙대회를 정성껏 준비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 자리를 통해 은총을 많이 받아 간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5면

마산교구, AI 시대 ‘인간 존엄 수호’ 가톨릭 복지 역할 모색

산업화 시기 여성 노동자들의 쉼과 배움터로 출발한 마산교구 가톨릭여성회관이 개관 50주년을 맞아 인공지능(AI) 시대의 역할을 모색했다.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도 사람과 관계를 중심에 두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지역사회의 거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가톨릭여성회관은 9월 2일 강당에서 개관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인공지능(AI) 시대, 사회적 약자의 존엄과 참여’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는 교구 사회복지시설협의회 및 지역 복지시설 관계자와 신자 등 150여 명이 참여했다. 마산교구장 이성효(리노) 주교는 기조강연에서 ‘인간 존엄’에 대해 역설했다. 이 주교는 “가장 소외된 이들을 어떻게 AI 안에 포함시키는가가 우리의 인간성을 드러내는 잣대가 된다”며 “기술 혁명의 설계와 관리는 우리에게 달려 있으니, 사람을 우선에 두며 기술이 우리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그 진화를 인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화시대 여성인권운동과 지역연대활동을 통해 본 회관의 역할’ 주제 발제에서 강인순 교수(전 경남대 사회학과)는 “당시 1만여 명이 넘는 여성 노동자들이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일하고 있었고, 고향을 떠나온 이들의 쉼과 교육을 위해 여성회관이 설립됐다”면서 “50년 전 산업화의 그늘에 있던 여성노동자의 삶을 일으키고 지역 여성·시민운동의 한 축을 만든 여성회관은, AI 시대에도 기술보다는 사람, 효율보다는 인간의 존엄, 고립보다는 관계성에 중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원식 교수(경남대 사회복지학과)는 ‘소외계층 사람들의 현주소와 지역사회의 대응 방향’ 주제 발제에서 “여성회관은 주민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신뢰의 문, 제도에 닿을 때까지 함께 걷는 동행자, 고립된 사람을 이웃과 연결하는 관계의 플랫폼,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바꾸는 시민 사회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주 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사회복지의 방향과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며, 여성회관이 앞으로 ▲세대 간 연대 강화 ▲공동체 돌봄 확대 ▲기술 기반 스마트 복지 인프라 도입 등을 통해 변화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승언 신부(토마스 아퀴나스, 마산교구 AI위원회 위원장)는 ‘AI 시대 인간다움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장소로서 여성회관의 역할’을 주제로 네 번째 발제를 맡았다. 이 신부는 “50년 전 가톨릭여성회관이 공장에서 돌아온 소녀들을 위한 곳이었다면, 오늘은 AI 앞에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게 될 이들,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운 노동자, 기술을 따라잡지 못해 소외되는 노인과 이주민, 알고리즘의 평가 대상으로만 자라나는 청소년을 위한 자리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여성회관은 심포지엄에 이어, 10월 23일 ‘민들레 축제’와 함께 5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창립자 하 마리아 선생 다큐멘터리를 제작, 10월 24일 오후 4시 창원더시티 CGV에서 상영한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6면

가톨릭 고등학교 연합 “K-성지순례로 신앙 의미 되새겨요”

전국 가톨릭계 고등학교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해 펼쳐온 연합 성지순례가 올해 참가 학교를 늘리고, 순교 신앙과 교회사 학습에 생태·평화 실천을 더한 밀도 있는 청소년 신앙교육으로 진행됐다. ‘2026학년도 가톨릭 고등학교 연합 K-성지순례’가 9월 5일 서울대교구 절두산 순교성지와 김범우 집터, 주교좌명동대성당,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성당 일대에서 열렸다. 2022년부터 이어져 온 연합 순례는 지난해 6개교 83명이 참가한 DMZ 평화·생태 순례 이후 큰 호응을 얻으며 올해 10개교로 행사의 외연을 넓혔다. 순례에는 대전 성모여자고등학교, 계성고등학교, 논산 대건고등학교, 동성고등학교, 복자여자고등학교, 성심여자고등학교, 소명여자고등학교, 안법고등학교, 인천 대건고등학교, 효명고등학교 학생 137명과 사제·수도자·교직원 등 160여 명이 참가했다. 순례길 플로깅과 ‘기후 위기 비상 행동’ 캠페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한 ‘1004 기부’ 봉헌도 진행됐다. 학생들은 학교를 섞은 모둠으로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시작·말씀 전례를 봉헌하고, 병인박해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기도를 봉헌한 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유해를 경배했다. 김범우 집터와 주교좌명동대성당에 이어 수녀회 성당에서 고해성사와 모둠 나눔을 갖고 한국 가톨릭학교 교장연합회장 이석재 신부(안드레아·효명고 교장) 주례로 파견미사를 봉헌했다. 이석재 신부는 강론에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께 소중한 사람”이라며 “오늘 받은 힘으로 앞으로의 삶을 잘 살아가는 젊은이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전 성모여고 2학년 정채경(스텔라) 양은 “다른 학교 친구들과도 신앙 안에서 가까워질 수 있었다”며 “순교자들의 희생을 묵상하며 지금 우리가 자유롭게 드리는 기도와 신앙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2면

