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현악기의 울림이 조화를 이뤘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마치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듯 전개되는 멜로디 속에 청년 연주자들은 서로 눈빛을 마주치며 장난스레 웃는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음악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피워내는 음악 공동체, 자립준비청년 앙상블 M.O.A.(Miracle of Art, 이하 모아)를 만났다.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들 모아는 2024년 3월, 아동양육시설 꿈나무마을에서 퇴소하고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모여 시작됐다. 어릴 적부터 해온 악기 연주를 계속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7명의 모아 단원들에게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전지훈(하상바오로·22) 씨는 음악이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는 많은 생각을 해야 하지만, 음악은 그런 생각 없이도 함께할 수 있다”면서 “오랜 시간 못 만난다 해도 늘 그 자리에 있어 줄 것 같은 친구”라고 했다. 이선빈(마태오·23) 씨도 “음악은 없으면 허전한, 같이 사는 존재 같다”고 했다. 무얼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어 주는 존재. 시설에서 자라 지금은 홀로서고 있는 이들에게 음악은 ‘가족’ 그 자체였다. 그 가족에는 누구보다 하느님이 계셨다. 단원들의 음악의 시작에는 성가가 있었다. 꿈나무마을 시절 미사 반주 봉사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원들은 “우리는 성가 전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원들에게 어린 시절, 음악은 성가였고, 기도였고, 그 자체로 기쁨이었다. 모아 대표를 맡고 있는 나동화(아우구스티노·23) 씨는 “신앙 안에서 시작한 음악이었고, 덕분에 신앙생활이 즐거울 수 있었다”면서 “지금도 음악은 신앙을 키워나가는 힘”이라고 말했다. 윤선형(라자로·26) 씨도 “성가를 연주할 때가 많다”며 “청년들이 모여 기도하면서 음악을 하다보면 연주 안에서 거룩함을 느낄 때가 있다”고 전했다. 나눔의 선순환을 이끌다 자립을 위해 공부하고, 일하는 것. 다른 청년들에 비해 홀로서기에 더 많은 시간과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원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연주 활동을 준비하면서도, 주말마다 꿈나무마을을 찾아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동생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양로원이나 복지시설을 찾아 공연도 연다. 처음부터 봉사를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도, 거창한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우연히 찾아온 봉사 기회를 자연스럽게 이어 나간 것이 꾸준한 봉사로 이어졌다. 나동화 씨는 “(봉사를 하게 된 건) 다 주님께서 하신 일인 것 같다”면서 “저희도 많은 것을 받아왔으니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고 말했다. 모아를 돕는 많은 손길도 있었다. 공연을 본 교수 등 전문 음악인들이 먼저 연락해 단원들에게 개인 지도를 해주고, 정기연주회 협연도 했다. 자립준비청년 몇 명이 모여 시작한 작은 모임은 도와주고, 또 도움받는 구심점이 됐다. 그렇게 벌써 60여 회 무대에 오르며 모아는 성장하고 있다. 이선빈 씨는 “그동안 받은 도움으로 또 우리가 봉사를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악기를 배운 이 친구들도 저희처럼 또 다른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로와 희망을 노래하다 “저희 연주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원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반드시 전하는 말이다. 그 마음이 전해져서였을까. 모아의 공연 후에는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많다. 비단 관객만이 아니다. 자신들을 위해 치는 박수갈채 속에 모아 단원들 역시 위로를 얻고, 희망을 발견한다. 전지훈 씨는 “박수를 치는 모습, 감정의 표현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고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 위로와 희망은 다른 모든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노래기도 하다. 최근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경제적 지원은 늘었지만, 여전히 청년들은 자립이 아닌 고립을 경험한다. 그들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은 금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선형 씨는 “실력이 부족해 공연 전에는 ‘틀리지 말자’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공연에 감동하는 관객을 보며) 제 부족함을 친구들이 채워줬다는 걸 알게 됐다”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공동체가 있다면 내가 부족하더라도 잘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모아는 자립준비청년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당당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대며 부족함을 채워주는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앙상블’로 보여준다. 모아는 그렇게 자립을 노래한다. 