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웅(가브리엘) 작가가 9월 9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성북동 스페이스 성북에서 개인전 ‘여주와 오크라(Bitter Melon&Okra)’를 개최한다. 작가는 사물과 인체의 표면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화폭에 담아 왔다. 전시에서는 여주와 오크라 등 채소가 시들고 말라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색채와 질감의 변화를 담은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단단하고 푸르던 채소의 표면이 갈색으로 물들고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은 생명의 소멸과 순환을 드러낸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포착되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통해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삶의 진리를 성찰한다. 작가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중국미술학원 대학원에서 회화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개인전 ‘너의 표정’, ‘파, 모과, 애플망고’, ‘빛 너머 빛으로’ 등을 열었으며, 2004년 제4회 송은미술대상 지원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가톨릭미술가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 월·화요일 휴관.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9월 1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 주례로 ‘제11차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제21회 가톨릭 환경상 시상식을 열었다. 박 아빠스는 강론에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리함의 청구서를 미래 세대에 떠넘기고 있다”며 “파괴에 사용되는 것들의 방향을 돌려서 생명을 살리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환경상을 수상한 대전교구 만년동본당과 의정부교구 창현본당, 수원교구 안성 죽산본당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성당 담장 안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가톨릭 환경상 대상을 받은 만년동본당 사회복음화 분과장 이효향(안나) 씨는 “기도가 실천으로 이어지고 작은 실천들이 모여 공동체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이 모든 과정이 사람의 계획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며 “본당에서 시작된 작은 실천이 가정으로, 이웃으로 그리고 세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수상을 받은 수원교구 안성 죽산본당 생태환경위원장 백승관(안드레아) 씨는 “2013년 생태환경위원회가 구성된 이래 2030년까지 재생 제품 완성, 204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열심히 활동해 왔다”며 “본당 공동체가 정성을 모아 지켜낸 땀방울에 대한 은총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위원회 총무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경과보고를 통해 “오늘 수상하는 세 본당은 모두 지역 사회와 함께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한 공통점이 있다”며 “세 본당에서 이루어진 일들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일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미사와 시상식에 참석한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은 미사 후 명동 일대에서 기후 행진을 이어갔다. 대구대교구 생태환경 및 농어민사목부도 9월 1일 내당성당에서 부교구장 김종강(시몬) 대주교 주례로 창조시기 개막미사를 봉헌했다. 창조시기가 전 세계 그리스도교 공동 전례 기간이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가톨릭교회의 그리스도교 일치 운동 분기점이라는 의미에서, 교구는 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건축된 내당성당을 미사 장소로 정했다. 특히 미사에는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협의회) 총무 김대명 목사와 협의회 인권위원장 박성민 목사, 생태 운동을 펼치고 있는 ‘커다란숲교회’ 정의석 목사와 신도들이 함께했다. 개신교 목회자들은 올해 창조시기 주제인 ‘살아있는 물’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미사 중 김 대주교가 주례한 물 축복 예식에도 함께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축복된 물을 신자들을 향해 뿌리며 ‘창조 세계의 치유를 위한 살아있는 물’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김 대주교는 강론에서 “창조시기는 그저 우리가 걱정 없는 세상을 살기 위해 자연을 보호하는 캠페인을 넘어선다”며 “우리의 행복과 생명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고, 창조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으로 생명을 누리는 일은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갖는 것”이라며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 앞에서 참 생명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든 세상 피조물이 저마다의 가치를 누리는 참 세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돌아보고, 생명이신 하느님께로 돌아서자”고 당부했다. 정의석 목사도 연대 발언에서 “네팔 대홍수와 산사태를 보면서 우리 지구가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든 수준까지 왔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며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창조 세계를 보존하는 일에 하나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도 9월 5일 평택 서정동성당에서 교구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원미사’를 봉헌하고, 환경한마당을 개최했다. 문 주교는 강론에서 “레오 14세 교황님은 제11차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 전쟁이 개인과 공동체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피조물과 이루는 조화를 해친다고 경고하셨다”며 “오늘 미사 중에 전쟁이 끝나고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이 환경을 지키는 데 노력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야겠다”고 말했다.
