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년 시절,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미움과 분노가 뒤섞인 차가운 관계였다. 할머니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밥상을 엎으시던 할아버지의 서슬 퍼런 모습, 할아버지 보란 듯 작은 실수만 있어도 매를 들고 화를 내며 때리시던 아버지. 부자는 상대에게 소리치며 싸우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그리도 화를 내며 지내셨다. 결국 할아버지는 우리가 사는 집에서 불과 30미터 떨어진 곳에 작은 움막을 지어 스스로를 유배시키셨다. 가족과 함께 살면서도 차마 한 울타리 안에 머물지 못했던 그 30미터의 거리는, 우리 가족이 대대로 짊어져 온 상처의 깊이와도 같았다. 늘 소화가 안 되던 할아버지는 손자인 나에게 약심부름을 시키곤 하셨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움막 한구석에 숨겨두었던 황도 통조림을 꺼내어 내게 건네주셨다. 폭군 같은 노인이 건네는 황도의 달콤함은, 가족에게 표현이 어색한 할아버지에겐 최선의 사랑 표현이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아버지는 그런 할아버지를 미워하며 지냈지만, 세월이 흘러 마주한 아버지는 당신이 그토록 미워했던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닮았다. 결혼 전, 나의 가장 간절한 기도 제목은 이 상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지금까지 부모님과 한 지붕 아래 살며 마주한 현실은 시렸다. 아버지의 호통과 그 뒤에 숨겨진 손주들의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아이들은 늘 혼란스러워했다. 할아버지의 서툰 다정함조차 위협으로 느낀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피해 방으로 숨어들었고, 아버지는 그런 손주들이 피하는 모습을 보며 화를 내곤 하셨다. 그런 이후엔 아이들은 더욱 할아버지를 마음에서 더 멀게 피하곤 했다. 꼭 우리 할아버지가 물리적인 30미터 움막의 거리에서 사신 것과 같이 아버지와 아이들은 심리적 30미터 움막의 거리를 두고 사는 듯했다. 주님께서는 ‘수술’이라는 예기치 못한 도구로 이 낡은 움막의 문을 두드리셨다. 한 달 전 쓸개 제거 수술에 이어 담석 제거를 위해 다시 입원하신 아버지는, 더는 호령하던 호랑이가 아니셨다. 아버지는 왜 왔냐고 하시면서도 몸 상태와 지난 수술 얘기 등을 하셨다. 떠나기 전, 어머니의 기도 권유로 나는 용기를 내어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기도가 시작되자 아버지는 어색해하며 피하시기는커녕 제 손을 더 꼭 맞잡으셨다. 곁에서 지켜보시던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게 젖어 드는 동안, 투박한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느끼며 그 시간을 감사했다. “주님 사랑하는 당신의 아들 바오로에게 자비를 베푸셔서 주님과 화해하고 이 수술을 통해 회복하게 도와주소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주님의 일하심이 얼마나 섬세한지 느꼈다. 육신의 수술을 통해 주님은 아버지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셨다. 할아버지의 움막에서 느꼈던 그 황도의 사랑 표현처럼, 아버지와 내가 서로에게 기도로 사랑을 표현할 기회를 주셨다고 본다. 이제 남은 수술을 주님께 온전히 맡겨드린다. 아버지가 회복되어 돌아오시는 날, 이번에는 아이들이 할아버지의 손을 먼저 잡을 수 있는 용기를 내어주길 소망한다. 그 심리적 30미터, 움막의 거리가 이제는 더 가까워져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글 _ 우기홍 미카엘(연극배우, 가톨릭 세계복음화 ICPE 선교회 한국지부장)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가톨릭 사회복지 현장을 만나 지역사회 복지의 공백을 메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2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등촌7종합사회복지관(이하 복지관)과 진에어의 사회복지 파트너십이다. 복지관은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하 통합LCC 3사) 지원으로 5월 27일 서울 등촌주공7단지와 등촌1동·화곡8동 저소득 취약계층 주민 150명 가정을 찾아 식료품 꾸러미를 전달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진에어와 함께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식료품 지원 및 여름철 안전을 위한 Life, Better Life 행복PLUS Ⅱ’ 사업의 하나로 마련된 행사에는 통합LCC 3사 임직원 40여 명이 참여했다. 서울 강서구에 본사를 둔 진에어는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복지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 왔다. 2024년에는 복지관 노후 시설 개보수와 장애인 식생활 지원에 집중했으며, 2025년부터는 매년 5월 식료품 꾸러미 나눔, 7월 혹서기 냉감이불 지원 등 생활 밀착형 돌봄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번 협력은 복지 수요가 커지는 지역사회에서 복지관의 돌봄 부담을 나누는 데 의미가 있다. 복지관은 2011년부터 인근 2개 지역을 추가로 맡아 왔지만, 민간 복지시설과 인프라, 인력·예산이 부족해 사각지대 발굴과 지속적인 사례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기업의 지속적인 참여는 이 같은 지역 돌봄망을 보완하는 힘이 되고 있다. 진에어 PR 부문 김주민 본부장은 “기업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 중 사회(S) 영역은 취약계층 지원,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사회적 약자를 우선으로 돌보는 가톨릭 사회복지와 궤를 같이한다”며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지속가능한 변화라는 특별한 시너지를 복지관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철우(요한 보스코) 관장은 “본당과 연계한 이웃사랑 실천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으며, 더 많은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교회와 협력 기회가 넓어지고 교우들의 봉사 참여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식료품을 받은 고명기(56) 씨는 “진에어가 복지관을 꾸준히 지원해 왔다고 들었는데, 그 협력으로 냉감이불 등 실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사회적 공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각각 에어부산·에어서울·진에어 승무원인 김현주·최경아·신형철 씨는 “물질 나눔을 넘어 위로와 사랑 같은 인간적 가치까지 나누는 보람이 컸다”며 “의미 있는 일에 3사가 협력해 일체감을 다진 것도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진에어는 올해 기존 복지관 파트너십을 넘어 업무협약 기관인 인천교구 산하 재단법인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 신규 그룹홈 주거환경 개선 사업도 새롭게 지원한다. 부산 지역 사회공헌 활동은 에어부산의 지정기탁사업으로 이관해 권역별 역할도 정비한다. 이에 따라 진에어는 서울·인천 등 수도권을, 에어부산은 부산·영남권을 중심으로 지원을 맡고, 통합LCC 3사 임직원은 법인 통합을 앞두고 합동 봉사 형태로 나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설립 50주년을 맞아 산하 5개 협의회 세미나를 마련한다. 