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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스페인 성가정 대성당 ‘예수 그리스도의 탑’ 축복

[바르셀로나, 스페인 OSV] 레오 14세 교황이 스페인 사목방문 5일째인 6월 10일 바르셀로나 성가정 대성당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축복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탑은 172m가 넘는 높이로, 성가정 대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됐다.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가 성당에 먼저 도착해 교황을 맞이했으며, 교황은 미사 봉헌에 앞서 대성당 지하 경당으로 내려가 가경자 안토니오 가우디의 무덤 앞에서 기도했다. ‘하느님의 건축가’로 알려진 가우디는 정확히 100년 전인 1926년 6월 10일 73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후반 생애 43년을 성가정 대성당 설계와 건축에 온전히 바쳤다. 축복미사에는 약 9000명이 참여했다. 성당 안에 들어오지 못한 12만 명은 성당 밖에서 미사에 참여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하느님에 관한 진리와 우리 자신에 관한 진리를 우리에게 드러내 보여 주시는 유일한 분이신 그리스도께 시선을 들어 올리라”며 “그리스도를 바라볼 때, 우리는 새로워진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가정 대성당은 예술과 아름다움이 사람들을 하느님께 더 가까이 이끄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라며 “이미지가 중요시되는 이 시대에, 성가정 대성당은 예술과 아름다움이 복음화의 탁월한 통로라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제시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아울러 예수 그리스도의 탑 정상에 놓인 십자가의 의미에 대해 “예수님의 십자가 안에서 우리의 믿음은 그 정점에 이르고, 이 십자가는 낮에는 햇빛을 반사하며 빛나고, 밤에는 지중해를 굽어보는 등대처럼 도시를 밝히며 빛난다”면서 “어둠이 그 빛을 받아들이지 않았음에도, 그리스도의 빛은 어둠 속에서 빛난다”고 말했다. 가우디는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인근 몬주익 언덕 정상보다 정확히 0.5m 낮게 서도록 설계했다. 인간 손으로 만든 작품이 하느님의 작품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탑 꼭대기에는 유리와 흰색 에나멜 세라믹으로 만든 십자가가 서 있다. 이 십자가는 높이 약 17m, 너비 약 13m 크기로 ‘홀로 거룩하시고, 홀로 주님이시며, 홀로 높으신 분(Tu solus Sanctus, Tu solus Dominus, Tu solus Altissimus)’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발행일 2026-06-21 제3496호 7면

美 국무부, 가톨릭구제회에 지원금 2억4000만 달러 교부

[워싱턴 OSV] 미국 국무부는 6월 5일 미국 가톨릭교회 해외 구호·개발 기구인 가톨릭구제회(Catholic Relief Services, CRS)에 인도주의 재난 대응 지원금 2억4000만 달러(한화 약 3656억4000만 원)를 교부한다고 발표했다. 지원금 지급은 로마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표됐다. 회의에는 미국 국무부 재난·인도주의 대응국 고위 관계자인 라이언 슈럼, 브라이언 버치 주교황청 미국 대사, CRS 인도주의 대응 담당 제니퍼 포이다츠 부회장, 알리스테어 더튼 국제카리타스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CRS에 지급하는 지원금은 국무부가 신뢰할 수 있고 검증된 실행 기관들에 지급하려는 일련의 지원금 가운데 첫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해외원조 담당 부서인 국제개발처(USAID)를 공식 해체하고, 남은 기능을 국무부 소관으로 이관하는 조치를 추진했다. 이로 인해 CRS를 비롯한 가톨릭 및 다른 종교에 기반한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금도 삭감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CRS도 자체 보도자료에서 “지원금은 에티오피아, 아이티,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위기에 처한 나라들에 신속히 제공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이다츠 부회장도 별도 성명에서 “동원 가능한 자원으로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시기에, 위기로 고통받는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다”며 “기존 위기에 더해 새로운 위기에도 대응하고자 헌신하는 미국과 각국 정부의 지도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숀 캘러핸 CRS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에티오피아와 아이티 등은 극심한 식량 불안, 분쟁, 강제 이주, 기상 이변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번 기금은 우리가 이들의 고유한 필요에 신속히 응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CRS가 어려운 정치적 환경 속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만한 역량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예로, “CRS가 쿠바 현지에서 협력 관계를 통해 정권의 간섭 없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혜택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포이다츠 부회장은 “교회는 여러 세대에 걸쳐 공동체의 삶 안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고유한 역할을 한다”며 “양극화가 두드러진 지역에서 종교 지도자들과 신앙에 기반한 기관들은 위기 전과 위기 중, 위기 후에도 신뢰받는 존재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6-21 제3496호 7면

이재명 대통령 “한반도 평화의 희망 불씨 살아 있어”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4일(현지시간) 로마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와 국제사회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날 미사는 교황청 방문 첫 일정으로 마련됐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 주례로 봉헌된 미사에는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를 비롯한 정부 대표단, 교황청 관계자, 로마에 거주하는 한국인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참여했다. 이 대통령은 미사 후 연설에서 “오늘날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갈등과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고 중동에서는 새로운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사회 곳곳에 분열과 대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야기했던 남과 북은 다시 단절과 대결의 시대로 되돌아섰다”며 “남북을 연결하던 소통의 통로는 닫혔고 불신과 긴장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은 수많은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고 이를 굳건히 이겨냈다”며 “총과 칼이 아닌 촛불로, 폭력이 아닌 평화로, 냉소가 아닌 연대로 짙은 어둠을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가톨릭교회에 대해 “평신도의 자발적인 신앙 공동체로 시작해 혹독한 박해를 견뎌낸 한국 가톨릭교회는 우리 사회가 어려운 순간을 겪을 때마다 인간의 존엄과 평화, 연대의 가치를 지켜온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평가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6주년을 하루 앞둔 시점에 열린 이날 미사에서 이 대통령은 “지금도 그 희망의 불씨가 살아 있다고 확신한다”며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전 상태를 넘어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교황청이 오랫동안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 관심과 지지를 보내온 데 감사를 표하며 “갈등이 있는 곳에는 화해를, 불신이 있는 곳에는 신뢰를, 분열이 있는 곳에는 연대를 더하며 평화가 인류 공동의 유산이 될 수 있도록 국제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이사 2,4)라는 말씀을 인용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아울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언급하며 “국경과 언어, 문화의 차이를 넘어 우정을 나누고 평화와 연대의 가치를 배우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도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유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분열과 갈등이 깊어지는 시대일수록 대화와 화해, 연대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지속적인 기도를 당부했다. 또한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 WYD가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15일 레오 14세 교황을 알현하고 한반도 평화와 국제 현안, 서울 WYD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입력일 2026-06-15

