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여성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령의 뜻 식별해야”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11-29 수정일 2022-11-29 발행일 2022-12-04 제 3321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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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여성소위 세미나 ‘시노달리타스와 교회 여성’
다양성 안에서 일치하려면
상대 정체성 올바로 이해해야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가 11월 22일 서울대교구청 신관 5층에서 연 정기세미나에서 교회 구성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교회 여성의 지위 문제’가 한국교회 세계주교시노드 종합 의견서 주요 의제로 떠오르며, 시노드 여정의 온전한 동반자로서 여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여성 활동을 증진하려는 교회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위원장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도 11월 22일 서울대교구청 신관 5층에서 ‘시노달리타스와 교회 여성’을 주제로 정기세미나를 열고 이를 숙고했다.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장 양주열(베드로) 신부는 ‘함께 나아가는 교회와 함께하는 여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교회가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것은 여성 안에 활동하시는 성령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신부는 “시노드 정신을 참되게 살기 위한 제안들을 만들려면 여성의 경험을 존중하고, 그 안에 울려 퍼지는 성령의 소리를 식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과 남성의 다름이 존중될 때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하느님의 아름다움 드러낼 수 있고, 다양성 안에서 일치하며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과정 속에서 교회가 가야할 길을 일러주시는 하느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는 다양한 교회 구성원이 사례 발표에 나섰다.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여성분과 유형선(아우구스티노) 위원은 ‘2021년 의정부교구 여성신자에 관한 실태 및 의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많은 신자가 ‘사제들의 권위주의 탈피’, ‘여성 평신도 지도자 양성’, ‘여성의 교회 의사 결정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가 11월 22일 서울대교구청 신관 5층에서 연 정기세미나에서 교회 구성원들이 질문을 받고 있다.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박은미(헬레나) 대표는 시노드 여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냉소’를 꼽았다. 박 대표는 사제들은 냉소로 여성의 활동을 폄훼해서는 안 되고, 여성들 또한 “과연 달라지겠느냐”고 탄식할 게 아니라 ‘스스로 교회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본당에 여성 총회장을 임명한 서울 수궁동본당 주임 김동원(베드로) 신부는 여성이 특유의 세심함과 타인의 요구를 알아차리는 탁월한 능력으로 신자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신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사무국장 김은진(로지타) 수녀는 “본당 사도직 현장에서 수녀들을 주변화시키지 않고 서로 ‘다름’ 안에서 협력하려면, 상대방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봉헌하며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여성 수도자들의 고유 은사에 대한 바른 이해를 당부했다.

종합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교회 안에서 여성 수도자와 평신도들의 활동 분야가 확대돼야 한다는 점과 이번 시노드가 단순히 여성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을 넘어, 여성 이슈를 풀어나갈 구체적 실천까지 뒤따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폐회사에서 손희송 주교는 “교회는 가르치는 교회이면서 동시에 배우고 듣는 교회”라며 “성직자·수도자·평신도 모두 시노달리타스 여정 속에서 서로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법을 익히며 교회의 발전 과정을 함께 걷자”고 당부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