여성복지, 전인적 노인 돌봄, 장애인, 통합 돌봄서비스 네 가지 분야에서 복지회와 산하 각 분야 복지 주체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세미나 내용을 4회에 걸쳐 싣는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통합돌봄)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장애 당사자의 노화, 장애 유형에 맞는 서비스, 돌봄 공백에 대응할 고령 장애인 통합돌봄 체계 구축이 새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가톨릭 장애인복지시설이 노인 중심·획일적 지원을 넘어 장애 유형과 삶의 경험을 반영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5월 2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고령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를 위한 카리타스의 역할과 방향성’을 주제로 설립 50주년 기념 산하 서울가톨릭장애인복지시설협의회 세미나를 열고, 고령장애인 통합돌봄이 단순 서비스 연계를 넘어 장애 유형과 삶의 경험에 맞는 개별 지원, 지역사회 연계, 삶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전공 김용득 교수는 미국 ADRC(노인·장애인 지원센터)와 일본 공생형(共生型) 서비스 사례 등 개인 맞춤형 계획과 지역사회 중심 지원체계를 갖춘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고령장애인 통합돌봄은 지역사회 중심의 연계 체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애인복지시설 역시 당사자 중심 지원과 지역사회 협력체계 안에서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역별 토론에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거주시설·주간이용시설·복지관 종사자들이 고령장애인의 ▲직업·소득을 바탕으로 한 삶의 지속가능성 ▲독립적 생활환경과 건강한 노후 ▲당사자 욕구와 생애주기별 서비스 설계 ▲전문성과 영성을 결합한 복지관의 허브 역할 등에 관해 논의했다. 서초구립 한우리보호작업장 정영수(체레알리스) 원장은 “고령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일회성 참여가 아니라 일과 돌봄, 소득이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삶의 구조”라며 단기 공공일자리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행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직업재활시설을 고용·소득·돌봄이 결합된 지역사회 통합지원 거점으로 재정립하고, 보충급여 제도 등을 통해 안정적인 노동과 소득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헬렌켈러의집 윤미진(엘리사벳) 원장은 현재 통합돌봄 정책이 노인 중심으로 설계돼 거주 시설의 중·고령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 발달장애인에게 시설은 단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살아온 삶의 터전”이라며 “당사자의 삶의 속도와 경험에 맞춘 개별 지원과 지역사회 연계 돌봄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랑손주간보호센터 이혜옥(베로니카) 시설장은 “프로그램에 이용자를 맞추는 방식을 벗어나, 당사자의 욕구와 생애주기별 목표 중심으로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이재용(바오로) 관장은 “고령장애인 통합돌봄은 노인복지와 장애인복지의 단순 합산이 아니며, 장애 당사자가 살아온 삶의 역사와 관계, 강점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이었을 때 매일 대학에 가는 길에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을 지나갔습니다. 서두를 때도 잠시 멈춰서 대성당 정면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하느님께 기도하고 그 아름다움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티칸 성벽 안으로 들어가 성 베드로 대성당의 뒷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놀랐고 조금 실망했습니다. 대성당 뒤편은 특별한 것이 없었고 아름다운 성 베드로 대성당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에는 항상 아름다운 외관이 있습니다. 교회와 공동체, 모든 사람의 삶에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겉모습일 뿐입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 삶과 활동의 외관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교회 안에서 일하면서 성 베드로 대성당의 뒷모습처럼 교회의 뒷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외관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 예수님께서 사랑하시고 목숨을 바치신 교회는 바로 이런 교회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 교회가 내 교회이고 내 생명을 바치고 싶은 교회이기 때문에 나도 예수님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교회 덕분에 많은 은총을 받았습니다. 이주민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도 아름다운 활동, 사람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기적, 공동체 건설을 위한 노력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경험도 많이 했고, 이기심도 많이 보았습니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을까? 실망스러운 부분이 보일지라도, 그것은 언제나 목숨을 바쳐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나 역시 예수님처럼 공동체를 끝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내 삶을 반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인생에서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아마도 큰 성공을 거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나 자신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실패와 죄, 불신과 이기심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십니다. 예수님은 나에게 희망을 주시려고 나를 위해 죽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름답지 않은 것을 비난하기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사랑하고 용서하고 바로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우리는 소셜미디어의 문화, 즉 ‘우리 삶의 외관’을 강조하는 문화 속에 있습니다. 우리는 소셜미디어로 자신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삶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은 보지 못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보시고 잘 아시는 것을 보살피어 사랑과 용서를 통해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새로워지고 “회개가 필요한 우리의 숨겨진 부분”을 돌보아야 합니다. 인생에는 항상 동전과 같이 양면이 있습니다. 한쪽에는 하느님의 아름답고 놀라운 얼굴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십자가는 보기에 아름답지 않을 수 있지만, 사랑하면 모든 삶이 아름답게 됩니다. 글 _ 이청우 마우리찌오 신부(오블라띠 선교 수도회·광주 엠마우스 이주민 공동체 담당)
