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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0) 마음의 가난함?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3-03-07 수정일 2023-03-07 발행일 2023-03-12 제 3334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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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마음, 부족함 깨닫고 채우는 즐거움 느끼는 것
가난한 마음=여유로운 마음
행복한 삶 사는 방법 아는 것
더 나아지고픈 상태를 의미

가난한 마음은 외적 가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족함을 느끼고 과거의 문제들을 해결하려 노력하면서, 더 나은 것을 갈구하는 것이 가난한 마음의 참 의미다.

■ 마태오복음 5장에서는 주님께서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 배고픔이란 더 나아지고 더 이루고 싶은 욕구를 말하는데, 이것이 바로 가난한 마음인 것입니다.

가난한 마음은 힘없고 찌들은 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을 갈구하는 마음입니다. 사람은 배가 부르면 게을러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자족이란 말이 갖는 미묘함이 여기에 있습니다. 자족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작은 것에 만족한다는 긍정적 의미와 더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의미.

버트런드 러셀은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행복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고 이야기 합니다. 부족함을 느낄 때 그것을 채우려고 더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열등감을 가지고 산다. 이런 열등감을 극복해가는 과정, 약간의 부족함을 느끼면서 채워가는 즐거움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가난한 마음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그런데 교회 일각에서는 가난한 마음을 궁핍한 마음으로 개념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적 가난에 치중하기도 합니다. 그런 가난함은 피상적이고 자기포장적인 것이지 본질적인 가난의 영성은 아닌 것입니다. 이것은 자칫 자기 문제를 숨기려는 방어적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인생을 보는 시각을 바꿈으로써 과거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마음이 가난하면 자기 자신의 파괴적인 속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필요에 따라 변화시킬 수도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인생을 나쁜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고 효과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거짓 가난’, ‘외적 가난’은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 자포자기적인 행동을 하게하고, 좋은 일이 생겨도 일시적 안도감만 느낄 뿐 불행하게 살게 합니다. 감사하는 대신 비관적인 심리에 빠지기 쉽고 평화로울 때에도 다음에 닥쳐올 위기를 생각하고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보내게 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자주 무기력증에 빠집니다. 분노, 적개심, 수치감 등에 의해 옴짝 달싹 못하고 우유부단하기까지 합니다. 이들은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현재를 소모하고 사는 어리석음을 범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마음이 가난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가난한 마음은 여유로운 마음입니다. 가난한 마음은 웃는 마음입니다. 가난한 마음이냐 궁핍한 마음이냐,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가 우리의 앞날을 결정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태오복음 5장 3절의 이 말씀을 잘 유념하시고 여유롭고 건강하며 가난한 마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 마태 5,3-12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실 너희에 앞서 예언자들도 그렇게 박해를 받았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