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RE100’과 한국의 기후 정책 / 재생에너지 발전량 태부족…기업 생존에도 악영향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12-13 수정일 2022-12-14 발행일 2022-12-18 제 332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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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100%’ 국제 캠페인
393개국 글로벌 기업 대거 참여
정부, 재생에너지 비중 크게 낮춰
목표 미달성시 수출 차질 우려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크게 낮춤에 따라 국내 기업의 RE100 목표 달성에 요구되는 재생에너지 총량은 앞으로 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11월 23일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유력한 방안 중 하나는 탄소중립이다.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탄소배출을 감축해 0(제로)으로 만드는 것만이 기후위기를 막아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탄소중립 프로젝트의 경제적 측면에서의 적용이 RE100이다. 기업 생존에 있어서도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 RE100. 그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정반대로 향하고 있는 정부의 기후정책을 생각해본다.

RE100과 탄소중립

‘탄소중립’ 또는 ‘탄소제로’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2016년 발효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고 지속적인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탄소중립 프로젝트의 기업편이 RE100, 즉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다.

RE100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전체를 2050년까지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 에너지로 만들자는 국제적인 캠페인이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등을 말한다.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 기구인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처음 시작한 것으로 당시 이 캠페인은 파리협정의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한 지지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특히 이 캠페인은 정책이 아니라, 민간 차원의 자발적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RE100 참여 기업 현황

글로벌 RE100 홈페이지(www.there100.org)를 기준으로, 12월 9일 현재 전 세계 393개국이 가입했다. 참여 기업은 연간 전력소비량 100GWh 이상, 또는 포춘(Fortune) 1000대 기업 등 글로벌 위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2050년까지 100% 달성을 목표로, 연도별 목표는 자율적으로 수립하되 2030년과 2040년에 각각 60%, 90% 이상의 실적 달성이 권고된다. 이미 RE100 목표를 달성한 기업은 2021년 말 기준 구글, 애플, 레고 등 총 61개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BMW, GM 등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사 전력 사용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협력사나 부품 또는 서비스 제공 기업들에게도 재생에너지 사용의 확대를 명시적 납품 요건으로 제시해 국내 기업들 역시 글로벌 RE100 참여 수준이 크게 요구된다.

한국에서는 미국과 영국,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최근 가입한 삼성전기를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총 5곳이다. 삼성을 포함해 LG, SK, 현대, 기아, KT, 인천국제공항공사, 네이버 등 총 27곳이 참여하고 있다.

RE100,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 경제에서 RE100 가입은 기업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RE100 가입 기업들은 거래 회사의 납품 제품과 서비스에 있어서도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요구한다. 나아가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시장에서 불리해진다. 유럽연합은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본격 시행해 2026년부터는 탄소국경세를 징수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기후리스크’를 명시적으로 공시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친환경 경영을 본격화해야 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공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 큰 걸림돌이다. 즉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국내 기업이 RE100 목표 달성에 필요한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새 정부 들어서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크게 낮추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지난 11월 공개된 산업통상자원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1.6%로 전망했다. 이는 이전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계획안 기준 30.2%에서 무려 8.6%p가 축소된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 자체를 크게 낮춰 놓고서도 “RE100 달성에 차질이 없다”고 주장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가 담보되지 않는 한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향후 국내 기업들은 자칫 생존의 문제까지 거론될 우려가 있다. 탄소를 뿜는 화석연료로부터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의 획기적인 전환은 긴급하게 다가온 환경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