수원교구 오산지구 루카회가 필리핀 빈곤 지역 주민 대상 의료 봉사에 나섰다. 루카회는 5월 24일부터 25일까지 필리핀 마닐라 북부 말라본시에 있는 요셉의원에서 내과·정형외과·치과·한의과 진료를 제공했다. 이번 봉사에는 의료진 7명과 일반 봉사자 11명 등 모두 18명이 함께했다. 루카회는 2012년부터 요셉의원에서 꾸준히 의료봉사를 이어 오고 있다. 요셉의원이 자리한 말라본시는 필리핀에서도 빈곤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경제적 어려움 탓에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무상 의료지원이 절실한 곳이다. 현지 주민들은 열악한 생활 환경 속에서 감기와 고혈압, 당뇨, 피부질환 등 다양한 질병을 겪고 있다. 대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주거 환경으로 전염성이 높은 결핵 환자도 적지 않고, 당뇨 합병증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 환자들도 많다. 루카회 회원들은 이번 봉사 기간 요셉의원을 찾은 환자 300여 명을 진료했다. 가벼운 감기부터 충치와 농양, 관절 질환에 이르기까지 환자들의 증상에 맞춰 진료와 처치를 진행했다. 루카회 최현철 회장(미카엘·수원교구 제1대리구 동탄영천동본당)은 “마닐라에서도 말라본시는 빈곤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 평생 병원에 한 번도 가지 못한 분들이 요셉의원을 찾는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의료진이 참여해 더 많은 환자의 진료를 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내과 의사인 최 회장은 피부질환 환자를 비롯해 심장 비대를 동반한 호흡곤란 환자 등 지속적인 내과 진료가 필요한 이들을 정성껏 돌봤다. 함께 봉사에 나선 한의사 김해중(토마스 모어) 씨는 안면 마비 환자에게 침 치료를 하고, 요통과 오십견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한방 치료를 제공했다. 팔과 다리가 변형된 아이들을 위한 정형외과 의료진의 상담도 이뤄졌다. 특별히 올해는 의료봉사와 함께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방문해 현지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하고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마련됐다. 대학생 봉사자 박신아(마리아 막달레나·수원교구 제1대리구 갈곶동본당) 씨는 “쓰레기 매립지에 있는 마을을 방문했는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저희를 보고 밝게 인사해 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올해는 일반 봉사자들이 색종이 접기와 풍선 만들기 등 현지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 프로그램을 준비해 아이들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해마다 의료봉사를 가지만,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기본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필리핀 의료봉사는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일을 넘어 제 신앙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값진 경험”이라고 전했다. 이어 “올해는 치위생과와 응급구조학과 대학생들도 함께했다”며 “루카회의 해외 의료봉사가 예비 보건의료인들에게도 특별한 봉사 경험을 제공하는 장으로 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원은 인간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에게서 온다. 구원은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서 온다. 그리스도교는 구원의 주도권이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에게 있다. 율법을 지킴으로써, 깨달음을 추구함으로써 얻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이 이루어진다. 사이비 교주가 아니라 참으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이 이루어진다. 바로 이것이 복음이다. 아무런 공로도 없는 인간이 예수님을 믿는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 복음이다. 따라서 구원은 믿음을 통해 이루어지며 하느님의 선물이자 은총인 것이다. 결국 믿음을 통해 구원은 시작되고 사랑을 통해 구원은 완성된다. 따라서 정의로운 삶과 사랑의 삶 없이는 구원은 완성되지 않는다. 하느님이 살아 계시다는 믿음 속에서 구원은 시작되는 것이다. 이 살아 계신 하느님이, 나를 예수님을 통해 구원하셨다는 믿음 속에서 구원은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라는 존재는 이미 예수님을 통해 ‘구원받은 존재’이며,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인간 그리고 교회를 통해 ‘나라는 존재는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존재’라는 믿음 속에서 구원은 시작되는 것이다. 이 믿음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정의와 사랑의 삶을 살 때 구원은 완성되는 것이다. 속된 말로 절이나 암자에서 ‘도 닦으며 앉아 있다’고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불신 지옥, 믿음 천국” 한다고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구원은 이미 나의 믿음을 통해 시작되었으니, 나의 정의로운 삶과 사랑의 삶을 통해 완성하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신앙이다. 혼자 어려우니까 하느님의 백성과 함께 완성하는 것이 신앙이다. 말로만 하는 신앙은 반쪽짜리며, 교회의 신앙과는 거리가 멀다. 예수님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으로 받아들인 이 믿음 안에서 정의와 사랑의 삶을 살 때 구원이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신자라고 해서 다 구원받는 것은 아니고, 사제와 수도자라고 해서 다 구원받는 것도 아니다. 하느님께 대한 굳센 믿음 안에서 정의와 사랑의 삶을 살 때 구원은 완성되고 더 큰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내가 죄인이고 정욕을 지닌 인간이지만, 예수님께서 가신 사랑의 길을 걸을 때 구원받음을 믿는 것이다. 내 의지를 통해 율법을 지키고 깨달음을 얻을 때 구원받는 것이 아니다. 율법을 다 지키지 못해도, 깨달음을 다 얻지 못해도 나의 연약함을, 나의 ‘죄성’을 거룩한 하느님 앞에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사랑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하고, 사랑의 길을 가는 사람이 구원받는 것이다. 이 사랑의 길을 걸음으로써 나의 죄까지도 씻어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구원의 길이고 이 길을 가는 자는, 사랑의 길을 가는 자는 누구나 구원받는다. ‘오로지 사랑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는 이 진리를 믿는 것이다. 예수님이 가신 사랑의 길을 가는 자, 누구나 구원을 받는 것이다. 글 _ 김석태 베드로 신부(대전교구 도룡동본당 주임)
