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에서 온 편지-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탈출기⑤

두 번째 계명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하느님의 이름은 그분의 존재 자체를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이름을 합당한 존경과 사랑으로 불러야 한다는 계명입니다. 반면 자기 이익을 위해 하느님의 이름으로 거짓 맹세를 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행위입니다. 오늘날 신앙인은 기도하거나 전례를 거행할 때 하느님의 이름을 경건하게 부르며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을 고백합니다. 대표적인 기도로 ‘성호경’과 ‘주님의 기도’를 들 수 있습니다. 신앙인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은혜로운 생활을 합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오늘의 삶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일상 가운데 하느님과 함께하며, 자기 전에 그날의 삶 안에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리는 생활이 그러한 것입니다. 이처럼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과 함께하는 생활은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의 돌보심을 체험하게 하고,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더 커지게 됩니다. 세 번째 계명 “안식일(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구약에서 안식일은 하느님의 창조(탈출 20,11)와 구원(신명 5,15)을 기념하는 거룩한 날입니다. 안식일에 이스라엘 백성은 쉬면서 거룩한 모임을 가지고(레위 23,3), 감사의 예물을 봉헌하였습니다.(민수 28,9-10) 신약에 이르러 안식일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주님의 날, 주일(主日)로써 완성됩니다. 예수님의 부활하심으로 모든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의 구원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거룩한 주일에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며 거행하는 주일미사는 그리스도인 생활의 중심입니다. 신앙인은 주일미사에 참례하여 지난 한 주간의 삶을 봉헌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성체를 모심으로써 영적인 힘을 얻어 다시 한 주간의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고 주일미사에 참례하여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신앙생활은 이 세상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느님 은총의 오아시스’입니다. 네 번째 계명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이 계명은 근원적으로 생명의 질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으로부터 부모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생명이 주어졌음을 말합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선물인 자녀를 세상에 낳고, 사랑과 수고로써 길러주신 부모님에게 효도를 다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사랑은 우리 모두의 마음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 생각합니다. 부모님을 공경하고 효도를 하는 것은 이웃 사랑에 대한 계명들 가운데 첫 번째에 자리할 만큼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마음을 다해 네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고 어머니의 산고를 잊지 마라. 네가 그들에게서 태어났음을 기억하여라. 그들이 네게 베푼 것을 어떻게 그대로 되갚겠느냐?”(집회 7,27-28) 또한 이 계명은 장성한 자녀들에게 부모님에 대한 부양의 책임을 환기시켜 줍니다. 특히 부모님이 연로하시거나 병환 중에 계실 때 자녀들은 정성을 다해 정신적·경제적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네 아버지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그가 지각을 잃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업신여기지 않도록 네 힘을 다하여라.”(집회 3,12-13)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10-11 제3510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탈출기④

십계명 계명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올바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삶의 길잡이입니다. 당신 백성을 위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선물인 것입니다. 십계명은 하느님이 주신 계명들 가운데 삶의 가장 근본적인 규범으로서 그 근본정신은 ‘사랑’입니다. 처음 세 계명(1~3계명)은 ‘하느님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그들을 구원해 주신 하느님께 온전한 믿음으로 드려야 할 응답으로서, 사랑의 수직적 차원(하느님-인간)을 나타냅니다. 이어지는 일곱 계명(4~10계명)은 ‘이웃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 하느님 백성 공동체 안에서 실천해야 할 규범으로, 사랑의 수평적 차원(인간-인간)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십계명은 이제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맺게 될 계약의 내용이 되면, 구약성경에 나오는 모든 율법의 기초가 됩니다. 