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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누적 사제 7178명…“새 사제 급감”

한국교회의 누적 사제 수가 7178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매년 새로 서품되는 사제 수는 1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감소세가 뚜렷하다. 주교회의는 전국 교구와 남자 선교·수도회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천주교회 사제 인명록(2026)」(이하 사제 인명록)을 발행했다. 기준일은 2026년 3월 1일이다. 사제 인명록에는 첫 한국인 사제인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부터 올해 2월 6일 사제품을 받은 서울대교구 김민섭(미카엘) 신부까지 총 7178명이 수록됐다. 전년도 인명록보다 71명 증가한 수치다. 현역 사제 가운데 수품 연도가 가장 앞선 이는 광주대교구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다. 원로 사목자를 포함해 활동 중인 추기경·주교 포함 한국인 사제는 5758명으로, 전년도 5742명보다 16명 증가했다. 소속별로는 전국 16개 교구 사제가 4842명(84.1%)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며, 선교·수도회 소속 사제(해외 활동 포함) 892명(15.5%), 교황청 및 해외 교구 등에서 활동 중인 사제(수도회 제외) 23명(0.4%)이다. 1845년부터 2026년 3월 1일 현재까지 선종한 사제의 누적 수는 773명으로, 전년보다 34명 늘었다. 2025년 3월 1일부터 2026년 2월 말까지 새로 서품된 사제는 교구 57명, 선교·수도회 13명을 합쳐 총 70명이다. 최근 10년간 새 사제 수를 보면 2015년 154명에서 2020년 113명, 2023년 88명, 2025년 77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기준은 각 연도 1월 1일에서 12월 31일이다. 사제 인명록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사목하는 외국인 사제는 114명으로 전년(115명)보다 1명 감소했다. 국적별로는 베트남 출신이 16명(복수 국적자 포함)으로 가장 많고, 미국(12명), 필리핀(11명), 멕시코(9명), 스페인·인도(각 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소속별로는 말씀의 선교 수도회가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12명), 과달루페 외방 선교회(9명) 순이었다. 사제 인명록 작성은 전국 교구의 사제 서품식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고려해 매년 3월 1일을 기준으로 한다. 전년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하는 「한국 천주교회 통계」와는 차이가 있다. 수록 순서는 수품일 순을 원칙으로 하되, 수품일이 같을 경우 생년월일이 빠른 순이다. 주교회의는 홈페이지 온라인 페이지(cbck.or.kr/Priests)를 통해 이름·세례명·수품일·소속·선종일에 따른 정렬 및 검색 기능과 소속·수품 시기별 통계를 제공한다. 사제 인명록은 전자책(ebook.cbck.or.kr)으로도 열람할 수 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6면

대구대교구, 시노드 이행 단계 여정 본격화

대구대교구가 시노드 ‘이행 단계’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구대교구는 5월 12일 교구청 대회의실에서 교구 시노드 팀 첫 전체모임을 열었다. 이번 모임은 시노드 정신 확산을 위해 전 세계교회가 2028년까지 각 지역교회 단위로 진행하고 있는 시노드 이행 단계를 교구 차원에서 수행하기 위해 마련됐다. 모임에는 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를 비롯해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대표 등 24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교구 사목연구소장 박용욱(미카엘) 신부의 안내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 문서」 이후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교구의 시노드 이행 단계 방향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박 신부는 “이행 단계는 시노드 「최종 문서」에서 드러난 전반적인 인식에서 출발해 복음 선포의 사명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관점에서 교회의 삶이 더 시노드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과 구조를 검토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우리 교구가 시노드 교회를 향해 어떻게 걸어왔고, 그 과정에서 어떤 목소리가 나왔는지를 식별하고 정리하는 일이 우리의 당면 과제”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대한 기대와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 교구는 이행 단계 수행을 위해 올해 2월 교구 사제 연수, 5월 본당 총회장 연수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2027~2028년 교구장 사목교서 초안도 작성했다. 또 각 본당과 기초공동체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 촉진자와 서기 봉사자를 양성하기 위해 5월 9일부터 단기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교구는 교구장 사목교서 초안을 바탕으로 본당 신자들과 함께 성령 안에서 대화를 이어가며 식별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2027년 교구 시노드 이행 단계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올 하반기에는 성령 안에서 대화 촉진자와 서기 봉사자를 위한 심화 실무교육도 마련할 계획이다. 장 주교는 “영적 쇄신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성령 안에서 대화의 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망설임과 두려움도 있겠지만, 따라갔을 때 (성령께서) 우리에게 주시려는 것이 틀림없이 있다는 희망을 간직하고 시노드의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3면

전주교구 부안본당, 설립 100주년 기념미사 봉헌

전주교구 부안본당(주임 김정훈 스테파노 신부)은 설립 100주년을 맞아 5월 17일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지난 한 세기 동안 이어온 신앙 여정을 되새겼다. 김선태 주교는 강론에서 “미사 참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웃에게 신앙을 전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오직 복음 선포와 사랑의 실천으로만 주님의 유언을 지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미사 안에서 주님을 진정으로 만나고 우리를 해방시켜 주시는 주님의 말씀을 마음으로 들은 사람만이 세상으로 나아가 복음을 합당하게 증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주교는 100주년을 맞은 본당 공동체와 미사에 함께한 내빈과 성직자, 수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앞으로도 지역사회 안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공동체로 발전해 나가는 데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미사 후 이어진 기념행사는 공동체가 지난 한 세기 동안 함께한 하느님의 은총을 되새기고, 100주년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본당 신자들은 김 주교에게 꽃다발과 본당 「100년사」, 영적 예물을 전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축하 인사와 내빈 소개, 100주년 기념 영상 상영을 통해 발자취를 돌아봤다. 본당 제27·28대 사목회장을 역임한 박종훈(가브리엘) 씨는 “3년 전부터 100주년을 준비하면서도 확신이 없었지만, ‘하느님 사업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전임 회장님들의 말씀에 힘을 얻어 기도하며 하나씩 실천해 왔다”며 “이제 200주년을 향한 새로운 시작 앞에서 기쁘게 준비하는 후배 신앙인들을 보니, 선배들도 흐뭇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본당은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성당과 사제관, 수녀원 등을 리모델링하고 쉼터를 조성했다. 또 100주년 기도문을 함께 바치며 신자 재교육 특강, 성지순례, 성경쓰기와 성경통독, 묵주기도 봉헌 등 신심을 살찌우는 다양한 영성운동도 전개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5면

