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 개신교 청소년 10명 중 6명…“학교·교회 가르침 달라 혼란”

개신교 신자 중·고등학생 절반 이상이 학교와 개신교회의 가르침 사이에서 ‘세계관 충돌’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명 중 1명 이상이 신앙과 일상을 분리해 인식하는 ‘분리신앙’의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신뢰할 만한 목회자에게 신앙적 궁금증을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열린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8월 25일 발표한 「기독교 통계(347호) - 세계관의 충돌; 분리신앙」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 중·고등학생 10명 중 6명(59%)이 ‘학교에서 배운 것이 교회에서 배운 것과 모순된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개신교회 가르침과 학교에서 배운 내용 사이에 모순을 느끼는 분야로는 ‘과학’(진화와 우주 기원 등)이 60%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윤리·성(37%), 사회·정치(34%), 역사·문화 해석(32%) 순이었다. 또한 모순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중 학교 학습보다 교회 가르침을 우선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24%에 그쳤다. 신앙을 일상에 얼마나 적용하는지를 묻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8%)가 ‘현실 문제 앞에서는 믿음보다 현실적 방법을 먼저 택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신앙과 일상을 나눠 생각한다’는 응답이 38%였다. 이는 개신교 신자 학생들이 세속적 가치관과 개신교의 가르침 사이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통계는 목회데이터연구소와 (사)꿈이 있는 미래가 공동으로 펴낸 ‘2026 한국교회 다음세대 트렌드’에서 1월 22일부터 2월 6일까지 만 14세에서 19세까지의 개신교 신자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설문 결과에 대해 “이번 조사 결과는 ‘다음 세대’의 신앙적 위기가 단지 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신앙과 삶을 연결하는 ‘통합적 가치관’의 부재에서 비롯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특히 신앙과 일상을 분리하는 태도를 보이는 학생이 3명 중 1명 이상이라는 점은 교회 교육이 실제 삶의 판단 기준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또 엄격한 종교적 분위기로 인해 신앙과 관련해 생긴 의문들을 자유롭게 제기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학생들이 신앙적 혼란을 풀어낼 수 있는 ‘안전한 질문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시노달리타스’를 지향하는 가톨릭교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5년 11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진리관에서 열린 ‘제29회 사목연구소 학술 심포지엄’에서 서울대교구 정규현(마르티노) 신부는 “생명과 성, 가족의 가치 등에 관한 신앙의 진리를 교회 내 청년들과 허심탄회하게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통해 시노드적 울림과 공감, 능동적 진리 선포로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내부의 응집력이 확보돼야 교회 밖 비신자 청년들에게도 진리를 선포·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13면

[이웃종교] “가톨릭이 차린 밥상에서 ‘사찰 음식’ 맛보세요”

가톨릭 수도회가 마련한 밥상에 불교의 음식이 올랐다. 밥상을 찾은 이들에게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한 끼의 따뜻함을 건넸다. 9월 1일 서울 대학로 인근 ‘청년밥상문간.’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자 청년과 직장인, 동네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로 이날은 조금 특별한 음식이 준비되고 있었다. 서울 성북동 수월암 주지 혜범스님이 만든 사찰음식이었다. 글라렛선교수도회가 설립한 청년밥상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의 핵심 사업인 ‘청년밥상문간’은 2024년 11월부터 슬로우 대학로점에서 두 달에 한 번 ‘사찰음식 스페셜데이’를 열고 있다. 수도회가 설립한 공간에 스님을 초대해 사찰음식을 나누는 자리다. 종교는 다르지만, 한 끼 식사를 통해 이웃을 만나고 마음을 나눈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이날 혜범스님은 사찰음식으로 떡볶이와 주먹밥을 만들었다. 평소 청년밥상문간은 김치찌개를 단일 메뉴로 제공하지만, 이날만큼은 사찰음식이 식탁에 올랐다. 대학가 인근 ‘김치찌개 맛집’으로 알고 찾아온 이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었다. 고승연 씨는 “교수님께서 김치찌개 맛집이라고 알려주셔서 오늘 처음 왔는데, 특별히 사찰음식을 처음으로 맛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며 “몸에도 건강하면서 속도 편하고 든든한 느낌이 들어서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혜범스님과 청년밥상문간의 인연은 스님이 이문수(가브리엘·글라렛선교수도회) 신부에게 사찰음식 나눔을 먼저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평소 접하기 어려운 사찰음식을 맛보고 경험할 기회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사찰음식 장인 1급을 취득하고 여러 사찰에서 사찰음식 강의를 이어 오고 있는 혜범스님은 “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음식으로 똑같이 맛있고 행복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사찰음식을 만드는 마음가짐으로 ‘청정·유연·요법’을 꼽았다. 음식과 음식을 다루는 사람이 깨끗해야 하고, 조리법과 재료를 선택할 때 한곳에 치우치거나 고집을 피워서는 안 되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교법에 맞게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찰음식에는 수행자의 마음이 담긴다. 혜범스님은 “보통 요리에는 레시피가 있고 그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경향이 있지만, 수행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자 한다”며 “승려가 섭취하지 않도록 정해진 파·마늘·달래·부추·흥거 등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음식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청년밥상문간 담당 이태균 팀장은 “종교를 넘어 함께 협력하며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다른 종교와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13면

