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결과총 10000건

서울 금천노인종합복지관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노년층 호응

무인 단말기와 모바일 앱의 보편화로 주문·결제부터 행정·금융 서비스 이용까지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소외’ 고령층이 늘어나는 가운데, 생활 밀착형 교육으로 노인의 디지털 자립을 돕는 가톨릭 사회복지기관의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금천노인종합복지관은 5월부터 디지털 취약계층 노인을 위한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이하 디지털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가 주최하고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와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가 주관한 공모 사업에 선정돼 마련한 생활 밀착형 교육이다. 복지관은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노인이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실생활 디지털 교육을 마련했다. 행정·금융·복지 서비스까지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디지털 역량은 노인의 생활 자립과 직결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5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71.8%로, 저소득층(97.0%)·장애인(84.1%)·농어민(80.6%)보다 낮았다. 서울 금천구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2.19%이고, 이 가운데 홀몸노인이 약 40%에 달한다. 상반기 디지털 스쿨은 5월 15일부터 6월까지 다섯 차례 진행됐으며, 카카오톡 영상통화를 비롯해 지도 검색, 택시 호출, 간편결제와 송금, 인공지능(AI) 활용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익히는데 초점을 맞췄다. 강사 4명이 노인들 곁에서 앱 설치와 본인인증, 인증서 발급 등을 도왔다. 간편결제를 불안해하는 노인들에게는 작동 원리와 금융사기 대처법도 반복해 설명했다. 복지 서비스 신청과 수급 누락을 예방하기 위해 마지막 회기에는 ‘복지로’와 ‘정부24’ 등 공공서비스 앱도 다뤘다. 변화는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톡 송금·결제 이해도는 교육 전 26.3%에서 교육 후 63.2%로 올랐다. 한 참여자는 수업 뒤 편의점에서 카카오페이로 직접 결제한 뒤 영수증 사진과 함께 “지갑 없이도 혼자 물건을 살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는 소감을 나눴다. 자녀에게 선물을 받기만 하던 참여자는 모바일 선물을 직접 보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수업 평균 출석률은 98%에 달했다. 디지털 격차가 세대 격차와 고립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노인에게 디지털 학습 기회를 보장한 이 사업은 레오 14세 교황이 올해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에서 지적한 노인의 ‘잊힘’에 응답하는 그리스도교적 사회복지 실천으로도 주목된다. 구자훈(프란치스코) 관장은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정보를 찾는 과정은 어르신들이 단순한 돌봄 대상이 아니라 지혜를 나누는 ‘선배시민’이라는 의식을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며 “어르신들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립하도록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전했다. 복지관은 하반기에도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해 ‘디지털 배움터’ 등의 교육을 이어간다. 일상생활 중심의 테마별 스마트폰 교육으로 호응이 높았던 ‘스마트폰 속 AI 놀이터’를 비롯한 AI 관련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 실무자 정유진 복지사는 “현장에서 체감한 진짜 복지 효과는 거창한 제도를 이용하는 것 이전에 있었다”며 “디지털 일상생활을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내는 자립의 회복이 이번 사업의 큰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올해 처음 도입된 ‘스마트폰 속 AI 놀이터’라는 정규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거두고 있고, AI 교육에 대한 어르신들의 관심과 수요가 높은 만큼, 앞으로도 관련 수업과 특강을 적극 개설해 더 많은 어르신이 디지털 세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4면

수원교구 농민사목위원회, 농민 주일 미사 봉헌

수원교구 농민사목위원회는 제31회 농민 주일을 맞아 농민들과 도시 소비자들이 함께 기도하고 생명 농산물을 봉헌하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땅과 농업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농민사목위원회는 7월 19일 제1대리구 미양성당에서 위원장 양기석(스테파노) 신부 주례로 제31회 농민 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생명을 살리는 농업을 이어 온 농민들의 수고를 기억하고, 농촌이 처한 어려움에 교회 공동체가 관심을 기울이며 연대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양 신부는 강론에서 올해 농민 주일 담화를 낭독하고, 생명농업을 지켜 가는 농민들의 땀과 노고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 신부는 “국내 시장에 값싼 수입 농산물이 유입되면서 국산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농가 소득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청년 인구의 급격한 이탈과 고령화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 폭염과 가뭄 등 자연재해로 인한 경작의 어려움, 농업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등으로 우리 농촌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환경 방식으로 정성껏 길러 낸 지역 농산물을 선택하고 제철 먹거리를 이웃과 나누는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생명을 살리는 연대가 된다”고 말했다. 양 신부는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삶의 방식과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를 변화시키는 ‘생태적 회심’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생태적 회심은 자연을 오직 이용의 대상으로만 여기던 태도에서 벗어나, 우리가 창조 세계 안에서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는 변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는 감사와 절제, 나눔의 삶으로 초대받고 있다”며 농민과 소비자 모두가 생명을 존중하는 삶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끝으로 양 신부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하느님의 밭’(1코린 3,9)이니, 그 밭에서 자라난 생명을 다음 세대에 온전하고 안전하게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미사 중에는 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정성껏 재배하고 수확한 생명 농산물이 봉헌됐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면

추피 추기경, 교황 평화 특사로 우크라이나 방문 “평화 위해 모든 노력 다할 것”

[외신종합]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 마테오 추피 추기경이 레오 14세 교황의 평화 특사로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전쟁 포로 교환과 인도적 지원 등을 논의했다. 추피 추기경은 나흘 동안 르비우 지역과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평화와 인간 존엄성을 호소해 온 교황의 연대와 기도를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전달했다. 추피 추기경은 2023년에도 평화 특사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추피 추기경은 15일 수도 키이우 성 미카엘 광장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건국기념일 행사 후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전쟁 포로 문제, 국경 너머로 끌려간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본국 송환, 러시아 교도소에 억류돼 있는 우크라이나인 가족들의 요청사항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가족들은 추피 추기경에게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인 약 7000명과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러시아인 약 4000명을 모두 교환하는 방식의 포로 교환이 이뤄지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시비하 장관은 면담에서 교황청의 인도적 지원 활동에 감사를 표하면서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들의 석방을 촉진할 인도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또한 러시아 점령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언급하면서 “건립 975주년을 맞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페체르스크 라우라 수도원이 최근 러시아로부터 공격받았다”며 “수도원 보호와 복원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추피 추기경은 “군인 한 명, 민간인 한 명, 어린이 한 명이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평화를 향한 한 걸음”이라며 “평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것이 레오 14세 교황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적 노력은 정치적·군사적 고려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피 추기경은 15일 키이우 성 미카엘 대성당 앞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그리스도교 지도자들과 일치기도회도 개최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7면