‘2026 왜관 홀리페스티벌’…지역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 펼쳐

고요하고 거룩한 가톨릭 수도원이 축제의 장으로 활짝 열려 지역 주민들과 만났다. 경북 칠곡군은 가톨릭 문화유산과 관광을 접목한 ‘2026 왜관 홀리페스티벌’을 9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왜관 수도원 일대에서 개최했다. 왜관 수도원이 지닌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열린 이번 축제는 누구나 찾아와서 즐기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행사에서는 신자가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그레고리안 성가와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대성당에서 울려 퍼져 관람객에게 깊이 있는 울림을 선사했다. 저녁에는 수도원 내 구(舊) 왜관성당이 빛으로 물든 가운데 가수 린(4일)과 안예은(6일)의 홀리콘서트, 아이돌을 꿈꿨던 이력으로 화제를 모은 살레시오회 이창민(마르치아노) 신부의 토크콘서트(5일)가 열려 축제 분위기를 한껏 북돋웠다. 이외에도 ▲인생사진 스튜디오 ▲수도복 복식 체험 ▲묵주 만들기 등 관람객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경숙(마리안나·의정부교구 남양주 별내본당) 씨는 “왜관 수도원에 처음 방문했는데 홀리페스티벌에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대성당에서 들은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4일에는 개막식에 앞서 수도원 내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 4층 ‘하늘성당’에서 왜관 수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 주례 특별미사가 봉헌됐다. 해가 지는 시간에 천장이 뚫린 공간에서 초를 켜고 봉헌한 미사 중 박 아빠스는 “거룩함을 체험하면서도 쉴 수 있는 시간, 또는 쉬러 왔는데 거룩함을 체험하게 되는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며 “숨겨진 명소를 찾아보고, 인생에서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3면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를 반기며

드디어! 한국에서도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가 고유 전례문으로 곳곳에서 처음 봉헌됐다. 2025년 레오 14세 교황께서 고유 전례문과 독서를 사용한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Missa pro custodia creationis)’를 거행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잔잔한 기쁨과 함께 안도감마저 밀려왔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창조질서를 보전하려는 의식이 일부 활동가들만의 몸부림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전례로까지 강조된다는 교회의 공식적인 선포였기 때문이다. 비록 선택사항의 미사이긴 해도 말이다. 지금까지 미사에 참여하면서 그날의 주제에 맞는 고유 전례문이 바쳐지는지에 대해 이렇게 조바심을 내며 기다려보기는 처음이다. 심지어 9월호 매일미사 책에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 고유 기도문이 어디에도 없어서 내심 서운하기까지 했었다. 그래서인지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에서 주관해 서울 명동 파밀리아 채플에서 거행한 이날 미사의 고유기도문인 본기도, 예물기도, 영성체 후 기도 속에 담긴 의미가 더욱 간절하고 깊게 느껴져 함께 나눈다. ‘아버지, 모든 피조물의 맏이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을 창조하셨으니 저희가 생명의 숨이신 성령께 순종하며 아버지의 손으로 지으신 작품들을 사랑으로 돌보게 하소서.’ ‘아버지, 이 땅에서 저희 손으로 거둔 열매를 받으시어 그 안에서 아버지의 창조 사업을 완성하시고 성령으로 변화되어 저희에게 영원한 생명의 양식과 음료가 되게 하소서.’ ‘아버지, 저희가 받아 모신 이 일치의 성사로 형제들이 아버지와 더 깊은 친교를 이루어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며 모든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게 하소서.’ 위의 기도문과 같이 모든 피조물 곧 아버지의 손으로 지으신 작품들을 돌보려면 피조물의 의미를 먼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피조물이 하느님께서 쓰신 책이고 계시(12항, 85항)이며, 하느님 현존의 자리(88항)라고 한다. 이를 알아들으려면 시간을 할애하여 피조물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즉 ‘믿는 이들에게 피조물에 관한 관상은 메시지를 듣고, 역설적인 무언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85항)이다. 작은 체험을 나누고 싶다. 생태영성피정을 진행할 때였다.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길에 깔린 자갈을 관상한 후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주위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돌처럼 하느님도 항상 저희 곁에 계신 것 같아서요.” 그 순간 나는 개구쟁이 아이도 자연을 관상하며 순식간에 깊은 영성가가 되는 것을 보았다. 또 어느 성인 피정자는 “하느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먼저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보고 듣고, 냄새 맡으라고 인간에게 눈, 귀, 코, 입을 주신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러고 보니 성경 속 하느님도 대부분 구름, 불, 바다 등 피조물과 함께 나타나 인간과의 역사를 이루신다. 예수님도 십자가 나무라는 피조물에 못 박혀 그의 사명을 완성하시지 않았는가! 마치 하느님도 피조물 없이는 당신의 일을 안 할 작정이신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피조물의 가치를 제대로 존중할 때 인간다움도 더 성장한다고 본다.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은 우리가 피조물을 돌보며 기도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하느님의 명령대로 피조물이 우리를 얼마나 보호해왔는지를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으로 지구촌의 모든 그리스도교가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부터 10월 4일까지 함께 기념하는 창조시기 한 달 만이라도 뜻을 모아 기도하고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면 좋겠다. 이것이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피조물의 탄식(로마 8,19 참조)에 조금이라도 응답하는 것이 아닐까? 글 _ 문점숙 마리루치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서울 노틀담 피정센터)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23면

[독자마당] 베이징 시스쿠성당(北堂)에 성 김대건 신부님이!