나동화 씨는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음악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모아가 원동력이 돼서 선순환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그렇게 되도록 저희는 부르심에 ‘예!’ 하고 달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7월 19일은 제31회 농민 주일이다. 교회는 농민 주일을 맞아 농촌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생명을 일구는 농업과 농민의 가치를 되새긴다. 오늘날 농촌은 기후위기로 농사 시기와 수확량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데다 고령화와 생산비 상승, 일손 부족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힘겨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생명의 땅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묵묵히 논과 밭을 일군다. 의정부교구 가톨릭농민회 대광분회 회원 최성순(로사) 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연천 안뜨레농장을 찾아, 기후위기 시대 생명농업을 이어 가는 농민의 하루를 함께했다. 기후위기가 바꾼 농촌 “10년 전도 아니야. 고작 2~3년 전부터 자외선이 너무 강해졌어요. 햇볕이 뜨거운 정도가 아니라 따가워요. 피부가 익는다니까요.” 39년째 안뜨레농장을 운영하는 최성순 씨는 최근 몇 년 사이 햇볕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정오가 되기 전까지 밭일을 하고 한낮의 열기를 피해 쉬었다가, 오후 4시쯤 다시 밭으로 나간다. 해가 가장 높은 시간에는 비닐하우스에 들어갈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새벽에도 체감온도가 25도를 훌쩍 넘는 것 같아요. 열대야가 이어지면 밤새 달궈진 열기가 아침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요.” 기후변화는 농민의 노동시간과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새벽과 늦은 오후로 일을 나눠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든다. 이 같은 체감은 한 농민의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4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서 농민들은 농업 경영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재배 여건 변화’를 꼽았다. 달라진 기후는 작물의 생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작물이 품종 고유의 크기와 모양대로 자라지 않는 일도 잦아졌다. 올해 안뜨레농장의 미니 단호박은 일반 단호박만큼 커졌다. 어른 주먹 정도여야 할 열매가 아이 얼굴만 한 크기로 자란 것이다. 최 씨는 “예전에는 봄에 심은 단호박을 가을까지 일정하게 수확했지만 이제는 언제까지 열릴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올해는 미니 단호박 크기도 유난히 크고 열린 양도 지난해보다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작물이 크고 많이 열린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농산물은 품종에 맞는 크기와 모양을 갖춰야 상품성이 높다. 기후가 바뀌며 오랜 농사 경험으로도 수확량과 품질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그래도 생명농업을 이어가는 이유 최 씨는 약 3000평의 밭에서 미니 단호박과 감자, 고추, 오이, 가지, 양배추, 상추, 무 등 20여 종의 채소를 기른다. 10년 전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농약을 사용하던 기존 농법에서 무농약 농사로 전환했다. 주력 작물은 미니 단호박이지만 판로에 맞춰 여러 작물을 함께 재배한다. 수확한 농산물은 인근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매장과 계약 업체, 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생활공동체 나눔터, 직거래 장터인 명동보름장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농장 창고에는 갓 수확한 감자가 가득 널려 있었다. 농민 주일을 맞아 7월 19일 서울 명동에서 열리는 명동보름장에 내놓을 농산물이었다. 무농약 농사는 일반 농법보다 훨씬 많은 노동을 요구한다. 제초제를 쓰지 않으니 밭의 풀을 일일이 뽑아야 하고, 해충도 사람의 손으로 잡아야 한다. 덥고 습해질수록 풀과 벌레는 더 빠르게 번진다. 무농약 농사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가톨릭농민회 회원으로서 생명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를 다시 밭으로 이끌었다. “예전 농법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그래도 무농약·친환경 농업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이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잖아요. 그런 사명감으로 이어 가고 있어요.” 심각한 기후위기 직격탄 맞은 농촌…잇따른 기상이변에 농사 여건 악화 39년째 농장 운영하는 최성순 씨…수확량·품질 예측 힘든 상황에도 무농약·친환경 농업 사명감 지켜…“생명농업 우리 농산물 선택해 주길” 빈자리 채우는 이주노동자 농촌 고령화도 농민들이 마주한 또 다른 어려움이다. 농장이 자리한 지역의 농민 대부분은 70~80대다. 올해 63세인 최 씨는 마을에서 ‘젊은 농부’다. 때문에 외국인 계절근로자(E-8)는 부족한 일손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농사를 지속하기 위한 필수 인력이 됐다. 이들은 파종기·수확기 등 단기간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어업 분야 인력난 해소를 위해 입국한 노동자들이다. 