[이웃종교] 일본 승려 뮤지션 ‘칸호 야쿠시지’ 내한 공연

일본 승려 뮤지션이 현대 음악과 불교 경전을 결합한 일렉트로닉 장르 음악 공연을 펼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재즈브릿지컴퍼니는 일본의 승려 뮤지션 칸호 야쿠시지가 10월 30일 서울 창천동 예스24 원더로크홀에서 첫 내한공연 ‘서클 오브 하모니(Circle of Harmony)’를 연다고 최근 밝혔다. 그의 대표작 <반야심경 음악> 발매 10주년을 기념하는 월드 투어 일환으로 마련됐다. 일본 이마바리 가이젠지 사찰의 16대 부주지이자 선승인 야쿠시지는 불교 염불과 현대 음악을 결합해 독자적인 사운드를 구축해 온 음악가다. 기타와 현악기, 앰비언트 사운드에 일렉트로닉, 힙합, 록, 재즈 등 여러 장르와 악기를 얹어 재해석한 <반야심경 음악>은 유튜브와 각종 디지털 플랫폼에서 누적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일본은 물론 중국,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호주 등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클 오브 하모니라는 공연 제목에는 야쿠시지가 지난 10년간 걸어온 여정을 돌아보며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를 담았다. ‘원(圓)’을 주제로 한 10주년 월드투어는 수행의 원만(圓滿)함과 생명의 원융(圓融)함 그리고 음악 안에서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순간을 상징한다. 무대에서는 <반야심경>, <대비주>, <세존게> 등 대표곡과 함께 <나무아미타불 왕생주>, <불정존승다라니> 등 최근 창작한 현대 불교 음악도 선보인다. 야쿠시지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 관객들에게 힐링과 명상, 사색을 전해온 음악가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 역시 언어와 문화, 종교를 넘나드는 마음의 교류를 지향하며, 관객들이 소리 속에서 분별을 내려놓고 고요한 순간 속에서 자신만의 평온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공연은 약 100분간 진행된다. 전석 9만9000원. ※ 문의 0507-1370-6160 재즈브릿지컴퍼니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13면