수원교구 오전동본당 재능기부팀 “한 땀 한 땀 기도로 만든 성물, 신앙에 도움 되길”

수원교구 제1대리구 오전동성당 성물방에는 손뜨개로 만든 성모님과 묵주, 퀼트 책커버 등 예쁜 소품들이 진열돼 있다. 평일 오전 미사가 끝나고 성물방에 들어온 한 신자는 “조카가 첫영성체를 하는데 아이에게 어울리는 묵주팔찌를 만들어 주실 수 있냐”고 주문한다. 여느 성물방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본당에 손재주가 좋은 신자 6명이 모인 재능기부팀이 있기에 가능하다. 하느님이 주신 재능을 나누고자 모인 이들의 손끝에서, 신자들의 신앙생활도 조금씩 더 아름답게 빚어지고 있다. 기도로 만든 성물, 신자들 신앙에 활력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자들이 떠난 성당에는 온기가 사라졌다. 신자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성물방도 마찬가지였다. 2022년 무렵, 본당 성물방장이었던 홍영(루치아) 씨는 성물방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수세미 등 일상용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그리고 주변에 손재주가 좋다는 신자를 섭외해 함께 성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성물뿐 아니라 손으로 만든 예쁜 일상용품이 있으면 신자들이 성물방을 찾아주실 것 같아 혼자 수세미를 떠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손뜨개, 캘리그라피, 퀼트 등 손재주가 좋은 신자들을 알게 돼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죠.” 재능기부팀에서 손뜨개를 담당하는 장영애(루치아) 씨는 홍 씨의 제안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합류했다. “오랫동안 냉담하다 다시 성당에 돌아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 혼자서 손뜨개로 묵주를 만들었어요. 홍영 자매님이 제가 직접 만든 가방이나 주머니를 보더니 재능기부팀을 만들어 보려는데 함께해 보자 하셨죠. 더 많은 신자에게 제가 만든 성물을 선물하고 싶어 팀에 합류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퀼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최윤정(율리아) 씨는 퀼트로 만든 가방이나 휴대전화 주머니, 책 커버 등을 성물방에 내놓고 있다. “온라인 판매용 제품을 더 많이 만들면 이익을 더 얻을 수 있겠지만, 값을 적게 받더라도 성물을 만들 때 마음이 더 행복합니다. 기도할 때 쓰는 물건을 만들기 때문에 저도 늘 기도하면서 제품을 만들어요. 하느님이 주신 재능을 좋은 곳에 쓸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성물방 한쪽에는 재능기부팀이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캘리그라피, 뜨개, 퀼트, 자수를 담당하는 팀원 6명이 만든 제품들은 기성품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기도와 함께한 정성이 성물 안에 담겨 있다. 미사 때, 혹은 소공동체 활동을 하며 얼굴을 아는 신자들이 쓸 성물이기에 재능기부팀이 성물을 만드는 손끝에는 정성이 더해진다. 물건의 판매 수익금 10%는 본당에 기부한다. 성당 곳곳에 아름다움 불어넣어 지난 어버이날에는 특별한 카네이션이 본당 어르신 가슴에 달렸다. 홍영 씨가 손뜨개로 만든 꽃 모양 브로치를 선물한 것이다. 홍 씨는 “손뜨개나 캘리그라피 등으로 만들 수 있는 기념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성당에 행사가 있을 때 늘 재능기부를 한다”며 “첫영성체를 하는 분들, 새로 전입한 신자에게 이니셜 묵주를 만들어 선물해 드리거나 세례식 때 성경 말씀을 캘리그라피로 적어 드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2년간 성당에서 뜨개방을 운영했다.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대상으로 뜨개방을 운영하면서 뜨개질뿐만 아니라 신앙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그렇게 2년간 뜨개방을 운영하며 3명이 세례를 받으셨다”고 말했다. 재능기부팀원들의 손길은 성물방뿐 아니라 성당 곳곳에 깃들어 있다. 장 씨는 “재능기부팀뿐 아니라 제대회 봉사를 하면서 제대를 덮는 레이스보도 만들고 감실에 들어가는 성합 커버도 만들었다”며 “제가 만든 것들을 미사 때 사용하는 것을 보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최 씨는 “퀼트로 신부님의 제의 가방이나 미사 전례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소품 가방을 직접 만들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만들었을 뿐인데 제 노력을 알아봐 주시고 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성당 건물 앞, 작은 컨테이너에 자리한 성물방은 재능기부팀의 손길 덕분에 화사함을 되찾았다. 창문에는 장 씨가 만든 성모님이 새겨진 뜨개 장식이 걸려 있고, 반대편 커튼에는 홍 씨가 꽃 모양 자수를 놓았다. 재능기부팀의 손재주가 알려지자 묵주를 만들고 싶다는 신자들이 모였고, 재능기부팀과 별개로 6명의 신자가 모여 묵주병원도 운영하고 있다. 홍 씨는 “재능기부팀 활동을 하면서 묵주 재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보니 고장 난 묵주를 수리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누군가의 오랜 기도가 담겨 있는 묵주를 수리해 드릴 수 있어 보람된 마음으로 묵주병원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능기부팀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예쁘게 만든 성물은 본당 신자들의 신앙도 더욱 예쁘게 빚어 가고 있었다. 재능기부팀원들은 “신자들이 한 땀 한 땀 기도로 완성한 재능기부팀의 성물과 함께 예쁘게 신앙생활을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4면