최 씨도 3년 전부터 농번기마다 계절근로자를 직접 고용한다. 특히 무농약 농사를 지으려면 풀을 뽑고 벌레를 잡는 데 더 많은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농장에서는 베트남에서 온 양 씨와 코아 씨,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E-9)으로 입국한 네팔 출신 라즈 씨가 함께 일하고 있다. 올해 처음 한국에 온 양 씨에게도 고온다습한 여름은 버겁다. 그는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이른바 ‘선풍기 조끼’를 입고 밭일을 이어 갔다. 농촌과 생명농업, 농민 홀로 지킬 수는 없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최 씨가 농사를 지으며 지키는 기준은 분명하다. “내가 먹을 수 없는 것은 팔지 말자.” 최 씨는 “예쁘고 깨끗한 농산물을 팔기 위해 수확 한 달 전까지 농약을 뿌리는 일은 농민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며 “내가 먹지 못할 것을 소비자에게 팔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선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몸에 걸치는 옷에 쓰는 비용을 조금 줄이더라도, 몸속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만큼은 친환경 농산물과 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선택해 달라는 것이다. 의정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본부장 박인수(요셉) 신부는 “도시 소비자들이 농가를 찾아 일손을 돕고 농민들의 어려움을 들으며 함께 식사하고 교류하는 자리에서 농민들은 큰 힘과 위로를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농민들을 기억하고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마음을 표현해 주기를 바란다”며 “매일 마주하는 한 끼의 밥상이 농민들의 땀과 생명의 땅에서 왔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농업의 소중함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름은 여행의 계절이다. 해수욕을 만끽할 수 있는 바다,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계곡, 조용하게 쉬어갈 수 있는 산 등은 대표적인 여름 여행지이다. 그러나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는 색다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 길 위에는 신앙도 챙길 수 있는 성당도 기다리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재미와 영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색 여행지를 소개한다. 대전의 명물 ‘성심당’에서 출발해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성당을 거쳐, 대전의 근현대사를 품고 있는 최종태전시관과 대전근현대사전시관까지 걸어본다. ‘빵의 도시’로 대전역에서 내리자 고소한 빵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역사 안부터 주변까지 곳곳에 빵집 간판들이 눈에 띄었다. 이른바 ‘빵의 도시’로 불리는 대전광역시에 들어섰음이 체감됐다. 대전에는 유명한 빵집들이 많다. 빵을 맛보기 위해 대전을 찾는 흐름 속에서 ‘빵지순례’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대전시는 2021년부터 빵 축제도 열고 있다. 빵지순례지로서의 인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25년 대전을 찾은 외지인 방문자는 연인원 9000만 명 이상으로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요 목적지 중 하나가 제과점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성심당이 있다. 성심(聖心)으로부터 이어진 70년 비 내리는 덥고 습한 날씨임에도 성심당 본점은 빵을 사러 온 인파로 가득했다. 거리 곳곳에서도 빵 봉투를 든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전국구 빵집의 인기가 실감 나는 장면이다. ‘튀김소보로’, ‘시루케익’, ‘판타롱 부추빵’ 등 성심당을 상징하는 제품도 여럿이다. 튀김소보로의 누적 판매량은 1억 2천만 개를 넘어섰다. 이처럼 성심당은 대전 시민의 추억과 여행객의 발길이 모이는 장소로 자리매김해 왔다. 대전을 빵의 도시로 이끈 ‘성심당’ 70주년 역사 담은 기념전 볼거리 높은 종탑이 반기는 대흥동성당 시간 품은 건축과 성미술 돋보여 성심당은 올해로 개업 7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성심당 문화원에서는 12월 31일까지 70주년 기념전 ‘오래된 진심’을 이어간다. 1956년 고(故) 임길순(암브로시오)·한순덕(마르가리타) 부부가 노점에서 시작했던 창업 이야기부터 18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전의 대표 향토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전시에서는 성심당(聖心堂)이 예수 성심을 닮고자 이어 온 이웃사랑과 신앙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로마 12,17 참조)라는 사훈 아래, EoC(모두를 위한 경제) 기업으로 실천해 온 인간중심, 사랑과 나눔의 경제 활동도 소개된다. 달콤한 빵과 케이크로 배를 채웠다면, 전시로 신앙의 의미도 새겨보자. 성당 종소리를 따라 성심당에서 빵을 먹고 있으니, 창문 너머로 보이는 주교좌 대흥동성당에서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자녀들의 신앙을 위해 종소리가 들리는 곳에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는 창업주의 말이 와닿았다. 분주하던 인파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자리를 정리하고 종소리를 따라 성당으로 향했다. 모더니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은 1963년 축성돼, 대전교구의 주교좌본당으로 지정됐다. 