‘국가 생태 적자일’ 2월 11일…1년 치 생태용량 42일 만에 써버렸다

‘국가 생태 적자일(Country Deficit Day)’은 생태계가 한 해 동안 재생할 수 있는 생태용량을 한 나라의 자원 소비가 넘어서는 시점을 뜻한다. 다시 말해 국내 자연이 1년 동안 감당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쓰고, 이후부터는 해외 자원이나 미래의 생태자원을 끌어다 쓰기 시작하는 날이다. 올해 한국의 국가 생태 적자일은 2월 11일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 생태계가 한 해 동안 재생할 수 있는 자원을 불과 42일 만에 모두 소비한 셈이다. 이후 약 10개월 반 동안은 국내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며 살아가게 된다. 국제 환경연구기관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Global Footprint Network)가 발표한 2026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 생태용량은 연간 자원 수요의 11%를 충당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가 생태 적자일도 2월 11일로 산출됐다. 생태용량은 생태계가 식량·목재·수산물 등을 생산하고,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폐기물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국가 생태 적자일이 빠를수록 자국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비해 자원 소비가 많다는 의미다. GFN이 국가 생태 적자일을 산출한 국가 195개국 중 한국은 8번째, 주요 20개국(G20) 가운데서는 가장 이르다. 일본은 2월 26일로 한국보다 15일 늦고, 중국은 3월 13일, 이탈리아는 3월 19일, 미국은 7월 2일, 프랑스는 7월 17일이다. 한국보다 국가 생태 적자일이 빠른 나라는 이스라엘과 몰타 등 7개뿐이다. 모두 국토 면적이 작거나 생물 생산성이 낮은 국가들이다. 한국의 국가 생태 적자일이 빠른 데에는 좁은 국토로 인해 국내 생태용량이 제한적인 데다 높은 자원 소비가 더해진 영향이 크다.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생태용량은 적은 반면 소비 수준은 높아 국내 생태용량과 실제 소비량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마티스 바커나겔 GFN 공동창립자는 국가 생태 적자일을 두고 “이 시점을 넘기면 해외에서 자원을 수입하거나 자국의 자연자본을 고갈시키고, 이산화탄소와 같은 폐기물을 전 지구적 공유공간에 떠넘기며 살아가게 된다”며 “지속적인 재정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는 공급 차질과 자원 가격 상승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2월 11일이 지나면 국내 자원이 실제로 바닥나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자원은 수입으로 충당하거나, 국내 생태자원을 재생 속도보다 빠르게 이용하는 방식으로 메운다. 자연이 흡수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GFN은 이런 상태가 계속될수록 생태적 ‘빚’이 쌓인다고 설명한다. 빚은 국가 간 불평등과도 연결된다. 한 국가의 과도한 소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자원과 생태계가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국제자원패널(IRP)의 「세계 자원 전망 2024」에 따르면, 고소득국이 저소득국보다 1인당 자원을 6배 많이 소비하고, 소비에 따른 기후 영향은 10배 크게 발생시킨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러한 불평등을 ‘생태적 빚’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찬미받으소서」 제51항에서 교황은 “참된 ‘생태적 빚’은 특히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에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상업적 불균형과 일부 국가의 장기간에 걸친 천연자원 과도 이용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의 높은 소비 수준은 또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한국의 ‘국가 생태용량 초과의 날(Country Overshoot Day)’은 4월 9일이다. 이날은 ‘전 세계인이 한국인처럼 소비할 경우 지구의 1년 치 생태용량을 언제 모두 쓰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전 세계인이 한국인처럼 소비한다면 4월 9일에 지구의 연간 생태용량을 모두 소진하게 된다. 이를 지구 개수로 환산하면 약 3.7개가 필요하다. 일본은 2.7개, 중국은 2.5개, 독일은 2.8개다. 