[창간 100주년 특별기획 – 교회와 함께 민족과 함께] (58) 범교회적 ‘금 모으기’ 운동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을 비롯한 종교단체 대표와 106개 시민, 소비자, 종교, 농민 단체 등이 참여하는 외채 상환 금 모으기 범국민운동이 1월 12일 본격 가동됐다. 김수환 추기경과 송월주 스님, 서영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 한국소비자연맹 정광모 회장 등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명동 YWCA 강당에서 외채 상환 금 모으기 범국민운동 발대식을 갖고 장롱 속에서 사장되고 있는 금을 모아 국가 외환위기를 극복하자는 운동에 돌입했다.”(가톨릭신문 1998년 1월 18일자 1면) 외환위기로 인한 사회의 붕괴 1997년 하반기 대한민국을 강타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는 단순한 금융 시장의 유동성 부족 사태를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일시에 폭발한 전대미문의 국가적 재난이었습니다. 외환 보유액 고갈로 인한 국가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한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초고금리 정책, 강도 높은 긴축 재정과 노동 시장의 유연화 그리고 금융·기업 부문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강요됐고, 이는 실물 경제에 즉각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1998년 한 해에만 2만4000여 개 기업이 도산했고, 실업자 수가 200만 명을 상회했습니다. 중산층이 몰락하고 극빈층이 양산되었으며, 경제적 빈곤은 가정 해체와 생명 경시 풍조로 이어졌습니다. 실직과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한 가장들의 투신자살, 부모의 실직을 비관한 청소년들의 동반 자살, 급격한 이혼율 증가와 결식아동의 양산 등 이른바 ‘IMF형 사회 병리 현상’이 사회 전반을 뒤덮었습니다. 교회의 새로운 소명 이러한 극한의 고통 속에서, 민주화와 인권을 수호했던 한국교회는 이제 신자유주의적 경제 폭력에 의해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구원하고 붕괴된 공동체를 복원하는 시대적 소명을 부여받았습니다. 가톨릭신문은 IMF 외환위기의 원인을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던 물질주의, 과소비, 허위의식에서 찾았습니다. 교회는 위기의 본질을 ‘가치관의 위기’로 규정하고, 위기 극복 노력이 공동체 전체의 회개와 삶의 양식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인식했던 것입니다. “교회가 파탄 위기에 처한 국가 경제난을 극복하자는 적극적 선택에 나섰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각 교구는 최근 경제난 극복을 위한 노력으로 고급 스포츠와 해외여행의 자제, 과소비 근절, 우리 상품 애용 등을 촉구하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마련, 전 교회 차원의 경제난 극복 운동에 돌입했다. … 신자들의 동참 또한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가톨릭신문 1998년 1월 11일자 1면) 신자유주의 국제 경제 구조의 비판 한국교회는 개인의 도덕성 회복에서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적인 국제 경제 구조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당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박석희(이냐시오) 주교는 IMF 1주년을 맞아 「위기를 기회로 삼읍시다」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담화는 위기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고도성장 위주 경제 정책, 정경 유착에 따른 관치 금융, 기업의 무분별한 차입 경영과 중복 투자 그리고 각자의 도덕적 불감증”에서 비롯됐다며 위기의 근본 원인은 “경제가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정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담화는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맹목적인 자유시장경제 체제와 투기적 국제 자본의 횡포에서 위기의 외부적 원인을 찾았습니다. 이어 “자유시장경제 체제는 무한 경쟁으로 개도국과 중진국 경제는 물론 인간과 자연의 파멸을 강요하는 비인간적 체제를 유발하고 있다”며 “자유경쟁을 강조하며 약자의 고통을 외면했던 자유주의에 대응해 마르크스주의가 등장했듯 신자유주의 물결이 새로운 전체주의나 과격주의의 온상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 모으기 운동’ 이끈 한국교회… 종교계와 함께 위기 대응 교회 공적 책임 다해… 사회복지 전반적 역량 이정표 구축 금 모으기 운동으로 자신감을 한국교회의 IMF 외환위기에 대한 대응은 초기에는 위기 극복을 위한 기도운동과 금 모으기 그리고 인식과 삶의 변화를 위한 실천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곧바로 실직과 빈곤, 가정 해체 문제에 대응하는 사회복지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국민이 보여준 집단적 연대의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외채 상환 금 모으기 운동’이었습니다. 39억 달러까지 곤두박질친 가용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기 위해 장롱 속의 금을 자발적으로 내놓은 이 범국민적 희생 운동에서, 천주교회는 기획 단계부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전국적인 동참을 이끌어냈습니다. 1998년 1월 12일 오전 10시30분, 명동 YWCA 강당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송월주 스님, 서영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등 종교계와 106개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모여 ‘외채 상환 금 모으기 범국민운동 발대식’을 거행했습니다. 김 추기경은 신자들이 선물로 준 것을 모아두었던 금 142.58g을 헌납하며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종교계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은 집단적 패배감에 젖어 있던 국민들에게 위기 극복을 향한 강력한 도덕적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국민이 석 달 동안 모은 금의 총량은 227톤(약 22억 달러 규모)으로, 당시 1500억 달러에 달하던 총 외채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 운동은 집단적 공포와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국민에게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붕괴된 사회 안전망의 복원 외환위기가 남긴 가장 뼈아픈 상흔은 대량 해고로 인한 실업과 노숙의 급증이었습니다. 구조조정과 연쇄 부도의 칼바람을 맞은 가장들은 지하철역과 공원 등 거리로 내몰렸지만 이들을 보호할 국가의 복지 안전망은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그때 교회가 가장 먼저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실직자 지원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서울대교구 명동본당이 1998년 4월 13일 정식 개원한 ‘평화의 집’이었습니다. 가톨릭회관의 지하 주차장을 개조하여 실직자들을 위한 대규모 무료 급식 및 취업 상담 시설을 조성했습니다.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IMF 후유증이 장기화되고 실직자가 지속적으로 배출되면서 2002년 7월 16일 폐원 미사를 봉헌할 때까지 4년 3개월 동안 운영됐습니다. 누적 이용 건수가 14만 2002건에 달했고, 매년 1500명에 가까운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습니다. 교회의 사회적 위기 대응 1997년 시작돼 수년간 이어진 한국교회의 IMF 대응은 단순한 애국 캠페인 참여를 넘어, 한국교회가 사회적 위기에서 어떤 공적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지 시험한 사건이었습니다. 금 모으기 운동은 교회의 ‘상징 자본’(비물질적이지만 사회적 위계와 권위를 만들어내는 자원)을 드러냈고, 평화의 집을 비롯한 교회 내 본당과 단체, 시설 등의 실직자와 가정 지원 활동은 교회의 사회복지 역량을 시험했습니다. 그 결과가 모든 요구를 충족하지는 못했다고 할지라도, 이후 한국교회가 사회적 위기 대응에서 보여줄 수 있는 표준을 상당 부분 이 시기에 형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8면