한국교회, 인공지능 대응 ‘태스크 포스’ 구성한다

신앙·윤리·교육 등 교회 전반을 흔드는 인공지능(AI) 물결에 한국교회가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선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5월 12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회의를 열고 AI 관련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 책임은 주교회의 홍보국장 임민균(그레고리오) 신부가 맡으며, 한국교회의 AI 관련 지침 마련을 우선 과제로 삼는다. 이번 TF 구성은 4월 15일 열린 ‘AI 관련 전국위원회 총무 모임’에서 제기된 공동 대응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참석자들은 가톨릭 용어가 AI 답변에서 배제되거나 왜곡되는 문제, 인간 존엄성보다 산업적 활용에 치우친 국내 AI 법안의 한계 등을 논의하고, 한국교회 차원의 윤리적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임민균 신부는 “TF의 급선무는 AI를 직면하는 한국교회의 올바른 자세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구성 인원은 전국위원회 총무들의 추천을 받아 5~6명으로 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상임위는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반포 10주년을 기념해 10월 7일부터 14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리는 '세계 주교회의 의장들의 모임'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참석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 2026년 추계 정기총회 일정은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로 변경됐다. 제28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은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전주교구 치명자산성지 평화의 전당에서 ‘일본과 한국교회의 이주민·난민·외국인 사목’을 주제로 열린다. 상임위는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총무에 청주교구 최승환(요셉) 신부를 임명했다. 임기는 3년. 2010년 사제품을 받은 최 신부는 청주교구 모충동 보좌, 교구 청소년사목국 차장을 거쳐 로마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교회법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교구 사무처 차장, 교구장 비서, 교황청립 성바오로 국제선교신학원 부원장, 서청주본당 주임 등을 역임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2면

이용훈 주교,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환담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5월 12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정동영(다윗) 통일부 장관을 만나 환담했다. 이 주교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와 관련해 수십만 순례자의 안전과 원활한 이동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면서, 레오 14세 교황의 방한이 한반도 평화 증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통일부의 협력을 특별히 당부했다. 이어 “남북이 분단된 상황인 만큼 교황께서 접경 지역을 방문하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WYD는 천주교만의 행사가 아닌 국가적 행사임을 정부와 국회가 잘 인식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답했다. 경색된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해 종교계와 정부가 함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두 사람은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참가를 위해 5월 17일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교류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했다. 남북의 민간·체육 교류는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 장관은 “방문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얼음도 녹을 때가 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의 ‘평화 교육’ 활동도 소개됐다. 위원회는 남북 교류가 막힌 기간 남남 갈등 해소와 의식 변화를 위한 교육에 집중해 왔으며, 2024년에는 교재 「평화와 화해」를 개정, 발행했다. 아울러 독일 주교들의 평화 선언을 담은 「이 집에 평화를」 을 번역해 출간하는 계획도 공유했다. 한편 정 장관은 만남 첫머리에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교회의가 내란 규탄 성명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국민께 큰 위로와 힘이 됐다”면서 “시국이 어려울 때마다 천주교가 앞장서 등불을 밝혀 주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21면

합법이 곧 정의는 아니다!

“이미 여러 번 언급하였듯이 인간 생명에 대한 오늘날의 침해들이 지닌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것의 법적 정당화를 요구하는 경향에 있습니다. 그것들이 적어도 어떤 조건에서는 국가가 시민들에게 인정해야 하는 권리인 것처럼 말입니다.”(「생명의 복음」 68항)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하신 이 말씀은 지금 한국의 현실을 너무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범죄로 여겨지던 낙태와 안락사가 이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 포장되고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모자보건법 개정안, 조력존엄사법안 등이 그와 같은 한국 사회의 상황을 말해 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범죄가 법제화가 되면 정당한 행위로 바뀔 수 있을까? 법은 과연 무엇일까? 법적으로 맞는 것이 윤리적으로도 올바른 것이 될 수 있을까? 중세의 위대한 신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법을 “행위의 규칙과 척도”라고 말한다. 즉, 법이 인간의 행위를 인도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으로 정해지는 것이 어떤 것이든지 우리는 그 법을 따를 필요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한 가지 언급을 추가한다. “인간적 행위의 규칙과 척도는 인간적 행위의 제일원리인 이성이다.” 즉, 법은 본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문화된 법이 아닌 것이다. 법은 이성의 원리이며, 이성에 부합하는 것이 진정한 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성에 부합하는 법은 무엇을 말하는가? 여기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심어주신 ‘자연법(Natural Law)’을 떠올리게 된다. 자연법은 모든 인간의 이성에 새겨진 법으로 “선을 추구하고 악을 피하라!”는 기본적인 원리를 우리에게 알려 준다. 그렇다면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한 것일까?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이성의 인도를 받는 자연적 성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성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적 경향을 올바른 방식으로 인도한다. 예를 들어 음식을 먹는 일은 자기를 보존하려는 자연적 경향에서 나오지만, 우리는 이성을 통해서 때와 장소를 가려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성이 우리의 자연적 경향을 인도하는 기준은 바로 우리 각자의 완성, 다른 말로는 행복이다. 인간은 선한 행위를 통해서 자신을 완성해 가는데, 교회는 인간의 최종 목적은 하느님을 직접 뵙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인간의 완성은 하느님과 영원히 누리는 친교에 도달하는 것이며 그 안에서 다른 이들과도 친교를 나누게 된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우리는 우리의 구체적인 행위 안에서 이러한 친교를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타인을 대할 때 그의 인격적인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는데, 타인의 인격적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은 무엇보다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이는 자연법의 명령이며 이성에 부합하는 태도이다. 자연법은 모든 인간에게 새겨진 보편적인 규범이기 때문에 국법과 같이 인간이 구체적으로 만든 실정법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국법이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공동선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며 가장 근본적인 기본권으로 생명권을 이야기한다. 국법은 무엇보다 기본권 가운데 기본권인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법은 구속력을 상실한다고 지적한다. 그런 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다. 정부의 약물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4명의 자녀를 가진 한 아버지는 분명히 말한다. “법은 절대가 아닙니다. 그리고 법은 얼마든지 악해질 수 있습니다. … 합법이라는 말이 곧 정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글 _ 박은호 그레고리오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23면