지구 전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올해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7월 30일이었다. 인류가 지구가 한 해 동안 재생할 수 있는 자원을 7개월 만에 모두 사용했다는 의미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제52항은 선진국들이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고 가난한 나라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정책과 계획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태 위기의 책임이 모든 국가에 똑같이 있지 않음을 인정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은 환경 부담을 발생시킨 국가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17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26) 기후위기 극복에 필요한 대안 개념 - ③적정기술(II)

국내에서도 적정기술을 삶 속에서 실천하려는 노력과 시도는 꾸준하다. 문제의식만 있다면 적정기술을 활용해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산업사회가 발달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기술은 전통 기술과 지혜를 신속하게 대체하면서 새로운 문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전 방법들이 훨씬 더 생태적이고 탄소 중립에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적정기술이 필요한 이유이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거나 밭갈이하지 않는 유기농사는 평균 12~15%의 탄소 감소 효과가 있다. 음식물과 농업 잔재, 잡초 등 유기물을 발효해 퇴비로 활용하는 것도 대표적인 적정기술이다. 퇴비간이나 음식물 퇴비 장치, 생태 화장실은 자원을 순환시키고 토양의 영양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옛날 인분을 돈 주고 사고팔던 시절은 지금보다 훨씬 가난할 때였지만,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거나 화학물질로 환경을 오염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농업은 밭에 플라스틱 비닐을 덮고 다양한 농약을 써서 단일 작물 혹은 유전자조작 작물을 재배하면서 이익을 추구한다. 대규모로 생산하다 보니 오염도는 갈수록 높아진다. 이런 문제의식을 지닌 많은 공동체는 관행 농업 대신 유기적인 농사를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려고 애를 쓴다. 에너지와 관련한 적정기술은 비교적 빨리 국내에 소개되었다. 2006년경 산청의 민들레 공동체에서 다양한 에너지 자립 장치들을 통해 전기 없이 일주일을 살아보는 실험을 했고, EBS가 특집 다큐멘터리로 방영했다. 햇빛으로 음식물을 익히는 햇빛 조리기,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여 저장하고, 축분을 발효시켜 나오는 가스로 음식물을 조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적정기술에 대한 큰 관심을 일으켰다. 이 무렵부터 국내 여기저기서 풍력발전기, 로켓 난로, 태양열 난방기, 바이오디젤 등을 만드는 워크숍들이 열렸다. 지역의 많은 대안학교에서 적정기술을 수업 과목의 하나로 채택하고 실험했다. 심지어 경희대학교에서는 정식 교양과목으로도 채택되어 있다. 설명서나 구체적인 방법이 오픈 소스나 강연으로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에 관련된 기법의 전파속도가 빨랐다. 적극적으로 적정기술을 적용하는 에너지 자립 마을도 2010년 등장했다. 서울 동작구의 성대골 에너지 자립 마을이 그것이다. 영국의 전환 마을 모델을 좇은 은평 전환 마을 등도 있다. 에너지 프로슈머를 추구하는 시민들은 에너지 협동조합을 만들어 전기 생산자가 되었다. 화석연료 전기 대신 태양광 발전에 참여하고자 설립한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또는 자연에너지협동조합 등이 경기도에만 47개, 전국적으로는 최소 1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힘이 모여 5~6기가급 태양광발전소가 핵발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의 관심이 모이고 공동체의 실천이 동력이 되면, 정부 기관이나 기업이 하지 못하는 기후위기 억제책을 시민들이 실제로 기여할 수 있다. 이렇듯 적정기술은, 멈출 줄 모르는 폭주 기관차 같은 산업 문명에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기술 철학이다. 글 _ 강신호 스테파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발행일 2026-09-13 제3507호 17면