필자는 8월 17일부터 20일까지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천주교 교구연혁사」와 「중국천주교사 연구」 저자인 허난성 안양사범대학 류즈칭 교수의 초청으로 허베이성 한단(邯鄲)교구를 방문해 특강을 하고, 베이징교구 주교좌성당인 시스쿠성당, 이른바 북당(北堂)을 둘러보았다. 이번 방문에서는 최근 중국천주교가 강조하는 ‘중국화’를 필자가 말하는 ‘현지화’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무엇보다 북당에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성해(聖骸)가 모셔지게 된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대대적인 내부 수리를 마친 북당에서는 변화의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제대 위치였다. 과거 북쪽 끝에 있던 제대가 성당 중앙으로 내려와 있었다. 성당 관계자는 신자들 가운데에서 전례를 거행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북당을 상징하는 ‘만유진원(萬有眞原)’ 편액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제대를 바라볼 때 왼쪽에는 유럽 천주교 역사가, 오른쪽에는 중국천주교 역사와 문화가 표현돼 있었다. 서양에서 전래된 천주교가 중국의 역사와 문화 속에 자리 잡아 온 과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필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은 성당 뒤편이었다. 돔 형태의 여러 공간 가운데 하나가 앞으로 김대건 신부님 경당으로 활용될 것 같았다. 오른쪽 창에는 김대건 신부님, 왼쪽 창에는 주문모 신부님이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돼 있었다. 창문 앞 돌 제단 위에는 김대건 신부님 성해(聖骸)를 모실 수 있는 나무 성해 틀이 마련돼 있었고, 그 앞에는 장궤틀도 설치돼 있었다. 장궤틀 윗면의 동판에는 김대건 신부님의 생몰연대와 가경자·복자·성인으로 시성된 이력이 한글과 중국어로 기록돼 있었다. 북당 관계자는 김대건 신부님 성해가 이미 베이징교구에 도착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해 안치식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사실은 한국천주교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의 북당은 1784년 하느님의 종 이승훈(베드로)이 세례를 받은 찬츠커우교당(蠶池口敎堂)이 1888년 현재의 시스쿠로 옮겨온 것이다. 따라서 북당은 한국천주교 신앙의 출발과 깊은 역사적 관계를 갖는다. 바로 그곳에 중국에서 서품받아 한국인 최초의 사제가 된 김대건 신부님의 성해가 모셔진다는 것은 한·중 천주교 역사에서 매우 상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는 중국천주교가 강조하는 중국화 또는 현지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서양에서 전래된 천주교가 중국의 역사와 문화 속에 뿌리내리고, 그 공간에 한국천주교의 역사와 인물까지 함께 담아내는 모습은 천주교가 동아시아에서 걸어온 긴 역사를 보여 준다. 김대건 신부님의 성해가 정식으로 모셔져 경당이 완성되는 날을 기다려 본다. 언젠가 그곳에서 한국어 미사가 봉헌되고 김대건 신부님의 신앙을 기억하는 기도가 울려 퍼지기를 학수고대한다. 그날은 한 성인을 기리는 것을 넘어 한국과 중국천주교가 공유해 온 역사적 기억을 다시 확인하는 뜻깊은 순간이 될 것이다. 글 _ 신의식 멜키올(아시아천주교사연구회 회장·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 독자마당은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따뜻한 신앙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일상 속 은총의 순간들, 이웃과 나누고 싶은 미담을 자유롭게 보내 주세요. (A4 ⅔장 이내) 보내실 곳 서울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2층 이메일 jebo@catimes.kr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22면

[이웃종교] 개신교 청소년 10명 중 6명…“학교·교회 가르침 달라 혼란”

개신교 신자 중·고등학생 절반 이상이 학교와 개신교회의 가르침 사이에서 ‘세계관 충돌’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명 중 1명 이상이 신앙과 일상을 분리해 인식하는 ‘분리신앙’의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신뢰할 만한 목회자에게 신앙적 궁금증을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열린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8월 25일 발표한 「기독교 통계(347호) - 세계관의 충돌; 분리신앙」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 중·고등학생 10명 중 6명(59%)이 ‘학교에서 배운 것이 교회에서 배운 것과 모순된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개신교회 가르침과 학교에서 배운 내용 사이에 모순을 느끼는 분야로는 ‘과학’(진화와 우주 기원 등)이 60%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윤리·성(37%), 사회·정치(34%), 역사·문화 해석(32%) 순이었다. 또한 모순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중 학교 학습보다 교회 가르침을 우선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24%에 그쳤다. 신앙을 일상에 얼마나 적용하는지를 묻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8%)가 ‘현실 문제 앞에서는 믿음보다 현실적 방법을 먼저 택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신앙과 일상을 나눠 생각한다’는 응답이 38%였다. 이는 개신교 신자 학생들이 세속적 가치관과 개신교의 가르침 사이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통계는 목회데이터연구소와 (사)꿈이 있는 미래가 공동으로 펴낸 ‘2026 한국교회 다음세대 트렌드’에서 1월 22일부터 2월 6일까지 만 14세에서 19세까지의 개신교 신자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설문 결과에 대해 “이번 조사 결과는 ‘다음 세대’의 신앙적 위기가 단지 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신앙과 삶을 연결하는 ‘통합적 가치관’의 부재에서 비롯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특히 신앙과 일상을 분리하는 태도를 보이는 학생이 3명 중 1명 이상이라는 점은 교회 교육이 실제 삶의 판단 기준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또 엄격한 종교적 분위기로 인해 신앙과 관련해 생긴 의문들을 자유롭게 제기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학생들이 신앙적 혼란을 풀어낼 수 있는 ‘안전한 질문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시노달리타스’를 지향하는 가톨릭교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5년 11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진리관에서 열린 ‘제29회 사목연구소 학술 심포지엄’에서 서울대교구 정규현(마르티노) 신부는 “생명과 성, 가족의 가치 등에 관한 신앙의 진리를 교회 내 청년들과 허심탄회하게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통해 시노드적 울림과 공감, 능동적 진리 선포로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내부의 응집력이 확보돼야 교회 밖 비신자 청년들에게도 진리를 선포·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13면