평생 한국에서 살았지만, 외국인 세대라는 이유로 한국 복지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대만 국적의 장 마태오(가명) 씨 사연(2026년 8월 16일자 4면)이 소개되자, 장 씨를 돕기 위한 전국 독자들의 기도와 정성이 모여들었다. 8월 12일부터 9월 1일까지 모인 성금은 총 3632만9500원이다. 성금은 9월 3일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본동종합사회복지관 이기연(효주 아녜스) 관장이 장 씨에게 전달했다. 본동종합사회복지관은 장 씨의 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지역 본당과 연결해 다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 관장은 “후원해 주신 모든 분이 우리에게 이웃 사랑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신 것 같아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며 “어르신께서도 이 후원금을 밑거름 삼아 귀화와 함께 건강도 되찾아 여생을 한국에서 잘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 씨도 “생각지도 못한 큰 도움에 감사드린다”며 “한국인이 되고 싶은 제 소원이 이뤄질 것만 같고, 앞으로 모든 일이 잘 되리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1976년, 자신도 가난했지만 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밥을 얻어 나누었던 최귀동 할아버지. 그 삶에서 피어난 한 송이 사랑의 꽃은 50년의 세월을 지나 수많은 사람의 삶으로 이어졌습니다. 꽃동네의 시작과 성장, 그 안에서 살아온 수도자와 봉사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꽃동네를 지탱해 온 사랑의 의미를 돌아봅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내어주었고, 누군가는 그 사랑 안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거창한 설명이나 화려한 수식 대신, 꽃동네와 함께 살아온 이들의 진솔한 목소리로 담아낸 50년의 이야기. 가난한 이의 삶에서 피어나 오늘도 세상을 향해 번져가는 시들지 않는 사랑의 꽃을 만나봅니다.
어느 날, 한 필리핀 여성이 울면서 저를 찾아왔습니다. 며칠 전 그녀의 공장이 화재로 완전히 전소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소지품과 저축 통장, 서류 등 모든 것이 불타 없어졌습니다. 제가 할 수 있었던 말은 오직 “여기에 당신의 가족이 있습니다. 우리 공동체가 있습니다.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가 드릴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것을 잃었지만, 우리를 잃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당신 곁에 있습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녀는 저를 바라보며 눈물을 닦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며칠 후, 제게 전화를 걸어 새 직장과 거처를 찾았고, 모든 것을 잃었지만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공동체가 그녀에게 희망과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 것입니다. 바로 그날, 필리핀에서 사진 한 장과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아버지(신부님), 보세요! 한국에서 같이 일하다가 필리핀에서 다시 만난 사람들이 있어요!” 사진 속에는 한때 광주엠마우스 이주민 공동체의 일원이었던 필리핀 이주민 두 명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진을 보고 너무나 기뻤고, 공동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이주민들은 고국을 떠날 때 모든 것을,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족을 두고 갑니다. 그들은 외로움을 느끼고, 이 외로움은 때때로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관계,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결국 자신의 가족을 파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저를 매우 슬프게 합니다. 때로는 그들의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주민들이 우리 엠마우스를 통해 한국에서 만난 공동체는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 그리고 기쁨의 원천이었습니다. 그것은 가족, 물론 ‘새로운 가족’이지만 ‘건강한 가족’입니다. 이 가족은 고향에 있는 그들의 진짜 가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신앙을 지키도록 도와줍니다. 엠마우스는 그들이 한국을 떠날 때도 함께하는 가족입니다. 엠마우스를 통해 한국에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것은 이주민들을 풍요롭게 하고 그들이 고향에서 가져온 소중한 것을 되돌려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건강한 가족, 즉 공동체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암에 걸린 한 이주민 환자가 옆 병상 환자에게 했던 말이 항상 생각납니다. 한국에는 그를 보살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저는 그와 매일 몇 시간씩 함께하며 도와드렸습니다. 저는 이탈리아 사람이고 그는 필리핀 사람이었습니다. 옆 병상 환자가 궁금해하며 그에게 물었습니다. “저 이탈리아 사람은 누구예요?”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필리핀 사람이고, 아버지(신부님)는 이탈리아 사람이고, 가족은 한국 사람입니다.” 그 한 문장에는 공동체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도 아니고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에페 2,19) 글 _ 이청우 마우리찌오 신부(오블라띠 선교 수도회·광주엠마우스 이주민 공동체 담당)