2026 WYD 세계 청년 한마당…“함께 놀며 문화·신앙 교류해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1년 앞두고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교를 나누는 장이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과 이주사목위원회는 8월 30일 서울 혜화동 동성중고등학교 일대에서 ‘2026 WYD 세계 청년 한마당’을 개최했다. ‘우리 함께 놀아요!(Let's play together)’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스페인,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청년 300여 명이 참가했다. 개막미사는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 주례로 동성중·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영어로 봉헌됐다. 아울러 제1독서와 제2독서는 각각 몽골어와 인도네시아어로 봉독됐다. 참가자들은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베트남어, 영어, 한국어 등 각자의 모국어로 보편지향기도를 바쳤다. 이 주교는 강론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청년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가는 모습을 두고,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청년들은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며 새로운 땅에서 삶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환대를 베풀고, 함께 성장하는 길을 찾아가기 바란다”며 “외국 청년들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고 배우면서 서로의 다양성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풍요로움을 이루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 주교는 2027 서울 WYD 주제 성구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언급하며 청년들이 서로의 이야기와 꿈, 고민과 신앙을 나누면서 희망의 표징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러한 만남을 통해 우리는 누구도 혼자 걷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고, 함께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희망의 표징이 될 것”이라며 “오늘 이곳에 모인 여러분이 바로 그 희망의 시작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미사 후에는 운동장과 강당 등에서 문화 교류와 체험 부스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한국의 전통놀이인 ‘딱지치기’와 ‘고무신 던지기’, 일본의 전통 목제 놀이 ‘다루마오토시’, 필리핀의 전통 죽마 놀이 ‘까당까당’ 등 각국의 놀이를 체험했다. 또한 물총을 활용한 팀 대항전 ‘말씀을 지켜라’, 팀 협동 게임 ‘공 굴러가유’, ‘청홍판 뒤집기’, ‘붐샤카라카 챌린지’, ‘미션 릴레이’ 등의 부스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었다. 전통놀이를 체험한 베트남 유학생 응웬 투이 응언 씨는 “서울 WYD를 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내년에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스 봉사자로 참가한 이장범(모세) 씨는 “덥고 습한 날씨에 힘들기도 했지만 색다른 놀이를 체험하고 즐거워하는 외국인 참가자들을 보니 기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또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성 프란체스카 사베리아 카브리니, 성 요세피나 바키타, 성 가롤로 아쿠티스 등 수호성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2027 서울 WYD 수호성인 포토월’을 비롯해 ‘WYD 카드 짝 맞추기’, ‘수호성인 키링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등 서울 WYD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탄자니아 출신의 봉사자 마이클 보니파시오 음줄리 씨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내년 대회가 잘 치러지도록 계속 기도하고 있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교회뿐 아니라 한국 문화도 접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홍보단은 한량무와 소고춤 등 한국무용을 비롯해 케이팝(K-POP) 댄스를 선보이며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유상혁(요한 세례자) 신부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국적의 청년들이 서울 WYD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늘의 만남이 내년 대회까지 이어져 청년들이 서로를 기억하고 다시 만날 수 있는 인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9-06 제3506호 17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25) 기후위기 극복에 필요한 대안 개념 - ②적정기술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 수준과 속도는 그야말로 눈이 부실 정도이다. 전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모든 사물 영역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고, 여기서 생산된 정보가 빅데이터로 저장되며, 물리적 생물학적인 아날로그 영역들이 디지털로 재생산되는 통합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인간의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창의력, 육체 노동력까지도 AI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왜 여기까지 와야 했고, 왜 멈추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긴 지는 오래지만, 여전히 답은 공허하다. 경제학자인 슈마허(Ernst F. Schumacher)는 기술의 속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인간을 포함하는 자연 세계의 모든 것에는 규모, 속도, 힘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인간이 지배받고 있는 기술은 규모, 속도, 힘 측면에서 스스로 제한하는 법을 모른다. 다시 말해 자기 균형, 자기 조절, 자기 정화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로 인해 자연환경을 통해 수많은 거부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슈마허가 말하고자 했던 거부반응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 가지 위기에 해당하는데, 첫째, 인간 본성이 기계에 종속되거나 침해되는 문제. 둘째, 환경오염의 문제. 셋째,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의 남용과 고갈의 문제이다. 이러한 위기는 슈마허의 주장이 있었던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 팽창일로의 과학기술과 이를 통해 발달해온 자본주의는 스스로 멈추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자기제어 기능이 없으므로 진지한 성찰의 과정이 없다면 해결이 안 될 지경이다. 과학기술에 인문학적인 성찰이 가미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연의 순환 원리와 생태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과학기술의 작동 원칙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 적합한 기술 그것이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다. 적정기술은 1960년대 중반 슈마허 박사가 주창한 이래 전 세계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대되었다. 당시에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적정기술을 보급하였다. 저렴하고 어렵지 않은 과학 원리와 기술로 일자리를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그렇지만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심화시킨 것은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이다. 따라서 선진국에서의 적정기술은 다른 맥락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자연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화학비료나 제초제 같은 농약을 쓰지 않는 농업으로 식량을 생산하며, 플라스틱 제품을 멀리한다. 자연으로부터 물질을 얻고 되돌린다는 것의 중대함을 깨달아 순환의 원리에 맞는 방식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며, 쓰레기로 매립되거나 태워지는 일을 줄여야 한다. 자연의 구성원으로서의 인간 존재를 인정하고, 생태계를 존중하며 보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과 생명체는 디지털 기술로 창조되거나 대체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디지털 기술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려는 과학기술이 있다면 그것이 곧 적정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적정기술의 사례가 있는지 다음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글 _ 강신호 스테파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발행일 2026-08-30 제3505호 17면

