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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교황, 가톨릭 신자들 위험에 빠트려”

[외신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5일 레오 14세 교황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며 “교황이 미국-이란 전쟁 반대를 통해 가톨릭 신자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보수 성향 라디오 진행자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나는 그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출신 첫 교황인 레오 14세 교황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지지한다고 거듭 언급하고 있지만 교황은 그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핵무기 거부를 일관되게 호소해 왔다. 교황은 5일 카스텔 간돌포 별장에서 교황청으로 돌아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교황 선출 직후부터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했다”며 “교회의 사명은 복음을 선포하는 것, 평화를 선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복음을 선포한다는 이유로 나를 비판하고자 한다면, 사실대로 말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교회는 오랫동안 모든 핵무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왔고, 이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나는 단지 하느님 말씀을 위해 내 말이 경청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또한 “폭력은 언제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전쟁 전반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으며, 특히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한 전쟁에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교황을 옹호하는 주교들은 교회의 정당방위 전쟁 교리를 지적하고 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군사력에 의한 정당방위가 도덕적으로 허용되려면 엄격한 조건들이 모두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고 가르친다. 곧, 침략자가 끼치는 피해가 지속적이고 중대하며 확실해야 하고, 그 피해를 막기 위한 다른 모든 수단이 소진돼야 하며, 성공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무기 사용이 더 큰 악과 혼란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란 전쟁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대체로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마켓대학교 로스쿨이 4월 22일 발표한 전국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이란과 전쟁을 벌일 충분한 이유가 없다고 답했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32%만이 찬성했고, 68%는 반대했다.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7면

이슬람 무장 세력, 모잠비크 역사적 성당 파괴

[메자, 모잠비크 OSV] 모잠비크 북부의 유서 깊은 가톨릭 성당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을 받고 파괴됐다. ‘고통받는 교회 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ACN)'에 따르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무장 세력은 4월 30일 모잠비크 메자의 성 루이 드 몽포르 성당을 공격해 성당과 사제관, 사무실을 무너뜨리고, 교회가 운영하는 유치원을 훼손했다. 모잠비크 펨바교구장 안토니우 줄리아스 페레이라 산드라모 주교는 “공포의 현장이었다”라고 표현하며 “가옥이 파괴됐고, 주민들은 증오에 찬 연설을 강제로 들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946년 설립된 이 성당은 무슬림이 다수인 카부델가두 지역에서 오랫동안 가톨릭신자들을 위해 봉사해 왔다. 모잠비크에서 성당을 겨냥한 이슬람 세력의 공격은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성 루이 드 몽포르 성당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지난 4월 “‘이슬람국가-모잠비크(IS-Mozambique)’가 2017년 이후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공동체 모두를 상대로 지속적인 폭력 행위를 벌여 왔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역 공동체가 피란을 떠나고 종교 시설은 파괴되고 있다. 줄리아스 주교는 ACN에 “본당 선교사들은 안전하지만, 공격자들이 떠난 뒤에도 공동체는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다”며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에게 연대를 요청했다.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7면

정부, 조수미 문화협력대사·이성훈 인권평화민주주의대사 임명

정부가 소프라노 조수미(아기 예수의 데레사) 씨를 문화협력대사로,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CK) 이성훈(안셀모) 국제상임이사를 인권평화민주주의대사로 임명했다. 외교부는 5월 8일 문화협력과 인권·평화·민주주의 분야 외교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두 사람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조수미 대사는 현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초빙석학교수로 활동 중이다. 한·일 월드컵 홍보대사,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문화홍보외교사절,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등을 역임하며 문화외교 분야 전반에 걸쳐 폭넓은 대외 활동을 수행해 왔다. 정부는 국제적 인지도를 지닌 조 대사가 주요 국내외 문화행사에 참석해 공공·문화외교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국내외 민간 부문 이해관계자에 대한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K-이니셔티브 실현’과 ‘K-컬처’의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성훈 대사는 PCK 공동대표,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 국가인권위원회 정책본부장, 아시아인권단체연합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현재 PCK 국제상임이사, 성공회대 시민평화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향후 유엔 인권이사회 등 관련 분야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유사 입장국과 국제 시민사회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국제 인권·평화·민주주의 논의에 대한 정부의 참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 대사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국이 ‘12·3 빛의 혁명’ 정신을 국제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사회를 잇는 역할을 하겠다”며 “국가와 함께 사회교리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21면

‘제20회 생명의 신비상’ 생명과학 분야 본상에 정원석 교수

생명 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이들에게 수여하는 ‘제20회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정원석(스테파노) 교수와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 파올로 베난티 신부,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김수정(비비안나) 교수, 인도 인권 단체 ‘HRDF’(Human Resource Development Foundation)가 선정됐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5월 3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주례로 제16회 생명 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중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시상식은 6월 9일 오후 4시 열린다. 생명과학 분야 본상을 받는 정원석 교수는 별아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신경회로를 재구성하고 뇌 항상성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 신경세포 중심 뇌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또한 교세포 기능 이상이 간질과 뇌졸중, 노화, 우울증,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뇌 질환과 관련돼 있음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 본상 수상자인 파올로 베난티 신부는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 시대에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한 윤리적 기준을 제시해 온 윤리신학자이자 AI 윤리 전문가다. 「AI 윤리에 관한 로마의 호소」 작성에 참여했으며, 교황청 생명학술원 정회원과 유엔 인공지능 관련 자문기구 위원으로 활동하며 가톨릭 생명윤리 논의를 기술 거버넌스 영역으로 확장해 왔다. 인문사회과학 분야 장려상 수상자인 김수정 교수는 돌봄을 단순한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적 조건으로 바라보며, 환자와 의료인, 가족 사이의 책임과 연대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연구를 이어왔다. 활동 분야 장려상을 받는 HRDF는 1993년 인도 타밀나두주 달리트 활동가들이 설립한 단체로, 아동 교육, 재난 구호, 식수 지원, 토지권 회복, 유기농업, 소액금융 지원 등을 통해 달리트 공동체의 인권 증진과 자립을 도왔다. 염 추기경은 이날 강론을 통해 “법은 약한 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사회의 입법 동향은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국가가 태아 보호의 책무를 포기하려는 시도와 말기 환자 조력 자살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경계했다. 이어 “이러한 불의한 법안들에 대해 우리는 양심적으로 거부하고 반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법률이 가장 약한 이들을 보호하는 따뜻한 법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명동대성당 지하1층 1898광장에서는 생명 주일 기념 생명 존중 문화 행사가 열렸다. 생명위원회는 생명 수호 일러스트 공모전 수상작 전시, 생명 인형 만들기, 생명 관련 도서들을 선보이는 생명도서관 등 다양한 부스를 운영했다. 특히 행사에는 생명위원회 외에도 개신교와 대학생 단체 등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3면