신약에 와서 예수님께서도 새로운 하느님 백성인 우리에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가장 큰 계명으로 주십니다. “첫째는 이것이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 12,29-31) 십계명은 오늘날 신앙인의 윤리 생활과 고해성사를 위한 양심 성찰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첫 번째 계명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탈출 20,2)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대한 신앙은 체험적 신앙이었습니다. 그들은 ▲이집트 종살이로부터 해방된 출애굽 사건 ▲마른 땅을 밟고 갈대바다(홍해)를 건너온 사건 ▲척박한 광야에서 목마름과 배고픔으로 생존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하느님께서 물과 메추라기와 만나를 보내시어 그들을 살려주셨음을 체험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권능과 그들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과 구원을 체험함으로써 주님만이 유일하시고 참된 하느님이심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매일 아침과 저녁, 두 차례에 걸쳐 쉐마 기도를 합니다. “쉐마 이스라엘!(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쉐마 기도를 할 때마다 신명기 말씀(6,4-5)을 되새기면서 자신의 전 존재를 다하여 하느님을 흠숭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 안에서도 하느님을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흠숭하는 생활에 충실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상 숭배입니다. 구약 시대에 물질적 풍요와 다산을 빌미로 이스라엘을 유혹했던 바알신이 대표적인 우상이었습니다. 오늘날의 우상은 무엇일까요? 우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데 장애물이 되는 것입니다. 나에게 있어 우상은 무엇인지 다시금 살펴보고, 한 분이신 하느님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신앙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10-04 제3509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탈출기③

시나이 계시 이번 편지부터는 구약성경의 가장 중요한 내용 가운데 하나인 시나이 계시에 대한 말씀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 길을 걸어간 지 석 달째 되는 날 시나이 산에 도착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신의 뜻을 드러내 보이시고, 하느님 백성으로서 살아야 할 가르침들을 주셨는데, 이것이 바로 시나이 계시입니다. 시나이 계시에는 ‘시나이 계약’과 ‘거룩한 삶으로의 초대’라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시나이 계약이란 하느님께서 당신이 선택한 이스라엘 백성과 시나이 산에서 맺은 계약을 말합니다. 이 계약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지켜야 할 삶의 가장 근본적인 규범인 십계명을 받게 됩니다. 거룩한 삶으로의 초대란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살아야 할 거룩한 생활에 대한 가르침을 말합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 탈출기 19~40장, 레위기 전체, 그리고 민수기 1장~10장(10절)이 시나이 계시에 대해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경’(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의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말씀이 전할 만큼 시나이 계시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시나이 계약의 의미 계약을 표현하는 히브리어 ‘버리트’는 사슬이란 뜻이 있습니다. 계약의 두 당사자가 사슬처럼 단단하고 확고한 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시나이 계약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 전체와 맺으신 계약으로 하느님 구원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놀라우신 권능으로 이집트 종살이에서 구원된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계약을 통해 ‘하느님의 백성’이 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참된 생명을 누리도록 하느님께서 십계명을 주신 것이 바로 시나이 계약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시나이 계약은 구약성경의 구약(舊約)을 지칭하는 계약이라 하겠습니다. 시나이 계약은 네 단계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①계약 준비(19장) ②십계명(20,1-17) ③계약의 책(20,22-23,19) ④계약 의식(24,1-11). 계약 준비 하느님께서는 시나이산에서 이스라엘과 계약을 맺기 전에 먼저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알려 주십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구하셨고, 독수리 날개에 태워 오듯이 광야 길을 인도해 주신 구원자이십니다.(탈출 19,4) 이어 하느님께서는 시나이 계약을 통해 이스라엘에게 베푸실 축복을 약속하십니다.(탈출 19,5-6)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소유’가 됩니다. 본래 소유란 히브리어로 임금이 아끼는 보물을 뜻합니다.(1역대 29,3 참조) 이제 이스라엘은 온 세상의 임금이신 하느님의 보물이 된다는 것입니다. 또 이스라엘은 ‘사제들의 왕국’이 됩니다. 이는 하느님과 세상 사이를 중개하는 의미에서 이스라엘의 사제적 직분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다른 민족들로부터 성별 되어 하느님께 속한 ‘거룩한 민족’이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계약을 맺을 준비를 하도록 모세를 통해 말씀하시고,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십니다.(19,16-25)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9-20 제3508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 - 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탈출기②