성당 앞에 도착하니 높이 솟아 있는 종탑이 눈에 들어왔다. 종탑은 고딕 양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2019년까지 조정형(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씨가 줄을 잡아당겨 직접 종을 쳤지만, 은퇴 이후로는 후계자를 찾지 못해 자동화 체계를 구축했다. 종 치는 모습은 직접 볼 수 없지만, 도심 한복판을 울리는 소리만은 여전하다. 성미술과 함께하는 묵상 성당 내부로 들어서니 강렬한 색채의 벽화가 눈을 사로잡는다. 프랑스 야수파의 영향을 받은 이 작품들은 프랑스 출신 화가이자 수도자인 고(故) 앙드레 부통 신부가 남긴 그림 10점이다. 부통 신부는 고(故) 이남규 작가의 ‘십자가의 길 14처’를 보고 묵상한 결과를 벽화로 표현했다. 현재는 <증인으로서의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 받는 그리스도>만이 원본으로 남아 있고, 나머지는 2020년 정밀하게 재현됐다. 성당 마당에 조성된 4m 높이 성모상도 눈길을 끈다. 한국교회 전래 180주년을 기념해 이남규 작가가 1964년 제작했다. 한국전쟁 이후 시대의 무게를 견디며, 자식을 키워야 했던 한국의 어머니를 작품에 담았다. 곁에는 본당 설립 100주년 기념 타임캡슐도 묻혀 있다. 성당 정면 캐노피 위에는 12사도상이 있다. 한국 조각계의 원로 최종태(요셉) 작가와 이남규 작가가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길 건너에 자리한 ‘최종태전시관’에 최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고 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전의 근현대사까지 최종태전시관에 다다르니 마당에 있는 소나무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견뎌 온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전시관은 대전시립미술관의 분관으로, 1958년 지어진 옛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 건물에 4월 1일 문을 열었다. 현재 전시관에서는 개관 기념 상설전 ‘최종태의 질문 - 아름다움의 발견, 그리고 창조를 위한 기록’이 열리고 있다. 신의 존재와 인간에 관해 질문해 온 최 작가의 작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관 2층 창문을 통해서는 건너편 성당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대전의 근현대사를 지나온 성당과 전시관 그리고 신의 존재를 탐구한 작품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대전 원도심 대흥동 일대 곳곳에는 근현대 유산들이 있다. 현재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활용되는 대전 충청남도청 구 본관, 일제강점기 수탈 기관이던 구 동양척식회사 대전 지점에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헤레디움’ 등이 대표적이다. 빵 냄새로 시작한 길은 성당의 종소리와 성미술을 지나, 대전의 오래된 시간으로 이어졌다. 올여름 대전에서 맛과 영성, 역사가 만나는 조금 특별한 순례에 나서보자.

주요뉴스

“기후위기 시대, 도-농 ‘생명공동체’ 절실”

7월 9일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농민들은 언제 쏟아질지 모를 비에 대비해 서둘러 감자를 말리고, 밭에서는 무더위를 피해 새벽부터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농번기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도 연신 땀을 닦으며 밭을 오갔다. 이날 농민들의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온 말은 “날씨가 예전 같지 않다”였다. 전례 없는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가 일상마저 위협하는 시대. 그 변화를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이 바로 농민들이다. 농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놓였고, 먹거리는 시장과 자본의 논리에 좌우되며 생명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가톨릭농민회(이하 가농)는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땅과 물, 생태계를 함께 살리는 농업을 이어오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기보다 자연의 순환을 존중하고,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을 물려주기 위한 생명농업을 대안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가농은 변화한 기후환경과 농업 생태계에 보다 실효성 있게 대응하기 위해 최근 ‘생산규정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새로운 영농 방식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후계 농가를 지원해 농민들이 현장에서 생명농업을 이어 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다. 아울러 기후위기로 피해를 본 농가 실태를 조사하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다른 단체들과의 연대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은 가농이 지난 60년 동안 이어 온 농민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가농은 농민의 생존권과 권익을 지키고 농민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운동에서 출발했다. 1990년대 시장 개방 이후에는 식량주권을 지키는 운동으로 활동 폭을 넓혔고, 최근에는 안전한 먹거리와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생명운동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생명농업은 농민의 노력만으로 이어 갈 수 없다. 