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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강진에 교회 연대 확산… 교황, 긴급 구호금 지원

[외신종합] 콜롬비아 서부 지역에 8월 10일 오전(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4의 강진으로 300명 가까이 숨진 가운데 연대와 구호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수도 보고타를 비롯해 칼리, 페레이라, 마니살레스 지역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으며, 마니살레스대성당을 포함해 여러 성당과 수도원 등 교회 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콜롬비아 주교회의는 지진 발생 직후 웹사이트에 호소문을 게재하고 “누구도 이 재난을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며 “콜롬비아의 형제자매들이 겪는 고통에 연대해 달라”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도 콜롬비아 지진 소식을 접한 뒤 11일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통해 콜롬비아 주교회의 의장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무네라 코레아 대주교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지진으로 인한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과 피해를 입은 이들의 신속한 회복을 위해 기도한다”고 전했다. 또한 교황은 콜롬비아에 긴급 구호금으로 우선 10만 유로(한화 약 1억6255만 원)를 보냈다. 교황자선소를 통해 전달된 이 기금은 큰 피해를 입은 교구들이 현장에서 펼치는 긴급 구호 활동에 사용된다. 교황청은 장기적인 피해 복구가 필요할 경우 추가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 교황은 12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일반알현과 15일 카스텔 간돌포에서 봉헌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후에도 콜롬비아 지진 희생자들과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를 바쳤다. 라틴아메리카 각국 주교회의도 지진으로 고통받는 콜롬비아를 위한 기도와 재정 지원에 나섰다.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CELAM)는 11일 콜롬비아 국민에게 깊은 친교와 연대의 뜻을 나타내면서 “이재민 가정과 원주민 공동체를 포함한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 지역 내 모든 주교회의에 “콜롬비아가 주택과 사회 기반 시설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다시 세울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했다. 멕시코와 에콰도르,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교회 지도자들도 개별적으로 연대 메시지를 발표했다. 멕시코 주교단은 “멕시코 카리타스를 통해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주 라레도교구장 존 고메스 주교 역시 콜롬비아 지진 발생 후 성명을 내고 가톨릭 신자들에게 “구조대가 피해 현장에 갇혀 있는 이들을 찾아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고메스 주교는 자신의 현지 가족들은 무사하다고 전하면서도 “지인들과 이웃들은 이번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7면

[우리 이웃 이야기] 제12기 대건청소년해외봉사단 단장 홍수현 씨

“봉사를 하러 갔지만 오히려 제가 더 많은 사랑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사랑은 한쪽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면서 함께 채워지는 것이라는 걸 배웠어요.” 재단법인 대건청소년회 제12기 대건청소년해외봉사단 단장 홍수현(아나스타시아·20·수원교구 제1대리구 세마본당) 씨에게 라오스에서의 시간은 ‘15개의 사랑이 피어난 시간’이었다. 서로 다른 15명의 단원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현지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봉사단은 7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8박 10일 간 라오스 폰홍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15명의 단원은 넝낙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교육·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현지 청소년 짝꿍인 ‘무디’들과 함께 교실에 페인트를 칠하는 등 학교 시설 개선에도 힘을 보탰다. 무디는 라오스어로 친구를 뜻하는 ‘무’와 영어 ‘버디(Buddy)’를 합친 이름이다. 홍 씨가 봉사단에 지원한 계기는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2025년 여름에 농촌 봉사활동을 하며 새로운 곳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을 쓰는 기쁨을 알게 됐어요. 새로운 곳에서 사랑을 내주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단원들은 3월부터 여섯 차례 준비 모임을 갖고 교육과 체험,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했다. 단장을 맡은 홍 씨가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우리’가 되는 일이었다. “현지 상황은 한국에서 준비할 때와 다를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대비하며 모든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 단원들과 하나 되는 마음으로 봉사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친목을 다지는 데도 집중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몽족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봉사였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내용을 현지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무디들이 몽족어로 설명을 도왔다. 언어가 다른 이들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하나의 팀이 되는 경험이었다. 특히 짧은 만남에 온 마음을 쏟아 준 한 무디의 모습은 홍 씨에게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알려줬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짧은 관계에서도 이렇게 많이 사랑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함께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먼저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걱정도 컸다. 그러나 손을 잡고 걷고 눈을 맞추며 웃고, 서툰 말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마음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누군가는 말로, 누군가는 장난으로, 또 누군가는 손을 잡거나 조용히 곁을 지키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홍 씨가 이번 활동을 ‘15개의 서로 다른 사랑’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봉사는 홍 씨의 신앙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복음을 선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건네는 것 자체가 하느님의 가르침을 살아내는 일임을 깨달았다. “현지에서는 날씨나 여러 환경 때문에 아무리 준비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고 의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무언가를 주기 위해 떠난 길이었지만 홍 씨는 봉사를 통해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마음을 표현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고 싶어요. 우리가 함께 피워낸 사랑이 각자의 삶에서도 또 다른 사랑으로 계속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2면