열 가지 재앙과 과월절 하느님의 사명을 받은 모세는 이집트로 돌아가 파라오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합니다. 그러나 파라오의 마음은 완고하기만 합니다. 파라오의 완고함은 재앙을 초래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두 열 차례에 걸친 재앙을 통해 파라오와 이집트인들이 당신이 주님이심을 알게 하시고(탈출 7,5.17; 8,6), 온 세상에 당신의 이름을 드러내십니다.(탈출 9,16) 또한 이스라엘 자손들이 그들을 구하신 분이 바로 주님이심을 알게 하십니다.(탈출 10,2; 11,7) 거듭되는 재앙에도 이스라엘 백성을 풀어주지 않던 파라오는 이집트의 맏배를 치신 열 번째 재앙을 맞게 됩니다. 이때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그들 집의 문설주와 상인방에 양의 피로 표시를 합니다. 이윽고 열 번째 재앙이 닥쳤을 때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 맏배의 생명을 보존하게 됨으로써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하게 됩니다. 결국 하느님의 권능에 굴복하게 된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나도록 합니다.(탈출 12,31) 과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체험했던 하느님의 구원을 기념하는 중요한 종교 축제입니다.(탈출 12,1-14.21-28.43-51) 종살이의 억압에서 자유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간 구원 체험을 기념하는 과월절은 ‘건너감’을 뜻하는 파스카라 불리기도 합니다. 구약의 과월절은 신약에 이르러 하느님의 인간 구원을 완성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십자가 죽음에서 부활로 건너감)를 미리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제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된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 가나안을 향해 긴 여정을 가게 됩니다. 갈대 바다와 만나 이야기 이스라엘 백성이 갈대 바다에 도착했을 때, 멀리서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병거부대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음이 변한 이집트 파라오가 추격해온 것입니다. 공포에 휩싸여 울부짖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모세는 말합니다. “두려워하지들 마라. 똑바로 서서 오늘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이루실 구원을 보아라.”(탈출 14,13) 하느님께서는 바닷물을 밀어내어 길을 만들어 주십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마른 땅을 밟고 갈대 바다를 건너가게 됩니다.(탈출 14,15-31) 이 사건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을 다시금 체험하게 된 이스라엘 백성은 벅찬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하느님께 찬양을 드립니다.(탈출 15장) 갈대 바다 너머 시나이 반도로 건너온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막과 같이 척박한 광야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목마름과 배고픔으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한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으로 돌보아 주십니다. 마라(탈출 15,23-25)와 르비딤(탈출 17,6)에서는 백성들이 물을 마시게 해 주시고, 신 광야에서는 메추라기 떼를 보내 주십니다.(탈출 16,13) 특히 하느님께서 매일 내려주신 만나는 고수풀 씨앗처럼 하얗고, 그 맛은 꿀 섞은 과자 같았는데(탈출 16,31) 약속의 땅에 이를 때까지 사십 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의 양식이 됩니다.(탈출 16,35 참조; 시편 78,24-25; 105,40) 이스라엘 백성은 힘든 광야 여정 가운데 하느님을 더 절실하게 찾았고, 하느님의 돌보심을 체험하게 됩니다. 척박한 광야가 오히려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은혜로운 장소가 되었던 것입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 - 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탈출기①

이번 편지부터 탈출기의 말씀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탈출기는 창세기와 더불어 하느님 구원의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내용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탈출기는 왜 구약성경의 복음서라 불릴까요?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구원하심으로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되고, 약속의 땅을 향한 40년 광야 여정 가운데 하느님의 돌보심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나이산에 이르러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하느님의 백성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이처럼 탈출기는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했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구약성경의 복음서라 불립니다. 