[인터뷰] 원주교구 청년 찬양밴드 ‘스프레드’ 고아라 단장

“‘오래오래 지치지 말고 서로서로 감사하며 롱런하는 찬양팀이 되자.’ 제가 우리 단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원주 교구대회를 널리 알리고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결성된 청년 찬양밴드 ‘스프레드(Spread)’ 고아라(사비나) 단장은 요즘 원주교구에서 가장 바쁜 청년이다. 실용음악을 전공한 음악인으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매주 수요일에는 교구 양업사제관 지하에서 단원들과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교구 여러 행사에 초청받아 무대에 서고 있다. 고 단장이 밴드 활동에서 가장 마음을 쓰는 부분은 서로 성격과 개성이 다른 단원들의 화합과 조화다. 보컬과 코러스, 건반과 카혼 연주를 맡는 고 단장을 비롯해 스프레드 단원은 모두 17명이다. 무대에 서는 이들뿐 아니라 무대 밖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향이나 무대 장치 등을 책임지는 이들도 있다. “이전부터 밴드를 하다 보면 단원끼리 음악적 견해 차이로 다투거나 팀이 깨지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스프레드라는 밴드 이름처럼 젊은 에너지와 선한 기운을 유지하면서 다른 청년들에게도 저희 마음을 오래도록 전하고 싶습니다.” 고 단장은 스프레드가 지금처럼 교구 내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원주 교구대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김정하(야누아리오) 신부 제안으로 지난해 8월에 단원 모집을 시작해 11월에 결성된 스프레드는 올해 1월 교구 청년연합미사를 시작으로, WYD 십자가와 성모성화 환영식, 하울이제, 성소 주일, 청년대회 등 교구 주요 행사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선보였다. 10월 31일 배론성지에서 열리는 교구 가정대회에서의 초청 공연도 앞두고 있다. “내년 WYD도 저희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원들의 신앙심이 깊어지고 단단해질 것 같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세계 청년들이 저희 무대를 보고 진한 감동을 받고 스프레드가 전하는 희망을 가득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레네요.” 스프레드는 기존 생활성가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편곡해 새로운 감성으로 들려주고 있지만 활동 폭을 넓혀 창작곡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고 단장은 “청년들의 순례 여정에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찬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찬양을 듣는 이들에게 기도할 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21면

정부, 2027 서울 WYD 지원 위한 전담 조직 설치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담 조직이 설치됐다. 대회 준비에 필요한 정부 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 간 협력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는 9월 3일 국무총리훈령 제951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단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발령하고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훈령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단’(이하 지원단)이 설치됐다. 훈령에는 WYD 지원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지원단의 구성과 운영, 주요 업무 등이 담겼다. 지원단은 WYD 지원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안전·수송·의료 등 분야별 세부계획을 마련한다. 관계 기관과의 업무를 조정하고 협력하며 업무 추진 상황도 점검한다. WYD와 연계한 문화·예술·관광 프로그램과 대회 홍보를 지원하는 등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 필요한 업무도 수행한다. 특히 훈령은 관계 기관과의 업무 조정과 협력, 추진 상황 점검을 지원단의 주요 업무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지원단은 각 분야의 지원 계획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기관이 함께 추진해야 하는 사안을 조율하고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지원단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이 겸임한다. 지원단에는 문체부 소속 공무원과 관계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에서 파견된 공무원 등이 참여한다. 문체부 장관은 지원단 업무 수행에 필요할 경우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소속 공무원의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 지원단의 업무 수행을 위해 관계 공무원과 전문가의 의견을 듣거나 관계 기관·단체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지원단장은 필요한 경우 전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관계 공무원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으며, 관계 기관과 단체에는 자료나 의견 제출 등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지원단은 2027년 10월 31일까지 운영된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2면

장애를 넘어 모든 이에게 복음 닿아야

시각장애인 신자들이 최신 점자정보단말기에서 성경과 기도서, 성가와 각종 전례 자료를 읽고 들을 수 있는 전례 소프트웨어 ‘신로고스’가 출시됐다. 새 기종과 운영체제 변화로 기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었던 불편을 해소하고, 말씀과 전례에 다가갈 길을 다시 열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한국교회는 2006년 점자 「성경」을 발간하고 2008년 점자정보단말기용 전례 소프트웨어 ‘로고스’를 개발하는 등 시각장애인의 신앙생활을 돕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점자책은 부피가 커 휴대가 어렵고, 후천적 시각장애인 가운데는 점자보다 음성 자료에 익숙한 이들도 많다. 이런 현실에서 점자와 음성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신로고스는 시각장애인 신자들이 주체적으로 기도하고 말씀을 읽고 전례에 참여하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다. 더욱 뜻깊은 것은 실제 사용자인 시각장애인들이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장애인 사목은 필요한 것을 대신해 주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번 신로고스 출시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장애 특성에 맞는 환경을 함께 만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로고스 출시가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례문과 교회 문헌이 바뀔 때마다 자료를 갱신하고, 더 다양한 신앙 서적과 교육 자료를 점자와 음성으로 제공해야 한다. 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미사에 참여할 권리는 장애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 누구도 전례와 복음의 자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장벽을 걷어내는 일은 교회가 계속 감당해야 할 사명이다. 신로고스가 그 길을 넓히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23면