“‘휴거’는 일어나지 않았다. 10월 28일 자정 서울 마포구 성산동 다미선교회 총본부와 부산을 비롯한 전국 각 지역의 선교회 지부에서는 1000여 명에서부터 적게는 수십 명에 이르는 신자들이 예배에 나와 ‘휴거’를 기다렸으며, 이들 주위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병력이 파견돼 동태를 파악하는 등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휴거가 무위로 끝난 10월 29일 현재 이를 지켜본 신자들과 시민들은 허탈감에 빠진 일부 맹신도들에 의한 집단자살, 혹은 시한부 종말론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보복성 폭력과 같은 비상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시한부 종말론자들의 모태는 사실상 기성 교회라는 자성의 목소리와 이들을 다시 교회의 품 안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연구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교회 내에서 높게 일고 있다.”(가톨릭신문 1992년 11월 1일자 1면) 휴거는 없었다 세기말을 앞둔 1992년 10월 28일 밤, 다미선교회 산하 전국 173개 교회에는 흰옷을 입고 가슴에 ‘휴거’ 신분증을 단 8000여 명의 신도들이 예수의 공중 재림을 기다리며 광신적인 통성 기도를 소리 높여 바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휴거(携擧, the rapture)’란 그리스도의 공중 재림 시 죽은 성도들이 부활하고, 살아있는 성도들은 육체의 변화를 받아 공중으로 들어 올려지는 종말적 사건을 가리킵니다. 미국 복음주의 계열의 세대주의(世代主義, Dispensationalism) 종말론에서 발전한 개념으로, 천주교 정통 교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다미선교회 총본부 앞은 취재진과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방송사들은 내부 집회 실황을 전국에 생중계했습니다. 신도들은 “주님을 의심하지 말자”며 자정이 지나기 직전까지 영적 도취감 속에서 춤을 추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시계가 자정을 알려도 예수의 재림과 신도들이 하늘로 들어 올려지는 초자연적 휴거 현상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적막이 감돌았고, 곧이어 분노와 허탈함이 교차하는 아수라장이 펼쳐졌습니다. 일부 신도들은 찬송가 책을 단상에 내던지며 ‘사기’라고 절규했고, 부산과 대구 등지에서는 격분한 신도들이 목사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항의하며 기물을 파손했습니다. 교회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신도들의 가족은 “그대로 받아줄 테니 안심하고 나오라”며 오열 속에서 휴거를 기다리던 신도들을 설득했습니다. 집단 투신이나 동반 자살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다행히 벌어지지 않았고, 대부분은 경찰과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허탈한 표정으로 귀가했습니다. 되풀이되는 시한부 종말론의 폐해 1992년 우리 사회를 뒤흔든 시한부 종말론과 휴거 소동은 종교적 일탈을 넘어 세기말적 사회 불안과 기성 종교의 취약성이 결합돼 폭발한 복합적 병리 현상이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고조된 극단적 종말 사상은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 노스트라다무스의 1999년 지구 멸망 예언 등 세속적 종말관과 결합하면서 급속히 확산됐습니다. 대중의 불안 심리를 파고든 이 신드롬은 급격한 현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빈곤층과 영적 갈증을 느끼던 기성 교회 신자들을 흡수하며 우리 사회에 깊은 상흔을 남겼습니다. 이 사태의 정점에는 다미선교회를 설립한 이장림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주장한 휴거설은 자의적 왜곡을 일삼는 신학과 소위 ‘직통계시’의 결합물이었습니다. 그들은 성경을 극단적으로 왜곡해 1999년을 종말의 해로 규정하고, 7년 대환란이 시작되기 전에 성도들의 공중 휴거가 일어나야 하므로 1992년 10월 28일이 바로 그 시점이라고 선전했습니다. 휴거 예정일이 다가오면서 다미선교회·다베라선교회·갈릴리선교회 등 80여 개 종말론 집단에 속한 약 2만 명의 신도들은 일상을 포기한 채 집단적 광신 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가정을 팽개치고 기도원에 들어가거나, 전 재산을 헌납했습니다. 일부 집단에서는 통제와 복종 강요 과정에서 폭행과 인권 침해도 빚어졌습니다. 사태가 사회 병리 현상으로 비화하자 공권력이 개입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부는 이장림을 사기 및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했습니다. 수사 결과, 그는 신도들에게 1992년 10월 28일에 세상이 끝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은 1993년이 만기인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결국 이장림의 행태는 종교 사기극에 불과했습니다. 천주교회까지 침투한 종말론 개신교 이단 신흥 종단의 시한부 종말론은 기성 교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개신교 주류 교회들은 다미선교회의 극단적 행동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오히려 그 말세적인 분위기에 편승하거나 동조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한국 개신교계 전체의 대사회적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개신교 신흥 종단에서 일어난 이 광풍은 천주교회에까지 불어왔습니다. 시한부 종말론자들은 천주교 신자들을 주요 포교 대상으로 설정하고 공격적이고 지능적인 선교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가톨릭신문 1992년 7월 5일자 ‘시한부 종말론, 천주교회 안에 침투’ 기사에 따르면, 종말론자들은 이른 새벽 영남 지방(부산, 대구 등)의 천주교 교우 가정만을 골라 가톨릭 신자들의 무지와 각성을 촉구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며 전국적인 영적 혼란을 획책했습니다. 종말론의 모태는 기성 교회 가톨릭신문은 ‘92년 종말설의 실상’, ‘시한부 종말론의 허구’ 등의 기획 연재를 통해 신자들이 종말론의 허구성과 폐해를 분명히 인식하도록 촉구했습니다. 특히 10월 25일자에는 4개월에 걸친 기획 기사를 마무리하면서 전문가 특별 좌담을 마련했습니다. 좌담에서는 특히 종말론자들의 대부분이 이미 기성 교회를 다니던 신도들이며, 그들이 중산층 중심의 게토화된 교회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 시한부 종말론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즉, “기성 교회에서의 영적 보상의 불평등한 분배 구조가 이들을 교회에서 떠나게 만들고, 세상의 종말과 천년왕국의 임박을 알리는 시한부 종말론을 발생시키게 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시한부 종말론의 모태는 기성 교회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가톨릭신문은 11월 1일자 사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교회와 신앙 공동체의 근본적인 대처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첫째, 어머니답게 어떤 처지의 자녀라도 차별 없이 품에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정확한 교리 지식과 신앙인으로서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일에 소홀해 허위 종말론이 출현하고 추종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우리도 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한국교회 주교들이 생태환경 보전과 자원 순환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본당 공동체를 찾아, 기후위기 시대 교회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을 되새겼다. 