출애굽 사건을 통한 하느님의 구원 체험 야곱 집안(이스라엘)은 이집트 이주 후 자손이 번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 혹독한 시련이 찾아옵니다. 과거 요셉의 업적을 알지 못하는 이집트의 새로운 파라오가 이스라엘을 핍박하였기 때문입니다. 파라오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종으로 삼아 강제 노역을 시킵니다. “진흙을 이겨 벽돌을 만드는 고된 일과 온갖 들일 등, 모든 일을 혹독하게 시켜 그들의 삶을 쓰디쓰게 만들었다.”(탈출 1,14) 파라오는 심지어 이스라엘 집안에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강에 던져 죽이도록 합니다. 파라오의 핍박이 극심하던 때 레위 가문에 한 아들이 태어납니다. 모세입니다. 모세의 부모는 갓난 아들을 살리기 위해 왕골 상자에 넣어 강기슭에 숨깁니다. 모세는 파라오의 딸에 의해 발견되어 그녀의 양자가 되고 왕궁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성인이 된 모세는 어느 날 노역장에서 이스라엘 사람을 채찍질하는 이집트 감독관을 해치게 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파라오의 위협을 피해 미디안 지방으로 피신하게 됩니다. 모세의 소명(탈출 3-4장; 6,2-7,7)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 새로운 파라오의 핍박으로 종살이를 하며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고역에 짓눌려 신음하던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 도움을 간절히 청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처지를 굽어 살펴보시고 그들의 조상인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과 맺으신 계약을 기억하십니다.(탈출 2,23-25 참조)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로부터 구하기 위해 모세를 선택하여 부르십니다. 당시 모세는 미디안 지역에서 장인 이트로의 양 떼를 치며 살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호렙산(시나이산)에서 부르시고 그에게 사명을 부여하십니다.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라.”(탈출 3,10) 그리고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주기로 맹세한 약속의 땅으로 그들을 이끌어 가는 사명을 부여하십니다.(탈출 6,8 참조) 그런데 모세는 주저합니다. “제가 무엇이라고 감히 파라오에게 가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낼 수 있겠습니까?… 주님, 죄송합니다. 저는 말솜씨가 없는 사람입니다.… 제발 주님께서 보내실 만한 이를 보내십시오.”(탈출 3,11; 4,10.13 참조) 그러한 모세에게 하느님께서는 당신 친히 함께하실 것임을 약속하시고(탈출 3,12 참조), 아론을 협력자로 주십니다. 그리하여 모세는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이집트로 돌아가게 됩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9-06 제3506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 - 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창세기⑦

야곱의 열두 아들 야곱은 타향인 하란의 외삼촌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였지만 많은 아들을 얻어 일가를 이룹니다. 야곱의 열두 아들은 장차 구약의 하느님 백성을 이루는 12지파의 시조가 됩니다. 맏아들 르우벤, 시메온, 레위, 유다, 이사카르, 즈불룬, 단과 납탈리, 가드와 아세르, 그리고 요셉과 막내인 벤야민입니다.(창세 29,31-30,24; 35,23-26 참조) 이 12지파 가운데 특히 레위 지파와 유다 지파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레위 지파는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직과 성전 봉사 직무를 수행하고, 유다 지파에서는 후에 다윗과 솔로몬 임금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하란에서 야곱은 하느님의 축복으로 많은 재산을 가지게 되는데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로 말미암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귀향하던 야곱은 중요한 사건을 겪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이스라엘이란 새로운 이름을 주신 것입니다. 구약의 하느님 백성이 이스라엘이라 불리게 된 것은 여기에 연유합니다. 야곱은 진심어린 사과로 형 에사우와 화해하고(창세 33장), 하느님의 뜻에 따라 가나안의 베텔에 정착하게 됩니다.(창세 35장 참조) 그 후 가나안 땅에 극심한 기근이 들어 양식을 구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되자 야곱은 식솔들을 이끌고 이집트로 이주하게 됩니다. 이때 야곱의 아들 요셉이 큰 역할을 합니다. 요셉 요셉은 야곱의 열한 번째 아들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더 많이 받은 요셉은 이복형들에 의해 이집트로 팔려가게 됩니다. 파라오의 경호대장이었던 포티파르 집에서 지내게 된 요셉을 하느님께서는 돌보아 주십니다. 그 후 파라오의 꿈을 통해 전해진 하느님의 뜻을 밝혀준 일을 계기로 요셉은 이집트의 재상이 되어 앞으로 다가올 대기근을 지혜롭게 대비합니다. 양식을 구하러 가나안에서 온 형들을 만나게 되고, 마침내 아버지 야곱 집안이 이집트로 이주해 오게 됩니다. 먼저 요셉이, 그 후 야곱 집안이 이집트로 온 것은 장차 일곱 해 동안 지속되는 대기근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하시기 위한 하느님의 섭리였습니다. 요셉의 말입니다. “형님들은 나에게 악을 꾸몄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습니다. 그것은 오늘 그분께서 이루신 것처럼, 큰 백성을 살리시려는 것이었습니다.”(창세 50,20)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성조들에게 주신 축복 약속을 당신의 섭리로 이루어 가십니다. 