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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 요셉 성인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3-01-03 수정일 2023-01-03 발행일 2023-01-08 제 3326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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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 보호하는 ‘지킴이’ 역할 충실히 해낸 분

자기 행복 추구는 하위 욕구 
현대인들은 소유·인정만 좇아
최상위 삶은 영적 행복 추구
삶의 의미 깨닫고 살아가는 것

귀도 레니 ‘아기 예수를 안은 성 요셉’.

■ 요셉성인께서 주님 탄생에 큰 기여를 하셨다고 하는데 일각에서는 비웃기도 합니다. 자기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돌아가셨다고요. 저도 성경을 읽으면서 요셉 성인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어서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요셉 성인은 어떤 분이셨고 그분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운동시합에서 사람들은 슈퍼스타만 쳐다봅니다. 마치 그 한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해낸 것처럼. 그러나 한사람의 슈퍼스타는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에 의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축구스타 손흥민 선수가 혼자 시합을 할 수 없듯이 어느 분야이건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중요합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모께서 아기 예수를 낳으셨지만 보호하고 돌보아준 것은 요셉 성인이십니다. 만약 요셉 성인이 없었다면 성모께서는 아주 심한 고생을 하셨을 것입니다. 요셉 성인은 빛이 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분이셨던 것입니다.

요셉 성인과 같은 분들은 어느 조직에서나 필요합니다. 어떤 사회학자가 말하길 어느 사회나 그 사회가 유지가 되는 것은 권력자 때문이 아니라 권력자보다 국민을 생각하는 공무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사회이건 종교이건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만 생각하는 공무원, 신자들만 생각하는 사목자들이 사회와 종교가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버팀목인데 그런 의미에서 요셉 성인의 존재가치는 아주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하느님께서 요셉 성인을 마치 장난감처럼 함부로 대하신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요셉 성인의 인생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생각은 사람의 인생을 낮은 욕구의 단계에서만 볼 때 생기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요셉 성인을 선택하신 데에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생활 속에서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려고 할 때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지요.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을 선택합니다. 대체로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들은 돈에 집착하거나 탐욕을 부리지 않고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속이거나 사기 치지 않고 주어진 것을 성실하게 이행해서 결과를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신앙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입장에서 마리아와 아들 예수님을 보호하기 위한 사람을 선택하는데 당신의 구원사업의 시작을 아무나 마구잡이로 부르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영성적으로 수준 높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인간의 하위욕구는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무언가 더 많이 갖고 더 인정받는 것.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그런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행복관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요셉 성인은 자기 선택권도 못 가진 ‘신의 노리개’였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셉 성인은 행복, 즉 가장 수준 높은 영적인 행복을 추구한 분이셨습니다. 무언가를 가지는 것보다 자기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는 분이셨다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요셉 성인이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라고 칭찬한 것은 요셉 성인의 행복이 영성적인 것이었음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요셉 성인을 아기 예수의 양부로, 지킴이로 부르신 것입니다.

■ 마태 1,18-25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그러나 아내가 아들을 낳을 때까지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들의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