[AI 말고 인간!] AI가 욕망을 채운다? 그래도 갈망은 인간 스스로 채운다

쇼핑 앱을 열었을 뿐인데 어느새 장바구니가 가득하다. 분명 필요해서 산 것 같은데, 막상 상자를 뜯고 나면 왜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물건들이 있다. 유튜브를 십 분만 보려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원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욕망은 어디서 왔는가. 내 안에서 자란 것인가, 화면 너머의 무언가가 심어놓은 것인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 컴퓨터정보과학부의 옥타비안 마키돈(Octavian M. Machidon)은 2025년 11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취향을 그저 읽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빚어낸다고 지적한다. 쇼핑몰이 다음에 살 물건을, 영상 플랫폼이 다음에 볼 화면을 골라줄 때마다 우리의 욕망은 조금씩 그 방향으로 떠밀린다. 이용자는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미리 놓인 길 위를 걷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홍보 주일 담화에서 던진 물음을 함께 짚는다. 완전히 인간다움을 지키면서 이 문화적 전환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방법은 무엇인가. 알고리즘이 인간의 판단과 관계의 자리를 대신 채우려 할수록, 이 물음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해진다. 이 지점에서 욕망과 갈망은 갈라진다. 욕망은 채워지는 순간 사라진다. ‘좋아요’ 하나, ‘알림’ 하나, ‘새 물건’ 하나로 잠시 만족했다가 곧 다음 자극을 찾는다. 손에 쥐는 순간 이미 시들해지는 것, 그것이 욕망의 본성이다. 반면 갈망은 채워도, 채워도 남는 무언가를 향한다. 사랑하고 싶은 마음, 의미 있게 살고 싶은 마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아무리 이루어도 완전히 소진되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클릭과 체류 시간으로 욕망을 정교하게 다루지만, 갈망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갈망은 애초에 숫자로 환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욕망이 갈망의 자리를 조용히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화면을 넘길 때마다 도파민이 터지고, 그 짧은 쾌감에 익숙해진 몸은 점점 더 큰 자극을 요구한다. 정작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고 느낄 때조차, 사람들은 그 허전함을 채우려 또 화면을 연다. 갈망을 마주할 시간에 욕망을 소비하며 하루를 지운다. 허기는 여전히 남아 있는데, 우리는 그 허기의 진짜 이름을 잊어 간다. 갈망은 원래 불편한 것이다. 당장 채워지지 않기에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무언가를 오래 그리워하고, 이루어지지 않은 뜻을 품고 살아가는 것. 그 불완전함을 견디는 힘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만든다. 알고리즘은 그 불편함을 서둘러 지우려 하지만, 정작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그 지워지지 않는 갈증이다. 오늘 하루 당신이 누른 ‘좋아요’와 장바구니를 되짚어 보라. 그 안에 진짜 갈망이 있었는가, 아니면 잠깐의 허기를 메운 흔적뿐이었는가. 알고리즘은 욕망을 채워줄 수 있다. 원하는 것을 더 빨리, 더 정확히 가져다준다. 그러나 갈망은 누가 대신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스스로 부딪히고 견디며 채워가야 한다. AI가 당신의 욕망을 채운다? 그래도 갈망은, 당신 스스로 채워야 한다. 글 _ 최홍규 안토니오(EBS 디지털교육기획부 연구위원, 미디어학 박사)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6면