[예술로 빚은 신앙] 첫 만남

예술과 신앙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듯하지만 때로 절묘하게 만난다. 종교미술은 정신을 물질로 드러내고, 물질을 통해 다시 정신을 일깨운다. 예식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그 쓰임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때, 예술과 신앙은 하나가 된다. 세례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포일본당 신부님이 미술 전공자들을 성당으로 불러 모았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회색 시멘트벽이 그대로 드러난 성당에 임시로 걸 14처를 그려 달라는 부탁이었다. 화가 중에는 이미 성화를 그려본 분도 있었지만, 나처럼 신앙도 그림도 처음인 경우도 있었다. 주임신부님은 우리에게 가톨릭 성물의 역사와 14처의 내용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14개의 쪽지 중 나는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뽑았다. 당황했다. 미술대학을 나왔지만 입체를 다루는 조소를 전공했고, 그림을 그리지 않은 지도 오래였다. 무엇보다 초보 신자라 교리도, 예수님의 수난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가난한 유학생의 아내로 미국에서 생활하던 시절, 외로움과 생활고를 견디다 교회를 찾았다. 남편이 개신교에 비판적이어서 수소문해 찾아간 곳이 한인성당이었다. 개신교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그림으로 가르친 적은 있었지만, 정작 나는 성경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아이들은 노아의 방주와 에덴동산을 즐겁게 그렸지만, 내게 성경은 여전히 낯선 이름이 가득한 두꺼운 책이었다. 귀국 후 포일본당에서 세례를 받았지만, 그런 내가 예수님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며칠을 고민한 끝에 신부님을 찾아가 말했다. “신부님,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못 하겠습니다.” 며칠 뒤 본당의 큰 수녀님에게 전화가 왔다. “제르트루다, 언제 시간 나시나요?” 그렇게 시작됐다. 수녀님의 일대일 신앙강좌가. 그날부터 수녀님은 매일 저녁 우리 집으로 오셨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수녀님은 곁에서 기도하며 14처의 의미와 예수님의 수난을 들려주셨다. 유화를 다룬 경험이 없어 파스텔로 그림을 그렸다. 손가락으로 색을 문지르다 보면 얼굴에 가루가 묻곤 했다. 수녀님이 흰 손수건으로 내 볼의 파스텔 자국을 닦아 주시던 감촉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림은 사흘 만에 완성됐다. 액자에 넣은 14처가 성당 벽에 걸리자 신자들은 그 앞에서 기도했다. 많은 신자가 내 작품을 보고 가는 것이 부끄러워 미사 중에 몰래 내 그림을 바라보곤 했다. 한 달쯤 뒤 외벽 공사가 시작되며 그림이 사라졌다. 성당 사무실에 찾으러 갔더니 직원은 뜻밖의 말을 전했다. “주교님께서 마음에 드신다고 가져가셨어요.” 며칠 뒤에는 주교님에게 감사 전화까지 받았다.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했던 그 경험은 내 신앙과 작품 활동의 출발점이 됐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때의 기억을 품고 여전히 흙을 만지고 있다. 예술과 신앙이 처음 만났던 자리에서 시작된 길을 지금도 묵묵히 걷고 있다. 글 _ 추명희 제르트루다(수원교구 가톨릭미술가회)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3면

[미리 가 보는 WYD 동행의 길] 광주대교구 청년대회 Pre-WYD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교구대회를 앞둔 교구들의 사전 행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광주대교구, 전주교구, 의정부교구는 교구별 특성에 맞는 주제를 내세워 청년, 교구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WYD 경험이 없는 청년들은 WYD의 정신을 순례자로서 미리 경험할 수 있었고, 평화와 생태·동행·순례 등 각 교구만의 특색에 따라 펼쳐질 2027년 교구대회를 먼저 체험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8월 15일부터 17일까지의 교구별 여정을 소개한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광주대교구 청년들이 먼저 순례자가 되어 WYD의 여정을 미리 걸었다. 광주대교구는 8월 15일부터 1박2일 간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청년 순례자 만남의 길, Pre-WYD, 청순로드’를 주제로 ‘2026 광주대교구 청년대회 Pre-WYD’를 열었다. WYD를 경험해 보지 못한 청년들이 먼저 순례자가 되어 대회를 미리 체험하고, 신앙 안에서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한 행사다. 500여 명의 청년이 참가한 대회에서는 교리 교육과 특별 버스킹, 성체 조배와 떼제 기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선교와 민주화, 성소, 사랑을 주제로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리 교육이 진행됐고, 공소를 찾아 합창 찬양을 하는 봉사 단체 ‘주사위’와 함께 떼제 기도를 봉헌하는 ‘촛불하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신부들이 직접 무대에 오른 특별 버스킹에서는 윤진수(요셉) 신부와 정경륜(대건 안드레아) 신부 등이 출연해 청년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교구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공동체가 생산한 친환경 먹거리와 씨튼 베이커리의 우리밀 과자를 맛보는 ‘빵지순례’도 청년들의 호응을 얻었다. 광주가톨릭평화방송의 ‘생활성가 선물가게’도 특집 공개방송으로 청년들을 만났다. 생활성가 가수 디이에스 워십과 주비루스 등이 무대에 올라 성가를 함께 부르며 찬양 축제의 분위기를 더했다. 밤에는 ‘순례자의 밤’을 통해 각자의 신앙 경험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행사 중에는 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주례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가 봉헌됐다. 옥 대주교는 “이 순례길, 앞으로의 인생길뿐만 아니라 내년 WYD의 길도 날씨, 언어, 음식, 인파 등으로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청년들이 미리 함께 걸어 보는 이 길을 통해 내년의 길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혼자 걸어간다면 힘들 수 있겠지만 함께 걸어간다면 어려움을 모두 이겨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11면