[함께 살기, 다시 쓰는 가족] 아리고 쓰린 고개마다, 함께 부르는 노래

강원도 정선의 한 성당 벽에 예수님이 고개를 넘고 계십니다. 골고타의 길이 정선의 산길 위로 옮겨 온 듯합니다. 원주교구 정선본당은 지난 3월, 정선아리랑과 예수님의 수난을 잇는 ‘골고타 아리랑 십자가의 길’을 축복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정선의 산길을 오르시고, 그 길 위에 아리랑 가락이 얹힙니다. 본당 주임 이동훈(프란치스코) 신부는 “예수님이 이 땅에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에 오르셨다면, 아마 아리랑을 부르셨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마음 한쪽이 젖어 듭니다. 아리랑은 흥겨운 노래이기 전에, 고개를 넘는 노래입니다. 돌아갈 수 없는 길, 혼자 견디기 어려운 길,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 넘어야 하는 길에서 흘러나온 노래입니다. 정선아리랑에는 깊은 한이 배어 있습니다. 척박한 산골의 삶, 떠나는 사람을 붙잡지 못하는 마음이 긴 가락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아리랑은 절망의 노래로만 남지 않습니다. 부르는 사람의 숨을 타고, 듣는 사람의 가슴을 지나, 함께 견디는 노래가 됩니다. 아리랑의 힘은 여기에 있습니다. 아픔을 없애 주지는 못하지만, 아픔을 혼자 두지 않습니다. 아리고 쓰린 마음 곁에, 아리랑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붙입니다. ‘나’의 고통이 ‘너’에게 건너가고, ‘너’의 한숨이 ‘우리’의 노래가 됩니다. 사랑은 때로 이런 작은 합창에 가깝습니다. 복음서에도 그런 밤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전,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신 뒤 “그들은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 올리브 산으로 갔다”(마태 26,30; 마르 14,26)고 전합니다. 배신과 죽음이 다가오는 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노래하시고, 그 노래를 품고 수난의 길로 걸어가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칙서 「자비의 얼굴」에서 이 찬미가를 시편 136장과 연결합니다. 이 시편은 창조와 탈출, 사막과 해방의 역사를 노래하면서 절마다 같은 후렴을 붙입니다.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험한 기억에도 자비의 후렴을 붙이는 것, 그것이 신앙의 노래입니다. 가족의 시간에도 그런 후렴이 필요합니다. 가족은 아픔이 없는 자리가 아닙니다. 서로의 아림과 쓰림이 가장 가까이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쉽게 서운해지고, 익숙한 얼굴 앞에서 깊이 침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평화가 아닙니다. 아픔 뒤에 다시 붙이는 후렴입니다. 실망 뒤에 다시 말을 거는 일. 상처 뒤에 다시 식탁에 앉는 일. 마음이 닫힌 밤에도 내일 아침밥을 차리는 일. 미안하다는 말이 아직 나오지 않아도, 밥상 위에 숟가락 하나를 다시 놓아주는 일. 사랑은 늘 뜨거운 감정으로 오지 않습니다. 때로는 반복으로 옵니다. 같은 자리에 다시 앉고, 같은 이름을 다시 부르며, 관계의 고개마다 다시 ‘함께’라는 가락을 붙이는 일로 옵니다. 정선의 고개마다 아리랑이 흘렀듯, 우리 가족의 고개마다 어떤 노래가 흘렀는지 돌아봅니다. 기쁜 날의 노래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아프고 서러운 날에도 끝내 함께 불렀던 노래인지 모릅니다. 아리고 쓰린 생의 고개마다, 우리 가족은 아직 서로의 이름을 다시 부르고 있는지요? 글 _ 유형선 아우구스티노(가족인문학연구소 공동운영자)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16면