요셉 이야기는 세 쌍의 꿈을 통해 전개됩니다. ▲요셉의 두 꿈(창세 37,5-8.9-11 참조)-형들의 시기를 초래하여 이집트로 팔려가는 원인이 됩니다. ▲파라오 두 시종장의 꿈(창세 40,5-15.16-23 참조)-요셉이 주목받는 계기가 됩니다. ▲파라오의 두 꿈(창세 41,1-4.5-7 참조)-요셉이 이집트의 재상이 되는 계기가 됩니다. 요셉은 이집트에서 죽기 전 유언을 남깁니다.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여러분을 찾아오셔서, 여러분을 이 땅에서 이끌어내시어,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맹세하신 땅으로 데리고 올라가실 것입니다.”(창세 50,24) 장차 있을 출애굽 사건을 예고하는 말입니다. 출애굽 사건은 세월이 흐른 뒤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게 되는 이스라엘을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구원하시게 되는,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하느님 구원 체험입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8-30 제3505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 - 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창세기⑥

이사악 이번 편지에서는 아브라함의 아들인 성조 이사악에 대한 창세기의 말씀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아브라함과 사라에게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아브라함 부부에게 은혜를 베푸시어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얻는 기쁨을 주십니다. “내년 이 때에 내가 반드시 너에게 돌아올 터인데, 그때에는 너의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창세 18,10; 21,1-7 참조) 인간적인 한계를 넘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권능으로 아브라함에게 주신 축복 약속을 이사악을 통해 친히 이루어 가십니다. 이사악의 출생 자체가 하느님의 은혜인 것입니다. 이사악의 아내 레베카는 아브라함이 며느리를 구하기 위해 보낸 늙은 종과 낙타들에게 물을 길어다 주었던 착한 마음씨를 가진 처녀였습니다.(창세 24장 참조) 하느님께서는 이사악과 혼인한 레베카를 돌보시어 쌍둥이 두 아들인 에사우와 야곱을 얻게 하십니다.(창세 25,19-28 참조) 이사악이 극심한 기근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하느님께서는 그의 가족을 돌보아 주십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축복 약속을 이사악에게도 주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너의 후손을 하늘의 별처럼 불어나게 하고, 네 후손에게 이 모든 땅을 주겠다.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창세 26,3-4) 이사악은 헤브론에서 삶을 마치고 두 아들인 에사우와 야곱에 의해 아브라함과 사라 곁에 안장됩니다.(창세 35,27-29 참조) 야곱 아브라함의 손자이며, 이사악의 아들인 야곱. 성조들 가운데 아브라함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곱은 여러 차례 타향살이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았습니다. 젊은 나이에 고향을 떠나야 했고, 멀리 떨어진 하란의 외삼촌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됩니다. 처남들의 시기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던 그는 그 후 극심한 가뭄이 닥치자 집안 식솔들과 함께 머나먼 이집트로 이주하게 됩니다. 야곱은 타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사실 야곱은 인간적인 단점도 적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비로 어려움에 처한 그의 집안을 돌보아 주시고, 그를 통하여 구원 역사를 이루어 가십니다. 이사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야곱은 쌍둥이 형과 갈등을 겪게 됩니다. 장자권 때문입니다. 이사악의 맏아들인 에사우가 아버지의 축복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야곱은 어머니 레베카의 도움을 받아 형의 권리를 가로챘던 것입니다. 결국 분노한 형의 복수를 피해 야곱은 고향을 떠나야만 했습니다.(창세 27장 참조) 야곱은 고향을 떠나 외삼촌이 살고 있는 하란으로 낯선 길을 가게 됩니다. 어느 곳에 이르러 돌을 베개 삼아 밤을 보내게 되었을 때, 하느님의 말씀이 그에게 내립니다. “나는 아브라함의 하느님이며, 이사악의 하느님인 주님이다.” 이어 아브라함과 이사악에게 주셨던 ‘땅’과 ‘후손’ 그리고 ‘땅의 모든 종족들이 너와 네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라는 축복 약속을 주십니다. 또한 야곱과 함께 계시며 지켜 주시리라 약속하십니다.(창세 28,13-14 참조) 야곱은 그곳을 베텔이라 하였는데, 이는 ‘하느님의 집’이라는 뜻입니다.(창세 28,17 참조)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 - 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창세기⑤