한국외방선교회가 캄보디아 선교 25주년을 맞았다. 선교회는 오는 9월 19일 캄보디아 프놈펜교구 주교좌 프사또잇성당에서 대목구장 올리비에 슈미트하우슬러 주교 주례로 캄보디아 선교 25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한다. 미사에는 캄보디아 캄퐁창교구장 서리 수온 항리 피터 주교, 선교회 총장 정두영(보나벤투라) 신부를 비롯해 현지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참여한다. 선교회는 지난 25년간 단순한 본당 사목을 넘어 현지의 교육과 의료 여건을 개선해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사회사목으로 선교를 확장했다. 2026년 현재 9명의 사제와 2명의 평신도 선교사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캄보디아 선교는 2001년 3월 선교회 곽석희(미카엘) 신부가 파견되면서 시작됐다. 선교회는 사회사목 기반 마련을 위해 NGO를 설립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이어가지 못한 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2007년 코미소 기술교육센터를 개소해 오토바이 수리, 이미용 기술, 재봉 기술 등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2016년에는 프놈펜 외곽 빈민 지역에 코미소클리닉을 열어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프놈펜공항 외곽의 공장 밀집 지역으로 클리닉을 이전·확장해 빈민 지역 주민과 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치과 진료를 해오고 있다. 2022년부터는 김은경(도미니카) 선교사와 김상집(라파엘) 선교사 부부가 선교회의 첫 평신도 선교사로 파견돼 센터에서 제과제빵 교육을 하고 있다. 선교회는 여러 NGO 단체와 한국교회 사제들의 협력을 통해 선교 활동의 폭을 꾸준히 넓혀 왔다. 이런 노력으로 현지 대학생들이 치과의사로 교육받아 코미소클리닉의 의사로 활동하는 결실도 봤다. 선교회는 파견 25주년을 맞아, 캄보디아 사회와 교회 공동체에서 선교회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성찰하고, 앞으로도 더욱 가까이에서 현지인들의 삶을 살피고 복음을 살아가는 선교회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캄보디아 지부장 김낙윤(요셉) 신부는 “지나온 모든 시간은 하느님의 은총이자 이 땅의 이웃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만들어 낸 사랑의 기적이었다”며 “이곳에 도착했을 때 맞닥뜨린 낯선 언어와 문화, 그리고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이들의 시선은 커다란 도전이었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발견하며, 한 걸음씩 이들과 삶을 나누는 법을 배워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 지부는 교육, 의료 그리고 영적 돌봄을 통해 이 땅에 희망의 씨앗을 심고자 애써왔다”며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며, 캄보디아교회가 스스로 일어서고 복음의 기쁨을 널리 전할 수 있도록, 겸손함과 열정으로 이 거룩한 여정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자신의 삶과 신앙, 생태와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네 권의 책을 통해 독자들과 나눈다. 하상출판사는 설립 15주년을 맞아 9월 19일 오후 2시 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성당 대성당에서 ‘이용훈 주교님과 함께하는 북콘서트’를 연다. 이번 북콘서트에서는 이 주교의 저서 「창조 VS 파괴」, 「느지지 소년의 사제 일기」, 「소박한 꽃밭을 가꾸는 마음」, 「야생화의 결실을 위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창조 VS 파괴」는 기후와 생명, 환경 문제를 신앙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성찰한 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바탕으로 생태 위기 앞에서 교회와 신앙인이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느지지 소년의 사제 일기」에는 이 주교가 고향 느지지에서 사제의 꿈을 키우던 어린 시절부터 사제품, 신학교 교수와 총장, 교구장으로 살아온 여정이 담겼다. 삶의 굽이마다 함께한 하느님의 섭리를 돌아보며 무엇보다 기도가 신앙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전한다. ‘신학단상’ 시리즈인 「소박한 꽃밭을 가꾸는 마음」과 「야생화의 결실을 위해」는 사목 현장과 강론에서 신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영성 에세이로 풀어냈다. 첫 권은 인간의 부족함과 상처 안에서도 피어나는 은총을, 두 번째 권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는 ‘신비로운 연대’와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한다. 북콘서트에는 소프라노 임선혜(아녜스), 피아니스트 정유리(마리아), 첼리스트 이호찬(요한 사도)도 함께해 음악으로 자리를 풍성하게 꾸민다. 참가 신청은 QR코드를 통해 할 수 있다. ※ 문의 070-4047-0743, 031-243-1880 하상출판사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백건우(요셉 마리),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이고시나 등 국적과 세대를 초월한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마포문화재단은 9월 10일부터 연말까지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제11회 M 클래식 축제’를 개최한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피아니즘(pianism)’으로, 피아노라는 악기가 지닌 고유한 예술성과 다양한 연주 기법을 드러내는 명곡들을 조명한다. 백건우는 10일 오후 7시30분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3번>, 브람스 <4개의 발라드> 등을 연주한다. 이어 발렌티나 이고시나는 11일 같은 시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리스트 <순례의 해 제3집 - Ⅳ. 에스테 별장의 분수> 등을 들려준다. 특히 리스트의 <에스테 별장의 분수>는 작곡가의 신앙과 영적 성찰이 담긴 작품으로 꼽힌다. 「순례의 해」는 리스트가 여행과 예술, 내면의 성찰을 음악으로 기록한 작품집으로, 제3집에는 말년의 종교적·철학적 사유가 짙게 배어 있다. 이 곡은 이탈리아 티볼리의 에스테 별장 정원에 흐르는 분수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러나 리스트가 표현한 것은 단순한 풍경의 아름다움이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 얻는 생명과 은총이다. 그가 남긴 악보에는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 4,14)라는 말씀이 적혀 있다. <에스테 별장의 분수>는 10월 27일 열리는 ‘전수진의 피아니즘’에서도 피아니스트 최현아의 연주로 다시 만날 수 있다. 