“텅 빈 식자재 창고…반찬 하나를 더 줄였다”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100일을 넘어섰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에너지 기반시설 파괴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쟁이 만들어 낸 이익은 일부 기업과 자본에 집중되고 있다. 반면 피해는 가장 낮은 곳부터 찾아왔다.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뜻하는 ‘워플레이션’은 복지 사각지대를 메워 온 무료급식소의 운영난으로 이어졌다. 식재료와 생필품 가격은 오르고, 민간 후원은 줄어든 탓이다. 한 끼의 온기를 전해 온 무료급식소가 흔들리고 있다. 물가 상승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구입하는 쌀, 달걀, 라면 등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작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올해 5월 기준 123.19(2020년 기준 100)를 기록했다. 전쟁 전인 1월은 121.1로, 발발 이후 체감 물가가 2% 가까이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식재료와 생필품 지출 비중이 큰 무료급식소가 체감하는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줄어든 후원은 무료급식소의 살림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청주교구 관할 무료급식소인 ‘성 빈첸시오의 집’은 푸드뱅크에서 지급받던 물품이 줄어 부식을 축소하고, 식단 구성도 바꿨다. 고물가 속에서 유통기한 임박상품 전문 쇼핑몰이 확산되면서, 과거 기부로 이어지던 물량 일부가 판매 시장으로 흡수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도 후원 감소로 쌀이 부족해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았다. 무료급식소가 전쟁과 물가 상승 같은 외부 충격에 취약한 배경으로는 ‘홀로서기’ 구조가 거론된다. 많은 시설이 후원 모집, 식재료 확보, 홍보, 행정 대응을 개별적으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꽃동네 대학교 사회복지카리타스대학원 도건창(요한) 교수는 “재정 투명성을 이유로 지원 조직을 만드는 일을 꺼려하는 사회복지계의 경향이 현장 실무자에게 모든 부담을 안긴다”며 “이는 위기 상황이 닥칠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현장은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은 적극적인 홍보로 후원처를 발굴하며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식사 나눔을 넘어 의료, 심리 상담, 구직 지원 등 이용객의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명동밥집 실무자 장석훈(시몬) 씨는 “이용객이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시설들도 지역과 후원 기반에 맞춰 버틸 힘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교구 ‘성모의 집’과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은 각각 케이티앤지(KT&G)와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장기 지정기탁 후원금 덕분에 물가 상승 충격을 덜고 있다. 서울대교구 가락시장준본당 ‘하상바오로의 집’은 시장 상인들의 자발적인 식재료 기부가 운영에 보탬이 된다고 밝혔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식탁을 지켜 온 무료급식소는 사회교리가 가르치는 ‘연대성’과 ‘보조성’을 실천하는 곳이다. 이들에게 ‘지금,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연대가 요청되는 시점이다.(베네딕토 16세 교황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31항 참조) 청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 연구소장 김성우(이사악) 신부는 “그리스도인에게 무료급식소는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이곳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가난한 이웃을 향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12) 사명을 위한 은사, 성소, 직무(2): 제2부(64~67항)

「최종문서」 제64항은 혼인을 단순한 생활 형태가 아닌 성사적 성소로 조명한다. 여기서 혼인성사의 은총은 가정 내부만이 아니라 교회 건설과 사회적 임무로까지 확장된다. 이것은 가정을 사목의 ‘대상’에서 ‘주체’로 재정의하는 시각의 전환이다. 가정은 자신 안에서 복음을 살아내고 세상에 이를 전달하는 선교 공동체가 된다. 따라서 교회는 이런 가정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관계망을 더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65항은 축성생활이 시노달리타스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다룬다. 축성생활은 오랫동안 공동 식별과 공동체적 삶을 실천해 왔기에 시노드 정신의 살아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또 오늘날 많은 수도회가 접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화적 맥락과 구성원들의 다양한 출신지를 고려할 때 풍요로운 상호 문화의 실험실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동시에 지역교회의 목자들과 수도회 책임자들이 은사 교환을 통해 공동 사명을 강화하도록 초대받는다는 점에서, 축성생활이 고립된 영역이 아니라 지역교회와 긴밀히 연결돼야 함을 촉구한다. 제66항에서는 은사와 직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드러낸다. 선교 사명은 세례 받은 모든 이의 것이며, 평신도의 첫째 임무는 세상 안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키는 것임을 재확인한다. 그리고 평신도의 은사 가운데 일부를 직무로 제도화하는 문제를 다룬다. 직무 설정의 절차로는 공동체의 필요 확인, 목자와 공동체의 공동 식별, 관할 권위의 결정이라는 시노드적 과정이 제안된다. 공동체의 식별 과정 거쳐 사명과 직무로 열매 맺어 평신도 직무와 관련해서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자의교서 「일부 직무」(1972년)를 통해 평신도에게 독서직과 시종직의 전례 직분을 부여한 바 있는데, 최근 시노드 과정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2021년)을 통해 이를 여성에게도 확대했다. 또한 「최종문서」는 이동성이 높아진 오늘의 현실에서 특정 지역이나 공동체에 한정된 기존의 직무에 대한 재성찰 역시 요청하고 있다. 제67항은 신학의 봉사적 기능을 다룬다. 신학자들은 하느님 백성이 계시를 깊이 이해하고 현실에 적절히 응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신학은 신앙 공동체 안에서 공동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로 자리매김한다. 곧 신학도 시노달리타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신학자끼리, 그리고 신학자와 목자들이 서로 경청하고 대화하며 식별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성령께서 세례받은 모든 이에게 부어 주신 은사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공동선을 위한 것이며, 혼인·축성생활·평신도·신학의 다양한 성소 안에서 공동체의 식별을 거쳐 사명과 직무로 열매 맺는다. 교회는 여성·어린이·청소년·장애인은 물론 가정과 수도 공동체를 포함한 모든 세례받은 이를 수동적 대상이 아닌 능동적 사명 주체로 인정하고 파견하며 동반함으로써 관계의 진정한 회심을 이룬다. 시노달리타스란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성령의 자유에 뿌리를 둔 은사의 다양성이 공동체의 식별과 목자의 권위와 신학의 봉사 안에서 온전히 존중받고 사명으로 수렴되는 복음적 관계의 근본적 재구성이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20면