“오감으로 일깨우는 생태 감수성”…수원교구 생태환경위 ‘2026 환경한마당’

하느님 창조질서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피조물 보호를 위한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생태환경위원회는 9월 5일 제1대리구 서정동성당에서 ‘2026 환경한마당’을 열었다.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 등 500여 명은 10개 생태 체험부스에 참여해 자원순환과 절제, 생명 존중 등의 의미를 되새기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약속을 적어 봉헌했다. 체험 뒤에는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원미사’를 봉헌하며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몸으로 즐겁게… 창조질서 지키는 방법 배워요 오전 11시, 서정동성당 앞마당에 신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흰 손수건 위에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곁에서는 빛바랜 헌 옷이 쪽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솔방울과 씨앗을 굴리고 날려보는 놀이가 이어졌다.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만들고 뛰어노는 체험을 통해 참가자들은 피조물을 보호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혀갔다. 행사장에는 협력, 절제, 즐거움, 표현, 창조, 회복, 공존, 재창조, 생활, 파견을 주제로 한 10개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특히 생태환경교육 강사팀 ‘라우다토 씨’ 강사들이 7개 부스를 맡아 각 체험에 생태적 의미를 더했다. EM의 원리와 생활 속 활용법을 알아보는 ‘작은 생명의 힘’, 손수건을 꾸미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배우는 ‘사랑을 담는 손수건’, 놀이로 자원순환을 익히는 ‘지구를 살리는 운동회’ 등이 참가자들을 맞았다. ‘하느님 정원의 친구들’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내용을 통해 모든 피조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집’의 의미를 되새겼다. ‘다시 입는 기쁨’ 부스에서는 참가자들이 집에서 가져온 헌 옷을 천연 염색해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렸다. 강사는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약 2700ℓ의 물이 필요하다며, 물건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소비되는 ‘가상수’의 개념을 설명했다. 새 옷을 계속 사기보다 필요한 만큼 소비하고, 헌 옷을 나누거나 다시 활용하는 것도 피조물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빛바랜 옷을 쪽빛으로 물들이며 버려질 수 있는 옷에 새로운 쓰임을 더했다. ‘사랑을 담는 손수건’ 부스에서는 휴지와 물티슈 대신 사용할 손수건 꾸미기가 한창이었다. 참가자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염료로 자신만의 그림과 문양을 새겼다. 손수건 한 장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작은 습관으로 일회용품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함께 살아가는 생명’ 부스에서는 씨앗의 여행을 놀이로 체험했다. 참가자들은 굴러가는 씨앗과 동물의 몸에 붙어 이동하는 씨앗,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씨앗의 모습을 자연물을 활용해 살펴봤다. 놀이 도구도 플라스틱 대신 솔방울과 종이 계란판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재활용품을 활용했다. 강사들은 식물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을 소개하며 모든 생명은 인간보다 ‘덜한’ 존재가 아니라 저마다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피조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조물 생각하며 하나 되다 주일학교 개학을 맞은 제1대리구 안중본당에서는 주일학교 학생 70여 명이 행사에 참여해 하느님 정원을 함께 꾸몄다. 최아진(안나 린·제1대리구 안중본당) 양은 “피조물 보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당장 배달 음식을 줄이고 식당에 용기를 가져가 음식을 받아오는 것부터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태양열로 움직이는 분수를 체험한 황혜린(라파엘라·제2대리구 망포동본당) 양은 “태양이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보다 뜨거워진 태양이 우리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잘 살 수 있도록 우리가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체험을 마친 참가자들은 이날 배운 내용 가운데 생활 속에서 실천할 한 가지를 적어 봉헌했다. ‘배달 음식 이용하지 않기’,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휴지 대신 손수건 쓰기’ 등 각자가 정한 약속이 미사 중 봉헌됐다. 환경한마당을 마친 뒤 거행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원미사’에서 교구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는 “레오 14세 교황님은 제11차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 전쟁이 개인과 공동체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피조물과 이루는 조화를 해친다고 경고하셨다”며 “오늘 미사 중에 전쟁이 끝나고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이 환경을 지키는 데 노력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환경한마당은 ‘평화의 춤’으로 마무리됐다. 신자들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땅과 하늘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춤을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겼다. 서로의 손을 단단히 맞잡고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4면

