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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표·김숙녀 씨 부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2억 원 기부

중증 면역성 뇌 질환으로 투병 중인 딸을 위한 기도를 넘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총 2억 원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이하 복지회)에 기부한 부부가 있다. 아들 예수와 나사렛 이웃을 사랑으로 섬겼던 마리아와 요셉처럼, 9월 ‘요셉’이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는 김덕표 ㈜앤비젼 대표이사와 김숙녀(마리아·서울대교구 방배동본당) 씨다. 김 대표이사는 7월 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아내 김 씨가 딸 김정혜(라파엘라) 씨 이름으로 복지회 노숙인 복지사업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한 지 4개월 만이다. 부부는 “이번 후원금이 라파엘라처럼 누군가의 기도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 특히 노숙인의 재활과 자립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대표이사는 “자식의 아픔만큼 부모를 몸부림치게 하는 고통은 없지만, 주님께서는 그 속에서도 우리가 작은 희망들을 찾고, 그 희망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틈을 항상 열어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딸이 그림 작업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나아졌으니, 이제 우리가 그분 사랑에 화답할 차례”라고 전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 정진호(베드로) 신부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사는 데서 나아가 어려운 이들의 손을 기꺼이 잡아주는 이러한 나눔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삶의 표양이되고, 우리 사회에도 용기와 힘을 주는 나눔”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지정후원금으로 전해진 기부금의 경우 기부자의 뜻을 온전히 반영해 전액을 기부자가 지정한 목적에 맞게 집행하고 있다. 기부금 사용 집행 내역과 사용 방향은 기부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확보하고 지속적 후원을 도모하는 등 기부 문화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앤비젼은 2003년 설립된 머신비전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사람의 눈을 대신해 제조 공정의 결함을 인지·판단하는 이미징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산업 현장에 검사·측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설립 이듬해인 2004년부터는 매년 ‘부스러기사랑나눔회’, ‘굿네이버스’ 등 국내외 NGO, 아동 보호 시설, 노숙인 복지 시설 등에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도 지속해 오고 있다. 2011년부터는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연속 선정되고 있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4면

“내 몸과 여성성은 하느님 선물” 몸의 혼인적 의미 깨닫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청년들이 성과 생명, 사랑의 의미를 신앙 안에서 배우고 성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7월 4일 서울 명동 생명위원회 교육실에서 ‘청년들을 위한 성·생명·사랑 이야기’를 열었다. 이번 교육은 기존 10주 과정인 ‘어른들을 위한 성·생명·사랑이야기’를 서울 WYD에 함께하는 취지로 청년 미혼 여성에게 맞춰 하루 과정으로 재구성한 프로그램이다. ‘내 몸이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 주제로 열린 교육은 참가자들이 자기 몸을 살피며 ‘몸의 혼인적 의미’를 이해하도록 돕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나눔을 통해 인간의 몸이 사랑 안에서 자신을 내어주고, 생명과 친교에 열리도록 창조됐음을 성찰했다. 교육에서는 자연주기법을 바탕으로 주기에 따른 몸과 마음의 변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살피는 시간도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자기 몸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자신이 사랑을 주고받는 방식도 돌아보며 성과 생명, 사랑의 의미를 되새겼다. 교육에 참여한 고성은(임마누엘라 카리타스·30) 씨는 “하느님께서 주신 나의 몸과 여성성이 선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나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일이 타인을 이해하는 일로 이어지고, 결국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개신교 신자인 박유미(40) 씨는 “성과 생명, 사랑에 관해 서로 신앙고백을 나눌 수 있고 또 이를 통해 ‘몸의 신학’의 메시지를 알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생명위원회는 서울 WYD와 함께하는 생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앞으로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생명의 복음」을 배우는 ‘교황의 생명교실’, 청년 피정 프로그램 ‘Youth Love & Life’, 생명과 사랑을 주제로 한 40일 기도 여정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6면

“복음화 헌신했던 우리의 첫 사제 항상 기억하자”

대전교구 솔뫼성지는 7월 4일부터 5일까지 성지 일대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 18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인 첫 사제로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다 순교한 성인의 삶과 영성을 본받고, 박해의 역사를 딛고 세워진 한국교회의 신앙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5일 기억과 희망 성당에서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 주례로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 미사’가 봉헌됐다. 유 추기경은 제2대 솔뫼 피정의 집 관장을 역임하고, 장관 부임 이후 휴가 때마다 이곳을 찾으며 성지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유 추기경은 미사에서 한국교회 순교자들이 보여준 모범을 따를 것을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세계 각국 추기경들과의 만남에서 한국의 순교 성인들이 복음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말씀드리면 모두 놀라워한다”며 “정기적으로 성지순례를 하며 순교자들의 마음을 묵상하고, 순교자들처럼 거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이를 토대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서 세상에 복음을 증거할 수 있도록 기쁘게 살아가자”고 덧붙였다. 사제들을 위한 기도도 요청했다. 유 추기경은 “모든 신부님, 부제님, 신학생은 제가 잘 모셔야 하는 분들”이라며 “성인께서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인 만큼 이분들이 다 잘 지내고, 어려움을 겪는 신부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한국에 오기 전 레오 14세 교황께서 한국 신자들에게 당신의 인사와 축복을 전해 달라고 당부하셨다”며 참여자들에게 교황의 이름으로 장엄 강복을 했다. 미사 후에는 교구 ‘성 김대건 안드레아 합창단’과 ‘카리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칸타타 <성 김대건 안드레아> 공연을 선보이며 성인의 순교 180주년의 의미를 되새겼다. 성지 전담 홍성민(미카엘) 신부는 “성지를 소중하게 여겨주시고, 김대건 신부님을 닮아가려고 하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미사에 참여한 김기재 당진시장은 유 추기경에게 2027 서울 WYD 기간 중 레오 14세 교황의 솔뫼성지 방문을 청했다. 한편 성지는 4일 같은 장소에서 교구 총대리 한정현(스테파노) 주교 주례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 180주년 기념 순교자 현양미사’를 거행하고, 성지 십자고상 축복식을 열었다. 김종필(라파엘) 조각가가 제작한 높이 7.5m의 십자고상은 ‘구원의 십자가’ 양식으로 제작됐다. 손을 아래로 뻗고 있는 그리스도 아래 한국교회의 순교자 5명이 구원을 청하는 모습을 담은 십자가는 ‘하느님의 인간 사랑’과 ‘인간의 하느님 사랑’이 만나는 구원의 신비를 표현하고 있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3면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수도회 순례 시작