[독자마당] 봉헌도 신앙처럼 자라고 있습니까

인터넷에 떠도는 씁쓸한 농담이 있습니다. “신천지가 천주교 신자 포교는 잘 안 한다더라. 천주교 신자들은 천 원만 내니까.” 웃자고 하는 말 같지만, 결코 가벼운 농담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뼈아픈 이야기입니다. 현실에서도 “성당에서 봉사하다 보면 헌금 봉투에 천 원짜리 한 장만 덜렁 들어있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는 말이 신자 공동체 어디서나 공공연하게 나오곤 합니다. 이것이 우리 신앙의 민낯입니다. 요즘 천 원짜리 지폐는 일상에서 거의 사라진 돈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려 해도,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려 해도 1000원으로는 부족한 시대입니다. 그런데 봉헌 바구니에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결론은 하나뿐입니다. 미사를 위해 ‘일부러’ 준비해 온 것입니다. 1000원을… 하느님께 드리기 위해, 수고스럽게 챙겨 온 셈입니다. 처음 제대 앞으로 나아가 봉헌 바구니에 손을 넣던 날을 기억하십니까. 제가 첫영성체를 하던 시절, 주일 봉헌금은 100원, 200원이었습니다. 학교 담벼락 떡볶이 포장마차에서 100원이면 떡을 열 개 집어 먹던 시절, 그 귀한 돈을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용돈을 아껴 1000원을 냈습니다. 당시 짜장면 한 그릇 값이었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봉헌했던 1000원은 지금 가치로 1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신앙의 나이는 차곡차곡 쌓였는데, 하느님을 향한 봉헌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셈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무언가를 얻기 위해 계획하고 저축합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적금을 붓고, 결혼, 여행, 자녀 학비, 건강검진 등을 위해 돈을 모읍니다.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기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아껴서 기어이 손에 넣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을 위해서는 어떻습니까. 일주일에 1만 원, 하루에 1000원, 2000원. 하느님께 봉헌하기 위해 그 작은 돈조차 따로 모아본 적이 있습니까. 눈에 보이는 세상의 것을 위해서는 내 소득의 가장 큰 부분을 할애하면서도 주님을 위한 몫은 남고 남은 자투리 돈으로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미사 끝나고 지인들과 마시는 커피 값 7~8000원, 배달 앱을 열어 음식을 시킬 때는 기본 3~4만 원을 주저 없이 씁니다. 명절에 만난 자녀들의 용돈과 손주 생일 앞에서는 기꺼이 지갑을 활짝 엽니다. 그런데 유독 봉헌만큼은, 30~40년 전 그 포장마차 앞을 서성이던 어린 시절보다 못한 자리에 멈춰 서 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하느님께 드리는 일에,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께는 ‘가장 나중에, 가장 적게’ 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내가 한 달 동안 기꺼이 지갑을 열었던 순간들 가운데 과연 하느님을 위한 자리는 몇 번이나 있었습니까? 성당에서의 봉헌은 단순히 교회를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나 세금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마음의 지향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내가 삶에서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하느님 앞에 고스란히 꺼내 보이는 거룩한 행위입니다. 만약 하느님을 향한 그 사랑의 표현이 30~40년째 같은 자리에 있다면, 오늘부터 아주 작은 것부터 조금 다르게 표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글 _ 현진희 아타나시아(의정부교구 고양 가좌동본당) ※ 독자마당은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따뜻한 신앙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일상 속 은총의 순간들, 이웃과 나누고 싶은 미담을 자유롭게 보내 주세요.(A4 ⅔장 이내) ※ 보내실 곳 서울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2층 이메일 jebo@catimes.kr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22면

[인터뷰] ‘에코홀더’ 전도사 조성현 씨…“나만의 컵홀더로 환경 지켜요”

“이제는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 친환경 실천을 ‘플렉스(Flex)’할 때입니다. 내가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당당하게 보여줄수록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한성대학교 창의융합대학 교수로 12년간 후학을 양성하다 올해 초 정년 퇴임한 조성현(대건 안드레아·서울대교구 대흥동본당) 씨는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다회용 컵홀더 ‘에코홀더’를 직접 제작해 지인들에게 나누고 있다. 조 씨가 일회용 컵홀더에 주목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집에서 음료를 마신 뒤 버리지 않고 모아 둔 컵홀더가 불과 며칠 만에 수북이 쌓이는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 조 씨는 “컵홀더 하나는 사소해 보이지만 많은 사람이 음료를 마실 때마다 반복해서 사용하면 상당한 양의 폐기물이 발생한다”며 “환경 보호는 거창한 일이 아니라 작은 물건 하나를 다시 사용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회용품의 사용이 폐기물을 늘리고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이를 줄이는 실천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불편함’에서 찾았다. 그리고 이 불편을 덜기 위해 작고 가벼워 가방에 달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다회용 컵홀더를 구상했다. 에코홀더 구상에는 오랫동안 광고업계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광고대행사에서 공공 캠페인과 인식 개선 광고를 주로 제작해 온 조 씨는 TV와 신문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보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방식이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에코홀더는 평소에는 열쇠고리(키링)처럼 가방에 달고 다니다가, 음료를 구입할 때 쉽게 꺼내 사용할 수 있다. 귀여운 장식품으로 가방을 꾸미는 최근 문화를 활용하되,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실용성과 환경적 의미를 함께 담았다. 조 씨는 에코홀더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강조하는 생태적 책임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앙적 가르침이 선언에만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에코홀더를 가방에 달고 다니는 모습 자체가 환경을 생각한다는 마음을 드러낼 수 있고, 이를 본 다른 사람의 관심과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에코홀더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홍보의 의미도 더했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 승인을 받아 공식 로고를 새긴 에코홀더를 제작한 것이다. 에코홀더를 가방에 달고 다니거나 사용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WYD를 알리는 ‘움직이는 홍보물’이 된 셈이다. 조 씨는 “에코홀더를 사용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직접 WYD를 알리는 홍보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며 “WYD가 끝난 뒤에도 해외 청년들이 고향에서 에코홀더를 계속 사용한다면 서울 WYD의 기억과 생태적 메시지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7면

[교회상식 더하기] 성체를 향한 인사는 ‘무릎 절’을 해야 한다?