[미리 가 보는 WYD 동행의 길] 의정부교구 ‘2026 pre-WYD 페스티벌’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교구대회를 앞둔 교구들의 사전 행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광주대교구, 전주교구, 의정부교구는 교구별 특성에 맞는 주제를 내세워 청년, 교구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WYD 경험이 없는 청년들은 WYD의 정신을 순례자로서 미리 경험할 수 있었고, 평화와 생태·동행·순례 등 각 교구만의 특색에 따라 펼쳐질 2027년 교구대회를 먼저 체험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8월 15일부터 17일까지의 교구별 여정을 소개한다. 의정부교구는 8월 15일 경기도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순교, 생태, 평화’를 주제로 ‘2026 pre-WYD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와 사제단을 비롯해 김덕현 연천군수, 박영철 연천군의회 의장 등 내빈과 교구민, 청년, 경기도민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교구 pre-WYD 주제인 ‘순교, 생태, 평화’는 내년에 열릴 2027 WYD 의정부 교구대회의 주제이기도 하다. 마재 성가정 성지와 양주 순교 성지 등 한국교회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가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신앙의 현장이자, DMZ를 비롯한 풍부한 자연 생태계, 한반도 접경지역이라는 교구의 특성 등을 고려해 정했다. 손희송 주교는 이날 행사 중 봉헌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성모님이 구세주의 어머니라고 해서 삶이 평탄하지 않았고,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쁨과 슬픔, 고통과 위안이 반복되는 삶을 사셨다”며 “그럼에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하늘의 영광을 드러내셨다”고 전했다. 이어 “하느님께서는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안고 동행하시는 분이므로, 여러분도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면서 기쁘게 살아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사에 앞서 미르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선보이는 ‘경기도민과 함께하는 평화음악회’가 열렸고, 미사 후에는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경배가 이어졌다. 또한 WYD 상징물이 순례 중인 의정부교구는 본 행사에 앞서 연천 태풍전망대 일대에서 청년 참가자들과 함께 WYD 상징물 경배 예식을 열었다. 태풍전망대는 휴전선을 기준으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청년들은 남북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상징물 순례에 함께했다. 교구 청년 봉사자 조승연(아나스타시아) 씨는 “오늘 축제를 봉사자로서 준비하며 행사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인도해달라고 기도했다”며 “오늘 많은 청년, 신자분이 오셔서 평화음악회도 즐기고, WYD의 의미도 되새기며 함께 기도할 수 있던 뜻깊은 하루였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11면

청주교구 멍에목 성지 선포 10주년 기념미사 봉헌

청주교구 멍에목 성지는 8월 15일 성지 선포 10주년 기념미사를 담임 권상우(베드로) 신부 주례로 봉헌했다. 이번 행사는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시복시성을 기원하고, 가경자의 영성을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열렸다. 멍에목은 최 신부가 성사와 미사를 집전했던 사목지다. 병인박해 시복 재판 기록인 「병인치명사적」에는 조 바오로, 하느님의 종 최용운(암브로시오), 전 야고보 등 멍에목 교우촌에 살았던 신자들이 최 신부에게 세례를 받은 기록이 남아 있다. 성지는 10주년을 맞아 순례객의 신앙을 고양할 수 있는 다양한 기념사업도 펼쳤다. 최 신부의 영성을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동상을 제작했다. 최 신부의 또 다른 사목지였던 배티 순교 성지 내 동상과 같은 모습으로 제작해 상(像)을 통한 공경의 연결성을 잇고자 했다. 동상 축복식은 6월 21일 거행됐다. 이외에도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 바뇌 성모상’과 촛불 봉헌대를 안치했으며, 십자가의 길 14처도 야외에 조성했다. 권상우 신부는 “신앙 선조들의 흔적이 잊히지 않고 전해지도록 계획하신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에 찬미를 드린다”며 “인간의 눈으로 보면 멍에목이 사람의 노력으로 개발되고 가꿔져 온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과 순례자의 기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성지 선포 이전에도 거룩한 땅이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순교 사적지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최 신부님의 신앙 열정을 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성지는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구병리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 박해시기 교우촌이 있던 곳으로 2014년 시복된 복자 박경화(바오로)·박사의(안드레아) 부자 등 지역 내 순교자들의 고향이다. 이와 같은 교회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8월 12일 제3대 교구장이었던 장봉훈(가브리엘) 주교에 의해 성지로 지정됐다.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3면

한국교회사연구소,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 140주년 기념 가을학기 공개대학

한국교회사연구소는 박해 종식을 가져온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 140주년을 기념해 ‘조불수호조약, 신앙의 자유에서 근대사회로’를 주제로 2026년 가을학기 공개대학을 개최한다. 공개대학은 9월 2일부터 11월 11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연구소 4층에서 열리며, 11월 18일 종강미사를 봉헌한다. 공개대학에서는 조불수호통상조약 전후 한국교회사 전반의 주요 사건을 살펴보고 이 조약의 의미를 되짚어 볼 계획이다. 1866년 병인박해 이후 한국교회의 재건, 1886년 조약 체결을 통한 신앙의 자유 확보, 신학교 설립 등이 주요하게 다뤄진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박해 시기를 지나 근대 전환기를 맞이해 한국 사회와 어떻게 조우했는지를 고찰하고 그 역사적 과정을 공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프란치스코) 신부가 개강일에 공개대학 전체 개요와 더불어 병인박해 이후 한불 관계에 대해 강의한다. 역사학자 방상근(석문 가롤로) 박사는 9월 9일 ‘조불수호통상조약과 신앙의 자유’,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안창모(요한 크리소스토모) 교수는 10월 7일 ‘명동대성당과 근대 서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명섭 교수는 11월 11일 ‘조선과 프랑스의 수교: 제국에서 국제로’를 주제로 각각 강의한다. 공개대학 기간 중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는 일본 성지순례가 예정돼 있다. 수강료 10만 원. ※문의 010-8757-7639 한국교회사연구동인회 간사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6면