농민이 생명의 가치를 지키며 농산물을 생산한다면, 교회와 소비자는 이를 선택하고 소비하며 농촌과 연대하는 삶으로 응답해야 한다. 농민만의 운동을 넘어 교회 전체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생활 방식을 바꾸는 ‘생명공동체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톨릭농민회 담당 유정현 신부(대건 안드레아·전주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본부장)는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본당 내 우리농 나눔터 확대를 제안했다. 농민들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신자들이 생명농업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더욱 쉽게 접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신부는 “농산물을 구매하고 나누는 일은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라며 “교회가 농민과 소비자를 연결해 농산물 판로를 넓혀 주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구가 농민들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농촌의 현실과 농업의 중요성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농촌 사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명농업이 뿌리내리려면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유 신부는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물가 안정을 이유로 할인 지원이나 수입 확대에 나서지만, 가격이 떨어질 때는 농가 소득을 지켜 줄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며 “농민이 안심하고 생명농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YD 교구대회 D-365’…전국 교구는 예열 중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국 교구가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WYD 열기를 끌어올린다. 각 교구는 순례와 기도, 공연과 축제, 홈스테이와 국제 교류 등을 통해 청년들이 WYD의 정신을 미리 체험하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올 순례자들을 맞을 준비에 나선다. 원주교구는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배론성지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에서 성시간과 WYD 소개, 청년 밴드 공연을 진행한다. 마지막 날에는 교구대회에서 청년들이 맡을 봉사 역할을 논의하고 파견미사를 봉헌한다. 안동교구는 7월 25일부터 26일까지 농은수련원에서 ‘길 위에서 만나, 더 넓은 길로’를 주제로 강의와 조별 나눔, 순례와 기도를 이어간다. 제주교구도 같은 기간 이시돌 삼위일체 대성당 일대에서 말씀 콘서트와 밤샘 기도를 진행하고 파견미사로 대회를 마무리한다. 세계 청년들을 실제로 맞는 환대와 국제 교류의 자리도 마련된다. 대전교구는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일본 오이타교구 청년과 청소년을 초청해 홈스테이를 시범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주교좌 대흥동성당과 공세리성당을 순례하고 대전 젊은이거리와 천안 독립기념관 등을 탐방한다. 인천교구는 같은 기간 지역사회와 이웃 종교 탐방, 홈스테이를 통한 가정 교회 체험을 진행한다. 전 세대가 함께하는 ‘Pre-DID: Connect On’ 축제 미사와 사제중창단 공연도 마련한다. 전주교구는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치명자산성지 평화의 전당에서 교구 청년들과 외국인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전주교구 청년대회(JYD)’를 개최한다. 공연과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돼 청년들이 서로의 신앙과 문화를 나누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교구민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축제형 행사도 이어진다. 춘천교구는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지구별 일정에 이어 교구 가톨릭회관에서 체험 부스와 공연, 성시간, 교리교육을 진행한다. 8월 1일 열리는 열린 마당 축제는 사전에 신청하지 못한 청년과 일반 신자도 참여할 수 있어 교구대회를 널리 알리는 장이 될 전망이다. 광주대교구는 8월 15일부터 이틀간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청순로드’를 주제로 순례 체험과 성체조배, 생활성가 공개방송, ‘순례자의 밤’을 마련한다. 의정부교구는 8월 15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개별 십자가 경배와 DMZ 국제음악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와 WYD 십자가 경배 예식을 거행한다. 순례와 기도를 통해 청년들의 신앙을 북돋우는 행사도 이어진다. 수원교구는 7월 29일부터 2027년 7월 4일까지 서울 WYD 수호성인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 가롤로(카를로) 아쿠티스의 유해를 모시고 교구 내 본당을 순례한다.