정진석 추기경 선교후원회, WYD에 10억 원 기부

자신의 사목 표어 그대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 살았던 고(故)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 선종 5주기를 맞아, 정진석 추기경 선교후원회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성공 개최를 위해 10억 원을 기부했다. 후원회 지도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과 이사장 허영엽(마티아) 신부는 4월 29일 서울 혜화동 주교관에서 서울 WYD 조직위 위원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와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를 만나 기부금을 전달했다. 염 추기경은 “젊은이 여러분들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희망을 전달하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정 추기경께서 ‘행복하게 사세요. 행복하게 하기 위해 하는 일은 하느님의 뜻입니다’라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우리 젊은이들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서울 WYD 유치는 염 추기경님의 오랜 노력이 꽃피운 결실”이라며 “서울 WYD가 대형 행사에 그치지 않고, 준비 과정과 대회 이후의 시간까지 젊은이들 안에 성령의 불이 타오르는 여정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진석 추기경 선교후원회는 배우 고(故) 김지영(마리아 막달레나) 씨가 생전 봉헌한 성금을 마중물 삼아, 정 추기경의 유지에 따라 설립됐다. 후원회는 지금까지 전쟁과 재난, 가난과 소외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외 54개 기관과 선교사를 지원해 왔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2면

농부·소설가가 전하는 ‘생명 농업’의 가치…「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

전라남도 곡성군 섬진강 들녘에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이 있다. 아름다울 미(美), 열매 실(實), 난초 란(蘭). ‘아름다운 사람들이 희망의 열매를 맺는 곳’이란 의미다. 미생물 연구자 출신 ‘농부 과학자’ 이동현(안토니오) 대표가 2005년 설립했다. 그는 가족의 병을 계기로 ‘먹거리’, 즉 ‘사람을 살리는 음식은 무엇인가, 늘 먹어도 몸에 부담 없는 밥상은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물음 앞에 섰다. 결국 곡성 땅에 뿌리를 내리면서 국내 최초로 유기농 발아현미를 개발·상업화했고, 278여 종의 벼를 재배하며 다양한 유기농 제품을 생산하는 농부로 자리 잡았다. 그러던 중 김탁환 소설가와의 만남이 이 대표의 삶에 새로운 씨앗을 심어주었다. 2019년 우연히 미실란에 들렀던 김 작가는 2020년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를 통해 미실란과 곡성의 서사를 소개했다. 이듬해인 2021년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겨 농사를 짓고 글을 쓰며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 책방지기도 맡았다. 모든 게 서툰 도시 소설가였던 김 작가는 어느새 논과 밭을 스스로 일구는 마을 소설가가 되었다. 두 사람의 인연으로 농사는 이야기로 빚어졌고, 그 이야기는 사람과 마을을 이었다. 이번 책은 두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간 생태 에세이다. 이 대표가 손 모내기와 친환경 농법이라는 고된 길을 걸으며 매달 기록한 농사 일기와, 김 작가가 미실란의 과거와 미래를 톺아보는 에세이가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한다. 1월부터 12월까지 스물네 절기의 흐름을 큰 축으로 삼되, 단순한 연대기 구성에 그치지 않는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동안 이 대표가 마주하고 기록한 같은 절기들을 나란히 묶었다. 읽는 이들은 매월 4년 치 절기를 함께 살피며 해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변함없는 풍경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소한과 대한의 고요 속에서 한 해를 준비하고, 망종과 하지의 분주함 속에서 생명을 땅에 맡기는 농부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대표의 글과 함께 실리는 김 작가의 에세이 제목은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이다. 벼농사에서 빠질 수 없는 두 자리인 물꼬와 둠벙의 의미 속에서, 그는 미실란 20년의 활동과 역할의 핵심을 따뜻한 통찰로 짚어낸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에세이를 통해 김 작가는 미실란을 지켜온 직원들의 목소리와 함께, 다음 세대에 물려줄 이동현 대표의 ‘천년 숲’의 철학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아무리 바빠도 무농약 유기농으로 품종을 연구하는 벼농사를 계속 지으려 합니다. 벼농사를 직접 짓는 이들이 살아가는 곳, 벼농사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그 가치를 배우고 익히는 곳으로 계속 키워갔으면 합니다.”(75쪽) 미실란은 이제 쌀 생산 기업을 넘어 지역 생태·문화예술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 유치원생들이 논 체험을 하러 오고, 광주 지역 초등학생들과 ‘한 평 논’을 함께 짓는 생태 교육의 현장이 되었다. 매년 자력으로 개최하는 작은 들판 음악회와 섬진강마을영화제는 대표적 인구 소멸 지역이었던 곡성이 문화 활동을 통해 위기를 넘어서는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우리의 소중한 땀이 먹거리를 지키고 환경과 지구를 살리는 일임을, 또한 그 길은 혼자가 아니라 연대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15면