한편 첼리스트 양성원(요셉)은 10월 14일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비올리스트 이수민,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외신종합] 레오 14세 교황이 8월 29일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 알바노 호수에서 열린 ‘호수의 성모 축일’ 수상 행렬에 참가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역대 교황 중 호수의 성모 축일 행렬에서 알바노 호수를 배를 타고 건넌 것은 레오 14세 교황이 처음이다. 교황은 이날 카스텔 간돌포 ‘호수의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뒤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넜다. 수상 행렬에는 ‘호수의 성모상’이 함께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 안에서,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사람과 민족 사이에서 생명과 희망, 평화를 너무나 필요로 한다”며 “어떤 상처를 입었든, 어떤 모욕을 당했든 악이 우리의 인간성을 일그러뜨리거나 우리의 마음을 타락시키도록 내버려두지 말자”고 당부했다. 교황은 또한 “이 세상의 사고방식을 따르지 말고 낙심하지도 말자”면서 “오직 사랑의 길만이 생명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론을 마무리하며 “오늘 저녁 우리 모두 예수님과 성모님 주위에 모여 호숫가에서뿐만 아니라, 온 세상의 모든 밤마다 하나 돼 하느님 현존을 평화롭게 드러내는 존재가 되고,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 사랑의 거부할 수 없는 메아리가 되자”고 당부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청년들에게 읽고 공부할 것을 권고한 청년용 공식 교리서 「YOUCAT(유캣)」의 핵심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한 워크북이다. 「YOUCAT」은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내용을 청년들이 이해하기 쉬운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풀어낸 교리서로, 이 책은 그 가르침을 바탕으로 신앙의 기초를 배우고 삶으로 실천하도록 돕는다. 책은 총 35개 챕터로 구성됐다. ‘나는 누구일까?’, ‘하느님은 어떤 분일까?’ 등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하느님의 사랑과 인간의 응답,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등을 중심으로 한 교회,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 다양한 기도 방법 등을 다룬다. 단순한 교리 학습서에 머물지 않고 ‘질문-배움-묵상-나눔-실천’의 다섯 단계를 통해 신앙을 삶 안에서 체험하도록 이끈다. 청소년·청년은 물론 신앙의 기초를 다시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하다.
전국가톨릭경제인회 초대 회장을 지낸 최철수(스테파노) 회장이 8월 27일 서울대교구청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1억 원을 기부했다. 이날 전달식에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와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 최 회장과 아들 최준영(사도 요한) 씨 등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제1·2대 전국가톨릭경제인회 회장을 역임하고, 초기 절두산순교성지를 조성에도 힘을 보태는 등 교회를 위해 봉사해 왔다. 정 대주교는 최 회장과 지난해 1억 원을 기부한 최준영 씨에게 감사를 전하며 “WYD가 하느님 뜻에 따라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교회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해 왔다”며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신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는 ‘제36회 가톨릭 미디어 콘텐츠 대상’을 공모한다. 가톨릭 미디어 콘텐츠 대상은 가톨릭 정신과 가치를 드높이고 건전한 미디어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작품과 인물을 선정해 시상한다. 공모 기간은 9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다. 공모 분야는 ▲TV, 라디오, 영화, OTT, 애니메이션, 유튜브(롱폼) 등 ‘방송영화’ ▲유튜브(숏폼), 페이스북(메타), 인스타그램, 블로그, 팟캐스트, 웹툰, 오디오북 등 ‘뉴미디어’ ▲신문, 잡지, 출판 등 ‘신문잡지출판’ ▲연극, 뮤지컬, 공연, 하이브리드 융복합 공연(전시) 등 ‘공연예술’ 4개 부문이다. 공모작은 2025년 10월 1일부터 2026년 9월 30일 사이 처음 공개된 작품으로 한정한다. 심사는 가톨릭 정신 실현, 가시적 결과 또는 업적 등으로 사회에 기여한 정도, 출품작의 질적 완성도를 기준으로 한다. 심사 후 부문별로 수상작을 선정한 뒤 부문상 중 최고 작품에 대상을 수여하며, 필요에 따라 특별상을 수여할 수 있다. 상금은 대상 500만 원, 부문상과 특별상은 각각 300만 원이다. 공모를 희망하는 자는 가톨릭 미디어 콘텐츠 대상 홈페이지(https://cmca.cbck.or.kr/)에서 양식을 내려받아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주교회의 홈페이지(cbck.or.kr)의 ‘보도자료’ 게시판에서 양식을 받은 뒤 우편(서울시 광진구 면목로 74) 또는 메일(mscm@cbck.kr)로 신청하면 된다. 시상식은 12월 3일 오후 5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다. 가톨릭 미디어 콘텐츠 대상은 1987년 ‘가톨릭 자유언론상’으로 제정됐다. 2000년부터는 ‘한국 가톨릭 매스컴상’, 2016년부터 ‘한국 가톨릭 매스컴대상’으로 명칭을 변경해 시상해 왔다. 미디어 콘텐츠의 장르가 다양해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2025년부터 ‘가톨릭 미디어 콘텐츠 대상’을 시상하고 있다.
박태원 신부(가브리엘·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가 8월 31일 선종했다. 항년 71세. 고인의 장례미사는 9월 3일 오전 8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경당에서 봉헌된다. 장지는 강원도 양양 오상 영성원의 예수고난회 묘원. 1955년 1월 태어난 박 신부는 1984년 2월 첫 서원을 하고, 1987년 2월 사제품을 받았다. 수도회는 “신부님께서는 요양병원에서 투병 중, 수사님들의 기도 안에서 고요히 하느님 품에 안기셨다”며 “그 동안 기도해주시고 고통을 함께 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를 비롯한 수많은 순교자의 신앙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순교 역사를 증언하고, 찾아내며, 연구해 온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는 교회 전체의 노력이 있었지만, 순교의 현장을 기억하고 전한 평신도들의 역할 또한 매우 컸다. 