[독자마당] 십자가의 빛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난 7월 29일 오후 8시, 수원교구 성라자로마을에서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D-365를 기념하는 묵주기도 운동 ‘로프업’ 행사가 있었다. 묵주기도를 바치며 성모동산까지 가는 길엔 점점 어둠이 짙게 내리고 온몸은 땀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다 함께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로 마음만은 잔잔한 감동으로 가득 차올랐다. 성모동산에는 성인 세 분의 유해가 제대에 모셔져 있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 가롤로(카를로) 아쿠티스의 유해 앞에서 봉헌된 미사는 1년 뒤 열릴 WYD를 위해 수원교구의 각 성당과 성지로 순례를 향하는 첫걸음이었다. 묵주기도를 바치고 미사를 봉헌하며 우리는 청년들의 믿음과 평화, 그리고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집으로 돌아온 늦은 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다가 우연히 달빛 사이로 십자가를 연상시키는 빛의 모습을 보게 됐다. 그것이 자연현상이었는지, 빛의 굴절이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놀라운 현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그 순간 내게는 하루 동안의 기도가 다시 떠오르며, 하느님께서 “함께 걸어가자”고 초대하시는 듯한 깊은 평화를 느꼈다. 십자가의 빛은 10초 정도 짙어지다가 사라지기를 대여섯 차례 반복했다. WYD는 일반적 국제 행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지닌 젊은이들이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되어 희망을 나누는 순례이며, 교회가 다음 세대와 함께 미래를 열어 가는 신앙의 여정이다. 올해 3월 25일부터 4월 22일까지 수원교구에서 이어졌던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순례에 이어 이번 성인 유해 순례 역시 성인들의 삶을 따라 우리 자신의 삶의 여정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나는 빛을 기록하지만 신앙은 그 빛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 신앙 안에서 바라보는 빛은 단순한 밝음이 아니라 우리를 하느님께 이끄는 희망의 표지이기도 하다. 그날 밤 달빛과 함께 보여주신 십자가는 앞으로의 여정을 기도로 준비하며 그리스도의 빛을 따라 걷는 순례자가 되라는 하느님의 조용한 초대로 다가왔고, 나는 그 초대를 가슴 깊이 새기며 내게 주어진 순례의 걸음을 힘차게 다시 내딛기로 했다. 글 _ 김경은 율리아나(수원교구 성남 서판교본당) ※ 독자마당은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따뜻한 신앙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일상 속 은총의 순간들, 이웃과 나누고 싶은 미담을 자유롭게 보내 주세요.(A4 ⅔장 이내) 보내실 곳 서울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2층 이메일 jebo@catimes.kr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22면

둔감하고 뻔뻔해도, 작은 몫의 빛이 되길!

올해 2월, 학회 발표를 위해 오랜만에 일본에 갔다. 종교와 평화 관련 학회라 참여자들은 가톨릭, 개신교, 불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 배경을 지녔고,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평화로운 태도가 배어 있었다. 가톨릭 신자는 세 명이었는데, 그중 한 분이 숙소에서 가까운 성당을 찾았다며 다음 날 새벽미사에 함께 가겠느냐고 물으셨다. 종일 진행된 학회에 피곤했지만, 반갑게 약속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는데, 번쩍 눈을 떠보니 아침이 되었다. 5시 47분, 화들짝 깨어 옷만 챙겨 입고 후닥닥 뛰쳐나갔다. 오전 6시 미사에 간다고, 알람을 오후 5시 반에 맞췄던 거다. 다행히 성당은 걸어서 3분 거리에 있었고, 언제나처럼 성모님이 작은 아이를 안고 고요히 나를 맞아주셨다. 환대하는 성모상을 지나 들어간 대성전은 어두웠다. 바로 옆 작은 경당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쫓아 들어서니, 중년 남녀 두 분이 신부님과 함께 제대를 바라보며 기도문을 읊고 계셨다. 성무일도의 아침기도 중이신 듯했다. 기도를 마치자, 직접 미사 준비를 하러 초로의 신부님이 일어나셨다. 그때 드러난 갈색 옷과 두건, 깜짝 놀랐다. 내가 틈날 때마다 가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자주 보던 수도복이었다. 갑자기 눈물이 어리더니,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어 미사 내내 뜨거운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일본인 세 명과 한국에서 온 세 이방인이 함께 드린 그 미사는, 내게 평생 기억할 순간이 되었다. 일본의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0.35% 정도이다. 그토록 소수인 성당이 숙소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것도, 그 성당이 프란치스코 성인을 따라 사는 수도회였다는 것도 단순한 우연 같지 않았다. 새롭게 감지한 평화의 사도 프란치스코, 평화를 찾던 내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미사가 끝난 후, 나는 처음 본 세 일본인 앞에서 주체할 수 없던 눈물을 닦으며 선언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을 따르기로 결심했노라고. 그동안 나는 교회에서 평화를 강의할 때면, 깊이 알지도 못하는 프란치스코 성인을 얘기하며 새와 대화하는 그림을 보여주곤 했다. 팬데믹으로 미사가 중단됐을 때나 본당 미사를 놓치면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으로 가서 미사 참례를 했고, 특히 신부님 강론이 좋아 월요일마다 갔다. 거슬러 생각해 보니, 그곳은 평화 활동을 금기시하던 정권하에서 모든 곳이 장소 대여를 거부할 때 공간을 내준 유일한 곳이기도 했다. 게다가 제주에서 진행하는 평화캠프도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해왔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내가 평화를 따지러 간 본당에서 첫 시작을 동반해 주신 분도 프란치스코 신부님이셨고, 내게 감동의 구절과 순간을 보여주신 분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아니시던가. 내 삶에 가득하던 프란치스코 성인을 그렇게 강렬하게 울어내야 알아차리다니.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인 이때, 이토록 둔감한 나까지도 포기하지 않으시는 끈질긴 주님이시다. 이리 둔하게 나를 내셨으니, 끝까지 책임지시겠지. 이리 뻔뻔해도 애타게 사랑하시니, 나 또한 사랑할밖에. 덜렁대고 헤매도 눈부신 빛으로 내 갈 길을 비추시니, 그 큰 빛에 기대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으리라. 나를 스친 인연들에 진 큰 빚을 작은 몫의 빛으로나마 비출 수 있기를! 그동안 그리고 앞으로 함께해 주실 모든 분의 평화를 빌며, 이 뜨거운 여름의 막바지 인사를 전한다. 글 _ 손서정 베아트릭스(삶을 살리는 평화 교육 연구소 소장)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22면