[예술로 빚은 신앙] 예술과 신앙

큰 주제여서 쓸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지만, 막상 35년간 게으른 조각가로 살아온 지난날 특별히 내세울 만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시간도 나를 위해 마련해 두신 하느님의 조용한 계획이었음을 깨닫는다. 30여 년간 가톨릭미술가회 회원으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조각가였다는 사실조차 완전히 잊고 살았을 것이다. 학원 일이 커질수록 물욕도 커졌다. 그러면서 고요한 내면의 삶과는 자꾸 멀어지고 있었다. 수백 명의 아이가 학원을 드나들자 아이들의 안전이 염려돼 성당 레지오 마리애에도 가입했다. 봉사하려는 마음보다는 내 이익을 위한 이기심이 더 컸다. 어느 날 나와 가까운 학부모가 책을 들고 찾아왔다. 「들숨날숨」이라는, 가톨릭 신부님이 펴내는 잡지였다. 그는 1년 치 구독료까지 내주며 그림을 그리는 신부님을 소개해 주었다. 전시장에서 본 신부님의 작품은 뜻밖이었다. 그림이나 조각을 하는 다른 수녀님과 신부님들의 작품과는 많이 달랐다. 사실적이기보다는 추상표현주의의 강렬함이 드러났고 작품성도 뛰어났다. 마음 한구석에서 늘 초라하다고 느껴 왔던 성미술과는 달리 개성이 두드러지는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유럽에서 공부하셔서인지 서구적인 세련미가 느껴졌고, 사용한 재료도 남달라 보였다. 「들숨날숨」에 실린 글도 내 마음을 끌었다. 어느 해인가 부산에서 영성미술 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 쉼 없이 이어지는 작업 일정은 일반적인 피정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가라앉아 있던 창작 열정을 되살리는 강의와 실습이 이어졌다. 주로 미술을 전공한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타고난 재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곤 했다. 많은 사람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붓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이들의 솜씨를 보며, 손재주도 뛰어나지 않은 내가 미술을 한다는 사실에 낙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빛나는 재능을 발견하고 바라보는 것 역시 큰 즐거움임을 영성미술 캠프에서 알게 됐다. 재능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잘 가꾸어 발휘하는 것이 마땅하다. 캠프가 끝난 뒤 그곳에서 만난 대학 선배님과 함께 미술 동아리를 만들고 실습 모임을 이어 갔다. 신부님께서 주제를 정해 주시면 여러 연령대의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어 와 발표하고, 서로 감상하며 토론했다. 대학 시절보다 더 큰 창작 의욕을 일깨운, 잊을 수 없는 체험이었다. 이후 신부님께서 대학에서 강의를 맡게 되면서 우리 모임은 중단됐다. 그러나 그 시간은 내 삶에 주어진 큰 기회였음을 기억한다. 하느님께서는 선물을 틈틈이 준비해 두셨다가 우리 앞에 펼쳐 보이신다. 모르고 지나쳤던 일의 의미를 어느 순간 불현듯 깨닫게 하신다. 그 섬세하고 치밀한 계획에 놀라게 된다. 그러니 불평하고 툴툴거릴 시간이 없다. 나를 위해 준비하신 선물을 기꺼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을 수 있도록 늘 준비해야 한다. 들숨과 날숨이 맞물려 이어지듯, 우리는 하느님의 숨결 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 글 _ 추명희 제르트루다(수원교구 가톨릭미술가회)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3면

[본당에서 온 편지 - 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탈출기②

열 가지 재앙과 과월절 하느님의 사명을 받은 모세는 이집트로 돌아가 파라오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합니다. 그러나 파라오의 마음은 완고하기만 합니다. 파라오의 완고함은 재앙을 초래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두 열 차례에 걸친 재앙을 통해 파라오와 이집트인들이 당신이 주님이심을 알게 하시고(탈출 7,5.17; 8,6), 온 세상에 당신의 이름을 드러내십니다.(탈출 9,16) 또한 이스라엘 자손들이 그들을 구하신 분이 바로 주님이심을 알게 하십니다.(탈출 10,2; 11,7) 거듭되는 재앙에도 이스라엘 백성을 풀어주지 않던 파라오는 이집트의 맏배를 치신 열 번째 재앙을 맞게 됩니다. 이때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그들 집의 문설주와 상인방에 양의 피로 표시를 합니다. 이윽고 열 번째 재앙이 닥쳤을 때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 맏배의 생명을 보존하게 됨으로써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하게 됩니다. 결국 하느님의 권능에 굴복하게 된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나도록 합니다.(탈출 12,31) 과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체험했던 하느님의 구원을 기념하는 중요한 종교 축제입니다.(탈출 12,1-14.21-28.43-51) 종살이의 억압에서 자유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간 구원 체험을 기념하는 과월절은 ‘건너감’을 뜻하는 파스카라 불리기도 합니다. 구약의 과월절은 신약에 이르러 하느님의 인간 구원을 완성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십자가 죽음에서 부활로 건너감)를 미리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제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된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 가나안을 향해 긴 여정을 가게 됩니다. 갈대 바다와 만나 이야기 이스라엘 백성이 갈대 바다에 도착했을 때, 멀리서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병거부대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음이 변한 이집트 파라오가 추격해온 것입니다. 공포에 휩싸여 울부짖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모세는 말합니다. “두려워하지들 마라. 똑바로 서서 오늘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이루실 구원을 보아라.”(탈출 14,13) 하느님께서는 바닷물을 밀어내어 길을 만들어 주십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마른 땅을 밟고 갈대 바다를 건너가게 됩니다.(탈출 14,15-31) 이 사건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을 다시금 체험하게 된 이스라엘 백성은 벅찬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하느님께 찬양을 드립니다.(탈출 15장) 갈대 바다 너머 시나이 반도로 건너온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막과 같이 척박한 광야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목마름과 배고픔으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한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으로 돌보아 주십니다. 마라(탈출 15,23-25)와 르비딤(탈출 17,6)에서는 백성들이 물을 마시게 해 주시고, 신 광야에서는 메추라기 떼를 보내 주십니다.(탈출 16,13) 특히 하느님께서 매일 내려주신 만나는 고수풀 씨앗처럼 하얗고, 그 맛은 꿀 섞은 과자 같았는데(탈출 16,31) 약속의 땅에 이를 때까지 사십 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의 양식이 됩니다.(탈출 16,35 참조; 시편 78,24-25; 105,40) 이스라엘 백성은 힘든 광야 여정 가운데 하느님을 더 절실하게 찾았고, 하느님의 돌보심을 체험하게 됩니다. 척박한 광야가 오히려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은혜로운 장소가 되었던 것입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18면

[교회상식 더하기] 보목(寶木)을 다 모으면 배 한 척 분량이 된다?