[100년의 페이지, 그 안에 담은 이야기] (4) 가톨릭신문이 전한 성모 신심

5월은 성모 성월이다. 1622년 교황 우르바노 8세에 의해 제정된 이후 교회는 이 시기 성모 마리아의 모범을 따르고 특별한 은총을 청하며 공경을 표한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주보성인으로 삼고 있는 한국교회는 태동기부터 특별한 성모 신심을 간직해 왔다. 가톨릭신문이 전한 한국교회의 성모 신심을 돌아보자. 가톨릭신문의 첫 성모 신심 보도는 1928년 8월 1일자(제17호)로 추정된다. 당시 기사는 “세상에는 천주교가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공경하기보다 성모 마리아를 존경한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성모를 공경하는 이유는 첫째는 하느님의 어머님, 둘째는 영원한 동정, 셋째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분이시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1920년대부터 올바른 성모 신심에 관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해 온 가톨릭신문은 한국교회 성모 신심이 박해 시기인 19세기부터 형성돼 있었음을 밝힌다. 1996년 5월 5일자(제2001호)와 2004년 8월 15일자(제2411호) 등에서는 박해 당시 순교자들이 묵주 기도에 의지했으며, 압수된 물품 중에는 묵주, 성모 상본 등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성모 신심 단체의 활동도 여러 차례 소개했다. 1953년 발행된 지면들에서는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운동을 안내하고, 도입 소식을 알렸다. 같은 해 5월 15일자(제125호)는 “성모님의 ‘죄인들의 회개와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라’는 말씀에 응답하는 운동이 곧 푸른 군대”라며 “회원은 매일 묵주 기도를 바치고 희생하며, 죄를 멀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1974년 5월 19일 파주 자유의 다리에서 개최된 ‘제1회 통일 기원 기도회’ 소식도 지면에 실었다. 1962년 12월 16일자(제355호)에서는 레지오 마리애 창설 10주년을 기념해 1953년 7월 28일 광주대교구 목포 산정동본당에서 첫 쁘레시디움이 조직된 사실과 이는 기도와 활동으로써 그리스도 왕국을 건설하는 운동임을 설명하고 있다. 다채로운 성모 성월 행사도 보도했다. 1949년 6월 1일자(제76호)에는 대구대교구 계산동 주교좌본당 학생들이 성모상 행렬에 참여한 소식이 담겨있다. 기사는 “성모 성월을 기념해 성모님께 꽃다발을 봉헌하고, 성가 제창과 공동 기도를 드린 후 행렬에 들어갔다”며 “이날은 북한의 종교 박해 속에서 고통받는 주교와 성직자들, 그리고 교우들을 보호해 주시기를 기도하는 뜻깊은 행사”였다고 전했다. 또한 2010년 5월 23일자(제2698호)에서는 부산교구 양산 물금본당이 5월 한 달간 ‘성모 성월 축제’를 지내며 ‘파티마의 성모님 가정 순례’, ‘성모님과 함께하는 어린이날·어버이날’ 등의 활동으로 성가정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명시했다. 올바른 성모 신심을 촉구하는 역할도 해 왔다. ‘파티마 제3의 비밀’ 공개 전 유언비어와 나주 윤 율리아 관련 문제 등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요청했다. 1996년 5월 5일 자(제2001호) 사설에서는 “성모 신심이 그 열성만큼 삶 속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마리아를 닮는 것은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성모 신심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2면

그리스도와 완전한 일치 이끄는 영적 안내서…「길 진리 생명 기도」

성바오로딸수도회를 비롯한 총 5개의 수도회와 5개의 재속회를 설립한 바오로가족의 창립자,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1884~1971)는 ”우리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저 주님과 친한 관계를 맺는 정도를 넘어서, ‘완전히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그분이 내 안에서 원하고 생각하고 사랑하셔야 한다’는 것이다. ‘길 진리 생명 기도’는 바로 알베리오네 신부가 이를 가르치기 위해 전한 내용이다. 이 기도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라고 자신을 계시하신 예수님 말씀에 기초한다. 알베리오네 신부는 이 구절 안에 그리스도의 특정 부분이 아닌, 그분의 전체 모습이 담겨 있다고 보았다. 저자는 한국 성바오로딸수도회 관구장 김화순(트리포니아) 수녀다. 그는 창립자의 영적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이 기도를 자세하게 안내하면서, 신앙인들이 하느님과의 일치가 어떤 것인지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또 길, 진리, 생명이신 예수님과 인간의 지성, 의지, 마음을 연결해 설명하고, 인간의 손상된 모습이 회복되고 성화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김 수녀는 바오로서원이나 본당에서 만나는 많은 신자가 ‘정말로 기도를 잘하고 싶다’는 갈망을 지닌 모습을 보면서 저술을 마음먹었다. 창립자가 전한 영적 선물을 나눠 교회의 영적인 부유함을 더 크게 하고 싶다는 뜻도 있었다. 여기에 개인적인 체험이 더해졌다. 이 기도 방법으로 한 달 피정을 하며 지금까지의 삶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으면서도 주님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을 했고, 그 기억은 지금까지도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도를 접한 이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확신을 보탰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은 성체조배, 묵상, 고해성사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기도를 소개한다. 알베리오네 신부가 설명한 기도 방법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후대 바오로가족들이 통합 발전시키며 전수해 온 내용을 담고자 했다. ‘기도 식별’이 강조되는데, 저자는 기도가 습관이나 형식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내 생각도 나의 마음도 나의 시선도 나의 귀도, 하느님을 향해 있도록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이런 기도는 때때로, 아니 어쩌면 빈번하게 감각적으로는 냉랭함이나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설령 이럴 때조차도 강력한 신앙고백의 순간, 하느님을 사랑하는 순간이 된다. 김 수녀는 “바쁜 일상 중에서도 여건이 된다면 하루 단 10분 만이라도 ‘성체조배’를 해보라”고 권하며, “그렇지 못하면 ‘묵상’을 실천해 보라”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15면