[이웃종교] 개신교, 생태 정의 실현 ‘녹색 교회’ 16곳 선정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기후정의위원회, 녹색교회네트워크 등 개신교 환경단체가 생태 정의 실현과 환경 보호에 앞장서 온 올해의 ‘녹색교회’ 16곳을 선정했다. 개신교 환경단체는 5월 19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칼을 쳐서 보습으로: 우리가 생명의 숲이 됩시다’ 주제로 제43회 환경주일 연합예배를 드리고, 예배 중 열린 녹색교회 시상식에서 광주고백교회, 남양주성생원교회, 낮은자리교회 등 16개 교회에 녹색교회 인증패를 수여했다. 개신교는 매년 6월 첫째 주를 환경주일로 지내며, 2006년부터 전국 각 교단에서 생태 보전에 모범을 보인 교회를 녹색교회로 선정해 왔다. 올해 16개 교회 신규 선정으로 전국의 녹색교회는 모두 162곳으로 늘었다. 녹색교회는 교회 안에서 예배와 교육, 선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생태 정의 실현과 환경 보호에 얼마나 힘써 왔는지를 평가·심사해 선정된다. 올해 녹색교회로 선정된 경기 안산시 하늘품교회는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교회 옥상에 6k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자급하고 있다. 또 시화호 보전 운동과 송전탑 지중화 요구 등 지역 환경 현안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 하늘품교회 담임 이성환 목사는 “기후위기와 폭력은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짓밟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며 “절망하지 않고 끊임없이 생명의 가치를 우리 삶 가운데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교회도 생명의 가치를 이 땅에 함께 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신교 환경단체들은 천주교창조보전연대를 비롯해 여러 종교 환경운동단체와 함께 기후위기와 탈핵 등 생태 현안에 대한 연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 송진순 목사는 “미래에서 빌려온 탄소 부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쌓여가고 창조 세계 신음은 절규로 바뀌었다”며 “거룩한 전환, 정의로운 전환에 동참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3면