‘우리 모두 하나 되어’… 그 말이 현실이 되려면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전주교구 청년대회(JYD)의 주제는 하나의 질문으로 다가왔다. “정말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을까?” 8월 15일부터 전주 치명자산성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JYD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마련된 자리였다. 청년들은 서로 다른 본당에서 왔고 나이도, 삶의 배경도 달랐다. 외국인 청년들도 함께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도 있었지만 누구도 그 차이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았다. 모르는 것은 먼저 알려주고, 낯선 이에게 말을 건네며, 어색함 대신 환대를 선택했다. ‘우리 모두 하나 되어’라는 주제는 강론이나 강의보다 청년들의 행동 속에서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현실을 돌아보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치권은 통합을 말하면서도 조롱과 막말을 쏟아내고, 비난과 혐오의 언어가 오간다. 일상도 마찬가지다. 온·오프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차이를 이해하기보다 밀어내는 일이 더 쉬워진 듯하다. 그래서 이번 청년대회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하나 됨’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었다. 먼저 다가가는 용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려는 마음,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손을 내미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됐다. 청년들은 그런 작은 실천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서울 WYD를 앞두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행사만이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인부터 세상 안에서 ‘하나 됨’을 살아내는 일이다. 청년대회에서 만난 젊은이들과 봉사자들이 보여준 환대와 존중이 교회 울타리를 넘어 우리의 일상으로 이어질 때, ‘우리 모두 하나 되어’라는 말은 비로소 구호를 넘어 삶이 될 것이다.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23면

핵 없는 평화로운 세상 위해 노력하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가 ‘핵무기도, 핵발전소도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얼마 전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 인공지능(AI) 활용 확대와 이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로 핵발전 확대 논리가 다시금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이번 성명은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AI 활용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곧장 핵발전소 건설의 충분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해 운전을 시작하기까지는 빨라도 13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메가프로젝트와는 시간적으로도 맞지 않다. 레오 14세 교황은 회칙 「고귀한 인류」에서 “기술적 진보는 이를 인도하는 인간학적 비전과 추구하는 목적에 대한 세심한 식별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수요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이익과 위험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인간 존엄과 안전은 물론이고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까지도 먼저 고려해야 한다. 핵무기가 가져온 끔찍한 피해는 원폭 피해자들과 그 후손들에게까지 여전히 고통을 주고 있다. 핵발전소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보다 생명과 안전이 먼저다. 박 아빠스가 성명을 통해 당부한 것처럼 ‘생명 중심의 새로운 세상, 인류와 생태계의 수많은 생명을 포함한 전 지구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23면

[AI 말고 인간!] AI가 공감한다? 그래도 인간만이 아파한다

새벽 두 시, 병실 보호자 의자에 앉아 있던 이는 결국 휴대폰을 켠다. 손가락이 떨리는 채로 오늘 있었던 일을 적어 내려간다. 몇 초 뒤, 화면에는 흠잡을 데 없이 다정한 문장들이 도착한다.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문장은 매끄럽고 위로는 정확하다.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 사람보다 먼저 찾는 것이 화면인 시대다. 그런데 이상하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가슴 한편은 여전히 헛헛하다. 이 헛헛함에는 이유가 있다. 텍사스대학교, 하버드대학교, 토론토대학교, 히브리대학교 소속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2026년 7월 발표한 논문에서 이른바 ‘인공지능(AI) 공감의 역설’을 정리했다. 낯선 사람에게 위로의 글을 받아 든 이들에게 그 글을 누가 썼는지 밝히지 않고 평가하게 하면, 사람들은 오히려 AI가 쓴 문장을 인간이 쓴 문장보다 더 공감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장이 더 매끄럽고, 더 세심하며, 감정을 더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의사나 위기 상담 훈련을 받은 상담원과 견주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글이 AI가 쓴 것임을 알게 되는 순간, 평가는 곧바로 뒤집혔다. 같은 문장인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덜 공감적이라 느꼈다. 결정적으로, 실제로 누구의 위로를 받을지 고르게 했을 때는 더 뛰어나다고 스스로 평가했던 AI가 아니라 사람을 선택했다. 왜일까? 연구팀은 몇 가지 짐작되는 이유 가운데, 인간의 공감이 품이 드는 일이라는 점을 첫손에 꼽는다. 누군가의 아픔을 듣는 것은 내 마음의 일부를 내어 주는 일이다. 듣는 사람도 함께 무거워지고, 함께 잠 못 이루기도 한다. 인간의 위로는 그래서 한정되어 있다. 시간과 마음의 여력이 있어야 하고, 때로는 자신의 아픔마저 밀어두어야 가능하다. AI는 이 무게를 지지 않는다. 슬픈 사연 뒤에 곧바로 다음 사용자의 즐거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AI는 아픔을 이해하고 적절한 언어로 옮길 수 있지만, 그 아픔을 자기 몸으로 나눠지지는 못한다. 공감이라는 말 그대로, 함께 느끼려면 느낄 몸과 시간과 대가가 있어야 한다. 인간의 위로가 서툴러도 뭉클한 이유는 정확한 문장 때문이 아니라, 그 말 뒤에 뜬눈으로 지새운 밤과 무거워진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곁에 있는 이가 아파하면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굳고 몸이 움츠러든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도 함께 아파하는 이 반응이야말로 오랜 세월 사람과 사람을 묶어온 끈이었다. 병자를 찾아가 손을 잡고, 상을 당한 이 곁에 말없이 앉아 있는 일이 그래서 의미가 있다. 정확한 위로의 말이 없어도,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로이기 때문이다. AI는 언제나 정확하고 지치지 않는 위로를 건넬 수 있다. 그러나 그 위로에는 대가가 없기에, 받는 이의 마음 깊은 곳까지는 가닿지 못한다. 진짜 위로는 나를 덜어 상대에게 건네는 데서 시작한다. 오늘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당신은 정확한 말을 고르고 있었는가, 아니면 함께 아파하고 있었는가. AI가 공감한다? 그래도 인간만이, 아파한다. 글 _ 최홍규 안토니오(EBS 디지털교육기획부 연구위원, 미디어학 박사)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16면