로마와 워싱턴, 정치의 두 얼굴

시간은 자주 과거의 고통을 빌려 현재의 길을 묻고는 한다. 지난 4월 13일은, 7세기 비잔틴 황제 콘스탄스 2세의 위협에 맞서 신앙의 정통성을 지키다 유배지에서 굶주려 숨을 거둔 성 마르티노 1세 교황의 축일이었다. 지금 로마와 워싱턴 사이에는 1400년 전만큼이나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사상 첫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은 정신 차리고 상식을 발휘하라”며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교황이 전쟁에 반대했다는 것이 이유인데, 이런 언사를 보면, 당파적 ‘강권 통치’의 상태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미 미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 시기에 임명된 블레이즈 수피치, 조셉 토빈, 로버트 맥엘로이 세 추기경을 통해 트럼프의 강경 정책에 맞설 윤리적 보루를 마련해 두었다. 추기경들은 낙태뿐 아니라 이주민 문제 역시 핵심적인 생명 윤리임을 선언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공포 정치에 맞서왔다. 갈등이 정점에 달한 것은 미국의 이란 침공이다. 맥엘로이 추기경은 이 전쟁이 목적이 불분명하고 최후의 수단도 아닌, ‘일부러 선택한 비극’이라고 말한다. 특히 수피치 추기경은 폭격 영상을 편집해 오락처럼 소비하는 백악관의 행태를 두고 ‘역겨운 비인간화’라고 규탄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취임 초기부터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단순히 외교 현안이 아니라 도덕적 위기와 생명의 문제로 봤다. 평화가 그 자체로 추구되는 선이 아니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은 이 세계가 얼마나 깊게 ‘힘의 욕망’에 중독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것은 이익의 갈등을 전쟁으로 증폭시키는 정치의 근본 구조에 대한 도전이다. 세 추기경도 성명을 발표하며 교황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강대국의 대통령 한 사람이 벌이는 광란을 보며 교회는 한가하게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마가(MAGA) 세력은 교황이 정치에서 거리를 두어야 한다며 끊임없이 불평한다. 자기들에게 불리한 문제에는 입을 다물라는 소리일 뿐이다. 반면, 인간 존엄과 공동선, 연대의 기준으로 공적 질서를 비판하고 재구성하는 행위가 정치라면, 교회는 이미 오랫동안 정치적이었다. 교회가 불평등, 낙태 문제, 생명 옹호, 사회 복지, 이민 정책에서 지속해서 공적 발언을 하며 세상에 헌신한 것은 복음이 인간의 삶 전체를 다루기 때문이며, 여기에는 공공의 삶도 예외가 아니다. 사회적 혼돈과 만성적 빈곤 해결을 위해 교회가 오랫동안 실천해 온 ‘육신의 자비 활동’은 모두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정치는 지역과 국가를 막론하고 공동체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가치들을 찾아내 가꾸어 나가는 공공적 삶의 기술이다. 그래서 교회의 정치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를 두고 형성해 가는 정체성의 문제다. 교황의 목소리는 권력이 계산하는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고통을 기억하는 언어에서 출발한다. 전쟁은 생생한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사건이며, 평화는 협상의 결과물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야 할 생명의 원칙이다. 신앙인은 공적인 삶에서 신앙에 기반한 가치를 뒤로 제쳐둘 수 없다. 신앙은 실존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이지 않은 교회가 아니라, ‘어떻게’ 정치적인 교회가 되는가이다. 권력의 위협 앞에서도 인간의 길을 묻는 교황의 용기는 증오와 폭력에 길들어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내내 붙들고 있어야 할 윤리적 삶의 지표가 된다. 교황의 전쟁 반대는 이상주의적 호소가 아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가장 정치적인 형태를 띤다. 전쟁과 힘이 지배하는 시대에 평화를 끝까지 추구하는 일은 가장 불편하지만, 또한 가장 필요한 정치일 것이다. 글 _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23면