올해 순교자 성월을 맞아 순교 역사를 지켜 온 평신도들을 조명한다. 그 첫 번째 인물은 순교자들의 행적을 증언하며 한국교회 순교사 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순집(베드로, 1830~1911)이다. 그는 어떻게 ‘순교자들의 행적 증거자’가 됐나 인천교구 강화도 갑곶 순교 성지에는 ‘순교자들의 행적 증거자 박순집의 묘’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박해 시기인 1830년 10월 9일 지금의 서울 후암동에 해당하는 남문 밖 전생서(典牲署)에서 아버지 박 바오로와 어머니 김 아가타 사이에서 태어난 박순집의 삶은 순교자들의 시신 수습과 안장, 그리고 행적 증언으로 요약된다. 박해가 끝난 뒤 조선교회가 순교자 시복을 추진할 때 그는 가장 중요한 증언자였다. 시복 수속 과정에서 그의 증언을 기록한 「박순집 증언록(朴順集 證言錄)」(이하 증언록)이 세 권으로 편찬된 것은 그가 한국교회 순교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 준다. 제7대 조선교구장 블랑 주교는 1888년 순교자 시복을 위해 프와넬(Poisnel) 신부에게 순교자 행적 조사를 지시했다. 프와넬 신부는 박순집의 증언을 들었고, 서기를 맡은 권 타대오는 그 내용을 한 마디도 바꾸지 않고 기록했다. 그 결과 증언록에는 150여 명의 순교자가 수록됐다. 그가 순교자들의 행적을 증언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심 깊은 가문이 있었다. 할머니가 ‘갸나’라는 세례명을 지닌 신자였다는 사실로 미뤄 볼 때, 그의 집안은 신유박해(1801년) 이전부터 신앙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버지 박 바오로는 훈련도감 포수로 일하며 여러 신자의 순교 현장을 목격했고, 비밀리에 순교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맡았다. 박 바오로는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가 1846년 9월 16일 새남터에서 순교하자 목숨을 걸고 시신을 찾아내 왜고개(瓦署)에 안장했다. 그는 아버지를 통해 이 사실을 들었을 뿐 아니라, 김대건 신부가 서소문과 당고개를 거쳐 새남터 형장으로 끌려가는 모습도 목격했다. 이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훈련도감의 군인이 됐고, 병인박해 당시 순교 현장에 있었다. 그는 1866년 3월 새남터에서 순교한 제4대 조선교구장 성 베르뇌 주교, 성 브르트니에르 신부, 성 볼리외 신부, 성 우세영(알렉시오) 등 순교자 7위의 시신을 찾아 새남터 인근에 임시 매장한 뒤 왜고개에 안장했다. 또 서소문 밖에서 순교한 성 남종삼(요한)과 성 최형(베드로)의 시신도 왜고개에 묻었다. 순교하지 못한 이가 선택한 보속의 길 그가 평생 순교자들의 증거자로 살아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으로서의 아픔도 있었다. 병인박해 한가운데 있었지만 검거망을 피해 살아남은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순교의 길을 걸었다. 1866년 10월 고모 박 막달레나와 조카 박 바오로, 1868년 3월 아버지 박 바오로가 순교했다. 문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박순집 집안에서 순교한 이는 20여 명에 이른다. 증언록에는 그의 친인척을 비롯해 여러 순교자의 체포 과정과 신앙 고백, 순교에 이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순교자들이 형장으로 끌려가며 겪은 고통과 끝까지 신앙을 지킨 영광이 함께 기록됐다. 인천교회사연구소 부소장 김규성(요셉) 신부는 논문 「조선 천주교회의 순교자 관련 기록 연구」에서 그가 증언자로 살아간 배경에 대해 “집안에 순교의 영광을 얻은 이들이 많았지만 자신은 순교하지 못하고 살아남았기에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고, 이를 보속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순집과 인천교구 갑곶 순교 성지 인천교구사에서 박순집은 ‘교구 발전의 초석’으로 표현된다. 그는 서울 홍제동 자신의 집을 공소로 내놓고 살다가 1889년경 인천 제물포 신자들의 요청으로 1890년 가족과 함께 이주했다. 그의 나이 60세 때였다. 당시 제물포에는 사제가 없었고 조선인 신자 두 가정, 일본인과 중국인 신자가 있을 뿐이었다. 박순집은 답동본당 주임 빌렘 신부의 부탁으로 1892년부터 1902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했고, 이후에도 회장과 같은 역할을 이어 갔다. 1911년 6월 27일 81세로 선종한 그는 인천 용현동에 묻혔다가 1961년 서울대교구 절두산 순교성지로 옮겨졌다. 이후 인천교구 성지개발위원회는 2001년 5월 24일 도화동성당 성체조배실 안에 그의 유해를 봉안한 뒤 같은 해 9월 갑곶 순교 성지로 이장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유해 이장 당시 인천교구장 고(故) 나길모 주교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신앙을 증거한 박순집 베드로의 정신을 본받기 위한 교우들의 노력과 실천이 요청된다”고 당부했다. 갑곶 순교 성지 전담 민동규(다니엘) 신부는 그의 신앙에 대해 “그의 삶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신앙은 단지 믿고 간직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전하고, 이어 가야 하는 것임을 가르쳐 준다”며 “우리는 신앙 선조들의 희생을 너무 쉽게 과거의 이야기로만 생각하지만, 박순집으로부터 신앙 선조들의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되살려야 하는 책임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2004년 우리나라에도 번역·소개되었던 역사소설 「임프리마투르」에는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아토 멜라니(Atto Melani, 1626~1714). 그는 유럽 왕실을 누비던 카스트라토 가수이자,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의 비밀 정보원이기도 했다. 그의 생애에는 노래와 정치, 밀사 임무와 첩보가 함께 했다. 가상 인물처럼 보이지만 무려 실존 인물이다. 동시대 네덜란드에는 콘스탄테인 하위헌스(Constantijn Huygens, 1596~1687)가 있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의 부친이다. 시인이자 외교관이었던 그는 류트 연주자이기도 했다. 그는 영국을 방문했을 때 제임스 1세 앞에서 연주했고 이런 말을 남겼다. “류트, 접견실로 들어가기 위한 나의 열쇠여.” 음악학자 폴 오데트는 “류트 연주자는 자주 스파이나 이중 첩자로 이용되었다”라고 말한다. 나지막한 음량을 가진 류트는 왕이나 최고위 측근들이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연주하기 좋은 내밀한 현악기다. 한마디로 이는 정보원에 접근하기 최적의 수단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음악은 궁정 깊숙한 곳으로 사람을 데려갔고, 때론 외교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이런 시대에 작곡가와 외교관, 가수, 성직자 이력을 한 몸에 지닌 사람이 있었다. 