전 세계 54억 명, 심각한 종교 자유 침해에 신음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약 54억 명)가 단지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부당한 체포·구금, 폭력, 법적 차별, 강제 이주 등 가혹한 인권 침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위주의 정권 탄압, 혐오·극단주의 공격, 인공지능(AI) 감시, 조직범죄까지 더해져 인권 침해는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띠며 악화 일변도를 걷고 있다.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이하 ACN)가 지난해 10월 발행한 「2025년 세계 종교 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조사 대상 196개국 중 62개국(세계 인구의 64.7%)에서 심각한 종교 자유 침해가 확인됐다. 1999년부터 2년마다 종교 자유 실태를 기록해 온 ACN의 이번 보고서(조사 기간 2023년~2024년)에서 최악의 범주인 ‘박해 국가’ 24개국 중 18개국(75%)은 상황이 더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24개국에는 중국·인도·나이지리아·북한 등이 포함되며, 4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박해 영향 아래 놓여있다. 예배와 표현, 법적 평등이 체계적으로 제한되는 ‘차별 국가’는 이집트·멕시코·튀르키예·베트남 등 38개국으로 약 13억 명에 이른다. 종교 자유 위협의 경고 신호가 급증해 ‘관찰 대상’으로 분류된 나라도 24개국이다. 권위주의 통치는 중국, 에리트레아, 이란 등 19개국에서 박해의, 33개국에서 차별의 주원인으로 밝혀졌다. 해당 국가 정부들은 반대하는 신앙을 명시하고 광범위한 감시, 제한적 법률 적용 등 체계적 탄압을 가한다. 중국, 북한, 파키스탄 등은 AI 감시망 등 신기술을 종교적 표현 감시·처벌에 투입했다. 세계적 무력 충돌로 종교 자유는 전쟁의 희생양이 됐다. 우크라이나·수단·미얀마·가자 지구 등지의 분쟁은 대규모 이주와 교회 폐쇄, 표적 공격으로 이어졌다. 프랑스의 그리스도교 표적 범죄 1000여 건, 캐나다의 교회 방화 24건, 그리스의 교회 기물 파손 600건 등 서구의 반종교 증오 범죄도 급증했다. 아프리카 사헬에서 남아시아까지 확산한 지하디스트 극단주의는 15개국에서 박해의 원인이 됐다. 나이지리아, 아이티, 멕시코에서는 조직범죄가 교회를 표적으로 삼았으며, 파키스탄과 이집트 등지에서는 10세 아동까지 포함한 여성 미성년자 납치와 강제 개종·혼인이 가해자 처벌 없이 자행된다. 암담한 현실에서도 ACN은 132개국에서 50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평화 구축과 필수 인도적 지원에 힘쓰고 있다. ACN 한국지부는 한국교회의 인식 제고와 연대를 위해 8월 21일 보고서의 한국어판 요약집을 발간했다. ACN 한국지부는 “모든 이의 종교 자유를 옹호하는 것은 공동의 책임”이라며, 자유 침해를 고발하고 인식을 넓히며 계속 정보를 취하는 그리스도인다운 동행을 호소했다. ※문의 02-796-6440 ACN 한국지부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4면

[WYD와 함께] “Do you know 청주?”

진짜 여행, 진짜 순례 미국 교포사목 시절 가끔 한국에서 손님이 오신 적이 있습니다. 여행을 왔으니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도 한적한 시골마을의 소박한 식당에서 식사할 때면 올라오는 묘한 감성, “이게 진짜 미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우리가 어느 나라든 여행을 가면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장소들과 관광지를 먼저 둘러보게 됩니다.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차차 안으로 들어가고 점점 소소한 곳을 찾아보게 되지요. 한적한 시골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이게 진짜 00이구나’ 하게 만드는 그 감성여행. 그러면 우리를 찾는 외국 청년들에게 ‘이게 진짜 한국이구나’를 보여주는 찐 원조는 어디일까요? 그것이 바로 WYD의 교구대회입니다! 5+1+5=11 WYD는 5일간의 교구대회와 중간 이동시간 하루 그리고 서울에서 거행되는 5일간의 본대회로 총 11일간 진행됩니다. 개최국의 수도와 다른 지역까지 여행 같은 순례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 교구대회입니다. 전반부의 5일은 서울 외 다른 교구의 도시들을 방문하여 그 동네만의 고유한 문화와 신앙을 체험하는 교구 청년대회를 진행하는 것이죠. 외국 청년들이 해당 교구에 도착하면 환영식을 거행하고 본당과 지구별 친교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가정생활과 지역문화를 탐방해 보고 신앙과 지역문화가 어우러진 부스 체험을 통해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를 체험해 봅니다. 교구의 지구·본당 공동체와의 친교 시간과 지역별 관광, 문화코스를 둘러보며 지역 내 성지순례도 빼먹지 않습니다. 이렇게 그 지역의 전통, 사회, 문화, 신앙에 대해 체험을 마치면 서울의 본대회로 파견을 받아 교황님과 함께 5일간 본대회를 진행합니다. 지역 교구에서의 대회 전반부 공동체와 신앙과 친교 나누며 순례자들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지역 고유 전통과 문화 체험 Do you know 청주? 청주 몰라? 왜? 2025년 가을 서울 WYD 조직위 봉사자들과 함께 인도네시아로 WYD 십자가 순례를 하러 갔을때 한국, 서울에서 왔다고 얘기하니 하나같이 던지는 인도네시아 친구들의 질문이 “Do you know 청주?”였습니다. 아니 청주? 충북 청주? 청주를 어떻게 알지? “친구들은 청주를 어떻게 알아요?” 하고 그 이유를 물어보니 2014년 교황님 방한 당시 인도네시아 청년들도 대전에서 개최된 아시아청년대회(AYD)에 참가했는데 인도네시아 친구들이 머물렀던 지역이 청주시, 청주교구였던 것입니다.(다행히 저도 아는 신자분이 살고 있어 몇 번 가봤던 경험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청주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니 인도네시아 친구들 마음속에 청주는 매우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였고 사람들은 친절했고 신자들은 따뜻했으며 복잡한 서울과는 다른 청아한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니 인도네시아 친구들에게 한국 하면 서울보다 청주, “Do you know 청주? 청주 몰라? 너는 한국 사람인데 왜 청주를 몰라?”라는 질문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이어 던지는 모습은 정말 색다르게 재미있고 귀여운 모습이었습니다. 교구대회, 당신의 한국을 보여주세요!!! K-pop과 K-드라마 K-food 그리고 ‘케.데.헌’ 등으로 알려진 한국은 어디까지나 매체를 통해 눈으로 또는 귀로 간접 체험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안에 진짜 한국을 보여주고 체험할 차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어떤 나라의 관광지만 둘러보고 그 나라를 모두 체험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요. 요즘 일본도 도쿄, 오사카와 같은 대도시 말고 작은 소도시를 여행하는 상품과 항공편이 속속 나오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WYD 본대회를 서울에서 하니 서울만 신나고 좋은 거 아닌가요?” 하는 걱정과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어느 나라든 WYD는 본대회 개최도시와 함께 그 나라의 모든 교구가 보편적으로 이루고 만들어가는 대회입니다. 내년 여름, 서울과 함께 15개의 교구와 대표 도시(광주, 대구, 부산, 인천, 전주, 제주, 대전, 수원, 원주, 춘천, 마산, 안동, 군종교구, 의정부, 청주)들이 와글와글 바글바글하기를 그리고 진짜 한국을 향하는 외국청년들에게 소소하고 아름다운 추억들이 가득하기를 함께 기도해 봅니다. 이제 WYD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신자 여러분들만의 숨겨진, 소소한, 아름다운 한국을 보여주세요. 그게 진짜 한국이고 그게 진짜 K-WYD입니다. 글 _ 김윤욱 루카 신부(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영성구현본부 행사총괄부)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17면