세계청년대회(WYD)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7월 한 달 동안 전국 13개 수도회를 순례한다. WYD 상징물을 맞이하는 각 수도회는 상징물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일부 프로그램은 일반 신자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수도회를 개방한다. 7월 1일 대구대교구로부터 WYD 상징물을 받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는 2일 저녁 ‘십자가는 단순한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제로 기도하는 ‘찬양의 밤’을 열었다. 수녀회는 1일과 2일 수녀회 성당을 일반 신자들에게 개방했다. 상징물 맞이 예식을 준비한 권미나(도미나) 수녀는 “평소 공개하지 않던 수녀원 성전을 개방해,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분 혹은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든지 상징물 앞에서 각자 필요한 만큼 머무르며 힘을 얻고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며 “절박하고 간절하게 기도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하느님께서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십자가를 통해 힘을 얻어야 하는 사람들을 보내주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는 7월 8일 오후 4시 30분 총원 성당에서 WYD 상징물 환영 예식을 하고, 9일 오전 10시에는 성체현시와 성체조배, 오후 7시에는 열린 미사와 떼제기도를 봉헌한다. 10일에는 오후 3시 환송 예식을 거행한다. 각 행사는 신자들에게도 개방한다.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상징물을 맞이하는 살레시오회는 서울 신길동 한국관구관에서 10일 오후 4시 맞이 예식을 하고, 오후 8시에 ‘WYD 십자가 및 성모님 이콘과 함께하는 살레시오 가족미사’를 봉헌한다. 이날 행사에는 수도회가 전면 개방된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는 7월 8일 오후 4시30분 총원 성당에서 WYD 상징물 환영 예식을 개최한다. 9일 오전 10시에는 성체현시와 성체조배를 마련하고 열린 미사와 떼제기도를 봉헌한다. 살레시오회는 7월 10일 오후 8시 서울 신길동 한국관구관에서 ‘WYD 십자가 및 성모님 이콘과 함께하는 살레시오 가족미사’를 봉헌한다. 작은형제회는 7월 19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상징물 환영 예식을 하고, 20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경배 예식, 21일 오전 10시 환송 예식을 연다. 상징물 맞이 기간 중 개인 순례자도 자유롭게 경배할 수 있다. WYD 상징물의 수도회 순례는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선교 수녀회(7월 12~14일)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7월 14~16일)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7월 16~18일)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대전관구(7월 18~19일)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서울관구(7월 21~22일)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7월 22~25일) ▲예수회(7월 25~27일)로 이어진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3면

한국교회, 삶의 터전 잃은 베네수엘라 위해 팔 걷었다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베네수엘라 이재민을 돕기 위해 한국교회가 긴급 지원에 나섰다. 주교회의 공식 국제개발협력기구인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하 한국카리타스)은 베네수엘라 긴급구호를 위해 미화 10만 달러, 약 1억56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도 미화 5만 달러, 약 8000만 원의 긴급 구호 기금을 지원했다. 아울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6월 26일부터, 한국카리타스는 6월 29일부터 현지 이재민 돕기와 복구 지원을 위한 특별모금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북부 지역에서는 6월 24일 규모 7.2와 7.5의 강진이 39초 간격으로 잇따라 발생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7월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진으로 약 2954명이 숨지고 1만6592명이 다쳤으며, 1만6309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실종자 수가 최대 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40회 이상 여진이 지속되며 피해 규모는 커지고 있다. 국제 인도주의 정보 분석 기관(ACAPS)이 7월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피해 지역인 라과이라주를 비롯해 피해 지역 내 최대 848개 의료시설에서 피해가 확인됐거나 피해 가능성에 놓여, 의료 지원이 최우선 과제로 진단된다. 식량과 식수, 의약품, 생필품 지원과 함께 안전한 대피소 확보 또한 시급한 상황이다. 국제 카리타스는 전 세계 회원기구들과 피해 상황과 구호 대응 정보를 공유하며 긴급구호 활동을 조정하고 있다. 베네수엘라교회는 본당 시설을 임시 대피소로 개방해 이재민들을 보호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카리타스는 피해 집중 지역에서 현황과 필요 사항을 조사하는 한편 식수와 식량, 위생키트, 생필품 등 긴급구호 물자를 배분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지원한 기금과 특별모금 성금은 베네수엘라 카리타스를 통해 현지 이재민 긴급구호 사업에 사용된다. 성금은 긴급 대피소 운영, 식수·위생 지원, 보건의료 지원 등 피해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분야에 전달될 예정이다. 한국카리타스는 국제 카리타스의 구호 조정 과정에 참여하며 향후 피해 지역 회복과 재건을 위한 중장기 지원도 이어갈 계획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도 베네수엘라 카리타스와 협력해 현지 피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필요한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수원교구는 7월 19일 교구 내 각 본당 주일미사 중 베네수엘라 강진 피해 복구를 위한 2차 헌금을 실시한다. 아울러 교구 재해대책위원회는 계좌이체와 QR코드를 활용한 간편결제 창구를 개설했다. 계좌이체·간편결제 모금은 8월 31일까지 이어진다. 교구가 모금한 구호 기금은 한국카리타스를 통해 현지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번 모금은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복음적 자비를 실천하겠다’는 교구의 형제적 사랑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7월 2일 열린 교구 국장회의에서 결정됐다. 교구는 절망에 빠진 베네수엘라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교구 신자들을 비롯한 모든 이의 기도와 동참을 요청했다. 긴급구호 모금 캠페인 참여 안내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후원계좌 우리 1005-701-443328 예금주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후원문의 02-2279-9204 / www.caritas.or.kr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후원계좌 우리 1005-785-119119 예금주 (재)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후원문의 02-774-3488 / ohob.or.kr 수원교구 ※후원계좌 신협 131-022-657921 예금주 사회복음화국 ※후원문의 031-268-8523 / social.casuwon.or.kr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4면

