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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 주간 특집] 사회교리 바로 알기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11-29 수정일 2022-11-29 발행일 2022-12-04 제 3321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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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엄성 훼손하는 움직임에 맞서 가난한 이 우선적 보호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
예외 없이 존엄성 구현되도록
올바른 법과 제도 개선 촉구

2013년 7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강제 건설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및 원직 복직을 위한 미사’. 사회교리는 인간 생명과 존엄성을 훼손하는 불평등하고 차별적이며 무책임한 권력을 비판하고 법·제도 개선을 촉구한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교회는 지난 2011년 인권 주일이자 대림 제2주간을 ‘사회교리 주간’으로 제정했다. 시대의 징표를 읽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는 세상일들을 바로잡는 일이 신앙인의 소명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라는 가르침의 표현이다. 사회교리가 신앙인의 공동체적 삶의 지침임을 생각해본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계명에 따라 살아가기를 다짐한 이들이다. 하지만 하느님은 신앙인의 구원이 개인의 구원에만 관련된 것으로 가르치지 않으셨다. 하느님은 인류 전체를 구원하시기를 원하셨고, 인간은 공동체적 삶을 살고 공동체의 구원을 향한 소명을 부여받았다. 그래서 사회교리는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지켜야 할 지침이다.

■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개입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격동의 세월이었다. 민족상잔의 6·25전쟁 후 민주화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극단적인 이념 투쟁과 독재 정치의 억압, 그에 대한 저항 등 정치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다. 급속한 경제 발전의 와중에서 수없이 인권 침해를 겪었고 경제 정의 실현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교회는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 정의 실현을 위한 투쟁에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했다. 천주교는 사회적 양심의 최후 보루였고, 수많은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투신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교회의 급속한 성장은 바로 이러한 시대의 양심으로서 교회가 보여 준 정의로운 모습에 힘입었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72항에서 사회교리가 원래 “교도권이 사회 문제에 수없이 개입하면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교회는 국가의 자율성을 존중하지만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때에는 정치 질서에 관한 일에 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정당하다”(「사목헌장」 76항)고 선언한다.

성직자를 포함한 모든 신앙인들이 불의한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른 신앙적 실천이다. 그 지침인 사회교리는 신앙인이 실천해야 할 ‘지킬 교리’로서, ‘믿을 교리’의 실천적 측면이다.

■ 사회교리는 무엇인가?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은 애당초 예수님의 말씀과 성경, 교회의 전통 안에 담겨 있지만, 특별히 교회의 노동헌장이라 불리는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1891년)로부터 본격적으로 정립됐다. 회칙은 산업혁명 이후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노동의 의미, 국가의 역할을 성찰하고,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과 ‘공동선’을 부르짖으며 사회에 대한 교회의 태도와 존재 방식을 천명했다. 이후 교회는 수많은 사회교리 관련 문헌들을 발표했고, 이는 2004년 「간추린 사회교리」로 묶어졌다.

사회교리의 바탕을 이루는 원리는 근본적으로 ‘인간 존엄성’에 대한 가르침이다.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예외 없이 모두 똑같은 존엄성을 지닌다. 이 존엄성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원리로서 공동선과 연대성, 보조성이 제시된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관심이 강조된다.

2013년 5월 24일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을 찾은 당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사회의 모든 영역에 적용

사회교리는 사회의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교회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독재 정치에 맞서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했다. 당시 잘못된 정교분리원칙을 내세워 신앙을 교회와 개인 영성의 울타리에 가두려는 이들이 있었다. 지금도 이러한 반복음적 태도는 여전히 교회 일각에 남아있다.

교회의 경제에 대한 가르침,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단호한 비판은 오늘날 경제 정의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교황은 인간을 소모품으로 여기고 자본의 절대적 가치와 무한경쟁을 원리로 삼는 비인간적 자본주의를 반복음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이는 오늘날 사회교리의 기본 입장이다.

인간의 존엄성보다 자본과 이윤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의 경제 이념과 체제는 가난한 이들을 이윤 추구를 위해 희생시킨다. 사회교리는 인간 생명과 그 존엄성을 훼손하는 불평등하고 차별적이며 무책임한 이념과 체제를 단호하게 비판하고 법과 제도의 개선을 촉구한다.

교회는 생태환경 문제 역시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자연환경 훼손은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 피해자로 양산하며, 이는 결국 인간생태의 훼손으로 이어진다. 낙태, 자살, 사형제도 폐지 등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교회의 단호한 입장은 더 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회교리 문제다.

2015년 4월 15일 전주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촛불행진을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