[COVER STORY - 무료급식소가 흔들린다②] 홀로 버티는 대신 ‘상생’의 식탁으로

무료급식소들은 물가 상승과 후원 감소 속에서도 ‘한 끼의 온기’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각 시설이 홀로 버티는 방식만으로는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을 이어 온 무료급식소 사례를 통해 후원과 봉사, 식재료 공급망, 교회와 공공의 연계가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 살펴본다. “모두 사랑합니다. 오늘도 식사 맛있게 하세요.” 5월 22일 오전.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은 센터장 백광진(베드로) 신부의 인사와 함께 문을 열었다. 명동밥집은 매주 수·금·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료급식을 제공한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800여 명, 올해 6월 기준 누적 이용객은 63만 명을 넘어섰다. 식사의 질에도 공을 들인다. 짜장면과 같은 특식을 주기적으로 마련하고,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를 통해 가톨릭농민회(이하 가농)가 생산한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공급받는다. 관계 기관과 함께 이·미용, 목욕, 의료 지원은 물론 심리 상담과 구직 지원 등 자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 끼를 제공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이용객이 다시 사회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한 끼를 떠받치는 대들보들 명동밥집 역시 물가 상승의 부담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개소 초기 3500원이던 1인당 급식 단가는 현재 5500원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운영을 이어 올 수 있었던 데는 후원자와 봉사자, 기업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다. 용도가 제한적인 정부·지자체 지원금과 달리, 정기 후원금은 현장의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기 봉사는 인건비 부담을 덜 뿐 아니라 업무 숙련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명동밥집 실무자 장석훈(시몬) 씨는 봉사자들을 “대들보와 같은 분들”이라고 했다. 대들보를 세우기 위해서는 홍보가 중요하다. 명동밥집은 SNS와 본당 방문 등을 통해 활동을 알리며 새 후원처를 발굴하고 있다. 장 씨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중요해지면서 농협의 쌀 기부처럼 기업 특성에 맞는 후원도 요청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사례를 모든 무료급식소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명동밥집은 교구 기관의 운영과 홍보, 후원자와 봉사자, 기업 연계가 함께 맞물려 운영된다. 반면 많은 시설은 담당자와 봉사자 몇몇이 현장을 떠받치는 ‘홀로서기’ 구조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한 곳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는 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영 조건을 찾아 다른 현장과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현장 잇는 네트워크가 식탁 지킨다 무료급식소들의 사정은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잘 알려진 곳에는 후원금과 물품이 모이지만, 규모가 작거나 덜 알려진 곳은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기 어렵다. 도움이 필요한 곳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따로 존재해도, 이를 서로 이어 줄 구조가 없다면 현장의 어려움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10여 개 무료급식소도 다른 급식소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무료급식소들을 연결하고 조정할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협의체가 마련되면 식자재 수급 상황을 공유하고, 긴급 후원처를 연결할 수 있다. 봉사자 교육과 위생·안전 교육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급식소가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공동 구매나 공공지원 신청 창구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교구를 넘어 교회 차원의 전방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교구마다 사회복지 조직이 있지만, 별도의 협의체를 꾸리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에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톨릭 꽃동네 대학교 사회복지카리타스대학원 도건창(요한) 교수는 “협의체 등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무료급식소 간 연계는 물론, 시설을 지탱하는 봉사자 교육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는 교회의 사회교리가 전하는 연대성과 보조성을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맛있는 식사를 할 권리 무료급식소의 위기는 주방 안에서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식탁 밖 농업 생산비의 변화도 한 끼 단가를 밀어 올린다. 올해 초 본격화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은 국제 비료 가격과 농기계 가동에 쓰이는 면세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2026년 비료 가격 지수가 3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농가가 사용하는 면세유도 리터당 400원 이상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농이 실천해 온 자연순환형 친환경 농법, 곧 생명농업은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된다. 가농에 따르면, 생명농업은 수입 농자재 의존도가 높은 관행농업에 비해 물가 상승의 충격을 덜 받는다. 가농의 친환경 농작물을 사용하는 일은 이용객에게 어떤 음식을 제공할 것인가 와도 맞닿아 있다. 무료급식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이면서도, 한 사람을 존중받아야 할 존재로 대하는 기본적인 돌봄이다. 서울대교구 우리농 손성훈(라파엘) 사업국장은 “가난한 이들에게도 맛있는 식사를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좋은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비용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가농 농작물은 관행 농산물보다 가격이 약 15% 높지만, 우리농은 명동밥집과 같은 복지시설에는 10~15% 할인해 공급하며 부담을 낮추고 있다. 일부 차액은 후원금으로 메우고 있으나, 이 방식만으로는 장기적인 공급을 담보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구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일정 부분 비용을 보조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농은 “무료급식소와의 직거래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지만, 일시적 기부나 소규모 거래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구매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매입 대금에 대한 ‘차액 보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농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 송파구와 협약을 맺고 가농 농작물을 복지시설에 공급한 바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면 충분히 확장 가능한 모델이라는 뜻이다. 무료급식소는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최일선 현장이다. 그러나 그 역할이 선의와 헌신에만 기대어 지속될 수는 없다. 후원자와 봉사자, 기업, 교회, 공공기관이 서로 연결될 때 한 끼의 온기는 지속될 수 있다. 전국 곳곳의 무료급식소가 오늘 준비하는 한 끼는,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힘이 되는 ‘오병이어의 식탁’이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1면

[말씀의 우물] 되찾은 아들의 비유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 참조) 다들 아실 테죠. 유명한 이 비유에는 잃었던 아들의 비유, 탕자의 비유 등 여러 이름이 붙여집니다. 잃었던 양을 되찾은 기쁨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주인(루카 15,6 참조), 잃었던 은전을 되찾고 이웃과 기쁨을 나누는 부인(루카 15,9 참조)에 이어 잃었던 아들을 되찾고 기쁨에 젖어 잔치를 벌이는 아버지(루카 15,24 참조)의 비유가 나란히 나옵니다. 세 비유는 100분의 1(양 100마리 중에 한 마리), 10분의 1(잃었던 은전 열 닢 중에 한 닢), 2분의 1(두 아들 중에 한 아들)로 긴박함이 급상승하며, 한결같이 우리 독자로 하여금 회개하여 그 기쁨에 동참하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 비유를 들려주시는 동기가 다음에 나옵니다. “세리들과 죄인들이 모두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가까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러자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저 사람은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또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군’ 하고 투덜거렸다.”(루카 15,1-2) ‘탕자의 귀환’을 통하여, 우리는 작은아들이 회개하여 아버지께 돌아왔을 때, 회개한 동생을 조건 없이 받아주시는 아버지 모습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크신 자비와 인류 구원 의지를 봅니다. 회개한 친동생을 보고 ‘저 아들(그리스어 본문: 당신의 저 아들은)’이라 부르면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친형에게 아버지는 ‘너의 저 아우는’이라고 부르시면서 큰아들의 빗나간 자세를 바로잡아 주십니다. 이는 죄를 짓기 전에든 후에든 형과 아우, 곧 형제자매 관계는 전과 다름없이 또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가르침이 아닐까요? 200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초청 강연을 마치고, 이튿날 몇몇 자매님과 함께 부근에 있는 발달장애인 공동체 ‘라르쉬 데이브레이크(L’Arche Daybreak)’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오전 9시경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침 식사를 하던 이들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습니다. ‘낯선 우리를!’ … 천사들이 운영하는 천상 공동체에 들어선 느낌이었습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사제이자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영성 신학자 헨리 나우웬 신부(Henri J. M. Nouwen, 1932~1996)님은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로 지내던 중, 자신은 아직도 ‘회개하지 못한 큰아들’이라면서 교수직을 접고 토론토의 이 장애인 공동체에 들어가 살다가 세상을 떠납니다. 그분은 저서 「탕자의 귀환(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A Story of Homecoming)」에서 말합니다. “내가 믿는 하느님은 창조의 시작부터, 자비 가득한 축복을 주시려고 두 팔을 벌리고 계십니다. 그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언제나 기다려주십니다. 실망 속에서도 두 팔을 내리지 않고, 언제나 당신 자녀들이 당신께 돌아올 때, 그들에게 사랑 가득한 이야기를 건네시며 그들의 어깨 위에 당신의 팔을 올려 놓아주고자 하십니다. 그분의 유일한 소망은 (우리 죄인을) 축복해 주시는 것입니다.”(96페이지) 나우웬 신부님의 다음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치 내가 그분을 필요로 하는 만큼 나를 필요로 하십니다.”(106페이지) 글 _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원로사목·성사전담, 성서주석학 박사)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8면