[글로벌칼럼] 미국 가톨릭신자들이 트럼프의 발목 잡을까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거의 모든 미국 대통령이 그러했듯 도널드 트럼프도 가톨릭 표가 필요했다. 그래서 정치 평론가들은 왜 대통령이 가톨릭교회의 수장과 싸움을 벌였는지, 또 그것이 11월 중간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의견 충돌에 직면했을 때 트럼프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상대를 모욕하는 방식은 그의 지지 기반 안에서 긍정적 인식을 유지하는 데 여러 차례 효과를 냈고, 그는 그것이 레오 14세 교황에게도 통할 것이라고 잘못 생각했다. 교황은 미국 가톨릭신자들 사이에서 84%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반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며 40% 안팎에 머물고 있다. 그에게 투표했던 많은 이들은 그가 교황과 벌인 싸움에 혼란스러워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환멸은 이번 싸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트럼프가 두 번째로 당선된 이후 서서히 커져 온 것이다. 가톨릭 트럼프 유권자들은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여러 사안에서 그들은 다른 미국인들과 같은 우려를 공유한다. 먼저, 낙태 문제를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여기는 생명 수호 성향의 가톨릭신자들이 있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확고하게 공화당에 표를 던져 왔다. 트럼프가 임명한 연방대법관들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데 기여했고, 이들은 그 점에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어제 나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보다, 오늘 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오늘날 트럼프는 생명 수호 운동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것으로 자신의 몫을 다했으며, 나머지는 각 주의 몫이라고 말한다. 그는 생명 수호 운동을 저버렸다. 공화당은 40년 동안 연방 차원의 낙태 금지와 인간 생명 헌법 수정 조항을 요구해 왔지만, 2024년 정강에서 낙태 반대 조항을 삭제했다. 반면 공화당은 이제 생명 수호 단체들이 반대하는 시험관 수정을 지지한다. 시험관 시술은 사용되지 않은 수정란의 폐기를 초래하기 때문에 교회는 이를 반대한다. 트럼프는 가족계획연맹에 연방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과거 생명 수호 운동가들은 트럼프가 자신들의 대의를 지지했기 때문에 그가 저지른 나쁜 일들을 눈감아 주었다. 그러나 이제 그가 그들을 저버렸기 때문에, 그들은 그를 방어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레이건식 공화당원들에게는 경제와 국가 안보가 핵심 사안이다. 이 가톨릭 신보수주의자들은 자유시장에 신뢰를 두고, 미국이 세계화된 경제 속에서 번영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경악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가 한때 ‘악의 제국’으로 불렸던 시절을 기억하며 러시아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들은 트럼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 나토 공격,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관심에 충격을 받고 있다. 그리고 가톨릭 경영자 계층이 있다. 모든 기업 경영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혼란이 아니라 안정을 선호한다. 혼란은 사업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트럼프의 감세와 규제 완화를 좋아하지만, 나머지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관세나 에너지 가격 급등은 이들을 불안하게 한다. 이들 경영자 가운데 상당수는 건설, 숙박, 농업 분야에서 값싸고 성실한 이민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또 다른 이들은 전문 기술 직무를 맡을 고숙련 이민자를 필요로 한다. 이민 단속 역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본당 공동체 구성원들이 체포되고 추방되는 모습을 본 가톨릭신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들은 범죄자를 체포하고 국경을 닫는 데는 찬성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다. 가톨릭 무소속 유권자들, 그리고 트럼프에게 투표한 일부 민주당원들은 민주당에 염증을 느꼈고 변화를 원했다. 중동에서 계속되는 전쟁, 인플레이션, 그리고 이른바 실정과 부패 의혹은 이 유권자들을 공화당 진영으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트럼프가 중동 전쟁에 미국을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믿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는커녕, 관세와 이란 전쟁은 특히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가톨릭신자들과 다른 미국인들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은 단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들에게 서로 다른 사안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약속 파기와 나쁜 소식이 서서히 타격을 주고 있다. 교황과의 공개적 충돌 역시 그에게 표를 더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계속 완화되지 않는다면,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은 가톨릭신자들과 다른 유권자들에게 압도적으로 외면당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다시 한번 변화를 원하게 될 것이다. 헝가리에서 오랫동안 집권한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극우 성향의 피데스당이 거부당한 일이 벌어졌듯, 미국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글 _ 토머스 리스 신부 미국 예수회 사제로 1974년 사제품을 받고 ‘아메리카’지 기자 및 편집장을 역임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인사이드 바티칸」 등 교회 조직과 정치에 관한 다양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6면

제주 위해 헌신한 ‘임피제 신부’ 발자취…순례길로 되살아나다

64년간 제주도민의 자립과 복지를 위해 헌신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임피제 신부(Patrick James McGlinchey, 1928~2018)의 발자취와 영성이 순례길로 되살아났다. 제주교구 한림본당(주임 최현철 안드레아 신부)은 5월 2일 ‘임피제 기적의 길’ 개장식을 열었다. 순례길은 한림성당 종탑을 출발해 다시 성당으로 돌아오는 순환 코스로, 긴 코스 12.5km와 짧은 코스 5.5km로 구성됐다. 두 코스 모두 순례길 핵심인 ‘마태오호 좌초 지점’을 경유한다. 이곳은 본당 역사의 출발점이자 제주 서부 복음화의 주요 거점이다. 1954년 4월 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임 신부는 성당 건축을 추진했지만, 당시 주민들은 가난했고 자재와 자본도 부족했다. 그러던 중 용운동 앞바다에 좌초한 미국 화물선 마태오호에서 목재를 구할 수 있었고, 신자가 아닌 한림 주민 400여 명이 함께 목재를 옮기며 성당 건축의 토대를 놓았다. 긴 코스는 순두천, 벚꽃길, 한림성당 공원묘지, 제주 밭담길, 수원리 평야 농경지를 거쳐 마태오호 좌초 지점과 비양도가 보이는 노을 해안도로, 이시돌 사료공장을 지나 성당으로 돌아온다. 짧은 코스는 장벽 없는 길로 조성돼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순례길 조성은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가 임 신부의 헌신을 기리는 순례길 조성을 제안하면서 본격화됐다. 본당은 2025년 2월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10여 차례 코스 답사와 역사 고증 작업을 거쳐 이날 개장했다. 개장과 함께 기존 추진위원회는 기획·운영·해설·홍보·안전관리 팀을 갖춘 20명 규모의 운영위원회로 확대됐다. 순례객과 방문객이 안전하게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상시 관리하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영어 해설 안내도 준비할 계획이다. 최현철 신부는 “임피제 기적의 길은 과거를 기념하는 길이라기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사랑을 실천할 것인가를 묻는 길”이라며 “걷는 이들이 단순한 순례를 넘어 나눔과 섬김의 삶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순례 문의 064-796-4044 한림본당 순례길 운영위원회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5면