아고스티노 스테파니(Agostino Steffani, 1654~1728)다. 스테파니의 삶을 한 가지 직함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로 활동했고, 작곡을 공부했다. 뮌헨 궁정에서 일하다 1680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하노버로 옮겨 여러 오페라를 썼고, 외교 임무도 맡았다. 브뤼셀과 뮌헨을 오가며 협상에 참여했으며, 주교품을 받고 작센 지역 대목구장까지 올랐다. 그의 첫 출판 작품은 성음악집이었다. 스무 살이 되기 전인 1674년 로마에서 펴낸 「저녁기도 시편집(Psalmodia vespertina)」이다. 같은 시기 스테파니는 별도의 성음악도 작곡했다. 1673년 11월에 완성된 〈찬양하여라 주님의 종들아(Laudate pueri)〉가 그중 하나다. 시편 113편을 바탕으로 한 이 곡은 오늘날 케임브리지 피츠윌리엄 박물관의 필사본으로 전한다. 아홉 성부로 쓰인 곡이지만 독창, 이중창, 삼중창과 합창이 번갈아 나타나고, 때론 두 합창이 합쳐지면서 음향의 크기와 밀도가 달라진다. 적은 수의 성부가 중창처럼 나서며 선율들이 서로를 모방하고 화답하며 얽힌다. 훗날 스테파니의 이름을 널리 알린 ‘듀엣(실내 이중창)’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다. 실제로 스테파니는 듀엣의 대가였다. 곡을 듣다 보면 궁금증도 생긴다. 사랑의 기쁨과 슬픔, 상대를 붙잡고 싶은 조바심, 질투와 희망, 체념과 격정이 작품 속에서 계속 교차하기 때문이다. 이후 주교가 된 사제가 사랑과 관련된 온갖 감정을 어떻게 이토록 세밀하게 그려냈을까. 바로크 시대 작곡가에게 인간의 여러 정감(affetti)을 표현하고 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은 중요한 덕목이었다. 스테파니는 이런 면에서 탁월한 거장이었고, 그의 이중창이 유럽 전역에서 큰 명성을 얻은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찬양하여라 주님의 종들아〉에도 그의 음악적 특기가 곳곳에서 보인다. 여러 목소리가 맞물리고 다시 합치되며, 텍스트에 섬세한 표정을 드리우는 감각. 사랑의 애틋함을 노래할 때도, 시편으로 하느님을 찬미할 때도, 그는 음악과 가사로 사람의 마음에 와닿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가수이자 작곡가, 사제이자 주교. 때로는 외교관으로서 국경을 넘나들었던 이. 멜라니와 하위헌스 사례에서 보았던 17세기 음악가의 여러 모습이 스테파니에게서 모두 공존한다. 열아홉 살 청년이 남긴 아름다운 시편은, 훗날 그가 보여줄 천의 얼굴을 예고하고 있다. 글 _ 박찬이 율리아나(음악 칼럼니스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1년 앞두고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교를 나누는 장이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과 이주사목위원회는 8월 30일 서울 혜화동 동성중고등학교 일대에서 ‘2026 WYD 세계 청년 한마당’을 개최했다. ‘우리 함께 놀아요!(Let's play together)’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스페인,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청년 300여 명이 참가했다. 개막미사는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 주례로 동성중·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영어로 봉헌됐다. 아울러 제1독서와 제2독서는 각각 몽골어와 인도네시아어로 봉독됐다. 참가자들은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베트남어, 영어, 한국어 등 각자의 모국어로 보편지향기도를 바쳤다. 이 주교는 강론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청년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가는 모습을 두고,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청년들은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며 새로운 땅에서 삶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환대를 베풀고, 함께 성장하는 길을 찾아가기 바란다”며 “외국 청년들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고 배우면서 서로의 다양성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풍요로움을 이루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 주교는 2027 서울 WYD 주제 성구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언급하며 청년들이 서로의 이야기와 꿈, 고민과 신앙을 나누면서 희망의 표징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러한 만남을 통해 우리는 누구도 혼자 걷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고, 함께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희망의 표징이 될 것”이라며 “오늘 이곳에 모인 여러분이 바로 그 희망의 시작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미사 후에는 운동장과 강당 등에서 문화 교류와 체험 부스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한국의 전통놀이인 ‘딱지치기’와 ‘고무신 던지기’, 일본의 전통 목제 놀이 ‘다루마오토시’, 필리핀의 전통 죽마 놀이 ‘까당까당’ 등 각국의 놀이를 체험했다. 또한 물총을 활용한 팀 대항전 ‘말씀을 지켜라’, 팀 협동 게임 ‘공 굴러가유’, ‘청홍판 뒤집기’, ‘붐샤카라카 챌린지’, ‘미션 릴레이’ 등의 부스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었다. 전통놀이를 체험한 베트남 유학생 응웬 투이 응언 씨는 “서울 WYD를 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내년에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스 봉사자로 참가한 이장범(모세) 씨는 “덥고 습한 날씨에 힘들기도 했지만 색다른 놀이를 체험하고 즐거워하는 외국인 참가자들을 보니 기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또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성 프란체스카 사베리아 카브리니, 성 요세피나 바키타, 성 가롤로 아쿠티스 등 수호성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2027 서울 WYD 수호성인 포토월’을 비롯해 ‘WYD 카드 짝 맞추기’, ‘수호성인 키링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등 서울 WYD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탄자니아 출신의 봉사자 마이클 보니파시오 음줄리 씨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내년 대회가 잘 치러지도록 계속 기도하고 있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교회뿐 아니라 한국 문화도 접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홍보단은 한량무와 소고춤 등 한국무용을 비롯해 케이팝(K-POP) 댄스를 선보이며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유상혁(요한 세례자) 신부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국적의 청년들이 서울 WYD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늘의 만남이 내년 대회까지 이어져 청년들이 서로를 기억하고 다시 만날 수 있는 인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는 박 엘레오노라(46) 씨에게 행복한 삶의 터전이었다. 