광주대교구, 복음의 기쁨 함께 살아가는 ‘소통의 교회’ 모색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한 조에 둘러앉았다. 소속도 직분도 달랐지만, 대화가 시작되자 모두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하느님 백성으로 마주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겪은 경험을 나누며 교회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을 묻고 들었다. 광주대교구가 5년째 이어오고 있는 ‘하느님 백성의 대화’ 풍경이다. 2021년 시작된 ‘하느님 백성의 대화’(이하 하백화)가 10차를 맞았다. 하백화는 광주대교구가 2020년부터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를 지내며 교구의 복음화 방향을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출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회의 쇄신과 공동체 회복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하백화는 교구 구성원들이 함께 듣고 말하며 사목 방향을 식별하는 장으로 이어져 왔다. 특히 ‘시노달리타스’가 한국교회 전반의 화두로 자리 잡기 전부터, 지역교회 차원에서 참여와 경청의 문화를 꾸준히 쌓아 온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교회가 무엇을 할 것인가뿐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함께 결정하고 함께 걸어갈 것인가를 고민해 온 과정으로 눈길을 끈다. 10차례 하백화를 거치며 교구는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과 실천 ▲소통하는 교회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는 교회 ▲젊은이를 위한 교회 등 네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사목의 큰 틀을 다져 왔다. 이번 하백화는 이 가운데 ‘소통하는 교회’에 다시 초점을 맞췄다. 교구 사목국은 6월 6일 광주가톨릭청소년센터에서 ‘소통이 교회를 살린다’를 주제로 열 번째 하백화를 열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소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따른 것이다. 교구는 그동안 공동체 안에 건강한 대화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노력해 왔지만, 정작 가장 소통이 필요한 자리에서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 현실도 함께 마주해 왔다. 참가자들은 두 차례 조별 대화를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겪은 기쁨과 어려움을 나눴다. 익숙한 관계를 벗어나야 더 솔직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취지에서 서로 다른 본당과 수도회 참가자로 조를 구성했다. 하백화는 차수마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는 “조별 대화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아쉬웠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처음으로 인공지능(AI) 프롬프터를 활용한 문서 작성 방식을 시도했다. 현장에서 나눈 이야기를 더 정확히 기록하고, 이후 사목 논의에 반영하기 위한 시도다. 위수미(스텔라·전남 장흥본당) 씨는 “사제와 수도자들과 한자리에서 서로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나누고, 우리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것을 보며 이런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대화를 통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면 오해나 불통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오늘날 평신도들의 역량이 크게 성장한 만큼 성직자는 평신도들 가운데에서 함께 걸어가야 한다”며 “성직자가 앞에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열리는 하백화는 지구나 본당 차원에서 요청할 경우, 사목기획위원회가 직접 찾아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2면

우리 딱 한 시간만

모처럼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한 날, 여름처럼 달아오른 햇살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어요. 너무 더우니 나가지 말까? 책상 앞에서 밀린 일들을 바지런히 해치웠지만 아직 일은 밀려 있고요. 오늘 끝내야 하는 일을 마치려면 그냥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새 신발을 신고 있네요. 약속을 잘 어기지 못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몸이 먼저 나서길 원하는 것 같아요. 출발하면서 제가 무심코 말했어요. “우리 딱 한 시간만 스마트폰 끄고 걷자.” 친구도 흔쾌히 좋다고 하네요. 여름 산은 생각보다 덥지 않았어요. 습도가 높을 줄 알았는데, 숲 그늘 속 대기가 적당히 촉촉해서 큰 숨을 쉬었지요. 둘 다 지독한 독감에서 겨우 해방된 터라 말도 줄이고, 스마트폰도 주머니에 넣고 그냥 뚜벅뚜벅 걷기만 한 그 시간, 우리는 무엇을 보고 나누었던가요. 오후 햇살 속에서 싱그러운 초록으로 짙어진 여름 숲을 거니는 일이 그대로 큰 은총이었어요. 익숙한 길이니 지도를 볼 필요도 없었고, 풍경 사진을 찍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걸어온 길. “집 뒤에 이런 산이 있는 건 너무 좋아.” “그러게.” “아무 한 것도 없이 공짜로 이런 축복을 누리네.” “네가 왜 한 게 없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 너는 지구에 공헌하는 게 많아.” “아니야. 닥치니까 부지런히 하는 일들이 많은데 때론 무슨 의미인지 모를 때가 많아.” “그래 맞아. 나도 그런 느낌 들 때가 많아. 뭐하면서 살았는지 모르겠어.” 40년 넘은 세월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지내는 사이란! 새롭게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고민을 너무 잘 아는 우리. 우리는 딱히 특별한 이야기도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걷고 헤어졌어요. 저는 일이 많았고, 친구는 들어가서 저녁을 해야 하니까요. 사고로 엄마가 다치셔서 간병을 도맡은 친구는 노년의 육체를 바라보는 슬픔과 그럼에도 하루하루 인내 속에서 많이 배우는 이야기를 했고, 지난겨울 아버지를 떠나보낸 저는 상실로만 생각되던 그 이별이 상실도 이별도 아님을 이야기했고요. “우리 딱 한 시간만” 하고 나선 그 길에서 우리는 평소의 한 시간이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치유와 위로의 선물을 받았네요. 친구가 그러네요. 자기도 나올까 말까 고민했다고. 그런데 “우리 딱 한 시간만”이 자기를 구했다고. 요즘 번아웃으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도 이 신비를 말해주겠다고요. 얼마 전 성령 강림 대축일, 성령칠은으로 ‘공경’을 뽑은 친구와 ‘슬기’를 뽑은 저.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주어진 성령의 은사를 나눕니다. “부모님 모시랴 봉사하랴 넌 공경이 생활인데 또 공경을 뽑았어? 내 것 가져.” “너는 늘 공부하고 읽고 듣고 지혜를 쓰고 나누는데 또 슬기야? 내 것 할래? 근데 이것도 은근히 어렵다.” 앞으로도 지칠 때면 주저하지 말고, ‘우리 딱 한 시간만’ 아니, 같이 만나지 못해도 ‘나 딱 한 시간만’ 이 빈 시간을 주자고 약속하며 돌아온 저녁. 이 글은 그 시간의 선물입니다. 글 _ 정은귀 스테파니아(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22면