‘살아 있는 순교자’ 시모니 추기경, 교황 알현

[외신종합] 알바니아의 피로 물든 공산주의 박해를 견뎌 ‘살아 있는 순교자’로 여겨지는 어네스트 시모니 추기경(97)이 4월 26일 교황청에서 레오 14세 교황을 알현했다. 이번 만남은 박해받는 교회가 보여 준 신앙의 증언을 기억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시모니 추기경은 교황에게 십자가와 함께 알바니아 순교자들의 유해를 전하면서 “이 순교자들은 예수님께 대한 충실과 사랑, 알바니아 국민의 구원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모든 사람이 하늘의 미소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또한 “예수님의 얼굴을 보여 주시는 교황님의 얼굴에서 모든 인류에게 하늘로부터 오는 평화와 형제애, 세계 모든 민족을 향한 사랑과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희망을 느꼈다”고 밝혔다. 시모니 추기경은 알바니아 공산 독재자 엔베르 호자가 집권한 지 12년 뒤인 1956년 사제품을 받았다. 그는 모든 종교 행위가 금지된 세계 최초의 공식 무신론 국가 알바니아에서 가톨릭교회에 대한 잔혹한 탄압을 견뎌 냈다. 당시 시모니 신부는 1963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강제노동형으로 감형됐다. 그 후 18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 1981년 석방됐다. 수감 중 종교행위가 금지된 상황에서도 간수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라틴어로 매일 미사를 봉헌했고, 간수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석방 후에도 공산사회에서 인민의 적으로 여겨져 하수도 청소를 해야 했다. 그럼에도 시모니 신부는 1990년 알바니아 공산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비밀리에 사제 직무를 수행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알바니아를 방문했을 때, 당시 노사제였던 시모니 신부의 증언을 들은 교황은 눈물을 흘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10월 88세이던 그를 추기경에 임명하면서 “교회에 유익을 주는 헌신적인 삶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시모니 추기경은 올해 4월 7일 사제 수품 70주년을 맞았다. 시모니 추기경은 이번 교황 알현에 대해 “성령께서 주신 특별한 은총이자 교황님께서 주신 특별한 은총”이라며 “지극히 감미로운 평화와 부활의 기쁨을 세계 모든 민족에게 함께 선포하기 위한 만남”이라고 말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7면

의정부교구, 암환우 쉼터 ‘베타니아의 집’ 새 단장 축복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운영을 중단했던 의정부교구 암환우 쉼터 ‘베타니아의 집’이 새 단장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암환우와 가족을 위한 쉼 공간과 함께 영적 돌봄을 위한 임상사목교육(CPE) 센터도 마련됐다. 의정부교구는 5월 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경의로 459-46 현지에서 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 주례로 ‘베타니아의 집’ 리모델링 축복식을 열었다. 2008년 문을 연 ‘베타니아의 집’은 암환우와 가족을 위한 무료 쉼터로 운영돼 왔다. 인근에 국립암센터가 있어, 치료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일산을 찾는 암환우와 가족들에게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운영을 중단했다. 이번 리모델링은 재단법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바보의나눔 후원으로 이뤄졌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1층에는 암환우와 가족이 머물 수 있는 방 3개가 마련됐다. 2층에는 임상사목교육(CPE) 센터, 3층에는 사제관이 들어섰다. 특히 임상사목교육 센터는 암환우와 가족들에게 육체적 쉼을 넘어 영적 돌봄까지 전하기 위한 공간이다. 손희송 주교는 강론에서 “예수님께서 병자들을 고쳐주셨듯이 교회도 그 뜻을 따라 병자를 고치는 일에 전념해 왔다”며 “이곳에서 양성될 이들이 암환우들을 더욱 깊이 영적으로 돌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타니아의 집은 5월 11일부터 예약을 받으며, 예약자는 5월 18일부터 입실할 수 있다. ※문의 031-907-9696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5면