“선종완 신부는 한국 최초 근대적 성서학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히브리어 성경 원전을 한국어로 번역한 고(故) 선종완 신부(라우렌시오, 1915~1976)를 천주교와 개신교를 통틀어 ‘한국 최초의 근대적 성서학자’로도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순한 성경 번역을 넘어, 번역 당시 성서학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번역본의 해제와 서문 등에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게 근거다.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 ‘선종완 신부 시복추진위원회’는 7월 11일 경기도 과천 수녀회 본원 성당에서 ‘선종완 라우렌시오 신부 선종 50주년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 위원장 구요비(욥) 주교를 비롯해 성직자와 수도자, 시복추진위 위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한님성서연구소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수석연구원은 선종완 신부가 1955년부터 1963년까지 번역한 성경 「선종완 역」에 대해 “단순한 성경 번역을 넘어 성경 종합 해설서이자 편리한 주석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주 연구원은 “「선종완 역」이 고대근동학적 연구 성과를 다룬 점을 보면, 1943년 비오 12세 교황이 성경 연구에 관한 내용으로 발표한 회칙 「성령의 영감」에서 1962년 개회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 이어지는 성경 해석에 대한 관점에 충실하다”며 “일부는 공의회보다도 앞서간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출기와 여호수아기에 대해 「선종완 역」이 고대근동학적 관점으로 설명한 부분을 예로 들었다. 이 밖에도 ‘야훼’라는 용어를 성경 원어적으로 고찰하고, 성경과 자연과학의 관계와 성경의 역사성에 대한 현대적 쟁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주 연구원은 또 선종완 신부가 약 6년간의 유학 시절 동안 정리한 ‘유학 노트’ 44권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노트들은 그가 한국인 최초로 근대적 성서학자로서 체계적으로 준비된 지성이었음을 드러내는 증거”라며 “한국 신학사는 물론이고 한국 인문학 연구사에서 보더라도 독보적이고 귀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주 연구원의 발제와 함께 한국교회사연구소 이민석(대건 안드레아) 교수가 선종완 신부를 한국교회사의 맥락에서 조명하고, 감리교신학대학교 이환진 목사가 ‘동아시아의 예로니모’로서 선 신부를 조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선종완 신부는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창세기, 예레미야서, 애가서, 바룩서 등을 히브리어 원본을 바탕으로 번역했다. 이후 1968년부터는 개신교와 함께 진행한 공동번역 작업에도 천주교 측 구약위원으로 참여했다. 선 신부는 성경을 학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뜻을 삶과 신앙 가운데에서도 실천하기 위해 1960년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를 설립했다. 구요비 주교는 축사를 통해 “오늘 심포지엄은 단순히 한 성서학자의 업적을 정의하는 자리를 넘어 신부님이 한국교회에 남겨주신 말씀을, 사랑하는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는 자리”라며 “말씀 안에서 살아가고자 했던 신부님의 신앙과 열정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주교단 “나주 현상 인정 안 돼…순례하지 말라”

[외신종합] 필리핀 주교단이 논란이 되고 있는 ‘나주 윤 율리아’와 관련된 순례에 참여하지 말 것과 교회가 승인한 성모 성지를 순례하고, 교회의 성사 생활을 통해 성모 신심을 더욱 깊이 키워 나갈 것을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필리핀 주교회의는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오사미스대교구에서 제132차 정기총회를 진행한 뒤 13일 발표한 사목 지침에서 나주에서 일어났다고 주장되는 성모 발현과 성체 기적을 비롯한 여러 현상들이 교회로부터 초자연적 현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재확인했다. 아울러 각 교구 순례 담당자와 본당 지도자, 여행사, 순례자와 성모 신심 단체 회원들에게 나주 순례를 조직하거나 홍보하고 참여하는 일을 삼가도록 요청했다. 주교단은 “신자들이 필리핀과 세계 곳곳에 있는, 교회가 승인한 성모 성지를 순례하기를 권고한다”며 “이러한 성지에서 교회와 온전히 일치하는 가운데 참된 성모 신심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주교단은 사목 지침에서 “참된 신심은 미사 거행과 성체조배, 기도와 사랑의 실천 안에서 꽃피는 것이지, 선정적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주장 안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면서 “가톨릭 신자들은 교회의 교도권에 충실하고, 사적 계시라고 주장되는 현상이나 특이한 영적 주장을 판단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당한 교회 권위에 대한 불순명을 조장하거나 신자들 사이에 분열을 일으키는 단체와 운동은 복음과 참된 그리스도교 영성에 어긋난다”고 경고했다. 필리핀 주교단의 이번 지침은 광주대교구가 나주 윤 율리아 문제에 대해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일치해 내린 명확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광주대교구는 나주 윤 율리아와 관련해 주장되는 성모 발현과 성체 기적 등 여러 현상에 초자연적 진실성이 없으며, 이를 홍보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나주 성모 발현 주장은 1985년 시작됐다. 이후 환시와 기적적 표징, 치유와 성체 기적이 일어났다는 주장과 함께 여러 나라에서 순례자들이 찾아왔다. 광주대교구는 초자연적 현상 식별에 관한 교황청의 개정 규범에 따라 이러한 주장들을 거듭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주교회의는 “이번 지침은 가톨릭 신자들이 승인받지 않은 사적 계시로 인한 혼란을 피하고, 참된 교회의 가르침에 굳건히 뿌리내리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서 순명과 겸손, 일치의 길을 걸어가자”고 당부했다.