주교회의는 5월 28일 의정부교구 고양 마두동성당에서 ‘주교 현장 체험’ 행사를 가졌다. 주교 현장 체험은 주교들이 교회 안팎의 주요 사목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만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사목적 응답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가 함께했다. 마두동본당은 본당 생태환경분과 소속 환경동아리 ‘초록더하기’를 중심으로 제로 웨이스트 운동, 줍깅 캠페인, 자원 재활용 활동 등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초록더하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에 따라 공동의 집 지구생태계 회복에 탁월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5년 제20회 가톨릭 환경상 우수상을 받았다. 본당 생태환경분과장 장인이(사비나) 씨는 초록더하기의 활동을 소개하며, “본당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바탕으로 생태 영성을 일상 안에서 실천하기 위해 2022년 10월 분과를 설립했다”며 “일회용품 줄이기, 텀블러와 손수건 사용, 버리지 않고 수리해 다시 쓰기 등을 이어오며 자원 순환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활동을 통해 본당 공동체의 생활 습관도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주교들은 성당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도 둘러봤다. 이어 초록더하기가 펼쳐 온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 활동 사례를 듣고, 지구촌 탄소 배출량 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평균기온 상승 추이 등을 함께 살펴보며 생태환경 보전의 필요성을 되새겼다. 이어진 실습 시간에는 생활 속 자원 순환의 의미를 익히는 생활용품 만들기에 직접 참여했다. 주교들은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양말목으로 네잎클로버 키링을 만들고,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커피박 도어벨과 주물럭 비누도 제작했다. 완성한 생활용품을 서로 비교하고 직접 착용해 보기도 했다. 주교들은 이어 본당이 조성한 ‘초록더하기 텃밭’으로 이동해 바질 모종을 심었다. 이날 행사를 기념해 주교들의 서명이 담긴 팻말도 텃밭에 세웠다. 현장 체험 뒤 열린 신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주교들은 공동체가 생태환경 위기 속에서도 자원 순환을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오늘 체험을 통해 본당의 생태환경 보전 활동이 다른 교구와 본당에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특히 텃밭에서 바질 모종을 심는 체험을 하며 본당 활동이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많은 분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수덕자(修德者)’로 불리는 농은(隴隱) 홍유한(洪儒漢, 1726~1785) 선생 탄생 300주년을 맞아 선생의 삶과 신앙을 재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안동교구와 풍산홍씨대종회는 5월 30일 경북 영주시 영주시민회관에서 ‘농은 홍유한 선생 탄생 300주년 기념 학술대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는 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 풍산홍씨대종회 및 후손 대표, 안동교회사연구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권 주교는 축사에서 “이 땅에 천주교가 굳건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홍유한 선생을 보내주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선생의 깊은 신앙심을 본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1주제 발표를 맡은 한국교회사연구소장 조한건(프란치스코) 신부는 각종 사료 연구를 토대로 홍유한 선생의 수덕생활이 천주교의 영향을 받았음을 강조했다. ‘농은 홍유한 선생의 한국천주교회 내 위상’에 대해 설명한 조 신부는 “선생은 칠극(七克)과 양명학에서 창조주를 발견했고, 이웃 사랑의 근거를 찾아냈다”며 “바로 유교의 내재적 윤리를 넘어서는 외재적 초월자를 찾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홍유한 선생이 경상도로 남행을 결행한 것은, 학문의 공동체를 넘어 천주 신앙에 입각한 새로운 공동체로의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안동교회사연구소장 신대원(요셉) 신부는 제2주제 ‘농은 홍유한 선생의 영남 이주와 남행공동체 구상’에 대해 발표하며 “선비이면서 동시에 선종할 때까지 수덕생활을 수행한 선생이야말로 참된 천주교인”이라고 강조했다. 홍유한 선생을 따르며 신앙을 실천하다 순교한 복자 홍낙민(루카)의 삶과 신앙도 조명됐다. 내포교회사연구소장 김성태(요셉) 신부는 제3주제 ‘풍산홍씨 복자 홍낙민의 삶과 신앙 전승’ 발표를 통해 “홍낙민은 충청도 예산에서 홍유한 선생을 스승으로 모셨으며, 가문 중 가장 먼저 세례를 받고 순교해 신앙을 증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가 일생을 통해 구현한 신앙과 삶의 태도는 한 가문의 유산을 넘어 신앙 공동체 전체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안동교구 우곡성지 담당 윤성규(바오로) 신부는 “우곡성지는 홍유한 선생과 후손들의 영성을 간직한 곳”이라며 “앞으로 성지 차원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선생의 영성에 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5월 29일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콘솔레이션홀에서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주최하고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가 주관한 이날 미사는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총대리 겸 순교자현양위원장 구요비(욥) 주교가 공동집전했다. 또한 올해 사제품을 받은 새 사제 9명을 비롯한 교구 사제단도 미사에 함께했다. 미사에는 성 남종삼(요한), 복자 윤지충, 복자 정약종(아우구스티노), 하느님의 종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하느님의 종 이승훈(베드로) 등의 후손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124위 복자 중 한 명으로 1839년 기해박해 때 12세도 채 되지 못해 순교한 이봉금(아나스타시아)의 굳은 신앙을 언급한 뒤, “나이나 계급,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고, 모두가 해야 하는 일임을 순교자들의 증거를 통해 되새겨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이 신앙 선조들의 탁월한 모범을 접하고 나눌 수 있도록 이분들의 시복시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자”고 당부했다. 