[교회상식 더하기] 실존하지 않는 성인이 있다?

성인전을 읽다 보면 종종 사실인지 의심스러운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 성인이 실제 인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로마에서 순교했다는 성 소피아(Sophia)는 하느님의 지혜를 뜻하고, 함께 순교했다는 세 딸, 성 피데스(Fides), 성 스페스(Spes), 성 카리타스(Caritas)는 각각 신덕(믿음), 망덕(희망), 애덕(사랑)을 뜻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하느님을 향한 세 가지 덕, 그리고 그 원천인 지혜를 공경하던 마음에서 나온 전설이라고 추측합니다. 성 소피아만이 아닙니다.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예수님을 어깨에 업고 강을 건넜다는 성 크리스토포로의 이름은 그리스어로 ‘그리스도를 업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성 베로니카(Veronica)의 이름도 라틴어로 ‘참된 형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성 베로니카가 예수님의 피와 땀을 닦은 수건에 ‘참된 형상’, 바로 예수님의 모습이 나타났다고 전해집니다. 이 밖에도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용을 물리쳤다’는 성 제오르지오나 성 마르가리타가 그렇고, 석가모니를 연상하게 하는 성 요사팟의 이야기처럼 다른 설화를 차용한 듯한 성인전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불확실한 전승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헌장」은 독서에 관해 “성인들의 수난 기록이나 전기는 역사적 진실성에 부합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92항) 이에 따라 1969년 개정된 전례력 축일표에는 역사성이 불확실한 성인들의 기념일이 제외됐습니다. 또한 시복시성 절차에서도 “하느님의 종의 생애에 대한 정확한 정보 탐구”(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교황령 「완덕의 천상 스승」 제2조 1항)를 중시하면서 생애·덕행·순교·명성 등을 증거와 문서로 입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확실한 인물과 행적이 아니면 성인이 될 수 없는 것이죠. 그렇다고 이런 성인들을 공경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분들이 ‘허구’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전승 과정에서 실존 인물의 이야기가 각색되거나 덧붙여지거나 과장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성인 공경, 성인에게 청하는 전구는 모두 궁극적으로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께 향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은 “성인들과 이루는 통공이 우리를 그리스도와 결합시켜 준다”면서 “성인들의 통공도 그리스도에게서 흘러”나오고 우리가 성인들에게 보인 사랑의 증거도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을 지향한다”고 설명합니다.(50항 참조) 만일 성인의 전구를 단정하기 어렵더라도, 그 공경과 기도의 지향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성이 불확실한 성인의 이야기를 모두 사실로 고집하는 것도 바른 자세가 아니지만, 그 이야기들을 부정하기만 하는 것도 정답은 아닙니다. 성인들의 이야기 안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그 전승을 통해 교회가 바라본 복음적 덕과 예수님께 이르는 길이 아닐까요?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20면

서울대교구 마천동본당 “2027 서울 WYD, 본당에서 미리 체험해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자세히 알고 있나요? 오늘처럼, 1년 뒤 성당을 찾을 세계 젊은이들과 음식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는 행사입니다.” 7월 3일 서울대교구 마천동성당에 본당 청소년·청년 30여 명이 모였다. 서울 WYD를 1년여 앞두고 본당 차원에서 대회를 미리 체험하고, 세계 청년들을 어떻게 환대할지 고민하기 위해 마련한 ‘마천 WYD’ 현장이다. 참가자들은 WYD 홍보 영상을 보며 대회의 의미를 새기고, 함께 묵주를 만들며 내년 서울을 찾을 세계 젊은이들을 어떻게 맞이할지 의견을 나눴다. 이번 행사는 본당 WYD 분과장 이재준(프란치스코) 씨가 ‘2025 로마 젊은이들의 희년’에 참가해 현지 성당에서 숙박하며 환대를 경험한 일을 계기로 준비됐다. 본당은 1박 2일 행사를 치르며, 외국 젊은이들이 성당에 머물 때 겪을 수 있는 숙박·식사·안전 문제를 미리 살피고, 불편을 줄일 방법도 점검했다. 프로그램은 청년과 청소년이 WYD의 의미를 직접 체험하고 본당 공동체 안에서 친교를 나누며, 서울 WYD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임 김세진(모세) 신부와 WYD 분과뿐 아니라 부주임 소영섭(야고보) 신부, 청년·청소년 분과가 프로그램 준비에 함께했다. 김 신부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더해 가며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만든 묵주로 서울 WYD 성공 개최를 위한 묵주기도 130단을 봉헌했다. 성당에서 1박을 하는 청년들은 늦은 시간 귀가하는 청소년들의 ‘귀가 도우미’도 맡아 안전한 마무리를 도왔다. 참가자 김기현(대건 안드레아) 씨는 “WYD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어 참가했다”며 “외국 청년들이 WYD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신앙이 무엇인지 깨닫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윤아리(라파엘라) 양도 “오늘 행사 덕분에 WYD를 더 잘 알게 됐다”며 “내년에 찾아올 외국 청년들에게 한국을 소개해 주고 싶다”고 밝혔다. 본당은 이번 체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WYD 준비를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매월 분과 회의를 열어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WYD 봉사자 교육 프로그램과 자금 마련을 위한 ‘일일호프’, 월 1회 영어 미사 등을 추진한다. 앞으로 마련할 행사도 WYD가 본당 공동체 모두가 함께 꾸려 가는 여정이 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 씨는 “우리 본당은 WYD에 관해 잘 알고 계신 신부님이 큰 힘이 되지만, 여건이 안 되는 본당도 있을 것”이라며 “교구가 중심이 돼 본당 봉사자들과 협력해 안전하고 완성도 있는 행사를 만들어 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언어도 피부색도 다른 세계 젊은이들이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고 함께 기도하며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신비로운 일”이라며 “기도 안에서 서울 WYD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교구 각 본당은 올해 4월 ‘서울 WYD 본당 도약미사’ 이후 기도, 참여, 기부, 홍보를 중심으로 한 후속 1단계를 실천하고 있다. 8월 이후에는 심포지엄, 본당별 홈스테이 모집·교육 등 후속 2단계가 이어진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면