[수원교구사 한 페이지]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 파견

수원교구가 ‘받는 교구에서 나누는 교구’로 변화하는 중심에는 해외 선교사제의 파견이 있었다. 특히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파견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본격적인 해외 선교가 이뤄질 수 있었다.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통한 교구의 해외 선교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나누는 교회로 변모하다 1988년 제2대 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가 교구 설정 25주년 기념미사에서 ‘받는 교구’에서 ‘주는 교구’로의 변모를 천명한 이래, 교구는 외국 교구와 선교지를 향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교구의 관심은 단순히 가난한 나라의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현지 교구와 연계하고 성직자를 파견하는 받는 교구와 주는 교구가 함께 복음화되는 ‘나누는 교회’를 지향했다. 그 대표적인 활동이 한국외방선교회 창설이었다. 김 주교는 한국 외방 선교회 창설에 참여하고 제2대 총재로 해외 선교사 양성과 지원에 기여했다. 이어 제3대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 역시 제3대 총재를 역임하며 해외선교 활동을 이끌었다. 2004년 10월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한국 외방 선교회 총재직을 서울대교구장이 당연직으로 맡기로 결정되기까지 교구는 한국 외방 선교회를 통한 해외선교에 기여했다. 비단 한국 외방 선교회를 통한 활동만이 아니었다. 2001년에는 교구 사제를 파리 외방 전교회를 통해 일본 선교지에 파견하기도 했다. 2004년 4월 최 주교는 아프리카 남수단을 방문하고 당시 룸벡교구 톤즈에서 사목하던 고(故) 이태석(요한 세례자) 신부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해외 선교지 사정을 살폈다. 그때 룸벡교구장에게 선교사제 파견을 제안받은 최 주교는 교구의 새로운 해외선교를 준비했다. 바로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 파견이다. 신앙의 선물 싹 틔우다 피데이 도눔은 한 교구에 소속된 사제를 일정 기간 선교 지역 교구에서 현지 교구 사제로서 사목활동을 하도록 돕는 제도를 뜻한다. 라틴어로 ‘신앙의 선물(Fidei Donum)’이라는 뜻을 지닌 이 제도는 비오 12세 교황이 1957년 발표한 회칙 「피데이 도눔」에서 유래했다. 교구는 2005년부터 해외선교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선교사제 양성에서부터 해외 선교를 뒷받침한 여러 조직을 구성했다. 2008년 ‘바오로의 해’에는 교구 복음화국 내에 ‘해외선교사목부’를 신설해 교구 내 각 선교지역을 관리·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해외선교사목부 산하에 중국선교위원회와 아프리카 수단선교위원회를 신설했다. 마침내 2008년 4월 3일자로 파견된 첫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들은 룸벡교구 내 아강그리알과 쉐벳에서 사목을 펼쳤다. 선교지에서는 단순히 성사 집전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이뤄졌다. 특히 의료 봉사, 학교 건립 등은 단순히 물적 지원에 머물지 않고 남수단 현지인들의 자립을 돕고 현지인들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활동이 됐다.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가 파견된 선교지를 중심으로 교구민들의 나눔도 더욱 확산됐다. 교구 내 여러 단체, 본당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의 작은 손길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물적·영적 후원이 선교 활동의 원동력이 됐다. 뻗어나가는 교구의 해외선교 교구 해외선교는 남수단 룸벡교구와의 피데이 도눔을 계기로 크게 탄력을 받고 활성화됐다. 2009년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교구장에 착좌한 이후, 교구의 해외 선교는 크게 확장하며 보편교회와 함께 가는 교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가 파견된 곳은 잠비아다. 잠비아 피데이 도눔은 한상호(마르코) 신부의 선교를 통해 이뤄졌다. 한 신부가 2009년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잠비아 솔웨지교구의 승인을 얻어 마냐마 지역을 사목한 것이 선교의 발판이 된 것이다. 교구는 2013년 솔웨지교구와 피데이 도눔을 체결하고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2014년 4월에는 남아메리카 페루 시쿠아니교구의 요청에 따라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를 통해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에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2017년 산티아고대교구와 정식으로 피데이 도눔을 맺어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있다. 2020년대에 들어서도 해외의 여러 교구들과 피데이 도눔을 체결하고 있다. 교구는 2020년에는 칠레 안토파가스타대교구와, 2022년에는 잠비아 은돌라대교구와 피데이 도눔을 맺고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또 2025년에도 일본 사이타마교구와 나고야교구에 선교사제를 보내 선교를 펼치고 있다. 교구는 현재 아프리카 남수단 룸벡교구, 잠비아 솔웨지교구와 은돌라대교구, 남아메리카 페루 시쿠아니교구, 칠레 산티아고·안토파가스타대교구, 그리고 일본 나고야·사이타마교구 등에 10여 명의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있다. 2026년 2월 해외 선교사제 파견미사에서 이용훈 주교는 “해외 선교사제 파견은 교회가 안정적인 교구 울타리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일”이라며 “이제 교구는 도움을 받던 시기를 넘어 인적 자산과 실천적 사랑을 나누는 교구로 성장했다”고 해외 파견의 의미를 전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4면