윤지충 복자의 8대손 윤재석(지충 바오로) 씨는 “순교자의 후손으로서 항상 신앙의 모범을 보이고 하느님을 따르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을 비롯한 124위 순교자를 시복한 후, 가장 많은 순교 성인과 복자를 배출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매년 복자 윤지충과 동료 순교자들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전주교구도 같은 날 전북 완주 초남이성지에서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주례로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김 주교는 “순교 복자들은 그리스도의 삶을 중심으로 받아들였고 다른 모든 것보다 그분을 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에 순교의 길을 당당히 가셨다”며 “우리도 세상에 살면서 정말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순교자들의 정신을 따라 하느님을 갈망하는 삶을 살자”고 당부했다. 교구는 내년 초남이성지 내 ‘순교자 기념성당’이 완공되면 기념미사뿐만 아니라 순교자 현양 심포지엄과 순교자 현양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단법인 한국여기회가 주최한 ‘제15회 여기애인상 독후감 공모’에서 천나윤(일신여고 2) 학생의 ‘「사랑으로 부르는 평화의 노래」를 읽고’가 고등학생부 대상(한국여기회 총재상)에 선정됐다. 최우수상(대구시교육감상)은 김대경(무학고 3) 학생의 ‘여기당의 문을 열며’가 받았다. 중학생부 특별상(나가사키대교구장상)은 이채서(오천중 3) 학생의 ‘「나가사키의 종은 미소 짓는다」를 읽고’, 최우수상(대구시교육감상)에는 이한나(원평중 1) 학생의 ‘가장 더웠고, 가장 추웠던 그해의 여름’가 선정됐다. 이외에도 고등학생부 우수상에 남윤지(효성여고 1)·정원준(대건고 3)·최현우(무학고 2)·장시우(무학고 2)·이한슬(일신여고 2) 학생이 선정됐다. 장려상은 박성진(무학고 2)·송보경(성의고 1)·이은성(근화여고 3)·이루비(안양예고 1)·이준혁(대건고 1) 학생에게 돌아갔다. 중학생부 우수상은 이규은(대건중 3)·정수지(산자연중 2)·김서현(오천중 2)·장하율(성의중 3)·전민성(성의중 3) 학생, 장려상 수상자에는 강승우(성의중 3)·김민지(산자연중 1)·홍정서(대건중 1)·이도훈(효성중 3)·이윤지(효성중 3) 학생이 이름을 올렸다. 대상과 특별상, 우수상, 장려상 수상 학생들에게는 8월 7일부터 10일까지 3박4일 일정의 일본 나가사키 성지 순례 특전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6월 20일 오전 11시 대구대교구청에서 열린다. 심사위원장 이태수(아킬로) 시인은 “책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면서 자신의 눈높이로 그 느낌과 깨달음을 실천 의지로 승화시키거나 표현의 묘미가 각별하게 돋보이는 독후감들도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국여기회는 일본 나가사키 피폭 희생자 나가이 다카시(바오로·1908~1951)의 ‘여기애인’(如己愛人, 남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2004년 이문희 대주교(바울로, 1935~2021)가 설립한 단체다. 현재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가 총재를 맡고 있다. 여기애인상은 여기애인 정신을 청소년들에게 전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 허정욱 신부(허협바오로·대구대교구 신서본당 보좌)의 부친(허인구 유스티노, 78세) - 선종일: 5월 30일 - 장례미사: 6월 2일 오전 9시 대구대교구 성서성당 - 장지: 가톨릭 군위묘원
■ 오혁환 신부(아벨·미얀마 교포 사목)의 부친 오춘근(분도, 83세) -선종일: 5월 30일 -장례미사: 6월 2일 오전 9시 인천교구 시흥 대야성체성당 -장지: 정왕공설묘지 자연장지
방과 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품어 온 작은 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들이 있다. 대부분 20~30년 가까이, 길게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지역에서 아이들 곁을 지켜 온 가톨릭계 시설들이다. 현장의 형편은 넉넉하지 않다. 운영비 부족과 인력난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산하 전국단체‘사단법인 마을과아이들(이하 ㈔마을과아이들)’은 전국 80여 개 회원 공부방·지역아동센터가 홀로 버티지 않도록 잇고 지원해 온 가톨릭계 아동복지 연대체다.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넘어 회원 시설과 종사자들을 함께 지원해 온 ㈔마을과아이들을 소개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한 기관의 선의나 종사자의 희생만으로 유지되지 않도록 교회와 사회가 함께 무엇을 나눠질 수 있을지 살펴본다. 작은 공부방에서 전국 연대로 ㈔마을과아이들은 1973년 서울 난곡동의 작은 공부방에서 출발한 가톨릭 공부방 운동에 뿌리를 둔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시기, 맞벌이·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방과 후 안전하게 머물 공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공적 돌봄 체계가 아직 촘촘하지 않았던 때, 본당과 수도회, 신앙인들은 돌봄 공백 속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공부방을 열었다. 이 흐름은 1980년대 가톨릭계 공부방 운동으로 확산됐고, 지역별로 흩어져 있던 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들이 ㈔마을과아이들의 전신인 전국가톨릭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로 이어지며 전국 단위의 연대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사단법인으로 체계를 갖춘 ㈔마을과아이들은 현재 전국 80여 개 회원 공부방·지역아동센터를 잇고 지원하는 가톨릭계 아동복지 네트워크로 자리 잡았다. 연대의 의미는 기관들을 한데 묶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홀로 자립하기 어려운 시설·종사자들이 아이들 곁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함께 지탱하는 데 있었다. 헌신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현장 ㈔마을과아이들의 회원 시설들은 오랜 세월 아이들 곁을 지켜왔으나 운영 여건은 여전히 풍족하지 못하다. 공적 지원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실제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고, 부족한 운영비는 후원이나 자체 재원으로 메워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돌봄 프로그램을 늘리고 싶어도 예산과 인력이 따라주지 않는 실정이다. 시설 환경도 과제다. 2023년 12월 말 기준 전국 지역아동센터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물 준공 후 20년 이상 지난 센터는 2809개소로 전체 센터의 71.5%로 나타났다. ㈔마을과아이들 회원 시설 중에도 일부는 노후 시설을 그때그때 임시로 보수하며 아이들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인력 부담도 크다. 종사자들은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뿐 아니라 행정 업무까지 함께 맡는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생활과 정서, 학습 상황을 살피는 일은 긴 호흡의 동반을 요구하지만, 업무가 누적될수록 피로와 정서적 부담도 커진다. 