‘낡은 집을 천국으로’…수원교구 비전동본당 집수리 봉사단

5월 2일 오전, 수원교구 제2대리구 비전동성당(주임 정연혁 베드로니오 신부) 마당. 낡은 작업복 차림의 신자들이 사다리와 각종 공구를 챙겨 트럭에 올랐다. 노동절부터 이어진 황금연휴도 이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경기 평택시 오성면 안화리에 있는 한 노후 주택이었다. 네 시간여 뒤, 먼지를 뒤집어쓴 채 집수리를 마치고 나온 신자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15년째 복음을 삶으로 실천하며 이웃의 행복을 찾아 나서고 있는 ‘비전동본당 집수리 봉사단’의 봉사 현장을 찾았다. ‘십시일반’ 손 모아…낡은 집을 새집으로 성당에 모인 신자들의 차림은 미사드릴 때와 사뭇 달랐다. 모자를 눌러쓰고, ‘소공동체 집수리 봉사단’이라고 적힌 파란색 조끼를 입었다. 기도를 바친 뒤 주임 신부의 강복을 받고 성당을 나서는 봉사자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묻어났다. 각종 공구와 생수를 챙겨 도착한 집은 마당과 텃밭이 잘 가꿔진 이웃집들과 달리 낡고 황량했다. 87세 이이화 할머니가 홀로 사는 이 집은 지은 지 100년이 넘었다. 17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지내 온 이 할머니는 집을 수리할 여력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넘어져 다리를 다친 뒤로는 청소조차 쉽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집에 들어선 신자들에게 “집이 너무 지저분해 미안해서 어떡하냐”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정도면 너무 관리를 잘하셨는데요. 저희가 더 깔끔하게 수리해 드릴게요.” 집수리 경력 10년이 넘는 봉사자들은 이 할머니를 안심시키며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맡은 일은 도배와 장판 교체, 청소였다. 28평 남짓한 집에 23명의 봉사자가 모이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랫동안 함께 봉사하며 손발을 맞춰 온 봉사자들은 각자 맡은 자리로 흩어져 지체 없이 움직였다. 가구를 밖으로 옮기고, 서너 명이 거실 벽지 작업에 들어갔다. 벽지를 붙이는 동안 생기는 쓰레기를 정리하는 담당도 있어 작업 뒤 뒷정리 시간을 줄였다. 주방 한쪽에서는 여성 봉사자들이 싱크대 청소를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못했던 화장실도 세면대부터 바닥, 변기까지 말끔하게 닦았다. 밖으로 옮겨 둔 가구를 닦는 일도 봉사자들의 몫이었다. 봉사단은 집수리 전 사전 답사를 통해 필요한 부분을 미리 확인했다. 이날도 가스경보기를 설치하고, 낡은 분전함 커버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작업이 늘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벽지를 뜯어내고 보니 시멘트로 지은 오래된 집이라 벽면이 고르지 않아 도배가 쉽지 않았다. 박석균(야고보) 단장은 현장에서 집 상태를 살핀 뒤 벽면에 맞는 벽지를 새로 구해 왔다. 이날 처음 봉사에 참여한 한 신자는 청소를 마친 뒤 이 할머니의 다리와 어깨를 주물러 드리며 말동무가 돼 주기도 했다. 봉사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탠 덕분에 낡은 집은 네 시간 만에 한결 깨끗하고 환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나의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하루 15년 전, 본당 형제회 몇몇 신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자 가정을 돕기 위해 집수리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봉사자가 서너 명에 불과했다. 인원이 적다 보니 아침 일찍 시작한 집수리가 늦은 저녁에야 끝나곤 했다. 박 단장은 “신자 가정을 방문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보게 됐고, 그분들을 돕고 싶어 집수리 봉사를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형제회 일부 회원만 참여했는데, 주임 신부님께서 어려운 상황을 보시고 남성소공동체 차원에서 봉사단을 운영해 보자고 제안해 주셔서 지금의 봉사단이 꾸려졌다”고 말했다. 초창기 봉사는 본당 예산 지원을 받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자 가정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후 대상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생기자 본당은 2015년 평택시자원봉사센터에 재능 기부 활동 단체로 등록했다. 이를 계기로 봉사도 더 체계화됐다. 평택시자원봉사센터가 매달 집수리 대상 가구를 선정하면 봉사단은 사전 답사를 통해 필요한 수리 내용을 확인하고 자재와 인력 규모를 정한다. 보통 15~25명의 봉사자가 참여하며, 자원봉사센터가 도배사 등 전문가를 지원하기도 한다. 대상은 주로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다. 집수리 봉사단은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하고 해마다 6~8차례 봉사에 나선다. 15년 동안 수리한 집만 100여 곳에 이른다. 박 단장은 “바퀴벌레와 쥐 배설물로 가득해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집을 수리해 드린 적도 있다”며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 자신을 돌보기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이 오랫동안 집수리 봉사를 이어 온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봉사에 함께한 박은희(마리아) 씨는 “저희가 돌아간 뒤에도 어르신이 불편하지 않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청소하려 했다”며 “집을 치워 드린 것뿐인데 연신 감사하다고 하시며 좋아하시는 어르신을 보니 하루의 피로가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현실(마리아) 씨도 “좋은 일을 신자들과 함께하니 기쁨이 더 컸다”며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고자 했던 오늘 봉사는 예수님께서 함께 계신 것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4면

[현장에서 만난 복음] “에파타!”

“꼭 무엇을 해주려고 하는 것만이 환대가 아닙니다. 저희가 가는 길을 막지 않고 자유롭게 열어주는 것도 환대입니다.” 이주민들에 대한 도움과 지원 방안을 토의하던 자리에 참석한 어떤 이주민 신자가 한 발언이 기억납니다. 저에게 그 발언은 꽤 인상 깊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환대’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늘 ‘무엇을 해 주어야 하나?’ 고민한 적은 많았지만, ‘그들이 스스로 가는 길을 막지 않는 것만으로도 환대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대로, 때로는 지나친 호의와 관심이 이주민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자유로움 안에서 일상적인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봐주기를 더 바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적당한 무심함이 오히려 관계를 편하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그렇게 행동하고자 마음먹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습니다. 가벼운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가도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대화 안에서 듣게 될 때면, 속으로 ‘지금 나에게 도와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아니야, 내가 그저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일 거야’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과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그래서 이주민들을 대면하면 종종 침묵 중의 어색함을 경험하곤 합니다. 의도된 침묵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고민하다가 말할 타이밍을 놓쳐 생긴 침묵입니다. 그 와중에도 저는 그 어색함 안에서 늘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곤 합니다. 한번은 식당에서 이주 노동자들과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같은 식탁에 마주 앉은 이주노동자의 오른쪽 손이 뭉툭하게 붕대로 감겨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공장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잘려 나간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는 다친 손을 식탁 밑으로 감추고 태연한 척 행동했지만, 그것을 눈치챈 후 저는 자꾸만 신경이 쓰였습니다. ‘무슨 말을 할까?’, ‘어떻게 다쳤는지 물어볼까?’, ‘괜찮냐고 물어볼까?’, ‘아니야, 일하다가 손가락 절단된 것도, 다치고 상심해 있을 것도 뻔한데 뻔한 질문을 뭐 하러 물어봐…. 그냥 못 본 척 가벼운 대화를 하자. 그런데 이 상황에서 무슨 대화를 해야 하지?’ 그렇게 머릿속에서는 많은 말이 떠오르다가 다시 고민하고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해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둘이 마주 앉아 묵묵히 밥을 먹은 20분이 마치 한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다친 손에서 시선을 멀리 두려고 노력하는 저를 두고 갑자기 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밥 먹는 내내 벙어리처럼 말 한마디도 안 한 나의 태도가 그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나 후회스러운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그가 콜라 한 캔을 가지고 돌아오더니, 테이블 위에서 한 손으로 캔 뚜껑을 조심스레 열고 저에게 그 콜라를 나누어 따라 주었습니다. “신부님, 콜라 드세요.” 그리고 살짝 웃었습니다. 그제야 저도 혀가 풀리고 말이 비로소 입 밖으로 나왔습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너무 상심하지 말고 힘내요.” 글 _ 이상협 그레고리오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3면