[말씀묵상] 성령 강림 대축일

요한복음에 의하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세 번의 ‘고별사’(요한 13~16장)와 한 번의 ‘고별기도’(17장)를 남기셨습니다. 이때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요한 14,16) 보호자 성령을 약속해 주셨지요. 예수님의 고별사 안에서 보호자 성령에 대한 약속은 모두 네 번 등장합니다.(요한 14,16-17; 14,26; 15,26; 16,7-15) 복음서에서 ‘보호자’로 번역되는 ‘파라클레토스(παράκλητος)’는 곁에 머물 수 있도록, 여기 옆으로(παρα) 오라고 살갑게 부르는(καλέω) 것을 뜻하는 동사 ‘파라칼레오(παρακαλέω)’에서 유래합니다. 당시 유다교 회당에서 추방당하거나 로마 제국의 박해를 피해 숨어지내야 했던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는, 곁에 머물러 주시겠다는 이 약속이 얼마나 큰 용기와 위안이 되었을까요.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습니다. 그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오시어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라고 인사하셨지요. 그런 다음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고별사를 통해 약속하셨던 보호자 파라클레토스는 바로 ‘성령’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 ‘숨’을 불어넣으신 행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라는 말씀을 상기시킵니다. 요한복음이 숨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로 사용한 그리스어는 ‘엠퓌사오(ἐμφυσαω)’입니다. 엠퓌사오는 신약성경 전체에 걸쳐 이곳에만 유일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그 유래나 성경의 다른 용례를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운 말입니다. 그러나 이 단어의 어근에 해당하는 ‘퓌사오(φυσάω)’는 생명을 산출하고 자라게 한다는 뜻의 동사 ‘퓌오(φύω)’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숨을 불어넣는 것이 곧 생명을 움트게 하고 생장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엠퓌사오는 한 생명체가 자라나고 형성되기까지(φυσάω) 그 과정 안(ἐν)으로 들어간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지요. 엠퓌사오 곧 ‘숨을 불어넣어 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예수님이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그들을 다시 살게 하셨다는 것이 충분히 표현됩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예수님은 성령을 받으라고 한 번 더 말씀하셨습니다. 왜일까요? 성령을 받으라는 말씀에서, 하느님의 거룩한 ‘영’을 가리키는 단어는 ‘프네우마(πνεῦμα)’입니다. 프네우마는 창조 때 사람에게 불어넣으신 ‘생명의 숨’(창세 2,7)과 태초에 땅이 아직 꼴을 갖추기 전, 어둠이 심연을 덮고 있을 적에, 그 물 위를 감돌고 있던 ‘하느님의 영’(창세 1,2)을 가리킬 때 사용된 말이지요. 프네우마는 바람처럼 스며드는 하느님의 숨결로, 생명을 생명이도록 하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요, 모든 생명체의 힘의 원천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내쉬는 숨이나 호흡과는 또 다른 차원의 숨결입니다. 인간과 모든 피조물은 이 생명의 숨결로 말미암아 비로소 ‘숨’ 쉬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숨만 쉰다고 다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흔히 말하듯 내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경우가 있지요. 제자들은 믿었던 스승 예수가 처참하게 돌아가신 후 더 이상 살아갈 이유와 삶의 근거를 잃었습니다. 숨은 쉬고 있었지만, 스승을 배반한 죄책감과 온갖 두려움으로 순간순간 숨이 막혀 제대로 숨 쉴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들이 내쉬는 숨이라 해 봤자 온통 좌절의 한숨과 슬픔의 탄식뿐이었습니다. 꺼져가는 그들에게 숨통을 트이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모든 숨의 근원이신 생명의 숨뿐이었습니다. 생명의 숨, 그것은 성령입니다. 하느님의 영, 그분의 숨결, 프네우마, 그 거룩한 성령이 우리의 숨구멍을 통해 들어옵니다. 성령은 우리의 두려움을 몰아내고 희망의 숨결로 우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우리가 숨 쉬는 한, 우리는 그분 사랑의 숨결인 성령으로 살아갑니다. 우리는 우리의 힘이나 우리의 숨보다 하느님의 힘과 하느님의 숨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니, 성령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성령을 청하십시오. 글_ 김정일 안드레아 신부(의정부교구·서울대교구 대신학교)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18면

[신앙에 주파수를 맞춰요] 인간의 의지 동원한 자력 구원의 한계와 믿음

원죄의 결과인 고통과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은 율법을 지켰다. 율법을 지키면 구원받는다고 믿어 십계명뿐 아니라 613개의 율법 조항을 지켰다. 예수님 시대에는 1만633개의 율법 세칙을 지켰다. 그러나 당시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백성들 대부분은 그런 조항들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조항을 알았던 율법학자들도 사람들 앞에서는 율법을 지켰지만,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어김으로써 위선자가 되었다. 따라서 유다인들처럼 율법을 지킴으로써 구원을 받는다면, 우리 중에 구원받을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성직자라 하더라도 구원받을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고, 유혹에 쉽게 빠지는 존재이며, 하느님의 계명을 어길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원죄의 결과인 고통과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스 사람들은 지혜(철학)를 찾았고 불교 스님들은 깨달음을 추구했다. 불교 스님들처럼 깨달음을 얻어야만 구원을 얻는다면, 구원을 얻는 사람은 1000만 명 중 한두 명 있을까 말까 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스님이 많다. 조계종만 대략 2만여 명이라고 한다. 이 스님들에게 가서 물어보길 바란다. “스님! 깨달음을 얻으셨습니까?” “고기도 안 먹고 홀로 독수공방하며, 30년, 40년의 세월을 수도생활하셨는데 과연 깨달음을 얻으셨습니까?” 이 질문에 대해 많은 스님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니, 못 얻었어. 수도하다 병만 났지 뭐야.” 또는 “깨달음을 얻기가 정말로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어.” 이것이 솔직한 대답이고 이것이 수도를 한 수많은 스님의 경험일 것이다. 수도를 한 수도승이 이러하다면 수도하지 않은, 세속 사회를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는 것은 돌을 다이아몬드로 바꾸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일본 정토진종의 창시자 신란이라는 수도승이 있었다. 그는 히에이산에 들어가 20년 동안 여러 가지 고행을 했으나 정욕이 줄어들지 않았다. 수도할수록 정욕은 더욱 불같이 치밀어 올랐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단념하고 하산하여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이란 이것이다. “내 힘으로는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그는 자기가 의인이 되어서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죄인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달았다. 죄인인 그대로, 아직 정욕이 있는 그대로, 아미타불을 믿기만 하면, 귀의만 하면(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은 “아미타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합니다”라는 뜻이다) 구원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하여 불교의 역사도 소승 불교에서 대승 불교로 그 역사가 넘어가는 것이다. 구원은 인간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에게서 온다. 구원은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서 온다. 율법을 지킴으로써, 깨달음을 추구함으로써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이 이루어진다. 사이비 교주가 아니라 참으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복음이다. 이것이 바로 기쁜 소식이다. 글 _ 김석태 베드로 신부(대전교구 도룡동본당 주임)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20면