지속적인 돌봄과 업무 수행에 정작 종사자들이 재충전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가 2023년 7월 발행한 연구 자료에서도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의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이 일 가치감 감소와 소진(번아웃)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됐다. 이는 인력 유지와 신규 인력 유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을과아이들은 이런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아동복지시설 프로그램 지원, 복합기 등 학습 기자재 지원, 지부 지원, 종사자 역량 강화 연수, 스승의 날 종사자 쉼·회복 지원, 장학 및 긴급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시설 간 연대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지역 격차를 줄이고 현장의 운영 안정성과 종사자의 회복을 돕는 기반이 되고 있다. 아이들 곁을 지켜줄 수 있도록 ㈔마을과아이들의 지원은 회원 시설 현장에서 구체적 도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5월 초 한 회원 시설인 청소년커뮤니티센터에는 복합기가 지원됐다. 청소년 비중이 높은 이 기관에서는 학습뿐 아니라 놀이, 진로 탐색, 자아 표현 활동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자료 출력과 활동물 제작에 필요한 기자재 수요가 컸다. 종사자 지원도 현장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한 회원 시설은 올해 스승의 날 종사자 쉼·회복 지원사업을 통해 종사자들이 케이크 등 다과를 함께 만들고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현장에서는 “언제나 아이들이 우선이라 우리 스스로 챙길 틈도, 또 그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마음 편히 웃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됐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법인의 지원이 단순한 보조를 넘어 현장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과제도 안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다. 회원 시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려면 후원 기반이 더 넓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 인력의 참여, 자원봉사, 본당과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절실하다. 이지민(레지나) 대표는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필요는 사람”이라며 “종사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아이들을 위한 돌봄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일부의 역할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사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동대표 이숙경 수녀(필립바·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는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은 지속가능한 아동복지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라며 “아이들은 보호의 대상이기 전에 하느님의 생명을 지닌 존엄한 존재”라고 말했다. 이어 “㈔마을과아이들이 걸어온 길은 아이들을 향한 교회의 사랑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진 역사”라며 “지금도 조용히 아이들 곁을 지키고 있는 종사자들의 사명을 교회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지속적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후원 국민은행 055201-04-197039 (사)마을과아이들 ※문의 02-723-1002, 010-6635-1709 사단법인 마을과아이들
얼마 전 레오 14세 교황께서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를 발표하시면서 “인공지능(AI)은 무장해제” 되어야 한다고 하셨지요. 뒤이어 “좀 센 단어 같지만 신중하게 골랐다(deliberately chosen)”는 말씀을 덧붙이시면서요. AI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자본에 복무하는 방식으로 이용되는 문제를 짚으며, 교황께서는 기술 권력이 주도권을 잡는 현실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다음 세대의 교육에 있어 공동선을 위한 인류의 과제를 앞세우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셨습니다. AI에 거부할 수 없이 모두가 맹목적으로 끌려가는 것 같은 시절에, 울림이 있는 말씀이었어요. 이번 학기 강의를 하면서 저는 생성형 AI가 학생들의 교육 환경 격차를 더 심화시킨다는 걸 절감했어요. 어떤 학생은 유료 AI를 여럿 맞춤으로 구매해 쓰면서 과제를 하고, 어떤 학생은 그런 도움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끙끙대며 과제를 하네요. AI 시대 학생들의 인지력과 절제력, 판단력을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텍스트를 잘 읽는 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생각할 시간도 없이 던져주는 AI의 화려한 답은 편리하긴 해도 막상 배움에는 큰 도움이 안 될 때가 많아요. 답을 고민하는 시간에 배움이 있다는 걸 확신하는 저는 텍스트를 읽을 때 자신과 텍스트가 정직하게 대면해야 한다고, 다른 이의 해석과 AI의 섣부른 개입, 편리한 줄거리 해석에 의존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손쉽게 답을 주는 AI의 유혹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지요. 그래서 수업 중에 질문을 많이 던지고 글을 쓸 때도 자기 경험 안에 목소리를 녹여 내는 걸 강조했어요. 교실에는 문화자본, 교육자본의 혜택을 많이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함께 앉아 있어요. 이번 학기에 전시회를 보고 글을 쓰는 과제를 내줬는데 전시회를 처음 가봐서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학생이 있고, 전시회 다니는 게 취미라서 용돈을 거기 다 쓴다는 학생이 있네요. 교육의 장에서라도 이러한 문화자본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한데, AI 광풍이 그 격차를 늘이는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강의 마지막에 교황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 때 의도적으로 세심하게 단어를 선택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해 보았어요. 화려한 말 잔치가 쉽게 사람을 움직이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라고요. 우리가 길러야 할 지혜로운 식별력은 오랜 훈련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그 훈련에는 더듬어 숙고하고 이 세계와 나의 관계를 찬찬히 생각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상상하는 눈이 필요하다고, 인간됨의 의미라든가 이 세계에서 공동선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 책무 같은 것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요. 