[이웃 종교]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 “北,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자”

한국 종교계 원로들이 적대와 대결을 넘어 평화 공존으로 나아가는 한반도를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이를 위해 북한 국호를 정식 명칭으로 부를 것도 제안했다.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는 7월 2일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서로의 이름을 존중하는 것에서 평화는 시작됩니다’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주교회의 전 의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원행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 총무 김영주 목사, 원불교 전 교정원장 오도철 교무, 유교 김영근 전 성균관장,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이범창 전 회장, 천도교 박남수 전 교령을 대리한 정정숙 전 천도교 교화관장이 참석했다. 종교계 원로들은 대국민 메시지에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며 “평화 공존은 단순히 갈등을 회피하는 소극적 타협이 아니라 서로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된 평화 공존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고, 그 첫걸음은 상대의 이름은 존중해 부르는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국제연합(UN)에 가입한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는 공식 국호로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계 원로들은 북한 공식 국호 사용과 관련해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는 결코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화를 향한 성숙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대결과 증오를 넘어 대화와 신뢰의 길을 여는 작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종교계 원로들은 “언론과 시민사회, 학계와 종교계가 한반도 평화 공존의 관점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와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요청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는 평화 공존의 진정성을 신뢰하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희중 대주교는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같은 민족인 우리가 국호에 일부러 적대성을 담아 부를 필요가 있겠느냐”며 “큰 둑이 작은 틈새에 의해 무너지는 것처럼 큰 변화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작은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계기로 방한하는 레오 14세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교황님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가장 좋겠지만, 교황님과 대한민국 대통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일은 성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3면

[이웃종교] 개신교·불교 출판사, 서울국제도서전 참가

개신교와 불교 출판사들이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해 종교 서적을 소개하고 관람객들을 만났다. ‘텍스트힙’ 열풍 속에 개막 첫날부터 오픈런이 이어진 이번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15만 명 이상이 찾았다. 개신교계 출판사들은 한국기독교출판협회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연합·단독 부스를 마련했다. 도서출판 동연, 문광서원, 쿰란출판사 등이 함께한 한국기독교출판협회 연합 부스를 비롯해 생명의말씀사와 성서유니온 등 총 15개 개신교계 출판사가 도서전에 참여했다. 각 부스에서는 신앙서와 성경 해설서, 개신교 에세이 등이 소개됐다. 성서유니온은 ‘교환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일부 출판사는 서평단 이벤트와 저자 만남, 책갈피·키캡 등 굿즈 증정 행사를 마련해 방문객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불교계에서는 ㈜불광미디어와 고요한소리, 도서출판도반 등 3개 출판사가 참가했다. 이들 출판사는 불교 교리서와 수행·명상 관련 도서, 잡지 등을 선보였다. 일부 부스에서는 ‘나의 불교 라이프스타일 DNA는?’과 같은 테스트도 마련해 방문객들이 불교 관련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부스를 둘러본 한 참가자는 “4월에 불교박람회에 다녀온 뒤 불교가 힙하다고 느껴 부스를 찾았다”며 “종교 서적이지만 일상과 마음을 다룬 책들이 있어 부담 없이 살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천주교계 출판사들은 이번 도서전에 참가하지 않았다. 한 천주교계 출판사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찾는 대형 행사에서 독자들을 직접 만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둔 내년에는 함께 참여해 더 많은 이들에게 천주교를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54년 처음 시작한 서울국제도서전은 작가와 독자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사, 다양한 이벤트 등으로 국내 최대 규모 도서 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3면

대전교구 이주사목위, 세이브더칠드런과 이주배경아동 권리 증진 위한 업무협약 체결

대전교구 이주사목위원회는 6월 30일 대전광역시 세이브더칠드런 중부지역본부와 ‘대전·충남 지역 이주배경아동과 가정의 권리 보호 및 복지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중부지역본부에서 열린 이날 협약식에는 이주사목위원장 방영훈(도미니코 사비오) 신부와 심혜설 중부지역본부장 등 양 기관 관계자가 함께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위원회는 사업 참여·홍보, 대상자 발굴·연계, 사례관리 등을 맡는다. 본부는 사업 운영과 모니터링, 대상자 선정심의·재정 지원 등을 담당한다. 또한 양 기관은 지역 내 이주배경아동과 가정의 권리 보장·인식 개선을 위한 공동사업 추진, 홍보 활동 등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협약으로 광역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지역 내 이주배경아동과 가정을 폭넓게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양 기관은 각 기관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상자를 적극 발굴할 방침이다. 교육·복지·정서 분야에서도 통합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방 신부는 “지역사회 곳곳의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가정을 더욱 촘촘하게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본부와 긴밀히 협력해 이주배경아동의 권리 보호와 가정의 안정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 가겠다”고 전했다. 심 본부장은 “이주배경아동이 권리를 보장받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다양한 기관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대전·충남 전역의 협력체계를 더욱 강화해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본부는 이주배경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해 미등록 이주배경아동 성장지원 사업, 이주배경아동과 비이주배경아동이 함께하는 통합 활동, 충남 다우리학교 이주배경아동 권리보장 통합 모델 개발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21면