제21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에 대전 만년동본당·의정부 창현본당

제21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에 대전교구 만년동본당과 의정부교구 창현본당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수원교구 죽산본당이 받는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8월 19일 제21회 가톨릭 환경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공모 주제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활동’으로, 세 본당은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에너지 전환을 실천하고 지역사회와 연대해 창조 질서 보전에 힘쓴 점을 인정받았다. 시상식은 9월 1일 오후 3시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가 주례하는 제11차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기념 미사 중 열린다. ■ 대전교구 만년동본당, 지역사회와 연계해 햇빛발전 지원 대전교구 만년동본당(주임 김종민 요한 사도 신부)은 교구의 ‘2040 탄소중립’ 목표에 발맞춰 2023년부터 재생에너지 전환과 자원순환, 생태 교육과 연대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와 연계한 에너지 전환 활동이 눈에 띈다. 만년동성당은 건물 구조상 자체 햇빛발전소 설비 용량이 10.8kW에 그쳐, 부족한 발전 용량을 금액으로 환산해 다른 공동체의 발전소 건립을 지원했다. 이를 위해 2억7660만 원을 모금해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에 출자했고, 184.40k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해 연간 약 111t의 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1만2233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다. 본당은 LED 조명과 이중창을 교체하고 무동력 공기 순환 팬을 설치하는 등 고효율 설비도 구축했다. 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노력까지 더해 연간 약 1000만 원의 전기료를 절감했다. 신자들도 손수건과 텀블러 등 다회용품 사용을 생활화하고 폐식용유 비누 제작, 녹색 기금 적립, ‘쓰레기 없는 본당의 날’ 등을 실천했다. 생태 교육과 탄소중립 실천 홍보는 물론 어스아워(Earth Hour) 소등 행사, 기후 정의 캠페인 등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와의 연대도 이어가고 있다. 2025년에는 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하는 ‘2040 탄소중립 SOL’ 인증을 교구에서 두 번째로 획득했다. ■ 의정부교구 창현본당, 신자들 직접 ‘에너지협동조합’ 설립 의정부교구 창현본당(주임 최종환 베드로 신부)은 전 신자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동참하며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2023년 ‘RE100’ 선언 미사 봉헌을 시작으로 본당은 성당 교육관 옥상에 39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연간 77.3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신자들을 중심으로 3억여 원을 출자해 ‘화도자연에너지협동조합’을 설립하고 500kW 규모의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가평자연에너지협동조합과 다산자연에너지협동조합의 설립과 에너지 생산도 지원했다. 남양주시민햇빛협동조합, 다산자연에너지협동조합, 남양주자연에너지협동조합과 함께 4개 에너지 협동조합 협의회를 구성해 RE100 달성을 위한 지역 연대 활동도 펼치고 있다. 성당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후위기 시계를 설치했으며,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탄소 포집 자연농법인 ‘퍼머컬처 농장’을 조성해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청소년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수원교구 죽산본당, 발로 뛰는 ‘맞춤형 태양광 지원’ 우수상을 받은 수원교구 죽산본당(주임 장대식 토마스 모어 신부)은 주임신부와 본당 환경위원들이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신자 가정을 직접 찾아가 공적 지원과 연결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썼다. 성당과 신자 1300여 명의 가정에서 배출되는 월 탄소배출량을 13만kgCO2로 추산하고 본당 공동체의 탄소중립을 추진했다. 2025년 말까지 총 874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45만745kgCO2의 감축 효과를 거뒀다. 이는 본당 공동체의 탄소 감축 목표 가운데 33.79%를 달성한 수치다. 본당은 자원순환 마켓을 운영하고 탄소기록지를 이용한 분리배출과 자원순환 운동도 펼쳤다. 그 결과 9072kgCO2가 감축됐다. 전기 사용과 자동차 이용 줄이기 운동을 통해서는 9239kgCO2 감축 효과를 얻었다. 2025년 한 해 본당이 감축한 이산화탄소는 총 48만466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나무 약 4만8467그루를 심는 효과에 해당한다.

