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미래 세대의 일침 "지구에 왜 검정색 뿌리나요?”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11-29 수정일 2022-11-29 발행일 2022-12-04 제 332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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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법 제정 위한 시민사회연대, 탈석탄법 촉구 국회 앞 기자회견
 신규 석탄발전소 첫 점화 막는
 어린이 호소와 대표 발언 진행

11월 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한나(오른쪽)·나단 어린이. 탈석탄법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 제공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환경 활동가 김한나(6)양은 11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직접 그린 삼척의 바다 그림을 들고 어리석은 어른들을 향해 호소했다.

“어른들은 왜 아름다운 지구에 자꾸 검정색을 뿌리고, 뿌리고 또 뿌리고 있나요? 사람들이 울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데 엄청나게 큰 석탄발전소를 짓는다니 어른들은 정말 잔인합니다.”

오빠인 초등학교 3학년 김나단(9)군은 “우리는 어른들이 쓰다 버린 것 같은 지구에서 살아야 한다”며 “지구의 주인인 우리가 외칩니다! 석탄발전소 당장 그만두세요! 우리가 살 지구에서 손 떼세요!”라고 소리쳤다.

■ 탈석탄법 제정 촉구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이하 시민사회연대)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삼척 석탄발전소 최초 점화 저지 및 탈석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3년 말 완공을 목표로 건설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의 11월 30일 최초 점화를 저지하고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가톨릭기후행동과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노틀담수녀회와 성가소비녀회 등 다수의 수도회,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등 가톨릭 단체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기자회견은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하태성 공동위원장의 발언과 김나단·한나 어린이의 호소에 이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으며, 기자회견문 낭독과 퍼포먼스로 진행됐다. 회견 뒤에는 참석자 모두가 참여한 집단 피켓 시위가 펼쳐졌다.

시민사회연대는 지난 9월 30일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에 회부됐음을 지적하고, 국회가 탈석탄법 제정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후위기 대응과 탈석탄에 대한 전 국민적 염원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이에 대해 눈과 귀를 닫고 있다”며 “국회는 신규 석탄 발전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11월 23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탈석탄법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 제공

■ 플라스틱 컵 30억 개의 80배 온실가스 배출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하태성 공동위원장은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최초점화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삼척은 지금 폭풍 전야와 같은 분위기”라며 “탈석탄법 제정까지, 삼척 주민들도 직접 행동하고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정의동맹 김건수 집행위원은 “문제의 본질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인근에 사는 지역주민이 자기 앞마당에 발전소가 건설되는 것을 반대하는 님비 현상이 아니다”라며 “문제의 핵심은 기후위기 시대에 여전히 기후위기를 촉발시키는 석탄 산업이 민간 사업자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전력시장이며,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이현정 부대표는 “삼척에 건설되는 화력발전소 2기는 우리 모든 국민들이 플라스틱 컵 30억 개를 생산 소비 폐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의 80배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며 “시민들이 아무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텀블러를 들고 다녀도 삼척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 이러한 모든 개인적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 삼척화력발전소 최초 점화로 본격 가동 시작

시민사회연대는 11월 30일로 예정된 삼척블루파워발전소 1호기의 최초 점화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석탄 연료를 장전해 시운전에 들어가는 최초 점화는 석탄발전소 가동을 본격화하는 단계다. 삼척 시내에서 5㎞도 떨어지지 않은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를 것이고,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은 악화되며,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응은 인류의 공동과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탄소배출 감축 노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정부 역시 기후위기 대응과 탈석탄을 선언했지만 실제로 석탄화력발전 감축보다는 노후 발전소 운영 연장과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탈석탄법 제정 청원은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회부했다. 이후 11월 21일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탈석탄법 제정 청원 건이 상정됐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심의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연대는 “국회는 삼척 석탄발전소의 최초 점화를 중단시킬 것을 정부에 당장 요구하고, 탈석탄법 제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며 “국회가 탈석탄법 입법 논의에 착수하고 이를 통과시킬 때까지 국회 밖에서의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