[창간 100주년 특별기획 – 교회와 함께 민족과 함께] (56) 역사상 첫 명동성당 공권력 투입

“6월 6일 오전 8시 명동성당 내에 농성 중이던 장현일 쟁의실장 등 한국통신 노조원 6명에 대한 경찰의 기습적 구속 연행으로 한국교회 사상 첫 공권력 투입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명동본당 사제단은 ‘현 정부는 2000년 동안 지켜온 교회의 관례법을 침해했다’고 규정하고 ‘2~3일 내로 사제단회의 소집을 요청하고 서울대교구 차원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사제단은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5공과 6공 군사 독재 시절에 지탄받던 비도덕적인 권력의 남용과 현 정부의 모습도 다를 바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가톨릭신문 1995년 6월 11일자 1면) 1995년 6월 6일, 현대사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거룩한 공간으로 여겨지던 명동성당과 종로구 조계사에 경찰이 전격 투입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정부의 임금 가이드라인과 통신시장 개방, 한국통신 민영화 추진, 노조 간부 징계·사법처리 방침에 반발해 투쟁하던 한국통신(현 KT) 노동조합 간부들을 강제 연행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명동성당은 1970년대 유신 체제와 1980년대 제5공화국의 군사 독재 시절에도 민주화 운동가들과 약자들을 품어 안았던 ‘성역’이었습니다. 그러나 군사 독재 정권조차 넘지 못했던 이 성역의 문턱을,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안고 탄생한 ‘문민정부(김영삼 정부)’가 무력으로 유린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1995년 명동성당서 농성하던 한국통신 노조원 강제연행 종교계, “성역 침탈” 강력 반발… 4개 종단 공동 침묵시위 사태의 사회적 배경 우선 당시 한국 사회를 관통했던 세계화 질서로의 편입과 신자유주의적 노동 재편 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한국통신 파업 사태는 단순한 사업장 내의 임금 협상 결렬이 아니라, 국가의 거시적 경제 정책과 노동계의 생존권이 정면으로 충돌한 구조적 모순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정부는 ‘세계화’를 최우선 국정 지표로 내걸고,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공기업 민영화를 강도 높게 추진했고, 노조는 통신 시장 개방 반대와 대기업 위주의 통신 산업 민영화 중지를 요구했습니다. 노사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김영삼 대통령의 발언이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갔습니다. 그는 노조의 주장을 ‘국가 전복의 저의’라고 규정하고 엄중한 사법 처리를 지시했습니다. 경찰, 두 차례 명동성당 난입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따라 경찰은 노조 간부 20여 명에 대한 검거에 돌입했습니다. 노조 지도부는 5월 22일 공권력의 출입이 제한되는 명동성당과 조계사로 피신해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농성 초기, 명동성당 측은 당혹감 속에서도 이들을 보호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노조 간부들에게는 극한투쟁을 자제할 것을 설득하고, 사측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타협안을 마련하기 위한 중재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6월 초, 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화된 국정 지지율을 만회하고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통신 대란’을 구실로 대화와 타협 대신 무력 진압을 선택했습니다. 심지어 당시 경찰의 명동성당 난입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경찰은 6일 오전 8시, 5월 22일 이후 3주째 농성 중이던 한국통신 노조 간부 등 6명을 전원 연행했습니다. 전날인 5일 조계사 측과 중재안을 마련해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던 명동성당 측은 정오에 사제단 기자회견을 갖고 배신감과 당혹감을 표명했습니다. 7일 저녁 9시 40분경 경찰이 재차 명동성당 내에 진입해 시위를 마치고 귀가하던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대학생들을 무차별로 연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학생과 시민, 성당에서 교리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신자들, 성당 직원들까지 연행됐습니다. 법치주의와 인권 보호 놓고 보수·진보 단체 극심한 대립 변화하는 사회 속 교회 역할 새로운 방향성 찾는 계기로 성역 침탈에 거센 분노 전두환 정권의 군홧발마저 멈춰 세웠던 성역이 유린당하자, 종교계와 시민사회는 비통함과 함께 정권의 비도덕성에 대해 크게 분노했습니다.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은 이틀 뒤 특별 메시지를 발표, 명동성당이 독재 시절에도 성역으로 지켜진 것은 ‘치외법권 지대’여서가 아니라, 불의에 쫓기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종교적 양심과 이를 존중해 준 시민사회의 도덕적 합의 덕분이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명동성당을 짓밟은 것은 곧 “(문민)정권 탄생의 모태를 짓밟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들불처럼 번지는 분노에 정부는 다급해졌고, 6월 16일 이홍구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담화는 법 집행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명동성당이 치외법권 지대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해 사태를 악화시켰습니다. 한국 사회는 교회가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보수 세력과, 노동자의 정당한 권익 주장을 폭력으로 짓밟고 종교를 모독했다는 진보 단체와 종교계의 규탄 사이에서 극심한 대립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습니다. 정치적 역풍과 명예 회복 정부가 명동성당 난입이라는 자충수를 둔 것은 6월 27일로 예정됐던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문이었습니다. 지지율이 폭락한 상황에서 정부는 보수 기득권층의 결집을 겨냥, 강한 정부의 이미지를 연출하려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분노가 반정부 여론에 불을 질렀고, 집권 여당은 참패해 문민정부의 정치적 기반은 더욱 위태로워졌습니다. 국가 전복 세력으로 낙인찍혀 명동성당에서 끌려 나갔던 노동자 대부분에 대해서도 그 혐의가 벗겨졌습니다. 결정적인 역사적 평가는 2006년에 내려졌습니다. 국무총리 산하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1995년 당시 해직 및 구속된 한국통신 노조 간부 26명 전원의 투쟁을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인정하고 복직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성역’의 자발적 해제 이 사건은 한국교회와 명동성당에도 정체성의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1995년 공권력 투입 이후, 명동성당은 각종 단체와 노조의 농성장으로 변모하며 몸살을 앓게 됐습니다. 그해 12월, 결국 명동성당은 정상적 신앙 활동을 저해하는 집회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후 1997년 민주노총 지도부와 한총련 학생 농성, 1998년 퇴출 은행 노조 농성, 2000년 한국통신 노조 2차 농성 등 수많은 농성에서, 성당 측은 적극적 개입을 통해 자진 해산을 유도했습니다. 2000년 12월에는 관할 중부경찰서에 ‘시설보호요청’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교회 안에서는 종교 본연의 기능 회복이라며 지지하는 입장과, 약자를 배제하고 교회의 기득권 계층화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습니다. 이러한 상반된 견해들은, 2010년대에 이르러 명동성당 구역에 대한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짐에 따라 어느 정도 그 방향성이 드러나게 됩니다. 즉,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본주의적 거대 소비 공간으로 재편된 명동성당 일대에서, 더 이상 사회적 약자의 농성이나 공권력과의 대치가 벌어지던 ‘성역’의 면모를 찾아보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2면