발행일 2026-08-30 제3505호 17면

[순례, 걷고 기도하고] 수원교구 양근성지

물을 머금은 땅에서도 강인하게 뿌리내리는 버드나무. 남한강변에 줄지어 선 버드나무는 거센 바람에 가지가 흔들려도 뿌리만큼은 좀처럼 뽑히지 않는다. ‘버드나무 뿌리’를 뜻하는 양근(楊根)에 자리한 수원교구 양근성지에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꿋꿋이 신앙을 지켜낸 신앙 선조들의 얼이 곳곳에 남아 있다. 신앙과 함께한 삶과 죽음이 겹쳐 있는 양근 성지는 천진암 강학을 주도한 권철신(암브로시오)과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형제가 태어난 곳이자 복자 조숙(베드로)·권천례(데레사) 동정부부가 태어나 신앙을 증거한 곳이다. 초기 신앙 선조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만큼 양근 일대에는 순교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기록에 따르면 순교자들은 양근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오밋다리 옆 백사장에서 치명했다고 한다. 현재 오밋다리는 사라졌고, 성지에서 1.7㎞가량 떨어진 양근대교 인근을 순교터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2014년 시복된 조숙과 권천례 동정부부를 비롯해 윤유오(야고보), 윤점혜(아가타), 권상문(세바스티아노) 등 여러 신앙 선조가 순교했다. 이들의 순교를 기리기 위해 성지는 양근대교 옆 양강섬에 순교 상징 조형물 ‘영원으로 가는 사다리’를 세웠다. 9월 말 성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완공되면 다시 양강섬을 오가며 기도할 수 있다. 성지에서 8㎞가량 떨어진 도곡리 능말에서도 순교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능말은 초기 한국교회 지도자 조동섬(유스티노)과 그의 아들 하느님의 종 조상덕(토마스), 복자 조용삼(베드로)과 조숙, 병인박해 때 순교한 조중구(타대오)와 조인달 등 신앙 선조들의 고향이다. 한양 조씨 한흥군 후손들이 400여 년간 집성촌을 이루며 천주교 신앙을 이어온 곳이기도 하다. 성지는 이곳에 순교자 현양비를 세우고 2021년 5월 29일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로 축복식을 거행했다. 순례의 발걸음을 양평역으로 옮기면 또 다른 순교의 흔적과 마주한다. 양평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옛 양근 관아에서 순교한 신앙 선조들을 기리는 표석이 서 있다. 이곳에서는 조상덕, 장사광(베드로), 손 막달레나 등이 1801년 신유박해 때 옥중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표석을 뒤로하고 양평 읍내를 걷는다. 건널목을 건너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 양평읍사무소 쪽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죽음의 흔적이 아니라 신앙 선조들의 ‘삶의 자리’를 찾아가는 길이다. 읍사무소 건너편에는 한국교회 창립의 주역인 권철신·권일신 형제의 고향을 알리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이름난 학자였던 권철신의 문하에는 여러 젊은 학자가 모여들었다.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이승훈(베드로)·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을 비롯해 복자 홍낙민(루카)·윤유일(바오로) 등이 양근에서 권철신과 교류하며 천주교 신앙을 접했다. 관아와 순교 터에서는 신앙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이들의 마지막을 만나고, 권철신·권일신 형제의 고향에서는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믿음을 받아들였는지를 마주한다. 양근의 순례길에는 이처럼 신앙 선조들의 삶과 죽음이 한 길 위에 겹쳐 있다. 죽음에서 다시 ‘삶’으로 양근 곳곳에 흩어져 있던 신앙 선조들의 흔적은 성지에 이르러 하나의 역사로 이어진다. 순교 터와 관아가 신앙 선조들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곳이라면, 성지는 그들이 살아낸 신앙과 그 신앙이 한국교회 안에 뿌리내린 과정을 되새기는 자리다. 양근은 한국교회 초기 신앙공동체가 형성된 중요한 터전이었다. 1784년 북경에서 세례받고 돌아온 이승훈이 이곳에서 권철신과 이존창, 유항검(아우구스티노)에게 세례를 베풀었고, 신앙을 받아들인 이들은 아침·저녁기도를 바치며 공동체를 이루었다. 이후 이존창과 유항검을 통해 신앙은 충청도와 전라도로 퍼져 나갔다. 학문으로 시작한 진리에 대한 탐구가 신앙이 되고, 그 신앙이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국으로 뻗어간 것이다. 이 때문에 양근은 단지 여러 순교자를 배출한 땅이라는 의미를 넘어 ‘한국교회의 요람’으로 불린다. 한국교회 초기의 탄생과 성장, 복음 전파와 순교의 역사가 모두 이곳에 포개져 있다. 성지는 이 기억을 오늘의 순례자에게 이어주고 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지가 조성되기 시작했고, 순교자기념성당과 십자가의 길, 조숙·권천례 동정부부상과 여러 순교 조형물이 들어섰다. 2011년에는 새 성당과 시설이 축복됐다. 성지 곳곳에 세워진 권일신상과 윤점혜상, 권철신·권일신 형제상은 이름으로만 남은 역사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성당 옆에 자리한 정자 ‘감호정’도 양근의 신앙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떠올리게 한다. 성지에서 남한강을 따라 1㎞가량 떨어진 곳에는 감호암(鑑湖岩)이 있다. 과거 이 바위 위에는 감호정이라는 정자가 있었고, 선비들이 이곳에 모여 시회(詩會)를 열거나 서학에 관해 논했다고 전해진다. 학문을 좋아했던 권일신은 이곳을 자주 찾기 위해 양근리 갈산에서 감호정 인근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감호암은 현재 성지의 수상 성지순례 코스를 따라 모터보트를 타고 찾아볼 수 있지만 옛 감호정은 남아 있지 않다. 성지는 그 기억을 이어가기 위해 성지 내에 같은 이름의 정자를 세웠다. 감호정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걸어온 순례길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진다. 학자들은 이곳에서 진리를 물었고, 그 질문은 서학서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신앙으로 이어졌다. 신앙은 공동체를 만들고 이웃에게 전해졌으며, 박해가 닥치자 그 믿음은 목숨까지 내놓는 증거가 됐다. 순교자를 가두었던 관아에서 시작해 순교 터를 지나고, 신앙을 공부하고 받아들인 이들의 고향을 거쳐 성지에 닿는다. 죽음의 흔적을 따라 걸어온 길의 끝에서 순례자는 다시 신앙 선조들의 삶을 마주한다. 성지는 그렇게 흩어져 있던 삶과 죽음의 기억을 한데 모아, 오늘의 신앙으로 이어주는 자리다.