‘보목(寶木)’이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예수님께서 처형당하실 때 사용됐다고 전해지는 십자가 나무를 일컫는 말로 ‘성 십자가’라고도 합니다. 보목은 세계 여러 성당에 안치돼있는데요. 세계 각지의 보목을 다 모으면 커다란 배 한 척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나무가 모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가짜 보목이 많다는 말인데요. 정말일까요? 전설에 따르면 보목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 성 헬레나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성인은 예수님께서 못 박히신 십자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중 골고타 언덕에서 여러 십자가를 발견했는데, 그중 한 십자가에서 병자를 치유하는 기적이 일어났고, 그 십자가가 보목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보목은 조각으로 나뉘어 분배됐는데요. 그러다 보니 보목 조각을 안치하고 있는 성당의 수가 점차 많아졌습니다. 이 점을 들어 장 칼뱅은 「성유물에 관한 논고」에서 보목 조각을 다 모으면 배 한 척 분량이 나올 것이라 주장합니다. 성유물 공경을 비판하면서 그 양을 볼 때 상당수가 가짜일 것이라는 것이지요. 칼뱅만이 아니라 당시 개신교 신학자나 계몽주의자들이 보목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후에 이 주장에 반대되는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1870년 프랑스의 건축가이자 고고학자인 샤를 로제 드 플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도구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는데요. 그는 당시 알려진 보목 조각들의 목록을 작성하면서 그 부피를 계산했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십자가 크기를 가정해 계산한 결과, 확인된 보목 조각들의 부피를 모두 합쳐도 십자가 전체의 약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가 보목의 진위까지 밝히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양이 넘쳐서 가짜가 많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교회는 “십자가 나무 위에서 거룩하신 당신 수난으로 우리에게 의로움을 얻어 주셨다”고 가르칩니다.(트리엔트 공의회 「의화에 관한 교령」)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대신한 희생 제사를 십자가 위에서 완성하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천국에 이르는 사다리는 하나뿐”이고 “십자가 이외에 하늘에 오르는 다른 사다리는 없다”고 강조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618항) 우리가 보목을 바라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목을 바라보지만, 실은 그를 통해 십자가에서 당신의 목숨을 내어주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을 공경하는 것이지요. 또한 우리 역시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를 것을 기억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보목을 바라보며 기도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광주대교구 가톨릭목포성지 산정동대성전(교황 직속)과 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입니다. 하지만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일은 꼭 보목 앞이 아니더라도 가능합니다. 9월 14일은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잠시 시간을 내 성당이나 집에 걸린 십자가 앞에서 기도해 보면 어떨까요? “보라, 십자 나무 여기 세상 구원이 달렸네.”(주님 수난 성금요일 ‘십자가 경배’ 중)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20면