종합

전주교구 덕진본당, 주님과 함께 달리는 ‘주주클럽’

달리기가 나눔이 되고, 나눔은 환대로 이어지고 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이하 WYD)를 앞두고 본당 청년들이 2027km 달리기에 나섰다. 달린 거리만큼 기부금을 모아 내년 본당을 찾을 해외 순례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겠다는 뜻에서다. 전주교구 덕진본당(주임 김지광 요한 보스코 신부) 20대 청년회 '하상회'와 30대 청년회 '돈보스코회'는 2025년 11월 달리기 모임 '주주클럽'을 결성했다. ‘주주’는 주님을 뜻하는 ‘주(主)’와 달린다는 뜻의 ‘주(走)’를 합친 말로, ‘주님과 함께 달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주클럽은 WYD가 열리는 2027년의 의미를 담아 2027km를 달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1㎞를 달릴 때마다 1000원의 기부금도 적립했다. 회원들은 올해 6월 6일 목표를 달성했지만, 현재도 꾸준히 뛰며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돈보스코회 성중현(라파엘) 회장은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목표를 달성했지만 회원들과 계속 달리며 추가로 모인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더 다양한 나눔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주클럽은 지난해 불었던 ‘달리기 열풍’을 계기로 건강한 일상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달리기와 걷기를 시작했다. 이후 WYD를 앞두고 청년회만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고민한 끝에, 기부를 접목한 달리기 모임으로 발전시켰다. 성 회장은 “달리기는 다른 모임에서도 할 수 있지만, 본당 청년회만의 목표를 갖고 뛰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본당을 찾을 순례객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하고 싶어 힘을 보탤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주주클럽에는 20여 명의 청년과 주임신부가 함께하고 있다. 김 신부는 청년들이 좋은 뜻으로 자발적으로 시작한 활동인 만큼 곁에서 응원하고자 달리기에 동참했다. 그는 “청년들과 보조를 맞춰 달리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근육통도 겪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제는 함께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돈보스코회 김유진(정혜 엘리사벳) 씨는 “2018년 서울에서 열린 한국청년대회(KYD) 때 처음 만난 다른 본당 청년들에게 받은 환대가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며 “내년 우리 본당을 찾을 해외 순례객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머물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내년 본당을 찾을 해외 청년 순례자들에게 “주님 안에서 우리는 모두 한 형제자매인 만큼 고향에 온 것처럼 기쁘고 편안한 마음으로 머물다 가길 바란다”며 “서로 다른 모습 안에서도 함께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서로를 북돋우며 주님께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서울대교구 종로본당 “라틴어 미사, WYD 봉사단과 함께라면 어렵지 않아요”

“파테르 노스테르 퀴 에스 인 챌리스…” 주례 사제의 선창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합창단·합주단 단원들과 신자들이 라틴어로 주님의 기도를 노래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WYD 합창단·합주단 총감독 겸 지휘자인 최호영(요한 사도) 신부는 주요 미사곡에서는 직접 지휘하며 성가를 이끌었다. 최 신부의 손짓에 맞춰 합창단의 목소리가 어우러지자, 그레고리오 성가의 장중한 선율이 성당을 채웠다. 서울대교구 종로본당은 7월 11일 성당에서 최호영 신부 주례로 올해 상반기 마지막 라틴어 미사를 봉헌했다. 라틴어 미사는 서울 WYD 국제 전례에 한국교회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은 서울 WYD로 국제 전례를 주관하게 되지만, 한국 신자들은 평소 라틴어 전례를 접할 기회가 적어, 세계교회 신자들과 함께 응답하고 성가를 부르는 데 익숙하지 않다. 이에 본당은 신자들이 기본적인 라틴어 응답과 미사곡을 미리 익힐 수 있도록 올해 4월 11일부터 매주 라틴어 미사를 봉헌해 왔다. 본당 주임 한호섭(요셉) 신부는 “한국 신자들이 국제 전례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배우고 반복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WYD를 계기로 기본적인 라틴어 응답과 성가를 익혀 세계교회 신자들과 자신 있게 함께 기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미사 취지를 전했다. 특히 WYD 합창단과 합주단이 격주로 봉사하면서 미사가 더욱 풍성해졌다. 단원들은 신자들의 그레고리오 성가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연습을 통해 익힌 라틴어 미사곡과 그레고리오 성가를 실제 전례 안에서 실습할 수 있다. 신자들의 호응도 높다. 처음에는 책자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신자들도 이제는 주요 기도와 응답을 자연스럽게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라틴어 미사가 알려지면서 외부 신자들도 찾아와 매주 미사 때마다 150~200명 가량이 성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최 신부는 “서울 WYD의 국제 전례에서 한국 신자들이 소외되지 않으려면 ‘파테르 노스테르’, ‘아베 마리아’, ‘살베 레지나’ 같은 성가를 지금부터 익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WYD 합창단·합주단의 활동을 계기로, 서울 WYD가 끝난 뒤에도 젊은이들이 교회 안에서 성음악 활동을 이어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합창단원 이준혁(발렌티노·15·서울 명동본당) 군은 “봉사를 하면서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마음이 커졌다”며 “최선을 다해 성가를 봉헌하는 시간이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WYD에서 같은 신앙을 지닌 세계 여러 나라 청소년·청년들과 대화하고 교류하고 싶다”고 전했다. 하반기 라틴어 미사는 8월 22일부터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봉헌된다. 2027년에는 부활 제2주일부터 서울 WYD 전까지 미사가 마련될 예정이다.