[인터뷰] ‘하느님 백성의 대화’ 제10차 맞은 광주대교구 옥현진 대주교

“교구민 36만6000여 명 모두가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경험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지난 5년은 하나의 경험에 불과합니다. 시노달리타스가 광주대교구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6월 6일 광주가톨릭청소년센터에서 열린 제10차 ‘하느님 백성의 대화’에서 지난 여정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를 이같이 밝혔다. 교구는 2021년부터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이어오며 시노달리타스를 교구 사목의 핵심 방향으로 실천해 왔다. 옥 대주교는 이를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교구의 사목 방향을 함께 만들어 가는 중요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사목교서와 사목서한도 제 생각만으로 쓰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백성의 대화에서 나온 내용들을 바탕으로 작성합니다. 교구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나눈 내용을 사목 방향에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옥 대주교는 “위에서 아래로 전달하는 일방적인 사목보다 경청과 소통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구민들과 함께 길을 찾고 함께 결정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시노달리타스”라고 말했다. 옥 대주교는 이 대화 안에서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서로를 더 가까운 동반자로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평신도들이 큰 기쁨을 느낍니다. 본당에서는 수도자나 성직자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집니다. 하느님 백성이 함께 모였을 때의 기쁨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 같은 경험은 교구 차원을 넘어 지구와 본당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교구에서 시작된 대화가 지구와 본당으로 확대되면서 사제와 신자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공동 합의를 이뤄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교구민들이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체감하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옥 대주교는 교구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의 이행 단계와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교구의 내적·외적 쇄신을 고민하던 가운데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시작했고, 이를 통해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따라 함께 걸어갈 길을 모색해 왔다는 것이다.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이어오며 시노달리타스 정신으로 교구가 함께한다면 못 할 일이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참가자뿐 아니라 이를 준비한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준비 과정에서부터 큰 기쁨과 의미를 체험했습니다.” 옥 대주교는 교구민들에게 교회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갖고 이 여정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서로를 존중하며 의견을 나누는 문화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배우고 익혀 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성직자나 수도자의 위계를 느끼기보다 모두가 하느님 백성의 구성원이라는 의식 안에서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으면서 함께 걸어가는 문화가 교구 안에서 더 확산되길 희망합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21면

[이웃종교] ‘오대산 세계종교평화포럼’ 개최…“배타성 내려놓고 마음 열어야”

전쟁과 난민, 혐오, 한반도 긴장 등 세계 곳곳에서 갈등과 폭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종교의 평화적 책임을 성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종교가 오늘날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또 역사 속에서 전쟁과 국가주의의 논리에 어떻게 동원되어 왔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5월 30일 오대산 월정사에서 ‘전쟁의 시대, 월정사 세계종교학자들의 대화’를 주제로 ‘2026 오대산 세계종교평화포럼’을 열었다. 발표자들은 십자군전쟁과 30년 전쟁, 태평양전쟁, 로힝야 난민 문제 등을 언급하며 종교가 평화를 실현하기보다,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의 언어로 전쟁을 정당화해 온 역사를 먼저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평화학자인 이찬수 박사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제국주의, 구조적 폭력이 얽힌 전쟁 속에서 종교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가 국가와 민족에 종속될 때 사랑과 자비는 사라지고 전쟁 수행 논리가 종교적 언어로 둔갑한다”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 정교회와 독일 개신교, 프랑스 가톨릭은 모두 같은 그리스도교 전통에 속해 있었지만 각국은 자신들의 전쟁을 ‘정당한 전쟁’으로 포장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이병성 교수는 유럽 30년 전쟁을 통해 종교 절대주의와 광신주의의 위험성을 조명했다. 이 교수는 “프랑스가 같은 가톨릭 세력인 합스부르크에 맞서 개신교 국가들과 손을 잡았다”며 “이는 전쟁의 성격이 종교에서 국가 이익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30년 전쟁은 가톨릭과 개신교 갈등에서 시작됐지만 점차 국가 이익과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전쟁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종교가 집단 이데올로기와 결합할 때 배타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종교가 인간을 결속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역할을 해 오기도 했지만,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형성하거나 강화해 전쟁 수행을 정당화하고 대중을 결집하는 데 활용된 역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을 내려놓고 평등하게 바라보는 ‘열린 가슴’일 때 평화의 가능성이 열린다”며 “종교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지만 깊은 본질은 사랑과 자비, 생명의 마음으로 통한다”고 덧붙였다. 기조연설을 맡은 이성훈(안셀모) 외교부 인권평화민주주의대사는 “기도가 평화의 언어가 아닌 전쟁의 언어로 전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얀마와 남수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폭탄이 터지고 수많은 생명이 쓰러지고 있다”며 “폭력과 살상이 종교적 상징과 언어, 의식과 전통을 통해 정당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포럼에 이어 열린 특별대담에서는 전쟁 시기 공영방송의 역할과 평화 저널리즘, 분쟁 지역의 현실, 전쟁이 미래 세대에 남기는 상처와 국제사회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3면