바보의나눔, 상공인 기부 캠페인 ‘바보나눔터’ 700호에 궁전제과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 운영하는 상공인 기부 캠페인 ‘바보나눔터’가 700호점을 돌파했다. 700호점은 광주를 대표하는 제과점이자 ‘전국 5대 빵집’으로 알려진 궁전제과 본점(충장점)이다. 1973년 설립된 향토 제과점 궁전제과는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 공헌에 앞장서 왔다. 2021년 궁전제과 수완점이 바보나눔터 426호점으로 가입하면서 바보의나눔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본점을 비롯해 운암점, 두암점, 염주점, 진월점, 월남점 등 6개 지점이 새로 가입하면서 궁전제과 총 7개 지점이 바보나눔터를 통해 나눔에 동참하게 됐다. 궁전제과 윤준호 대표는 “오랜 시간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 온 만큼, 받은 사랑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바보의나눔 상임이사 김인권(요셉) 신부는 “궁전제과의 뜻깊은 나눔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바보의나눔도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바보나눔터는 음식점, 병원, 카페 등 사업장을 운영하는 상공인이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부 캠페인이다. 사업장의 규모나 업종과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사업장에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 일러스트가 담긴 바보나눔터 현판을 전달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 사업장을 소개하고 있다.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5면

교황, 카스텔 간돌포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봉헌

[카스텔 간돌포, 이탈리아 OSV] 레오 14세 교황이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그리스도인은 성모 마리아의 참된 아름다움을 본받도록 부름받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 빌라노바의 성 토마스성당에서 봉헌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성모님의 육신과 영혼이 영광스럽게 되셨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참된 아름다움이 노화의 흔적을 감추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육신에까지 새겨지는 사랑의 흔적을 드러내는 데 있음을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세상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쾌락주의적이고 소비주의적인 성격을 지닌 미적 기준을 다시 살펴보도록 초대받는다”고 밝혔다. 교황은 8월 12일부터 18일까지 카스텔 간돌포 교황 별장에 머무르던 중 빌라노바의 성 토마스성당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스페인 출신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수도자 빌라노바의 성 토마스 이름을 딴 이 성당은 17세기 이탈리아의 저명한 예술가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가 설계했으며, 바티칸시국 밖에 있는 유일한 교황 직속 본당(pontifical parish)이다. 이 성당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내는 전통은 성 요한 23세 교황이 시작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이어 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중단된 이 전통을 레오 14세 교황이 되살렸다. 교황은 강론을 시작하며 이날 제1독서인 요한 묵시록 말씀을 묵상한 뒤 “성모님과 마찬가지로 우리 안에서도 영혼의 순수함이 온 인격을 변화시키고 우리를 하늘의 영광으로 이끈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 사회의 미적 기준들이 우리를 과도한 기대 속에 가두고, 정작 중요하지도 않고 영원히 지속되지도 않는 것에 소중한 힘을 낭비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내면의 참된 아름다움을 추구할 것을 당부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세월과 고통의 흔적이 얼굴에 새겨졌지만 주변에 평온과 친절, 평화를 발산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반대로 겉으로는 매력적일지라도 마음은 완고하고 냉정한 사람들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계속해 “거룩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가꾸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은 노인의 주름에서도, 아이의 부드러운 얼굴에서도, 어른의 성숙함에서도, 젊은이의 생기에서도, 작업복과 연장에서도, 축제의 장식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교황은 성모 마리아가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가 주님의 위대하심을 찬양하는 루카복음 말씀을 언급하고, “성모님이 체험한 장엄한 신비는 멀리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사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그러한 신비를 볼 수 있다”며 자녀를 돌보다 지친 부모들, 손주들을 보살피는 조부모들, 도덕적 용기를 지닌 젊은이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한 후에는 카스텔 간돌포 교황 별장 밖에 모인 순례자들과 삼종기도를 바쳤으며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성모님은 어머니의 변함없는 위로를 주시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8월 10일 발생한 강진 피해를 입은 콜롬비아를 위해 기도하고 연대할 것을 순례자들에게 호소했다.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7면