발행일 2026-08-30 제3505호 13면

[세상살이 복음살이] 혐오의 시대, 교회는 혐오 앞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나

혐오가 놀이가 되어 가고 있다. 역사적 비극은 마케팅 문구가 되고, 죽은 이에 대한 조롱은 온라인에서 광범위하게 소비된다. 특정 지역과 세대, 집단을 향한 비하 표현도 농담처럼 오간다. 그러나 혐오 표현은 단순한 ‘말’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인간을 존엄한 존재가 아닌 조롱의 대상으로 낮추는 행위다. 혐오 표현과 차별에 대한 사회적 대응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는 가운데, 교회는 혐오의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할까. 혐오 표현, ‘놀이’가 되다 5월 스타벅스코리아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탱크데이’ 마케팅에 이어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조롱 응원 사태까지, 최근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특정 집단을 조롱하고 사회적 편견을 더 부추기는 표현이 잇따르고 있다. 혐오 표현은 단순한 막말이나 불쾌한 표현과 다르다. 성별·장애·종교·나이·출신 지역·인종·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모욕·비하·멸시하거나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조장하는 표현을 가리킨다. 따라서 혐오 표현인지 판단할 때는 말의 거칠기만이 아니라 누구를 겨냥하고 어떤 차별적 효과를 낳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혐오 표현의 방식도 달라졌다.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홍성수(토마스 아퀴나스) 교수는 “과거에는 의도가 명확하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혐오 표현을 했지만 요즘에는 유머나 조롱에 가깝게 재미나 놀이를 표방한 방식의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며 “사람들은 문제의식 없이 혐오 표현에 쉽게 동참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SNS와 알고리즘은 이러한 표현의 확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혐오와 차별 표현은 ‘밈(온라인 패러디 콘텐츠)’이나 ‘짤(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짧은 이미지)’의 형태로 가볍게 소비되고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누군가의 존엄을 훼손할 수 있다. 반복되는 조롱은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희화화된 대상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만들고, 또 다른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신자들은 혐오 표현을 어떻게 바라보나 본지와 서울대교구 굿뉴스팀이 공동 주관한 ‘가톨릭 POLL’ 조사에서도 신자들은 혐오 표현의 확산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5~19일 신자 4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5명(90.2%)이 혐오 표현의 확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신자 10명 중 9명꼴로 혐오 표현 확산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간극이 있었다. 혐오 표현이 밈이나 유행어, 장난으로 소비되는 문화를 접했을 때 ‘부정적으로 본다’거나 ‘불쾌하여 차단한다’고 답한 비율은 68.8%였다. 반면 ‘불쾌하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5.1%, ‘불쾌하여 관련 표현을 신고 등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응답은 9.3%에 그쳤다. 서울대교구 방종우 신부(야고보·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러한 간극의 원인으로 온라인에서 혐오가 일상화된 점과 ‘내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꼽았다. 방 신부는 “온라인과 일상에서 혐오 표현을 짧은 댓글이나 밈의 형태로 접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혐오에 대한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무뎌졌다”고 설명했다. 또 직접 자신이 받은 공격이 아니거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일이 아니면 한발 물러서서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혐오와 차별로 사회적 문제가 커지면서, 정부는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징벌적 손해배상, 이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사이트의 폐쇄 등 엄격한 조건 아래 처벌에 입각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가톨릭 POLL’에서도 온라인 혐오 표현 확산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대응 수준에 관해 ‘법과 제도를 통해 적극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34.8%, ‘일정 수준의 제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5.4%로 나타났다. 두 응답을 합하면 80.2%로, 정부와 사회의 제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았다. 반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거나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도 19.1%였다. 혐오 표현에 대한 대응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가의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과도한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 교수는 “조롱 형태의 혐오 표현은 법적으로 규제하기가 더 까다롭고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차별과 혐오의 양상이 더 다양해졌기 때문에 처벌을 위한 규제보다 먼저 무엇이 차별이고 혐오인지 사회적 기본 규범을 세우고,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혐오 앞에서 교회가 말해야 할 것 법적 규제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적 견해나 사회 현상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비판할 권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윤리신학적 관점에서 자유는 책임과 분리될 수 없다. 방 신부는 “자유의 목적은 다른 사람의 존엄을 파괴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을 선택하고 공동선을 이루는 데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인간 존엄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닌, 함께 지켜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23년 스웨덴에서 쿠란이 소각된 사건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존엄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교황은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람을 경멸하는 구실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특정한 소속과 경계를 넘어 타인을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방 신부는 오늘날 신앙인에게 필요한 질문은 ‘나는 혐오하지 않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누군가 혐오 당하고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혐오가 일상화된 시대에 교회가 신앙인에게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로 ‘인간 존엄’을 꼽았다. 방 신부는 “혐오에 대응하는 그리스도인의 태도는 ‘타인을 다시 사람으로 보는 일’에서 시작한다”며 “의견이 다르면 논쟁할 수 있고 잘못된 행동은 비판할 수 있지만 그 순간에도 상대가 나와 똑같은 존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8-30 제3505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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