바로크 앙상블 ‘르 콩소르’ 내한…“16세기 교회로의 초대”

오늘날 콘서트홀에서 연주되는 클래식음악의 중요한 뿌리 가운데 하나는 교회에서 찾을 수 있다. 수도원과 성당은 신앙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음악가를 길러낸 교육기관이자 연주 현장이었다. 미사와 성무일도, 성가와 오르간 음악 안에서 다듬어진 선율과 화성은 훗날 궁정과 극장으로 뻗어 나갔다. 특히 16세기 종교개혁에 대응해 1545년부터 1563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열린 트리엔트공의회는 교회의 신앙과 전례를 새롭게 정비한 전환점이 됐다. 공의회 이후 교회는 교리를 분명히 가르치는 한편, 신자들의 마음과 감각에 호소하는 예술을 적극 활용했다. 성당의 건축과 회화, 조각, 음악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발전했다. 바로크 예술은 이처럼 눈과 귀로 신앙을 전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꽃피었다. 오는 6월 26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바로크 앙상블 ‘르 콩소르(Le Consort)’ 공연은 바로 그 시대의 음악을 만나는 자리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미사곡이나 모테트 같은 전례음악은 아니지만, 바로크 기악이 교회음악의 토양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들려준다. 공연에는 안토니오 비발디를 비롯해 장 필리프 라모, 장 프랑수아 당드리외,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 등의 작품이 오른다. 주요 작곡가들의 삶을 따라가면 성당과 신앙, 교회 음악기관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특히 비발디는 1703년 사제품을 받아 ‘붉은 신부’로 불렸다. 그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자선원이자 음악교육기관인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Ospedale della Pietà)’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기악곡과 성음악을 남겼다. 프랑스 바로크를 대표하는 라모와 당드리외 역시 성당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다. 라모는 클레르몽 대성당 등에서, 당드리외는 파리 생 메리 성당 등에서 오르간을 연주했다. 성당에서 익힌 화성과 선율은 훗날 건반음악과 실내악으로 확장됐다. 이번 공연으로 처음 한국을 찾는 르 콩소르는 2015년 창단한 바로크 앙상블이다. 2017년 ‘발 드 루아르 국제 고음악 콩쿠르(Concours International de Musique Ancienne du Val de Loire)’에서 1위와 청중상 수상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주요 공연장과 국제 음악 페스티벌에도 잇달아 초청되며 차세대 바로크 앙상블로 자리매김했다. 섬세한 시대적 해석과 음악적 통찰로 고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테오팀 랑글로아 드 스와르트와 소피 드 바르도네슈, 첼리스트 아나 살젠스탱, 하프시코디스트 쥐스탱 테일러 등 르 콩소르의 핵심 멤버들이 함께한다. 서울주보 소지자는 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 서울주보 지류 또는 애플리케이션의 할인 안내문을 제시하면 된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4면

인천 갈산종합사회복지관, 돌봄가족 지원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갈산종합사회복지관은 돌봄가족 지원 프로그램 ‘메아리 - 돌봄으로 지친 나에게 응답하라!’를 마련하고 참여자를 모집한다. 프로그램은 장애인, 치매 노인, 중증질환자, 발달장애 자녀 등 가족을 돌보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고립감을 겪어온 보호자들이 자신의 감정과 필요에 귀 기울이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6월부터 11월까지 ▲열린모임 ▲회복모임 ▲힐링모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정해진 일정을 지속적으로 맞추기 어려운 보호자들의 여건을 고려해, 참여자의 돌봄 상황에 따라 원하는 모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열린모임은 회복탄력성 교육으로 시작해 공예, 아로마, 푸드테라피 등 돌봄가족 자신의 감각과 감정에 집중하는 체험활동으로 이어진다. 평일에는 병원 동행, 돌봄, 가사와 직장 생활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보호자들의 현실을 고려해 토요일에 열린다. 회복모임은 마음챙김교육, 경청모임, 미술치료 등으로 구성됐다. 3회기로 구성된 마음챙김교육은 현재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자신을 수용하며, 돌봄 속에서도 스스로를 돌볼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인지행동치료인 ‘수용전념치료(ACT)’를 바탕으로,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있는 그대로 살피고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의 방향을 찾아가도록 돕는 마음건강프로그램이다. 첫 회와 마지막 회에는 참여자들이 신뢰 관계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나누고,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변화와 다짐을 정리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경청모임이 열린다. 미술치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과 스트레스를 드러내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힐링모임은 식사와 산책 등 평범한 일상 속 쉼을 경험할 수 있는 나들이로 올해 10월 하루 일정으로 열린다. 복지관은 돌봄 책임이 여전히 가족, 특히 여성에게 집중되는 현실에 주목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프로그램은 인천 부평구 통합공모사업 ‘올인원(All-In-One) 여성친화도시조성공모사업’ 선정 사업으로 진행된다. 여성친화도시는 여성만을 위한 정책을 넘어 돌봄 제공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가 돌봄의 부담을 함께 나누는 도시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취지다. 백진희(프란치스카) 관장은 “힘든 가족을 보살피는 생활은 외롭고 지치기 마련이며, 때로 푸념도 나오겠지만 이는 비난받거나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기대고 나눌 수 있는 ‘서로’가 작은 위로와 힘이 될 것”이라며 “돌봄을 받고 돌봄을 주며 살아가는 이 시간이 성장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문의 032-515-8187 갈산종합사회복지관 ▶‘메아리-돌봄으로 지친 나에게 응답하라!’ 참여 신청 링크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