동네에서 반찬 가게를 운영하며 홀로 세 남매를 키운 박 씨는 “에너지 넘치고 활발한 고려인 사장님”으로 불렸다. 하지만 평범했던 일상은 전쟁과 함께 무너졌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하르키우는 전쟁의 중심지가 됐다. 삶의 터전이었던 도시가 포격의 위협에 놓이면서 박 씨 가족은 하루아침에 전쟁 난민이 됐다. 가족은 급히 고향을 떠나 체코로 향했다. “하르키우가 위험해지자 주민들은 폴란드, 독일 등 주변 국가로 갑자기 이동하게 됐어요. 우리 가족은 전 재산 3000만 원을 들고 체코로 가게 됐죠. 금방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되자 고려인인 박 씨는 언어와 문화적으로 익숙한 한국행을 택했다. 낯선 한국 땅에서 박 씨는 다시 가족을 위해 살아가기 시작했다. 고려인 지원센터 ‘너머’의 도움을 받아 일자리를 구했고, 두 아들을 키우며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월 300만 원가량의 수입으로 월세를 내고 아이들을 돌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2023년 자궁암 4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낯선 나라에서 가장 역할을 해야 했던 그에게 병마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박 씨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당시에는 화가 났다”고 말했다. 다행히 고려인 지원센터를 통해 알게 된 수녀회의 도움으로 수술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건강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2025년 4월 자궁암 후유증으로 장천공이 발생해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이후 복부 합병증으로 장 유착 진단까지 받은 박 씨는 일상생활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배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 때문에 일을 지속하기 어려웠고, 올해 들어서는 일한 날을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박 씨의 한 달 수입은 약 50만 원. 월세 47만 원을 내고 나면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거의 남지 않는다. 한때 80kg의 건강한 체격이었던 박 씨의 몸무게는 투병을 거치며 50kg 안팎까지 줄었다. 무엇보다 힘들게 하는 것은 아픈 몸만이 아니다. 낯선 나라에서 의지할 곳 없이 살아가야 하는 외로움도 박 씨를 좌절시켰다. 절망적인 상황에도 박 씨가 삶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도움의 손길을 건넨 한국인 덕분이었다. “강생의 터 손 다니엘라 수녀님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저를 도와주셨어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 준 큰 힘이었죠. 한국에서 제가 받은 사랑과 은혜를 평생 잊지 않고, 언젠가 저도 다른 사람에게 따뜻함을 전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전쟁과 병마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박 엘레오노라 씨는 여전히 가족을 위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6년 9월 2일(수) ~ 2026년 9월 29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전화기 너머로 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나 잘 지내.” 짧은 한마디인데 어머니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말끝이 평소보다 조금 빠르고, 웃음소리 뒤에 미세한 머뭇거림이 섞여 있다. 몇 초의 침묵, 그 틈에서 어머니는 이미 알아챈다. 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정작 딸은 그 어떤 사정도 입 밖에 내지 않았는데. 같은 말을 인공지능(AI) 스피커에게 건네면 어떨까. 문장은 정확히 인식하고, “다행이네요”라는 다정한 답이 곧바로 돌아올 것이다. AI는 문장을 읽지만, 문장 뒤에 숨은 떨림은 읽지 못한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교 연구진은 2025년 4월 발표한 논문에서 이 간극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미지, 영상, 언어를 다루는 AI 모델 350여 개를 모아 실험했다.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3초짜리 영상을 AI에게 보여 준 뒤, 연구진은 사람들이 그 장면에 매긴 평가와 뇌 반응을 AI가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는지 비교했다. 물체와 장면을 처리하는 뇌 영역의 반응에서는 AI가 비교적 사람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사람들이 함께 무엇을 하는지, 서로 소통하는지처럼 사회적 상호작용이 걸린 장면에서는 한계가 뚜렷했다. 특히 그 장면을 볼 때 나타나는 사회적 시각 처리 관련 뇌 반응을 인간 수준으로 예측한 모델은 없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따로 있었다. 사람이 쓴 문장 설명을 함께 받은 AI는 영상만 보고 판단한 AI보다 사람들의 평가를 더 비슷하게 맞혔다. 언뜻 사람과 비슷하게 이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같은 장면을 볼 때 사람의 뇌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니 결과는 달랐다. 문장 설명을 받은 AI조차 사람의 뇌 반응은 제대로 맞히지 못한 것이다. 답은 비슷하게 냈지만, 그 답에 이르는 방식은 사람과 달랐다는 뜻이다.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나 상황을 판단하는 일을 맡은 뇌 부위에서는, AI가 사람을 따라잡지 못하는 정도가 훨씬 더 심했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이렇게 짐작한다. 