[인터뷰] FABC ‘아시아에서 그리스도인 가정… 시노드 모임’ 참석한 문창우 주교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가 2023년 설립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방콕 문서」는 아시아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활동의 확대’가 아니라 아시아 현실 안에서 복음이 살아 움직이는 ‘함께 걷는 교회’로 제시한다. 그 중심에는 소공동체와 가정의 회복이 자리한다.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태국 방콕 가밀로 사목센터에서 열린 ‘아시아에서 그리스도인 가정의 사명에 관한 시노드 모임’은 이 문서를 바탕으로 가정사목의 성과와 과제를 나누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식별한 자리였다. 한국 대표로 참석한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위원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방콕 문서」의 정신에 비춰볼 때, 가정사목은 단순히 혼인 준비나 위기 상담 차원을 넘어, 가정 자체가 작은 교회이며 선교 공동체가 되도록 돕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FABC 평신도가정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모임은 여러 흐름이 맞물리며 마련됐다. 올해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발표 10주년을 맞아 시노드 이행기의 본격적인 여정을 준비하는 의미를 담았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가 각국 담당 주교에게 혼인과 가정에 관한 사목 현황 조사와 답변을 요청한 가운데, 오는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FABC 제12차 정기총회를 앞두고 각국이 종합 보고서를 마련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문 주교는 “‘성령 안에서 대화’ 방식을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고 전했다. 두 차례에 걸친 이 대화에서 참가자들은 각국 보고에 대한 식별과 나눔을 이어가는 한편, 신학자 비말 티리만나 신부와 성서학자 파블로 비르힐리오 다비드 추기경의 강연 내용을 성경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가정 공동체」 ,「방콕 문서」에 비춰 성찰했다. 문 주교는 “오늘의 가정사목은 이상적인 가정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혼과 재혼의 상처, 한부모와 조손 가정, 이주민, 경제적 위기, 중독과 우울, 가족 내 단절을 경험하는 이들을 교회 공동체가 품어야 한다는 것이 현장에서 얻은 공감이다. 그는 가정이야말로 모든 사목 주제가 파생되는 자리인 만큼, 성령의 이끄심 안에서 아시아 현실에 맞는 교회의 길을 신앙 감각으로 함께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공동체의 강점은 가까이에서 함께 살아주는 힘입니다.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 병든 가족을 위한 식사 나눔, 아이 돌봄의 연대 같은 작은 실천이 복음의 힘을 드러냅니다.” 문 주교는 “아시아 각국 교회의 발표는 한국교회가 앞으로 직면할 과제를 미리 살피는 계기이기도 했다”며 “이주민 가정의 해체 문제나 가족 형태 변화에 따른 위기는 이제 한국에서도 겪을 수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모임에서 제기된 보고와 질문을 한국 상황에 적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문 주교는 “그리스도인들이 가정에 대한 사명을 삶 안에서 더 분명히 실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아시아교회와의 지속적인 연대 속에서 가정사목 영역에서도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21면

[말씀의 우물] 그리스도인이 되어감에 대하여

‘그리스도인(독일어 christsein)’과 ‘그리스도인이 되어감(독일어 christwerden)’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세례성사로 이미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이는 존재론적 차원의 표현입니다. 세례를 통하여 본당 교적에 등록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신자가 된 우리는 모두 완성된 신자일까요? ‘신자인가? 비신자인가?’라는 물음, 곧 존재론적인 물음에는 ‘예, 신자입니다!’라고 마땅히 응답해야겠습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달한 신자, 곧 성인의 경지에 도달한 참신자가 되어 ‘이제는 회개도 발전도 더는 필요하지 않은 완전한 신자가 되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예’하고 응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실존적 차원에서는 아직 더 배우고 더 회개하고 매일 조금씩 더 노력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 안에서 우리 모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세례성사로 그리스도인이 되었지만 아직 보다 더 나은 신자가 되어가는 과정 곧 나그네 살이 중에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그리스도인이 되어가도록(christwerden) 힘껏 노력해야 할 터입니다. 그런 과정 안에서 나의 성화뿐 아니라 이웃의 회개와 성화에도 기여하도록 힘써야 하겠지요? 이와 같이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주님을 뵙게 되는 지복직관(至福直觀)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천국에서, 주님 품 안에서 그분을 뵙고 누리게 될 영원한 삶을 지복직관이라 이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1요한 3,2) 주님을 믿는 이들은 “그분(하느님)의 얼굴을 뵐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마에는 그분의 이름이 적혀 있을 것입니다.”(묵시 22,4) 이마에 이름을 적어 놓는다는 이야기는 “인장 반지를 새기듯, 그(아론, 훗날 대사제) 위에 ‘주님께 성별된 이’라고 새겨라”(탈출 28,36)라는 전통에서 유래하죠. 베드로의 첫째 서간 저자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멈춰있지 말고 성장하여 보다 나은 신앙인이 되라고 권고합니다. “모든 악의와 모든 거짓과 위선과 시기, 그리고 모든 중상을 버리십시오. 갓난아기처럼 영적이고 순수한 젖을 갈망하십시오. 그러면 그것으로 자라나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얼마나 인자하신지 여러분은 이미 맛보았습니다.”(1베드 2,1-3) 베드로의 첫째 서간 속 주요 주제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도인의 성장 곧 ‘보다 나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순종하는 자녀로서, 전에 무지하던 때의 욕망에 따라 살지 말고, 여러분을 부르신 분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모든 행실에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1베드 1,14-15) 예비신자 교리를 마치고 세례성사를 받으면 그때부터 온 힘을 다해 ‘참신자’가 되어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지요? 이제(오늘)부터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이 말씀은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더없이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글 _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원로사목·성사전담, 성서주석학 박사)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18면