[예술 속 신앙, 신앙 속 예술] 헨델 〈메시아〉 ‘나팔이 울리리라’

나팔이 울린다. 트럼펫 선율이 높이 울려 퍼지고, 베이스가 단호한 어조로 노래한다. “죽은 이들이 썩지 않는 몸으로 되살아나고, 우리는 변화할 것입니다.” 헨델(George Frideric Handel, 1685~1759)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나팔이 울리리라(The Trumpet Shall Sound)’다. 아리아는 독주 악기와 성악이 대등하게 경합하는 바로크 특유의 미학을 보여 주지만, 성악가와 트럼펫 연주자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기도 하다. 헨델은 텍스트의 음악적 묘사에 집중했다.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부분은 몸을 일으키는 듯한 상행 음형으로 표현하고, “썩지 않는(incorruptible)”은 반복된다. “변화되리라”와 “불멸”은 한 음절에 여러 음을 길게 늘여 부르는 멜리스마를 붙여, 순차적으로 펼쳐지는 변화와 영원성을 드러낸다. 가사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따온 것이다. “이 썩는 몸은 썩지 않는 것을 입고 이 죽는 몸은 죽지 않는 것을 입어야 합니다.”(1코린 15,52-53 참조) 바오로 사도뿐 아니라, 초대 교회는 ‘썩음-소멸(φθορά)’과 이에 부정 접두사 ἀ를 붙인 ‘썩지 않음-불멸(ἀφθαρσία)’의 대비에 주목했다. 부패와 생명, 죽음과 부활 사이의 긴장은 이 대조 안에서 선명해졌다. 이는 고대·중세인의 죽음과 부패에 대한 개념과 함께 고려돼야 한다. 시신은 이내 형체를 잃고 역한 냄새를 풍긴다. 종교사학자 바이넘은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부패’란 배설물 이상으로 혐오스럽고 불결한 것으로 인식되었으며, 기억과 자기 정체성을 잃는 실존적 불안과도 직결되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옛사람들은 저승이나 지하 세계가 망자를 집어삼키거나 먹어 치우는 것으로도 보았다. 시편은 이에 맞선 부활의 희망을 드러낸다. “당신께서는 제 영혼을 저승에 버려두지 않으시고 당신께 충실한 이는 구렁을 아니 보게 하십니다.”(시편 16,10) 텍스트의 음악적 묘사 집중해 죽음과 부활 사이의 긴장 표현 그리스도 안에서 죽음을 넘어 생명에 이르는 승리를 노래 스미르나의 주교 성 폴리카르포는 이런 믿음을 화형대 앞에서 고백했다. “제 영혼과 육신이 성령의 비부패성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해 주는 부활에 이를 수 있도록, 순교자들의 대열에 참여하고, 그리스도의 잔을 나누어 마실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폴리카르포 순교록」,14,2) 특히 “성령의 비부패성 안에서(ἐν ἀφθαρσίᾳ πνεύματος ἁγίου)” 구절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일치 안에서 영육 모두가 영원한 생명에 이르리라는 희구를 담고 있다. 교부들은 이 염원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냈다. 성 클레멘스 1세 교황은 바오로 사도와 유사한 ‘씨앗’ 은유를 사용했다. 그는 땅에 떨어져 마르고 썩는 씨앗에서 주님의 섭리가 새 생명을 일으킨다고 말했다.(1코린 24,4-5 참조) 성 이레네오 역시 성령의 은사들이 우리를 비부패성으로 이끈다고 썼다.(「이단 논박」,V,8,1) 루카스 마태오 세코 신부가 요약했듯, 성령은 영혼과 육체 모두에 비부패성을 전해 주는 분으로 지칭되었다. 우리는 매주 미사에서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라고 고백한다. 이 신앙 고백이 담고 있는 부활의 희망은 박해와 순교에 직면했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더욱 절실했다. 화형대 앞의 성 폴리카르포, 썩어서 다시 피어나는 씨앗으로 영생을 노래한 바오로 사도와 성 클레멘스 1세 교황, 성령과 비부패성을 언급한 성 이레네오. 이들이 전한 것은 결국 하나다. 바로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 생명에 대한 희망이다. 그래서 헨델이 되풀이하는 “썩지 않는”과 “우리는 변화되리라”는 남다른 울림을 지닌다. 트럼펫과 베이스가 팽팽히 맞서다 마침내 한 음에서 만나는 순간은, 그리스도 안에서 죽음을 넘어 생명에 이르는 승리를 노래한다. 부패할 육신은 어떻게 비부패성을 입을 수 있는가. 헨델의 노래는 그리스도교가 오래도록 천착한 물음에 음악으로 건네는 응답이다. 글 _ 박찬이 율리아나(음악 칼럼니스트)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6면