[수원교구사 한 페이지](17) 가정사목위원회 설치

교구는 제1차 교구 시노두스 이후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주요 사목 과제로 삼았다. 아울러 청소년 신앙이 뿌리내리는 가장 기초적인 자리가 가정이라는 인식 아래, 교구는 가정의 성화를 청소년사목과 소공동체 활성화를 함께 이끌 핵심 과제로 바라봤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전 교구적으로 펼친 ‘성가정운동’으로 구체화됐고, 이후 가정사목을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가정사목위원회 설치로 이어졌다. 신앙의 유산을 자녀에게 대리구제가 전면 실시된 뒤 교구는 2007년 사목 목표로 ‘대리구제 활성화’와 ‘가정의 성화’를 제시했다. 표어는 ‘함께 하자 대리구제! 신앙의 유산을 자녀에게’였다. 가정 해체와 가족 간 관계 약화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던 상황에서, 교회의 기초 공동체인 가정을 복음화하지 않고서는 청소년의 신앙도, 본당 공동체의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는 가정을 평신도가 중심이 되는 가장 기초적인 신앙공동체로 바라봤다. 가정이 성화될 때 본당의 구역·반 공동체가 살아나고, 나아가 대리구와 교구 공동체도 활력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교구는 2007년 2월부터 2009년까지 3개년에 걸쳐 전 교구 차원의 성가정운동을 전개했다. 운동은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미사에 참여하고, 대화와 친교를 나누며,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가정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1단계인 2007년에는 ‘가족과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며, 사랑을 나누는 성가정을 만들어 갑시다’를 표어로 정했다. 매주 한 번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가정기도의 날’, 매월 한 번 가족이 함께 미사에 참여하고 식사와 대화를 나누는 ‘가족 사랑의 날’, 가족이 함께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사랑 나눔의 날’ 등을 제안했다. 가정기도에서 시작해 가족미사와 친교로 이어지고, 그 결실이 이웃 사랑으로 확장되도록 한 것이다. 2008년 2단계에서는 ‘실천하는 가정은 행복합니다’를 주제로 가족 시간의 생활화를 강조했다. 매일 가정기도를 하고, 매주 가족 사랑을 실천하며, 매월 가족미사와 사랑나눔에 참여하도록 권고했다. 희망·헌신·용서·생명·사랑 등의 주제를 일상의 구체적인 행동과 연결해 성가정운동이 행사에 머물지 않도록 했다. 2009년 3단계는 ‘성가정을 이끄는 힘은 기도입니다’를 주제로 가정기도와 사랑 실천, 청소년의 기도 생활에 더욱 무게를 뒀다. 축복 인사 나누기, 집안일 함께하기, 한 끼 금식하기, 서로 발 씻어주기, 함께 산책하기, 감사 편지 쓰기 등 월별 실천 사항도 제시했다. 가족 고해성사 프로그램을 보급해 대화와 화해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운동을 넘어 ‘가정사목’으로 3년에 걸친 성가정운동은 가정성화를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가족이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과제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교구 복음화국은 관련 기도문과 안내 자료를 제작, 배포하고 대리구와 본당의 실천 현황을 점검했다. 각 대리구는 모범 성가정을 선정해 축복장을 수여하는 등 참여를 독려했다. 신자들은 교구, 대리구, 본당 차원에서 전개된 성가정 운동이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으로 신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가정과 사회에서 화합과 나눔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한계도 드러났다. 2009년 교구 복음화국이 간행한 ‘2009년 수원교구 중심 사목에 대한 봉사자 의식 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과 가정사목에 대한 무관심 등이 과제로 확인됐다. 신자들은 가족 단위 신앙증진 프로그램과 봉사 기회, 소공동체를 통한 가족 지원 등 보다 지속적인 사목적 뒷받침을 요청했다. 교구는 성가정운동 종료 이후에도 가정성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가정사목연구소를 중심으로 부모·부부·노인 등 가정 안의 다양한 관계와 생애주기를 고려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성요셉 아버지학교와 성마리아 어머니학교, 부모 역할 훈련, 부부 프로그램 등을 통해 부모와 자녀, 부부 관계의 회복을 도왔고, 성경잔치에는 가족 성경암송대회를 마련해 가족이 함께 말씀을 익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가정사목을 개별 프로그램이나 단발성 행사에 맡기지 않고 교구 차원에서 장기적인 목표와 정책을 세울 전담 기구의 필요성이 커졌다. 교구는 2011년 3월 가정사목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들을 임명했으며, 5월 20일 교구청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위원장 송영오(베네딕토) 신부를 비롯한 15명의 위원이 위촉됐다. 가정사목위원회는 교구 가정사목의 전문화와 정책 실현을 위한 연구, 사목 프로그램 기획과 실행, 본당 가정사목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전문 봉사자 양성, 가정사목분과위원 교육 등을 맡았다. 특히 복음화국·청소년국 등과 협력해 가정과 청소년, 본당 공동체의 사목이 분리되지 않고 현장에서 통합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성가정운동에서 시작된 교구의 노력은 가정사목위원회 설치를 통해 ‘운동’에서 ‘사목 체계’로 한 단계 나아갔다.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읽으며 미사에 참여하고 이웃을 섬기는 일상, 그리고 그 일상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교회의 체계를 함께 세우려 한 것이다. 가정을 신앙 전수의 첫 자리이자 교회 공동체의 출발점으로 바라본 교구의 가정사목은 이후 부모·부부·노인 사목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가정성화를 위한 장기적인 여정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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