공지영 작가, 세상 모든 딸에게 보내는 응원…「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

소설가 공지영(마리아) 작가가 인생의 여름을 건너고 있는 세상의 모든 딸에게 다시 한번 지지와 응원의 편지를 건넸다. 150만 독자의 선택을 받은 전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이제 서른을 훌쩍 넘어 자신의 삶을 버텨내고 있는 딸에게 부치는 글이다. 딸이 어른으로 성장한 시간만큼 더 넘어지고 일어서며 세월을 살아온 작가가 한층 깊어진 응원을 전한다. 작가는 지금 산골에서 산다. 날이 밝으면 정원으로 나가 화단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다. 장화까지 신고 나간 몸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일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 고요한 일상에서 문득, 지금쯤 가장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딸 생각이 났다. 스스로도 그 나이가 가장 힘들었다. 모든 것을 안다고 믿었던 것들이 흔들리고, 책임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따라붙던 시절. 그 시절을 건너온 자리에서 작가는 딸의 질문을 떠올리며 인생 선배이자 엄마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열두 편의 편지에 담았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잘한 일보다 후회되는 일, 자랑스러운 기억보다 지금도 얼굴이 붉어지는 기억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도 기억조차 못 하는 일이 얼마나 흔한지, 가족 사이에서 특히 더 그런지를 작가는 특유의 매혹적인 문장으로 솔직하게 풀어낸다. 부모와 자식, 사랑과 상처, 관계와 고독 같은 무거운 주제들이 한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 안에 녹아들면서, 읽는 모든 이의 경험과 맞닿는다. 조언도 있지만 가르치려는 말이 아니다. 확신이 강할수록 조금 비워두라고, 내 감정과 바깥의 상황을 뒤섞지 말라고, 사람은 좋을 때보다 힘들 때 봐야 진짜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줄리언 반스, 데일 카네기, 스캇 펙 등 여러 저자들의 사유를 빌려 인간의 본성과 관계의 복잡성을 짚어가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을 일러준다. “엄마의 새벽이 너희에게 보내는 축복의 기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잊지 마라. 세상의 비바람이 거셀 때, 설사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너를 외면할 때조차도 엄마는 너의 편이라는 것, 엄마는 너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 설사 네게 기쁜 일이 있어 그걸 굳이 엄마와 함께 나누지 않는다 해도 네가 기쁠 때 엄마는 세상 누구보다 기뻐할 것임을.”(300쪽) ‘응원’은 딸을 향한 말이면서도, 결국 이 책을 손에 쥔 모두에게 향한 말이기도 하다. 이번 책은 전작과 함께 세트로 재구성됐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15면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조각초 3인전·푸른화실·문종원 신부 전시 개최

조각초와 수채화, 일러스트 등으로 신앙과 일상을 표현한 작품들이 5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전시된다. 제1전시실에서는 김은아(아드리아나)·김진희(아녜스)·박세희(아녜스) 작가가 조각초 3인전 ‘FACITE: 행하여라’를 연다. 전시 제목은 예수님께서 성찬례를 제정하시며 하신 말씀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에서 가져왔다. 전시에는 70여 점의 조각초가 선보인다.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 옛것에서 발견한 우리의 모습, 주변의 아픔에 공감하며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 등 세 작가의 서로 다른 시선이 작품 안에 담겼다.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말씀 안에서 하나의 신앙 고백으로 모인다. 제2전시실에서는 아마추어 작가 모임 ‘푸른화실’이 제9회 푸른그림전을 연다. 2002년 시작된 푸른화실은 연필 선 긋기부터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회원들의 모임이다. 시간이 흐르며 회원들은 수채화로 자연 풍경과 여행의 추억을 담아내는 작가들로 성장했다. 전시에는 김동숙(루치아)·김영남(레지나)·이윤자(세라피나) 작가 등 12명이 참여해 40점을 선보인다. 이들은 그림을 통해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이 늦은 시간에도 다시 싹틀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제3전시실에서는 문종원(베드로) 신부가 ‘당신의 내면아이의 초대’를 주제로 네 번째 개인전을 연다.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에서 사목 중인 문 신부는 삶 그 자체에 환희를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문 신부는 이번 전시에서 6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내면의 아이를 발견하고 만나는 여정을 표현한다. 그는 “내면의 아이와 연결될 때 우리의 삶은 흥미롭고 즐거워진다”며 “많은 사람이 내면의 아이를 만나고, 그 아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14면