“다른 방식으로 ‘종교와 인간’ 표현한 두 거장 만나요”

여름방학을 앞두고 가족 단위 관람객이 함께 볼 만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조선 왕실과 천주교가 만난 역사, 그리고 성당 예술에도 발자취를 남긴 한국 현대도예 거장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에서는 남미와 스페인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한국과 서양의 역사, 예술, 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주요 전시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가톨릭 문화의 영향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두 거장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종교와 인간, 시대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빚어낸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1932~2023)와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이다. ‘페르난도 보테로: 형태의 미학’은 풍만한 형태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한 보테로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2015년 국내 전시 이후 11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유화와 드로잉, 조각 등 총 112점을 선보인다. 보테로의 작품 세계는 풍만하고 과장된 듯한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 ‘보테리즘’에 바탕을 둔다. 이는 단순한 왜곡이 아니라 삶의 여유와 풍요를 드러내려는 그의 미학적 태도다. 보테로는 예술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그림은 삶에 대한 찬미이자, 현실의 고단함에서 잠시 벗어나게 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전시는 변주, 라틴 아메리카, 종교, 투우, 정물, 서커스 등 6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특히 종교 섹션에서는 보테로 특유의 종교적 상상력과 시선이 담긴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보테로는 생전 “자신은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가톨릭 문화가 주를 이루는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교회의 성화와 이미지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그는 전통적인 성화의 도상을 차용하면서도 특유의 과장된 형태와 유머로 이를 새롭게 풀어냈다. 엄숙한 종교 도상은 그의 화면 안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바뀐다. 주요 작품 <콜롬비아의 성모>는 국가를 하나의 인격처럼 바라보며 그 존재를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형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눈물은 당시 사회의 고통을, 초록색 열매는 그럼에도 이어지는 삶의 힘을 상징한다. 이 밖에도 인간적인 온기로 성인의 모습을 표현한 <성 게르트루다>, <성 도로테아>, <성 카실다> 연작과 <이 사람을 보라>, <잠자는 추기경>, <신학교>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8월 30일까지 열린다. 한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는 보테로보다 약 200년 앞서 살았던 고야의 세계를 조명하는 ‘스페인의 거장, 고야: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가 열리고 있다. 보테로가 인간과 삶, 종교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냈다면, 고야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시대의 어둠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전시는 빛과 어둠, 이성과 광기,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던 고야를 조명하며, 화려한 궁정화가에서 ‘어둠의 화가’로 변모해 간 그의 세계를 보여 준다. 그의 냉철한 시선은 종교와 사회의 그늘까지 향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판화 연작 <카프리초스> 80점이다. 이 작품들은 당대 스페인 사회를 풍자하며 성직 사회의 위선, 인간의 탐욕과 허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런 점에서 <카프리초스>는 오늘의 교회와 사회를 함께 돌아보게 한다. 전시는 <카프리초스> 원작과 미디어아트 등으로 구성됐으며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4면

처음으로, ‘스승’을 만나다

학창 시절, 매해 다가오는 스승의 날이면 뭔가 학급에서 행사를 기획하거나 선물을 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는 스승의 날에 특별히 챙기고 싶은 선생님이 없었다. 딱 한 명 평생 찾아뵐 교사로 여겼던 초등학교 때 담임은 당시 무슨 행동인지 인식도 못 하던 어린 나에게 성추행을 했었고, 내가 경험한 대한민국의 학교는 위계로 가득했다. 주어진 지식을 넘어선 질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질문이 닿지 않으니 진정한 소통과 존중이 생겨날 틈도 없었다. 그렇기에 안정된 직업으로 교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그 시절에도, 난 교사가 될 꿈은 단 한 번도 꾸지 않았다. 그렇게 ‘스승’이란 그저 사전 속에 묻혀있던 단어이던 그때, 내가 당연하다고 믿던 평화가 깨어졌다. 아니 도대체 왜 이런 세상인지. 내가 어릴 때부터 믿어 온 하느님은 뭘 하는 건지. 이런 세상과 개인의 우여곡절을 통해 무엇을 전하는 것인지. 가슴이 미어터지도록 답답함과 궁금함이 끓어올랐다. 그렇게 나는 평화를 찾아서, 평화의 인사를 나누던 교회로 갔다. 불합리한 삶에 관해 물으러, 아니 하느님에게 따지러 갔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매일미사에 가는 것이었다. 나의 절실함과 세상의 불합리함을 따지러 간 곳은, 집에서 15분 남짓 개천을 따라 걸으면 닿는 자그마한 동네 성당이었다. 마침 막 부임한 새 신부님은 첫 본당 사제 소임에 열정이 가득했다. 직접 잼을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었고, 신자들에게 매일 묵상 글을 문자로 나누어 주며 홀로 하루에 3번씩 미사를 집전하셨다. 그 덕분에 젖먹이를 키우던 나는 온갖 불규칙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일미사를 거르지 않을 수 있었다. 차가운 겨울에는 담요로 꽁꽁 싸맨 아이를 노오란 유모차에 태워 눈발을 헤치며 성전에 들어섰고, 유아실에서 젖을 먹이면서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단어 하나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열중했다. 보통 30분이면 끝나는 평일 미사에서 강론은 10분도 채 되지 않지만, 무한한 깊이의 의미를 찾으려 열중하다 보면 3시간 강의를 들은 것보다 더 큰 피로감이 밀려오곤 했다. 차곡차곡 쌓인 나날은 하느님을 찾아가는 여정이 되었고, 매일미사는 아이와 소풍 가는 행복한 일상이 되었다. 신자들에게 보내주던 신부님의 묵상 글은 어떤 날은 너무 어려워 빙빙 돌기만 할 때도 있었지만, 어떤 때는 영혼이 깊이 꿰뚫리는 배움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나에게 첫 스승이 생겼다. 교회 안의 아버지였던 신부님을 첫 스승으로 만났고, 처음으로 스승의 날에 드릴 양말을 샀다. 그런데 첫 스승을 발견하자, 스승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마을버스 안 중년 부부의 수다 속에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말에서도 가르침이 들렸다. 어느 순간, 지난 삶의 단편 속에 나누었던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 상념을 통해 문득 다가온 섭리, 무심코 지나쳤고 몇십 년 동안 묵혀 있던 파편들이 진리로 연결되었다. 정말, 스승은 준비된 자에게만 나타나는 것이었다. 나의 깨어짐이 스승을 만나는 통로가 되었고, 그 통로에서 만난 모든 스승은 주님의 원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안간힘을 다해 답을 찾아보겠다는 간절한 질문이 내가 그토록 되지 않으려던 선생님의 위치에도 놓이게 했고, 유일한 스승이신 주님을 온 세상 안에서 발견하게 했다. 그렇게 오늘도 난 매일의 스승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글 _ 손서정 베아트릭스(삶을 살리는 평화 교육 연구소 소장)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22면