아브라함의 소명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은 두 가지 중요한 시작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이스라엘 역사의 시작입니다. 아브라함은 이스라엘 민족의 시조가 되고, 그의 후손인 이사악, 야곱과 함께 거룩한 조상, 성조라 불리게 됩니다. 둘째, 하느님 구원 역사의 시작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죄로 말미암아 죽음이라는 운명에 놓인 인간에게 구원 약속을 주셨고(창세 3,15), 이제 아브라함을 부르심으로써 구원의 역사를 시작하십니다. 아브라함의 소명(창세 12,1-3) 말씀을 살펴보겠습니다. 히브리어로 (축)복을 뜻하는 단어가 가장 많이 제시됩니다.(5회) 이것은 창세기 1~11장(원역사)에서 죄의 어둠에 놓이게 된 인간의 상황과 대조를 이루며, 하느님의 구원이 풍성한 축복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세 가지 축복을 약속해 주십니다. 삶의 터전인 땅, 많은 후손, 그리고 만민 축복의 근원이 되리라는 약속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세 가지 축복 약속은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땅과 후손에 대한 약속은 가나안 정복과 정착에 이어 후대 다윗 왕국 시대에 실현됩니다. 만민 축복의 근원이 되리라는 세 번째 축복 약속은 하느님 구원을 이루기 위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결정적으로 성취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지만, 부활하심으로써 이제 죄로 말미암아 죽음이라는 운명에 놓여 있던 세상의 모든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의 구원이 주어지게 된 것입니다. 아브라함 계약 창세기 15장과 17장에는 아브라함 계약에 대한 말씀이 나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창세 12,1-3) 주셨던 축복 약속을 계약을 통해 보장해 주십니다. 아브라함 계약을 전하는 창세기 15장에서 주목할 점은 계약을 맺는 형식(8절 이하)입니다. 고대 근동에서는 계약을 맺을 때 희생 제물을 반으로 자른 뒤 당사자들이 그 사이를 지나면서 맹세하였습니다. 이 행위는 만약 누구든 계약의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면 반으로 쪼개어 놓은 희생 제물처럼 죽음을 맞게 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계약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하나의 맹세 의식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과 아브라함 사이의 계약에 있어 하느님을 상징하는 횃불만이 쪼개어 놓은 희생 제물 사이를 지나갑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축복 약속을 반드시 이루어 주시리라는 확고한 뜻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브라함 계약을 전하는 창세기 17장에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아브라함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됩니다. 아브람에서 아브라함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는 것은 새로운 차원의 삶이 시작됨을 의미합니다. 아브라함, 즉 ‘많은 민족의 아버지’란 뜻처럼 그는 더 이상 한 가족의 가장이 아니라 많은 민족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전하는 인생의 새로운 사명을 부여받게 됩니다. 둘째, 계약의 징표인 할례입니다. 아브라함의 후손 가운데 모든 남자는 태어난 지 여드레 만에 할례를 받음으로써 이 계약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할례의식은 이스라엘이 대대로 지켜오는 전통이 됩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8-16 제3503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 - 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창세기④: 인간의 죄와 죽음, 원복음

인간의 원죄와 죽음 성경은 한처음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인간을 당신의 각별한 사랑으로 만드셨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에덴 동산에 두십니다. 여기서 히브리어 ‘에덴’은 기쁨과 환희를, ‘동산’은 낙원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인간을 기쁨의 낙원에 두셨다는 표현은 처음 창조되었을 때 인간은 생명을 주신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며 행복을 누리고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창세기 3장의 선악과 이야기는 인간이 어떻게 악의 유혹에 빠져 하느님의 사랑을 저버리게 되었는지 전해 주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원죄와 그 결과인 죽음이란 운명에 대한 내용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뱀은 간교한 유혹자입니다. 뱀은 인간에게 선악과를 먹으면 하느님처럼 될 것이라고 유혹합니다. 뱀의 유혹이 창조주이신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인간의 교만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선악과를 따 먹지 말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여 죄를 범하게 된 인간은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라고 찾으시는 하느님을 피해 숨게 됩니다. 이처럼 인간의 원죄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과의 관계에 단절을 초래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인간은 생명의 소멸인 죽음이란 운명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죄의 다양한 모습들 이어서 창세기 4장부터 11장까지는 인간이 범하는 죄의 다양한 모습들을 전해 줍니다. 먼저 카인과 아벨 이야기(창세 4,1-16 참조)는 인간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그 결과 초래된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농부인 형 카인과 양치기인 동생 아벨은 각자의 소출을 하느님께 바칩니다. 그러나 아벨의 제물만이 받아들여지자 카인은 질투와 분노에 휩싸여 동생을 살해하는 폭력을 저지르고 맙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창세 6,5-9,17 참조)에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만연해지고, 마음의 생각과 뜻이 타락하였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마음 아파하시며(창세 6,6 참조) 홍수로써 세상을 정화하시게 됩니다. 