이런 것들은 긴 호흡으로 보고 읽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고요. “이번 학기 저는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찬찬히,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선택하는 삶이 중요하단 걸 배웠어요. 글도 그렇게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요.” 한 학생의 메시지를 선물로 받으며 또 작은 시간의 매듭을 묶습니다. 글 _ 정은귀 스테파니아(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머리에 두건을 쓴 나이 지긋한 턱수염의 남성이 더 이상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남성을 조심스레 부축하고, 양옆에는 두 명의 여성이 있습니다. 여기 ‘S자’로 힘없이 축 늘어진 남성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 우측에서 죽은 아들을 떠받는 성모 그리고 좌측에 자그마한 체구를 한 젊은 여성은 마리아 막달레나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맨 뒤에 두건을 쓴 남성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아리마테아 사람 요셉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니코데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리사이파 그리고 유다 최고 의회인 산헤드린의 의원으로 학식 있는 종교 지도자지요. 그는 아리마테아 사람 요셉과 함께 그리스도 매장을 도운 자입니다. 서구 중세 시대부터 널리 다뤄진 ‘자비’, ‘연민’의 뜻을 가진 <피에타(pietà)>상,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성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1498~1499년)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전성기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청년 때 만든 작품으로, 성모가 무릎 위에 아들 예수를 안고 비통해하는 장면을 절제되면서도 이상적인 모습으로 표현한 걸작입니다. 한편 지금 소개하는 <피에타>는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뒤에 위치한 ‘두오모 미술관’ 소장품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를 제작하고 무려 50여 년 후 미켈란젤로가 70대 초반에서 80세까지 7~8년간 혼신을 다해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수의 모습이 이상합니다. 상반신이 하반신보다 훨씬 비대하고 양팔이 너무 길게 표현된 반면 하반신의 다리는 너무 앙상한 것입니다. 완벽한 기술적 표현력을 가진 미켈란젤로가 인체 비례를 무시한 과장된 표현을 한 것은 이제 명줄이 끊긴 상태의 예수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요. 더군다나 성모의 모습이 너무 거칠어 이목구비가 잘 보이지도 않는 것은 미완성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의 근원, 바탕임을 드러냅니다. 거칠고 모든 것을 품는 대지입니다. 그리고 여기 숨은 감동은 바로 니코데모에 있는데, 바로 미켈란젤로 자신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깊은 신심의 소유자인 미켈란젤로는 손수 예수의 차디찬 시신을 묻어 드리고픈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자신이 묻힐 성당의 제단 발치에 설치하기 위해 제작한 이 <피에타>는 그의 절절한 신앙고백입니다. “내가 사랑하고 찬미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증오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가 죽기 전에 영생을 얻을 수 있도록…”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봉사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 의견들을 모아 WYD 여정을 함께 꾸려 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싶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향한 여정에서 봉사자들의 의견을 모으고, 함께 나아갈 방향을 찾아갈 서울 WYD 봉사자 대표로 임수현(소화 데레사·서울대교구 등촌1동본당) 씨가 선출됐다. 임 씨는 “WYD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 걸어갈 수 없는 여정”이라며 “서로에게 힘과 용기가 되어 주며 함께 발맞춰 걸어 나가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서울 WYD 조직위에서 활동하는 봉사자는 현재 300여 명이다. 본대회까지 단기·장기 봉사자를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약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임 씨는 봉사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준비 과정에서 함께 방향을 식별하는 역할을 맡는다. 봉사자 대표의 책임이 막중한 만큼 조직위는 특별한 선출 방식을 선택했다. 바로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 방식을 빌린 것이다. 봉사자 대표 선출은 단순한 투표가 아니라 기도와 식별의 과정으로 진행됐다. 100여 명의 봉사자가 모인 가운데 추천과 제청을 거쳐 후보자들이 정해졌고, 침묵과 묵상, 기도 안에서 3분의 2 이상의 득표가 나올 때까지 여러 차례 투표를 이어갔다. 임 씨는 “함께 걸어가는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안에서, 깊고 뜨거운 주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출에 계속 ‘제 뜻이 아닌 주님 뜻대로 이루어 주소서’ 하고 기도드렸다”고 선출 당시의 마음을 전했다. 임 씨가 생각하는 WYD 봉사자는 단순한 행사 운영 인력이 아니다. 2023년 리스본 WYD에 참여를 계기로 서울 WYD 봉사자에 지원한 임 씨는 1기 봉사자로 봉사를 시작해 본당지원팀·순례지지원팀 팀장 등을 맡으며 WYD 봉사자의 의미에 관해 끊임없이 묵상하며 봉사에 임해왔다. 임 씨는 “봉사자는 주님의 사랑을 함께 나누는 존재”라며 “전 세계에서 오시는 분들에게 먼저 다가가 환대할 수 있는 용기와 사랑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WYD의 봉사자”라고 말했다. 이어 “환대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맞아주는 한 분 한 분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환대의 바탕에는 ‘경청’이 있다. 임 씨는 모든 WYD 봉사자가 ‘경청’과 ‘성령 안의 대화’를 통해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때 경청하는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며 “경청과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님의 뜻 안에서 서로 경청하며 함께 만들어 나가는 서울 WYD의 여정을 겸손히 봉헌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걸어온 모든 여정을 밑거름 삼아 다가올 신앙의 길을 더욱 기쁘게 맞이하고, 서울 WYD 이후에도 성령과 함께하는 삶의 여정이 계속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