[독자마당] 치유의 하느님

이십 년 전, 시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장례를 치르고 일주일 만에 집에 왔는데, 긴장이 풀려서일까 머리가 아프고 가슴에 통증이 오면서 커다란 물체가 나를 덮쳤다. 그대로 어디론가 헤매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부른다. “엄마 살았어. 깨어났어. 깨어났다고.” 3일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중환자실에서 의식 없이 사경을 헤매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났단다. 말로만 듣고 뉴스에서만 봤던 뇌졸중, 무서움과 두려움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한 달 만에 집으로 왔다. 병원에서는 편하게 울지 못했던 울음을 집에 와서 가슴 찢어지게 울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싫었다. 입은 비뚤어졌고 양쪽 팔은 감각이 없었으며 다리 또한 절름발이가 되었다. 걷는 것도 불편했지만 손을 쓸 수가 없으니 밥 먹을 때가 정말 싫었다. 남편과 딸이 내가 먹을 수 있게 그릇에 덜어 놓으면 겨우 왼손으로 집어서 먹었다. 일그러진 입 모양의 나를 슬프게 비추는 거울도 치워버렸다. 둘이서 나를 웃게 하려고 아기 다루듯 애쓰는 모습에, 끝까지 곁을 지켜줄 가족이라 감사했다. 한 달 전의 내 모습은 어디로 가고 다른 사람이 내게 들어와서 이렇듯 야생의 한 송이 들꽃으로 살게 하나. 한동안 두문불출하며 집 안에서만 생활했다. 그러던 중 성당에서 다음 주부터 개강하는 성경통독에 나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하고 싶었지만 발음이 부정확해 자신이 없었다. 며칠을 생각하고 주님께 기도했다. ‘주님 남들처럼 성경을 또박또박 읽지는 못하겠지만 한 자라도 입에서 내뱉게 해 주세요.’ 4주 차까지는 한 글자도 뱉지 못하고 눈으로 읽고 마음속으로 말씀을 되새겼다.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지도하는 자매가 “오늘부터는 모니카도 통독을 해볼게요. 모두 신경 써 주세요”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나서 울었다.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사랑으로 격려해 주던 자매들이 고마웠다. 주님 말씀을 읽다 보니 일 년이 지났고 우리는 성경을 완독했다. 서로를 부둥켜안고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던 그날 신부님께서 완독 수료증을 주시며 “모니카 자매는 통독을 다시 한번 해서 이번에는 자신 있게 주님 말씀을 또렷하게 읽으세요”라고 하셨다. 그렇게 성경통독을 다시 시작했다. 어눌했던 말은 조금씩 안정을 찾았지만, 팔은 여전히 감각이 없었다. 새벽이면 매일 성체조배를 갔다. 성체조배실에 들어서면 눈물부터 나왔다. ‘손이 있어도 밥도 스스로 못 먹고 사는데 이런 제 모습을 언제까지 보고만 계실 건가요. 주님, 이런 모습으로 살아온 날이 십 년이 됐어요. 성경필사도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어요.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하나요.’ 성경통독 과정을 끝낸 어느 날, 성경필사 노트를 구입했다.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기도한 뒤 연필을 잡으려는데 무딘 손가락은 거부했다. 첫날에 몇 시간을 노력했지만 결국 안 됐다. 그 뒤로 매일 몇 시간씩 무딘 손으로 연필을 잡아보려 울면서 주님께 매달렸다. 무딘 손으로 성경필사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나 자신도 믿기 어려운 성경 완필을 해냈다. 15권의 성경 노트였다. 죽음의 문턱에서 내 몸을 살린 것은 의료진이었지만, 내 마음의 고통과 아픔은 나를 사랑하시는 영원한 치유의 하느님께서 낫게 하셨다고 믿는다. 긴 세월 속에서 분명 잃은 것도 있지만, 나는 오늘도 우리 주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살아있음에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살아간다. 아멘. 글_ 손명숙 모니카(인천교구 구월동본당) ※ 독자마당은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따뜻한 신앙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일상 속 은총의 순간들, 이웃과 나누고 싶은 미담을 자유롭게 보내 주세요. (A4 ⅔장 이내) 보내실 곳 서울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2층 이메일 jebo@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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