[인터뷰] 방한한 프랑스 떼제공동체 원장 매튜 수사

“한국인들에게는 다 함께 노래하는 전통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교파와 상관없이 그리스도인 모두가 떼제 성가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젊은이부터 나이 지긋한 분까지, 모든 세대가 평화를 갈망하며 함께 기도한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4월 23일부터 28일까지 방한한 프랑스 떼제공동체 원장 매튜 수사(Brother Matthew, 본명 Andrew Thorpe)는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4월 24일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일치기도회’에 참석했다. 매튜 수사는 일치기도회를 비롯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조직위원회를 방문하고 개신교 장로회 성직자,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 등 다양한 교파의 사람들도 잇달아 만났다. 특히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분단의 아픔 속에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된 노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매튜 수사는 “떼제공동체는 늘 시대의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며, 성령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어떻게 움직이시고 역사하시는지를 식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평화는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특정 민족을 악마화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레바논과 우크라이나 주민들처럼 세계 곳곳에서 희생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뾰족한 해결책이 없더라도, 우리는 희생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매튜 수사는 이 말을 몸소 실천해 왔다. 2024년에는 이스라엘과 분쟁 중이던 레바논에서, 2025년에는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을 보냈다. 그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과 관련한 레오 14세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 빚어진 갈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교황님이 하신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전한 매튜 수사는 “교황님께서는 절대로 정치적인 논쟁에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복음에 충실하게 말씀하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3년 12월부터 떼제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매튜 수사는 그리스도교가 교파를 초월해 ‘평화’라는 공통된 지향을 함께 이뤄가는 ‘하느님 백성’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는 “교회 일치 운동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떼제공동체는 각 교파의 전통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느님의 자녀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몸소 증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주교, 정교회, 개신교가 신학적으로만 대화하다 보면 서로 다른 의견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며 “하지만 교파가 달라도 전쟁 희생자와 난민, 교도소의 수용자 등 많은 사람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고 설명했다. “떼제공동체는 세간의 관심을 끌거나, 어떠한 운동을 조직적으로 펼치는 곳이 아닙니다. 함께 기도 안에서 힘을 얻고, 각자의 지역 교회와 교파로 돌아가 신앙생활을 하도록 돕는 곳이죠. 바로 그런 공동체 안에서 모든 교파가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일치해 나가는 것입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21면

예수성심시녀회 ‘청년달꿈’, “홀로 선 청년들에게 ‘용기’ 배달합니다”

자립준비청년 주거공간인 대구 삼덕SOS자립생활관에 매주 도시락이 도착한다. 처음에는 청년들이 각자 방으로 가져가 혼자 먹던 도시락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거실로 나와 함께 도시락을 먹고, 찌개를 끓이고, 서로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유성식(요한 세례자) 원장은 5월 1일 생활관을 찾은 예수성심시녀회 ‘청년달꿈’ 수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수녀님들이 매주 갖다주시는 도시락 덕분에 이곳에 ‘식구(食口)’가 만들어졌어요.” ‘청년들과 함께 달린다’는 이름의 ‘청년달꿈’은 예수성심시녀회의 청년사도직 활동이다. 소임을 맡은 안현숙(제레미야)·배진숙(루이데레사)·지영연(안토니아) 수녀는 매주 정성껏 도시락을 만들어 대구 지역 자립준비청년과 은둔청년, 조손 가정 등 45가구 50여 명에게 전하고 있다. 도시락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수녀들은 청년들이 문 앞까지라도 걸어 나올 수 있도록 밖에서 조용히 기다린다. 아직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려운 청년에게는 문고리에 도시락을 걸어두고 돌아선다.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면 짧은 인사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외식으로, 때로는 수녀원 식사 초대로 관계를 넓혀 간다. 안 수녀는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 건강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엄마들이 도시락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도 청년들이 사회에 건강하게 한 발 한 발 내디뎠으면 하는 바람을 도시락에 담는다”고 밝혔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 등의 보호를 받다 만 18세 이후 홀로서기를 시작한 젊은이를 말한다. 매년 2000~2500명의 청년이 보호 종료 후 사회로 나오지만, 일부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고립, 관계 단절을 겪으며 은둔 상태로 내몰리기도 한다. 배 수녀는 “자립준비청년들은 내면의 힘을 충분히 기르기도 전에 울타리가 사라지는 듯한 경험을 한다”며 “작은 실패만 겪어도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락을 기다리는 청년들도 수녀들의 마음을 안다. 매주 도시락을 받는 정찬우(가명·27) 씨는 “양이 많다 싶을 때도 있지만, 수녀님들이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시는지 알기에 절대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는다”고 말했다. 수녀들에게 가장 큰 보람은 청년들이 조금씩 사람 곁으로 나오는 순간이다. 지 수녀는 생활관 안에 ‘식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 좋은 일이 있다니 큰 보람을 느낀다”며 “‘사랑은 한 가족이라는 표현’이라고 하신 설립자 루이 델랑드 신부님의 말씀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후원 계좌 하나은행 501-910008-75004 (재단)포항예수성심시녀회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