외국에서 미사를 드릴 때 주례 사제가 제대에서 무릎을 꿇어 인사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외국인 신자가 감실을 향해 잠시 무릎을 꿇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낯선 풍경인데요. 바로 ‘무릎 절’이라는 전례 동작입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에 따르면 “무릎 절은 오른쪽 무릎이 땅에 닿도록 꿇는 것이며 흠숭을 뜻한다”고 합니다. 특별히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를 향한 흠숭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감실이나 성체 앞에서 무릎 절을 합니다. 또 파스카 성삼일 중 주님 수난 성금요일 십자가 경배부터 파스카 성야 시작 전까지는 십자가에도 무릎 절을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274항) 서양에서 무릎 절은 특별한 존경을 나타내는 자세였습니다. 황제와 같이 높은 사람 앞에서 사용하는 예절이었지요. 이 자세는 교회 안에서 주교나 교황에게 인사할 때도 쓰이게 됐는데요. 후에 신자들은 제대, 십자가, 성인 유해, 그리스도와 성인들의 성상 앞에서도 무릎 절로 공경을 표현했습니다. 11세기에 들어서는 성체 앞에서도 이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체 안에 예수님께서 실존하신다는 것을 고백하고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흠숭하고자 무릎 절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1570년 출판된 「로마 미사 경본」에 무릎 절이 포함되면서 무릎 절이 전례 안에 정착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평소 무릎 절을 볼 일이 별로 없습니다. 한국교회에서는 무릎 절 대신 깊은 절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전례를 민족의 특성과 전통에 따라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 헌장」은 “로마 예법의 실질적 통일성이 보존된다면, 여러 집단, 지역, 민족들을 위해, 특히 선교 지역에서는 정당한 다양성과 적응의 여지가 남겨져야 한다”면서 관할 지역 교회가 결정하고 사도좌의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38항) 한국교회는 유럽식 인사 자세인 무릎 절이 한국의 문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사도좌의 인준을 받아 깊은 절로 대신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무릎 절을 대신해 다른 전례 동작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닙니다. 일본교회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깊은 절을 합니다. 인도교회는 인도의 전통 합장 자세인 ‘안잘리 하스타’를 동반한 깊은 절로 무릎 절을 대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릎을 굽히는 행위는 자신을 낮춰 온몸으로 순종을 표현하는 겸손과 공경의 행위입니다. 무릎 절에는 자신을 낮추고 하느님 자비에 의탁하는 마음이 담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감실이나 성체 앞에서 우리는 주로 깊은 절로 인사하는데요. 표현은 다르더라도 무릎 절 안에 담긴 마음을 기억한다면 그 의미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20면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 발대미사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이하 홍보단)이 7월 18일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 JU에서 발대미사를 봉헌하고 해외 홍보 활동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 단원들은 이날 미사에 이어 한국무용과 케이팝(K-POP) 댄스의 최종 리허설을 진행하고, 해외 청년들에게 나눠 줄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홍보물과 선물을 포장했다. 2025년 11월부터 연습해 온 단원들은 공연과 문화 교류를 통해 해외 청년들을 서울 WYD로 초대할 예정이다. 홍보단은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와 구마모토를 찾아 텐진 아크로스 공연장, 구마모토 신아이여자중·고등학교, 후타바고등학교, 신덴바루성당 등에서 공연한다. 이어 8월 4일부터 12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와 아르수아, 팔라스데레이, 포르토마린, 사리아 등 산티아고 순례길 주요 지역에서 한국무용과 케이팝을 선보이고 홍보용 기념품을 나누며 서울 WYD를 알린다. 홍보단은 담당 사제 5명과 케이팝 댄스팀 9명, 한국무용팀 13명, 미디어팀 3명 등 모두 30명으로 구성됐다. 발대미사를 주례한 청소년국 부국장 김동선(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는 강론에서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알려 주는 홍보자”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공연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원들 스스로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져야 한다”며 “여러분의 미소와 눈빛, 몸짓을 통해 외국 청년들이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는구나’, ‘이들이 있는 한국에서 열리는 WYD에 가 보고 싶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단 단장 윤상현(비오) 신부는 “각자에게 맡겨진 작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이를 차근차근 엮어 나간다면 좋은 행사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단원들이 건강하게 모든 일정을 마치고, 밝은 미소로 좋은 열매를 맺기를 기도한다”고 격려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5면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 한국서 개최

교황청 종교간대화부가 8월 4일부터 5일까지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를 개최한다. ‘이상 사회에 대한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기여를 위한 대화: 새 하늘, 새 땅과 대동’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회는 그리스도교의 ‘새 하늘과 새 땅’(묵시 21장) 개념과 유교의 대동(大同) 이상(「예기」 ‘예운’ 편)을 중심으로 두 전통이 제시하는 이상 사회의 의미와 오늘날의 실천 과제를 모색한다. 한국 주교회의와 성균관, 서강대학교가 공동으로 협력해 마련했다. 교황청에서는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 차관 인두닐 자나카라타나 코디투와꾸 칸카남라게 몬시뇰, 차관보 폴랭 바타이르와 쿠부야 신부 등이 참석한다. 캄보디아와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미국 등 12개국의 신학, 철학, 종교학, 유교학 분야 성직자와 수도자, 학자들과 종교·문화 간 대화에 헌신해 온 실무자들이 자리를 같이한다. 한국교회에서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총무 송용민(요한 사도) 신부 등이 함께한다. 종교간대화부는 사회적 분열, 생태적 위기, 윤리적 불확실성으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의 맥락 안에서 보편적 형제애, 덕을 갖춘 지도력, 인자한 통치, 생태적 책임과 같은 핵심 규범적 주제들을 탐구하는 데 이번 학회의 목표를 두고 있다. 학회 결과물은 그리스도교와 유교 간 대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종교간대화부 학술지인 「악타 프로 디알로고(Acta Pro Dialogo)」에 게재될 예정이다. 종교간대화부 대표단은 학회에 앞서 8월 2일과 3일 성균관, 서울대교구청 등을 방문해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며, 6일에는 한국의 주요 문화·역사 유적지를 답사한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면