바티칸은행, 지난해 순수익 5100만 유로

[외신종합] 바티칸은행이 2025년 순수익 5100만 유로(한화 약 895억 원)를 기록했다. 교황에게 지급되는 배당금은 2430만 유로(한화 약 426억 원)다. 바티칸은행은 2025년 12월 31일 종료된 회계연도 연례 보고서를 5월 11일 발표했다. 2025년 순수익은 전년과 비교해 55.5% 늘어난 수치이고,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실적이다. 교황 배당금은 2024년보다 76.1% 증가한 규모로, 종교 활동과 자선 사업을 지원한다는 바티칸은행의 사명에 따른 것이다. 바티칸은행은 이번 실적에 대해 “영업 성과 개선, 적극적이고도 엄격한 자산 운용, 우호적인 시장 상황, 고객 자산 규모 증가에 힘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총자산은 2024년 57억 유로(한화 약 10조35억 원)에서 2025년 59억 유로(한화 약 10조3545억 원)로 늘었다.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바티칸은행과 수도회들과의 관계도 한층 강화돼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도회 수와 자산 운용을 위임한 수도회 수가 모두 증가했다. 은행의 2025년 재무제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회계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 투쉬’로부터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아, 4월 28일 감독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이어 은행 정관 규정에 의해 추기경위원회에 전달됐다. 2025년 재무제표 승인과 함께 2024년 7월 임명된 장 밥티스트 드 프랑수 은행장이 물러나고 새 은행장으로 룩셈부르크 은행가 출신 프랑수아 폴리(61)가 취임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7면

평양교구, 기억하고 돌봐야 할 우리의 사명

평양교구가 2027년 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는다. 1927년 설정된 평양교구는 남북의 분단과 6·25전쟁, 북한 공산 정권의 종교 탄압의 역사 속에서 사목의 현장을 잃은 채 긴 시간을 견뎌 왔다. 하지만 평양교구는 과거의 역사로 남은 ‘잊혀진 교구’가 아니다. 서울대교구장이 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으며, 평양교구 출신 신자들과 후손들, 평양교구 재건을 지향하며 양성된 사제들을 통해 그 신앙의 맥을 잇고 있다. 최근 평양교구와 인연이 있는 사제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그래서 뜻깊다. 이번 모임은 단순한 친교 모임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북녘의 교회를 여전히 우리가 돌보고 지켜야 할 교회로 기억하고 있는지를 묻는 자리였다. 그동안 평양교구 신우회는 일제 말기 어려웠던 교구의 결속을 위해 마련된 ‘평양교구 봉헌문’을 바치며 기도하고 있고, 서울대교구는 옹기장학회를 통해 북방 선교를 지향하는 신학생을 양성해 왔다. 한반도 평화와 북한교회를 위한 지속적인 우리의 기도는 평양교구가 아직 살아 있는 교회임을 보여준다. 앞으로 다가올 평양교구 100주년은 기념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평양교구를 기억한다는 것은 실향민 1세대의 향수를 보존하는 일만이 아니다. 종교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북녘의 형제자매를 위해 기도하고, 언젠가 다시 복음이 선포될 날을 준비하는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 한국교회는 평양교구의 역사와 순교 신앙을 잇고 교회를 재건해 다음 세대에게 전해야 할 소명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 평양교구는 우리가 돌봐야 할 현재의 교회이며, 한반도 화해와 복음화의 사명을 일깨우는 한국교회의 살아 있는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23면

“청소년 ‘AI 맹신’ 심각…생각의 도구로 써야”

인공지능(AI)이 청소년들의 학습 방식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자기 이해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 가톨릭 교육은 학생들이 AI의 답을 소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고 성찰하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교회의 교육위원회는 5월 16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AI 시대, 가톨릭 교육: 생명의 교육을 위한 이해와 적용’을 주제로 2026년 정기 세미나를 열었다. 제1발표를 맡은 Anthro Pick AI 연구소 김상호(토마스 아퀴나스) 소장은 인간의 지능과 비교해 AI가 지닌 한계를 짚었다. 김 소장은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구동할 수 있게 하는 오픈소스 도구 ‘Ollama(올라마)’를 사례로 들며, 일부 경량 언어모델이 비교적 작은 용량으로도 인간과 유사한 문장을 생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인간의 사고 구조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통계적 패턴 학습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AI가 내뱉은 말의 진실은 통계적 필연성이 모인 임시 데이터 세트(temporary data set)에 기반한다”며 “사용자로 하여금 AI가 실제로 사고하고 행위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상이 신격까지도 계산해 모사(模寫)하는 AI의 답을 맹신할 때, 가톨릭 교육은 계산되지 않는 삶의 모범으로 청소년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발표를 맡은 가톨릭대학교 교수 방종우 신부(야고보·서울대교구)는 AI를 인간 존재와 인식, 윤리적 책임의 문제와 긴밀히 연결된 현실로 바라본 교황청 공지 「옛것과 새것」을 기초로 AI 시대 청소년 교육의 방향을 살폈다. 방 신부는 미국 등지에서 청소년들이 AI 챗봇과 지속적으로 대화한 뒤 왜곡된 인식을 갖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례를 언급하며, AI가 초래하는 관계 왜곡을 경고했다. 또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청소년들의 탐구와 성찰 과정을 생략하게 해 비판적 사고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 신부는 “가톨릭 교육은 AI를 단순히 답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질문을 심화시키는 도구로 활용하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정보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진리를 탐구하며 타자와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완성해 가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질문과 나눔 세션에서 동성고등학교 교사 김자원(낸시) 씨는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이 단순히 답을 내는 능력이 아니라 ‘이해하고 따져 보는 통합적인 작용’이라면, 학습의 본질은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사고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어디에서 막혔고, 어디에서 AI의 도움을 받았으며, 그 결과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살폈는지’를 기록하게 하는 성찰적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계성초등학교 교사 조기성(실베스테르) 씨는 “유아·초등 시기에는 문해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워주는 방향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AI 도구를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춘 어린이들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