평화삼천, 라오스에 ‘왕마이 직업기술교육센터’ 개소

국제개발협력 NGO인 사단법인 평화삼천이 교육과 취업 기반이 부족한 라오스 청년들을 위한 자립 터전을 마련했다. 평화삼천은 7월 6일 라오스 후아판주 현지에서 ‘왕마이 직업기술교육센터’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개소식에는 평화삼천 운영위원장 박창일 신부(요한 사도·예수 성심 전교 수도회)와 후아판주 부주지사, 부교육청장 등 현지 주요 관계자 40여 명과 1기 교육생 20명이 참석했다. 후아판주는 산간 지역에 자리해 기반 시설과 일자리가 부족하다. 특히 기후와 지형 여건 탓에 농업만으로 충분한 소득을 얻기 어려워,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도 생계를 이어갈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 이에 청년들의 취업 역량을 높이고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직업기술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평화삼천은 이러한 지역 현실을 고려해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직업기술교육센터를 건립했다. 교육생들이 센터에 머물며 교육받을 수 있도록 기숙형 시설로 꾸몄으며, 1층 건물에 재봉실과 기숙사, 조리실, 사무실 등을 갖췄다. 센터의 첫 교육과정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재봉 교육이다. 1기 교육생 20명은 개소식 당일부터 7월 31일까지 센터 기숙사에 머물며 전문 재봉 기술을 익히고 자립의 꿈을 키우게 된다. 박창일 신부는 축사에서 “‘왕마이’는 라오어로 ‘새로운 희망(ຫວັງໃໝ່)’을 뜻한다”며 “왕마이 직업기술교육센터가 후아판주 청년들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새로운 희망을 키워나가는 소중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평화삼천은 재봉 교육을 시작으로 컴퓨터와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직업기술교육 과정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학교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후아판주 청년들의 취업 역량을 높이고 안정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평화삼천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평화’를 기치로 2003년 설립된 비영리민간단체다. 초기에는 남북 간 교류협력과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을 통해 민족 화해와 통일에 기여하는 데 주력했으며, 2008년부터는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로 활동 반경을 넓혀 빈곤 퇴치와 기초생활 보장, 교육 및 보건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오고 있다.

서울 신당종합사회복지관, ‘CS생명존중문화만들기’ 전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신당종합사회복지관이 취약계층 주민을 ‘생명존중활동가’로 양성해 홀몸노인의 고립을 예방하는 ‘CS(Caritas Seoul) 생명존중문화만들기’(이하 CS) 사업을 펼치고 있다. 복지 서비스의 대상이던 주민이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의 안부를 살피고 일상을 나누는 주체로 나선다는 점에서 기존의 일방적인 지원 방식과 차별화된다. CS 사업은 2014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7개 종합사회복지관(등촌7·동작·상계·신당·유락·중곡·한빛)이 시작했다. 자살과 사회적 고립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보고, 주민들이 서로를 살피며 생명 존중 문화를 넓혀가는 사업이다. 복지관은 사업 초기부터 참여해 지역 특성에 맞는 활동을 이어왔다. 복지관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뚜렷이 구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일방적으로 베푸는 형태는 때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거나 자신이 소외됐다고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활동가들도 처음에는 복지관의 사례 관리 대상자였다.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 장애 등으로 사람들과 단절된 채 자신을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복지관 중장년 정서 모임에 참여해 함께 식사하고 반찬을 만들며 조금씩 의욕을 되찾았다. 이들은 매주 한 차례 이상 홀몸노인의 집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한 번의 만남에 그치지 않고 마을 프로그램에도 동행해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이웃과 어울리고 바깥 활동을 늘리도록 돕는다. 활동가 김혁재(가명) 씨는 “나도 외로움을 겪어 봤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적적함과 상처를 잘 이해한다”며 “처음에는 경계하던 분들이 손을 잡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립된 주민에게 다가가는 일은 쉽지 않다. 상대가 자신을 동정한다고 느끼면 오히려 문을 닫고 만남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은 자신의 삶을 먼저 솔직하게 들려주고 꾸준히 안부를 확인하며 천천히 신뢰를 쌓는다. 신앙 활동도 병행한다. 미술치료와 상담 교육을 받은 협력 수녀들은 노인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원할 경우 묵주기도나 화살기도를 함께 바치며 신앙 안에서 위로를 전한다. 홀몸노인 염영운(가명) 씨는 “처음엔 동정인 줄 알고 문도 안 열어줬지만, 매주 와서 자기 삶을 나누고 내 아픔에 눈물 흘려주는 모습에 진짜 이웃이라는 신뢰가 생겼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CS 사업을 기존 사례 관리 사업과 연계해 고독사 예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중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고립 위험이 있는 홀몸노인과 활동가를 연결한다. 사업을 담당하는 손일강 복지사는 “지역 사정을 잘 알고 비슷한 생활환경을 경험한 주민들이 직접 이웃을 살피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라며 “주민들이 일상에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유기적인 생명망을 만들어가도록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에 있는 신당종합사회복지관은 1994년 문을 열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과 자립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