[순례, 걷고 기도하고] 전주교구 여산순교성지

전북 익산시 여산면은 인구 30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그러나 곳곳에는 1868년 무진박해 당시 신자들이 겪은 박해와 순교의 흔적이 남아 있다. 당시 인근 지역 곳곳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던 신자들은 여산으로 끌려와 가혹한 형벌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순교자만 김명언(안드레아), 김흥칠(마티아), 오윤집(타대오) 등 23명, 무명 순교자도 적지 않다. 이들의 순교터를 따라 조성된 전주교구 여산순교성지 ‘진복팔단길’은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며 하늘나라의 참행복을 소망한 순교자들의 영성을 묵상하는 길이다. 여산성당에서 출발해 감옥터와 백지사터, 숲정이성지 등 일곱 순교터를 잇는 길에서 순교자들이 고통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참행복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참행복’ 증언한 형장 ‘숲정이’ 여산성당에서 북서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여산천 변에 자리한 전라북도 기념물 제125호 ‘여산숲정이성지’에 닿는다. 성지 입구 중앙에는 피에타상이 세워져 있고, 제대 뒤편 돌벽에는 십자가의 길 14처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제대 왼쪽에는 십자 순교 기념비, 오른쪽에는 예수성심상이 자리한다. ‘숲정이’는 ‘마을 가까이에 있는 숲’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지금은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조선시대 이곳은 신자들을 처형하던 형장이었다. 당시 여산은 도호부 관아와 군영이 자리한 행정·군사 중심지로, 고산과 금산, 진산, 용담 등 인근 지역에서 붙잡힌 신자들이 모두 이곳으로 끌려왔다. 숲정이에서는 참수형이 집행되거나, 다른 곳에서 처형된 신자들의 시신이 버려지기도 했다. 고산 넓은 바위골에서 신앙 공동체를 이루며 살던 김성첨(토마스)을 비롯한 신자 17명도 무진박해 때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김성첨의 집안에서는 3대에 걸쳐 모두 6명이 순교했다. 김성첨은 감옥에서 고통받는 신자들에게 “천당진복을 누리려는 사람이 이만한 고통을 참아 받지 못하겠습니까? 감심(感心)으로 참아 받읍시다”라고 말하며 용기를 북돋웠다고 전해진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신앙을 지킨 이들의 모습은 숲정이가 단순한 처형터가 아니라, 하늘나라의 참행복을 함께 증언한 자리였음을 보여 준다. 참혹했던 순교의 자리…백지사터와 옛 관아 성당 바로 옆 좁은 골목을 따라 걸으면 ‘백지사터’에 닿는다. 백지사(白紙死)는 얼굴에 물을 뿌린 뒤 한지를 여러 겹 붙여 질식시키는 형벌로, ‘도모지사(塗貌紙死)’라고도 불렸다. 이곳에는 십자가상과 십자가의 길 14처, 당시 신자가 백지사로 순교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이 자리하고 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순교자들의 고통이 무겁게 다가온다. 인근에는 조선시대 여산도호부사가 업무를 보던 여산동헌이 있다. 동헌 마당에는 흥선대원군 집권기에 세워진 척화비가 남아 있어 당시 천주교 박해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백지사터 아래는 도호부사가 풍류를 즐기고 병사들이 활쏘기를 연습했다는 ‘기금터’다. 남자 신자들에게 활을 쏘고, 여자 신자들은 연못에 밀어 넣어 죽였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평범한 마을 길을 따라 순교터를 하나씩 마주하다 보면 여산의 박해가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마을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 있는 역사임을 실감하게 된다. 여산 장터와 배다리, 뒷말에도 순교의 흔적이 남아 있다. 장터에서는 참수한 신자의 머리를 나무에 매달았고, 배다리에서는 신자들의 손발을 묶고 물에 빠트려 수장시켰다. 여산천 건너편 군인아파트 일대는 뒷말 순교터로 알려져 있다. 박해 당시 이곳까지 장터가 이어져 있었으며, 나뭇가지에 신자들의 목을 걸어 숨지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순교터 굽어보는 ‘하늘의 문 성당’ 여산성당은 여산면 일대 일곱 순교터를 굽어보는 언덕 위에 자리한다. 순교자들이 하늘나라로 향한 길을 상징한다는 뜻에서 ‘하늘의 문 성당’이라고 불린다. 성당으로 오르는 계단 옆 잔디밭에는 정미연(아기 예수의 데레사) 작가가 청동으로 제작한 십자가의 길 14처가 조성돼 있다. 여산 순교자들이 겪은 갖가지 형벌과 순교의 고통을 표현한 작품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본당 주보인 ‘순교자의 모후’ 성모상이 순례자를 맞는다. 두 손이 묶인 듯한 모습은 고통받는 순교자들과 함께하는 성모 마리아를 표현한다. 순교자들의 길에 끝까지 동행하며 위로를 건네는 성모님의 사랑을 떠올려 본다. 순교로 증언한 믿음 ‘성소의 못자리’로 이어져 여산 순교자들은 옥중에서도 함께 기도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모진 고문과 굶주림을 견뎠다. 김성첨의 권면에 힘을 얻은 신자들은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를 소리 높여 바쳤고, 그 기도 소리가 감옥 밖까지 들렸다고 한다. 이들이 순교로 증언한 믿음은 박해가 끝난 뒤에도 이 일대 신앙공동체의 삶 속에 뿌리내렸다. 성지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성치골 교우촌과 공소는 박해가 한창이던 19세기 중반부터 신자들이 모여 살며 신앙을 지켜 온 마을이다. 전주교구 제3대 교구장 고(故) 김현배(바르톨로메오) 주교와 제7대 교구장 이병호(빈첸시오) 주교, 제8대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를 비롯해 많은 사제와 수도자를 배출해 ‘성소의 못자리’로 불린다. 여산본당 주임 이정현(루카) 신부는 “많은 순례자가 여산을 찾아 순교자들의 신앙을 되새기길 바란다”며 “순교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할 수 있도록 관심과 기도,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순교자들이 서로를 붙들며 지켜 낸 믿음은 성치골 교우촌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산의 순교터를 걷는 길은 그 믿음이 남긴 흔적과 열매를 되새기는 순례다. ◆ 순례 길잡이(여산성당) - 주소: 전북 익산시 여산면 영전길 14 - 미사: 주일 오전 10시30분 월·수~토 오전 11시 화 오후 7시30분 - 문의: 063-838-8761 성당 사무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3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15) 과정들의 회심: 제3부(79~80항)