바벨탑 이야기(창세 11,1-9 참조)에서는 창조 때 첫 인간이 악의 유혹에 넘어가 하느님과 같아지려 했던 교만이 다시 나타납니다. “자,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창세 11,4) 이 일련의 이야기들은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과의 관계를 단절해 버린 인간이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을, 하느님의 구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되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원복음 인간의 죄로 인해 하느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었지만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거두지 않으시고,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약속해 주십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구원 약속을 창세기 3장 15절에서 전하고 있습니다. “여자의 후손은 뱀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리라.” 하느님께서는 장차 여인의 후손, 즉 메시아를 통하여 인간을 죄와 죄의 결과인 죽음으로 유혹하는 악의 세력을 물리치심으로써 구원해 주시리라고 약속해 주십니다. 초대교회의 이레네오 성인(130/140?~202년경)은 이 구원 약속을 원복음이라고 말합니다. 하느님 구원의 첫 번째 기쁜 소식입니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구원 역사를 시작하시기 위하여 한 사람을 부르십니다. 바로 아브라함입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 - 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창세기③: 인간의 역할과 부부관계

인간의 역할 이번 편지에서는 세상의 다른 피조물에 대한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경 말씀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창세기 1장에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들에 대해 “보시니 좋았다”라는 표현이 다섯 차례 나옵니다.(창세 1,4.10.12.18.21) 그리고 마지막 부분인 31절에 다시금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라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의 피조물을 당신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으로 하여금 다스리게 하십니다.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창세 1,26) 인간은 하느님의 대리자로서 세상 피조물을 다스리는 권한을 받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세상 다스림은 어떠해야 할까요? 이 다스림은 창조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세상을 관리하도록 책임을 맡기셨기에 하나의 사명이라 하겠습니다. 그러하기에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던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인간이 자신의 편리와 이익을 위하여 무분별하게 생태계를 파괴하고 훼손하는 행위는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권한을 남용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자연환경의 문제는 이러한 남용이 초래한 결과라 하겠습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창조하신 세상을 잘 보호하면서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도록 인류가 노력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 남자와 여자의 관계, 부부의 관계에 대한 성경 말씀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성경은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존재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창세 1,27) 여기서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제시되는 것은 두 존재가 동등한 관계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히브리어로 남자는 ‘이쉬’, 여자는 ‘잇샤’입니다. 두 단어는 같은 어근을 가지고 있습니다. 잇샤는 이쉬의 여성형입니다. 그리고 히브리어에서 뼈와 살이 함께 언급될 때 두 존재의 유사성을 나타냅니다.(창세 2,23 참조) 둘째, 남자와 여자는 서로 보호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말씀하십니다. 성경에는 남자의 갈비뼈로 여자를 지으셨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여기서 갈비뼈는 생명과 직결되는 신체 기관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나타냅니다. 하와(생명, 모든 생명의 어머니)라 불리게 되는 여자는 남자에게 있어 생명의 보호자이며, 하느님께서 주신 남자의 협력자(창세 2,23 참조)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부부의 관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4)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이 부부입니다. 부부는 하느님께서 맺어 주셨기에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마르 10,9 참조) 부부는 한 몸으로서 서로에 대한 신의를 지키며, 동등한 인격적 존재인 배우자를 서로 존중해야 합니다. 배려하는 마음으로 부족한 것을 서로 보완하고, 필요할 때 서로 협력하며, 부부 사랑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성경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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