[현장에서 만난 복음]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얼마 전 프랑스에서 오신 한 원로 신부님께서 대리구청을 방문하셔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식사 중 신부님께서 제게 물으셨습니다. “신부님은 무엇을 담당하고 계십니까?” “중고등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습니까?” 저는 “초등부까지는 성당에 잘 나오던 학생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신부님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다시 물으셨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너무 바쁩니다. 학업 때문에 성당에 나올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신부님께서 되물으셨습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그 질문에 다시 생각했습니다. 정말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까. “학생들이 성당에서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자신들이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신부님은 프랑스 파리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BTS를 보기 위해 모였던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젊은이들은 BTS를 통해 위로와 힘을 얻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그들을 찾아갔다는 것입니다. “성당에 오는 학생들도 교회 안에서 위로와 평화를 느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성당에서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까?” 이어 신부님은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재미있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거나, 강론은 무조건 짧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추측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 이야기는 제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저 역시 청소년 사목을 담당하며 여러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시도해 왔지만 정작 학생들에게 제대로 물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너희는 교회에서 무엇을 하고 싶니?” “교회에서 무엇을 기대하니?” “너희에게 교회는 어떤 곳이니?” 교회는 이제 젊은이들이 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어른들이 그렇게 선언한다고 해서 그들이 저절로 교회의 현재가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정말 그들이 교회의 현재라면 그들의 목소리도 지금 교회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 때문에 기뻐하고 힘들어하는지 먼저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리 정해 놓은 답에 맞추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존중해야 합니다. 어쩌면 청소년 사목의 출발점은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먼저 묻고 그 대답을 듣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청소년을 위한 사목을 넘어 청소년과 함께하는 사목, 어른들이 정해 주는 교회가 아니라 청소년과 함께 만들어 가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어른들이 조금 더 천천히 말하고 조금 더 많이 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묻는 바로 그 순간, 그들은 자신이 단순한 사목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교회를 이루어 가는 소중한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청소년들은 교회 안에서 진정한 위로와 평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_ 이규성 요셉 신부(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2국장)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3면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작가 회고전 열어 ‘역대 최대 규모’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고(故) 유영국(바오로, 1916~2002)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 마련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0월 25일까지 서소문본관에서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연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한국 근대미술의 주요 작가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선보이는 ‘한국 근대 거장전’의 첫 프로젝트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민주화, 경제성장 등 격변의 근현대사를 지나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유영국의 60여 년 화업을 조명한다. 전시에는 유화 115점을 비롯해 부조와 사진, 드로잉, 아카이브 등 총 170여 점이 공개된다. 그동안 대중에게 선보이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도 포함됐다. 경북 울진에서 태어난 작가는 산과 바다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을 기하학적 구성과 강렬한 색채의 추상으로 구현했다. 1930년대 일본 유학 시절 도쿄 문화학원에서 추상미술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무라이 마사나리(村井正誠), 하세가와 사부로(長谷川三郎)를 비롯해 김환기, 장욱진, 이중섭 등과 교류하며 추상미술에 대한 관심을 키워 나갔다. 1943년 귀국한 그는 시대적 혼란과 생계 문제로 한동안 작업에 전념하지 못하다 1955년부터 다시 본격적인 작업에 매진했다. 1960년대부터는 산을 주요 모티프로 삼아 자연에서 얻은 심상을 점과 선, 면과 색으로 풀어냈다. 특히 1964년은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그룹 활동 대신 개인 작업에 몰두하기로 결단한 전환점이었다. 총 다섯 개 파트로 구성된 전시는 바로 이 1964년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인 연대기식 회고전에서 벗어나 작가의 시간을 재구성함으로써 유영국의 예술 세계를 새롭게 마주하도록 했다. 1964년에서 시작한 전시는 그의 초기 작품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뒤 다시 1960~1970년대 추상의 절정기를 거쳐 후기 작품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자연과 하나가 된 그의 후기 추상이다. 평생 탐구해 온 산이 작가의 내면과 하나가 된 ‘심상 추상’의 세계를 보여 준다. 유영국은 1977년 심장박동기 부착 수술을 받은 뒤 생애 마지막까지 여덟 차례의 큰 수술과 37차례 입퇴원을 반복하는 병고를 겪었다. 투병 중에도 붓을 놓지 않았고, 후기로 갈수록 작업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고요하고 깊은 화면을 담아냈다. 전시의 끝에서는 1994년 작 <산-Red>와 <산-Blue> 등을 만날 수 있다. 가로 2m, 세로 2.6m에 이르는 대작들이다. 전시는 그가 평생 그려 온 산이 내면의 풍경으로 깊어져 간 60여 년의 여정을 보여 준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기술이 창작의 개념을 뒤흔드는 오늘날, 인간의 직관과 회화 행위의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14면

수원교구 성경교육봉사자회 “성찰·대화·경청 통해 ‘봉사자 정체성’ 깨달았어요”

수원교구 성경교육봉사자들이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하느님 백성으로서 교회의 사명에 참여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고, 서로 경청하며 함께 걸어가는 시노달리타스를 체험했다. 성경교육봉사자회는 9월 4일 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성경교육봉사자 19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령 안에서 대화’를 열었다. 봉사자들은 17개 조로 나뉘어 기도와 경청, 나눔을 이어갔다. 이번 대화는 봉사자들이 성경 지식이나 교육 방법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교구로부터 본당에 파견돼 교회가 맡긴 말씀의 봉사를 수행하는 ‘교회 봉사자’라는 정체성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번 대화에는 교구 복음화국이 올해 3월부터 진행한 ‘성령 안에서 대화 봉사자 양성교육’을 마친 봉사자들이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조력자)로 참여했다. 퍼실리테이터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령 안에서 공동의 방향을 식별하도록 대화를 돕는다. 교구는 그동안 성령 안에서 대화를 교구와 본당 현장에 확산하기 위해 퍼실리테이터 양성을 추진해 왔다. 대화에 앞서 봉사자들은 ‘세례와 하느님 백성’, ‘교구의 성경사목에 참여하는 봉사자’, ‘말씀을 맡아 섬기는 교회 봉사자’를 주제로 제시된 질문을 묵상했다. 또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이자 교회의 한 사람이 됐다는 사실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교구로부터 파견된 봉사자로서 성경교육을 준비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하느님의 말씀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경험은 무엇인가’ 등에 관해서도 성찰했다. 이어진 ‘성령 안에서 대화’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이의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고 경청하는 데 무게를 뒀다. 봉사자들은 각자의 고민과 신앙생활에서의 경험을 내놓으며 말씀을 맡아 섬기는 봉사자의 자세에 대해 함께 식별했다. 한 봉사자는 “오랫동안 신앙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성경교육봉사자를 하면서 ‘나는 참 그리스도인인가’를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봉사자는 “내가 성경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 계속 고민했는데, 선배 봉사자들도 같은 고민을 안고 봉사해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받았다”며 “다시 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말씀을 전하는 이에게 필요한 겸손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말씀을 가르치는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기도하면서 이 일의 시작과 끝은 주님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겸손한 마음으로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구 제2대리구 복음화2국장 이건욱(클레멘스) 신부는 “내가 하는 성경 교육이 교회의 사명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교구가 퍼실리테이터 양성을 통해 지향해 온 성령 안에서 대화가 실제 봉사 현장에서 대규모로 펼쳐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