지금의 AI는 정지된 장면을 읽는 데는 능숙해졌지만, 시간 속에서 움직이고 관계 속에서 달라지는 살아 있는 장면을 인간처럼 읽어 내기에는 아직 서툴다는 것이다. 맥락을 읽는다는 것은 정답에 가까운 판단을 내놓는 일이 아니다. 입 밖에 내지 않은 것을 알아채는 일이다. 목소리의 떨림, 시선이 머무는 시간, 침묵의 무게 그리고 그 사람을 오래도록 지켜봐 온 시간의 축적. 이 모든 것이 겹겹이 쌓여야 비로소 하나의 맥락이 완성된다. 정답을 맞히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알고리즘은 어제와 오늘의 표정을 나란히 비교하지 못하고, 그 사람이 본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인간이 서로를 살아 있는 존재로 대하는 오래된 방식이다. 말보다 먼저 마음을 읽고, 정답을 찾기보다 상대를 살피는 것. 그 능력은 데이터를 쌓는다고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함께 밥을 먹고, 눈을 맞추고, 서로의 침묵을 견뎌온 시간 속에서만 조용히 자란다. 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말 뒤에 숨은 표정을 놓치지는 않았는가. AI가 분석한다? 그래도 인간만이, 맥락을 읽는다. 글 _ 최홍규 안토니오(EBS 디지털교육기획부 연구위원, 미디어학 박사)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하느님의 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 시복 안건에 대한 현장 조사를 8월 26일과 27일 서울대교구와 대구대교구에서 하루씩 진행하고 ‘공적 경배 없음’을 확인했다. 하느님의 종 단계에서는 성인이나 복자와 달리 공적 경배를 할 수 없어, 시복을 위한 교구 재판 관여자들은 하느님의 종과 관련된 장소를 방문해 공적 경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김 추기경 시복 법정 제12회기로 진행된 서울대교구 현장 조사는 8월 26일 교구청에서 재판관 구요비 주교(욥·교구 시복시성위원장)의 개정 선언으로 시작됐다. 개정식에는 재판관 대리 박준양(요한 세례자) 신부, 검찰관 송정호(알베르토) 신부, 공증관 나윤정(레지나) 간사를 비롯해 교구 시복시성위 부위원장 박선용(요셉) 신부와 총무 김남균(시몬) 신부 등이 참석했다. 구요비 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참석하는 청년들과 각국 사절단에게 한국교회의 순교 역사와 더불어 한국 근현대사에 김 추기경님 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용 신부가 현장 조사 실시 목적을 설명한 뒤, 조한건(프란치스코) 신부가 교구 담당자 선서를 했다. 이어 현장 조사 참여자들은 교구청 2층 로비에서 김 추기경이 사용하던 옛 주교좌를 확인했으며, 김 추기경이 집무실과 숙소, 경당 등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방문했다. 또한 교구 역사관에서 김 추기경이 대주교로서 받은 팔리움, 자필 강론 원고 등도 살펴본 후, 주교좌명동대성당으로 이동해 제의실에서 김 추기경 등 역대 교구장 사진을 확인했다. 이후 김 추기경이 교구장 은퇴 후 머물렀던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를 찾아 도서관 내 ‘김수환 추기경 문고’를 둘러보고, 주교관 경당과 집무실 등을 방문했다. 현재 전 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이 사용하고 있는 주교관 책상 옆면에는 ‘이 책상은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혜화동 주교관에서 사용하셨으며, 김 추기경님 선종 후 정진석 추기경님께서 이어받아 사용하셨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염 추기경은 현장 조사 참여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김 추기경님께서 사용하시던 책상 등은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교구 현장 조사는 경기도 용인 천주교 공원 묘원 김 추기경 묘소와 기념 경당에서 마무리됐다. 8월 27일에는 시복 법정 제13회기로 대구대교구청과 성모당, 대구가톨릭대학교(옛 유스티노 소신학교)를 포함해 김 추기경이 세례와 견진성사, 사제서품을 받은 주교좌계산대성당 등에서 현장 조사가 이어졌다. 현장 조사가 마무리됨으로써 법정 회기의 모든 문서를 교황청 심사를 위한 언어로 번역한 후 법정 종료 회기를 통해 예비 심사를 마치게 된다. 그 뒤 교구 단계 재판 기록 문서 전체를 교황청 시성부로 보내며, 이 문서는 첫 단계 성덕 심사를 위한 심사자료(Positio) 작성의 기초가 된다. 심사자료 작성이 끝나면 교황청 시성부 역사위원회, 신학위원회, 추기경과 주교위원회 순서로 본심사 과정을 거친 뒤, 교황의 최종 승인을 받아 가경자(可敬者)로 선포된다. 그 후 두 번째 단계인 기적 심사가 교구 단계부터 새롭게 시작돼 기적 심사를 통과하면 복자(福者)로 선포된다. 복자에서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기적 심사를 거쳐야 한다.
네팔에서 벌어진 참혹한 재난은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다시 일깨운다. 8월 26일 히말라야에서 녹은 빙하가 거대한 물과 토사로 변해 마을과 도로를 휩쓸었다.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영구동토층이 약해지면서 빙하 붕괴와 산사태, 돌발홍수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번 참사는 기후위기가 키워 온 위험이 더 이상 경고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재난으로 닥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더 뼈아픈 것은 기후위기의 책임과 피해가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며 풍요를 누려 온 나라와 사회보다, 배출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난한 지역의 주민들이 더 먼저, 더 크게 피해를 입는다. 네팔의 참사는 기후위기가 곧 불평등의 문제이며 정의의 문제임을 보여 준다. 우리 역시 산업화와 과소비라는 풍요를 누려 온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교회가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등을 중심으로 긴급구호와 모금에 나선 것은 그래서 더욱 뜻깊다. 하지만 피해 주민을 돕는 일이 단순한 자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가 누려 온 편리와 소비가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는 사실을 돌아보며, 사죄와 책임의 마음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 당장은 피해자와 구호 활동을 위한 우리의 기도와 후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에너지와 소비 습관을 바꾸고, 기후위기에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는 정책과 국제적 연대를 지지하는 생태적 회심도 뒤따라야 한다. 네팔의 눈물을 닦아 주는 일은 결국 우리의 삶을 바꾸는 데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