「최종문서」 제2부 ‘관계들의 회심’ 첫 장면이 고기를 잡으러 나서는 제자들을 묘사했다면, 제3부는 밤샘 고기잡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결실도 얻지 못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요한 21,5-6) “그물을 던져라”라고 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제목으로 삼으면서 제3부는 고기잡이의 실패 속에서 예수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비로소 풍요로운 결실을 얻는 제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79항은 먼저 기존 고기잡이 방식, 곧 지금까지의 사명 실천 방식에서 제자들이 실패했음을 떠올리면서 출발한다. 이어서 부활하신 주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으로 던지라고 말씀하신다. 시노드 과정은 바로 이 주님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었고, 이제 참가자들은 ‘교회적 식별’, ‘정성을 기울이는 결정 과정’, ‘책임감 있는 설명’과 ‘내려진 결정의 결과에 대한 평가’라는 실천 사항이 바로 주님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교회가 기존의 사목적 관성에서 빠져나오려면 방향 전환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제도나 과정의 효율성 제고가 목적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것은 주님 목소리에 대한 온전한 경청이며 그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 80항은 제3부에서 다루게 될 세 가지 실천이 왜 분리되지 않고 긴밀하게 연결돼야 하는지 설명한다. 곧 결정에 도달하려면 교회적 식별이 전제돼야 하며, 교회적 식별을 위해서는 책임감 있는 설명과 결정의 결과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는 이 세 가지 실천의 토대는 상호 신뢰다. 결정을 내리는 이들은 하느님 백성을 신뢰하고 경청해야 하며, 하느님 백성도 권위를 행사하는 이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목적은 사명을 수행하는 교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과정들의 회심을 위해 주어진 세 개의 실천은 단지 기술적인 수준에서 훈련과 교육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교회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신학적, 성서적, 영적 차원의 양성이 필요하다. 곧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본질적 존재 방식(28항)이며, 위의 세 가지 실천은 이미 성경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며(사도 11장; 15장), 그리스도교 공동체 쇄신은 은총의 우선성을 인정함으로써 가능하기 때문이다.(44항) 그리고 이 양성은 증언, 사명, 거룩함(성덕), 봉사를 목표로 한다. 이 네 가지는 시노달리타스의 실천적 열매들이다. 교회적 식별, 의사 결정 과정, 책임 있는 설명과 평가가 체화된 공동체는 세상을 향해 더 분명하게 증언하고, 더 효과적으로 사명을 수행하며, 더 깊이 성화되고, 더 진정성 있게 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들은 하느님 백성의 공동 책임성을 부각시킨다. 양성의 목표는 공동체가 함께 사명을 수행하는 책임을 더 잘 감당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양성은 모든 세례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되 공동체에서 책임 있는 임무를 수행하거나 봉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양성도 요청한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20면

[세계교회 지성에게 묻다] 메리 힐리 박사 “성경은 살아 있는 말씀…하느님 음성 듣는 기쁨 누리길”

성경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전하는 살아 있는 말씀’으로 읽고 연구해 온 성서학자 메리 힐리 박사. 미국 세이크리드하트대신학교 성경학 교수이자 교회 학위 과정 신학대학원장인 그는 「가톨릭 성경 주석(the Catholic Commentary on Sacred Scripture)」 시리즈 책임 편집자이자 「마르코 복음서」, 「히브리서」, 「창세기」 주석 저자로, 교황청 성서위원회와 경신성사부 위원, 국제 가톨릭 성령쇄신봉사회 신앙교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성경과 전례, 성령의 은사를 통해 교회가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는지를 전해 왔다. 사적 서원(私的誓願, votum privatum)으로 그리스도께 자신을 봉헌하고 평신도로 살아가는 그는, 최근 3년 동안 위탁 양육해 온 카일을 입양하며 말씀과 사랑이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구체적인 응답이 되는지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가톨릭신문 창간 100주년 기획 ‘세계교회 지성에게 묻다’를 통해 힐리 박사는 성경과 치유, 여성과 평신도의 역할, 그리스도인의 화합과 일치,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와 가톨릭 미디어의 사명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Q. 성서학 연구 성과를 신자들의 성경 읽기와 신앙생활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많은 가톨릭 신자는 성경을 읽으면서, 그 말씀이 하느님께서 지금 자신에게 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요. 성경은 오늘날과는 먼 시대의 언어와 문화 속에서 쓰였기 때문에, 본문을 본래의 맥락에서 해석하고 그것이 오늘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필요합니다. 현대 성서학의 뛰어난 성과를 바탕으로 하되 일반 독자도 이해하기 쉽게 제시하는 것, 그래서 신자들이 성경을 사랑하고 말씀을 일상에 적용하며 그 안에 담긴 생명을 주는 힘을 체험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저와 동료들이 「가톨릭 성경 주석」 시리즈를 펴낸 목적이었어요. 본당과 교구 차원에서도 성경을 읽고 공부하며 나누는 문화를 길러야 합니다. 신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성경을 공부하고,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기쁨에 눈뜨는 일이 교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읽기 쉬운 성경 번역본과 주석, 영상 강좌,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고 읽는 방법을 안내하는 자료 등이 필요할 거예요. 이상적으로는 모든 본당에 소공동체 성경 공부 모임이 마련돼, 신자들이 끊임없이 말씀을 만나며 영적 자양분과 힘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카푸친 작은형제회 신학자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우리가 신자로서 사목과 선교에서 진정 열매를 맺고자 한다면, 계획을 세운 뒤 그것을 장식할 만한 성경 구절을 찾는 게 아니라, 성경에서 시작해 그 안에 머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요. Q. 저서 「치유: 하느님 자비의 선물을 세상에 전하다(Healing: Bringing the Gift of God’s Mercy to the World, 국내 미출판)」에서 치유를 단순한 기적 체험이 아니라 하느님 자비와 복음 선포의 문제로 제시하셨는데요. 치유는 예수님께서 지상에 머무시며 행하시던 복음 선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모든 시대에 걸친 교회의 복음화 사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도 주님께서는 놀라울 만큼 많은 치유와 기적을 행하고 계십니다. 때로는 루르드 같은 성지에서, 때로는 성인들의 전구와 유해를 통해, 또 가장 일상적으로는 평범한 신자들의 믿음과 기도를 통해서 말이죠. 치유는 가시적으로 구현된 복음이에요.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살아 계시고, 우리를 사랑하시며, 죄와 그 모든 결과를 이기셨고, 우리에게 생명의 충만함을 주고자 하신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 주니까요. 복음 속 예수님은 우리에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치유를 청하라고 가르치시죠. 즉각적 치유가 언제나 주어지는 건 아니지만, 저는 주님께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우리를 치유하기를 갈망하신다고 확신합니다. 치유를 위한 모든 기도는 고통받는 사람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연민을 체험할 기회입니다. 그리스도인 일치·화합 위해서도 노력 2027 서울 WYD, 복음 선포 새 기회 시대 징표 해석하는 가톨릭 미디어 중요 Q. 2014년 교황청 성서위원회 첫 여성 위원에 이어, 2025년 1월에는 경신성사부 위원으로 임명됐습니다. 성경 연구와 전례라는 중요한 영역에서, 여성이자 평신도로서 교회에 어떤 고유한 관점과 역할을 더할 수 있을까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성과 남성은 각각 고유한 은사와 특유의 천재성을 품고 있어요. 여성들은 사물을 더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고, 인간 개개인의 독보적인 가치에 주목하며, 언제나 사랑이 가장 우선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둡니다. 제가 「창세기」 주석을 쓸 때도 남성 학자들이 미처 보지 못하고 넘어간 이야기 속 요소들, 이를테면 등장인물의 영적 성장이나 소외된 이들을 향한 예수님의 자애로운 모습에 주의가 끌리곤 했어요. 교회가 여성들에게 신학과 성서학에서 더 높은 학위를 받을 기회를 많이 제공해, 신자들을 가르치고 양성하는 역할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현재 경신성사부의 주요 과제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교서 「나는 간절히 바랐다」에서 요청하신 대로, 모든 신자가 전례의 참된 의미를 이해하고 그 거행에 더욱 온전히 참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나아가 신자들이 전례를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 힘으로 삶이 변화되는 것을 체험하도록 필요한 지침과 자료를 마련하는 것이죠. 제 역할도 이러한 노력에 힘을 보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in persona Christi)’ 전례를 거행하는 직무 사제가 아니라, 보편 사제직에 참여하는 평신도의 입장과 시각에서 전례를 바라봅니다. 저를 비롯한 경신성사부의 평신도 위원들은 전례에 관한 논의가 신자들의 실제 삶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도울 수 있어요. 신자들이 본당 주일미사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전례에서 받은 은총을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 가는지에 주목하는 것이죠. 경신성사부가 이처럼 상호 보완적인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진전입니다. Q. 일부 신학교에서는 여성이 강의나 연구를 맡고 있지만, 사제 양성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성의 은사는 사제 양성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여성들이 양성 과정에 참여하면, 직관과 세심한 시선으로 신학생의 인간적·영적 성숙에 깊이 있는 통찰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남성 양성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정서적·관계적 어려움의 징후를 예민하게 알아차릴 수도 있죠. 사제는 정통 교리를 가르치고 성사를 거행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존중과 사랑, 연민을 품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람이기에, 이러한 문제들을 양성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성직자를, 비판을 초월한 존재, 인간적인 약점조차 없는 존재로 여기는 사고방식도 내려놓아야 해요. 우리 모두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정체성에 뿌리를 내리고, 여성과 남성 모두와 건강하게 관계 맺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 정체성이 없다면 삶의 온갖 압박 속에서 중독이나 미디어 과의존에 빠지거나, 타인을 조종하고 지배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등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어려움에 대응할 위험이 있어요. 이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학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죠. Q.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 주관 ‘국제 오순절-가톨릭 대화’에 2013년부터 12년간 가톨릭 대표 위원으로 참여해 오셨습니다. 서로 다른 전통이 지닌 은사를 식별하는 일은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복음화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는 다른 교파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성령과 그 은사에 열린 오순절 교인들의 태도, 성경을 깊이 사랑하는 침례교인들의 자세, 그리스도를 적극적으로 증언하려는 복음주의 교인들의 열정이 그 예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쓰셨듯, 에큐메니즘은 ‘단지 다른 이들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얻는 것만이 아니라, 성령께서 그들 안에 심어 놓으신 것을 거두어들이는 일이며, 이는 우리를 위한 선물이기도’(246항) 하니까요. 2033년 우리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 2000주년을 기념합니다. 그리스도인끼리도 화합하지 못한다면, 비신자들에게 우리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리스도의 사절이라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어요. 아직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에게 그리스도를 선포하려면, 우선 서로 더 가까워지고 협력할 길을 찾는 일이 필요합니다. Q. 2027 서울 WYD를 준비하는 한국교회와 청년들, 그리고 창간 100주년을 앞둔 가톨릭신문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서울 WYD는 한국교회에 특별한 은총의 순간이 될 거예요. 한국 청년들이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고, 세계교회라는 신앙 공동체에 속한 기쁨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이가 예수님을 세상 그 어느 보배보다도 “값진 진주”(마태 13,46)로 깨닫고, 그분의 제자로 살아가는 여정에 기쁘게 나서기를 바랍니다. 한국교회도 서울 WYD를 교회 안팎의 모든 이에게 복음을 새롭게 선포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해요. 청년들은 에너지와 창의성, 열정만으로도 훌륭한 복음 선포자가 될 수 있죠. 청년들이 직접 대회를 준비하고 친구들을 초대해, 더 많은 이가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가톨릭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선하고 참되며 아름다운 것으로 향하게 하고, 신앙의 빛으로 시대의 징표를 해석하도록 돕는 나침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교회의 순교자들이 세계 모든 신자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가톨릭신문의 모든 구성원과 한국교회가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 빛을 따라갈 용기를 내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시고, 성령 안에서 살아 있게 하시어, 한국과 그 너머에서 그리스도를 증언할 수 있도록 보살피시기를. ■ 메리 힐리 박사는 1964년 뉴욕에서 태어나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한 메리 힐리 박사는 가톨릭계 노터데임대학을 졸업한 뒤 스튜번빌 프란치스코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성경에 대한 깊은 애정을 키웠다. 졸업 후 가톨릭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뒤, 워싱턴 D.C.대교구 승인을 받은 가톨릭 에큐메니컬 평신도 은사 공동체 ‘하느님의 어머니 공동체(Mother of God Community)’에 합류했다. 이후 철학과 신학을 더 깊이 공부한 뒤 2000년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에서 성서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느님의 어머니 공동체에서 8년 동안 코디네이터(coordinator) 역할을 마친 후 힐리 박사는 미시간주 세이크리드하트대신학교(Sacred Heart Major Seminary)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현재 성경학 교수이자 교회 학위 과정 신학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국제 가톨릭 성령쇄신봉사회 신앙교리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교황청 성서위원회와 경신성사부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