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척추측만증 앓는 군지양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11-29 수정일 2022-11-29 발행일 2022-12-04 제 332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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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고통받는 모습 보며… 무너지는 모정
성장하면서 척추 휨 악화
통증 심해 등교도 힘들어
수술 위해 몽골서 한국으로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사정
수천만 원 병원비 감당 안 돼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원목실장 최덕성 신부가 척추측만증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군지양에게 안수하고 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제공

“풍족한 집에서 태어났으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텐데…. 가진 것 없는 저를 엄마로 만나 아이가 고생한다고 생각하니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만 같아요.”

최근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은 몽골인 군지(13)양 어머니 아리운볼드 오르길마(38)씨는 딸이 겪는 고통 앞에서 자책했다. 척추가 120도나 구부러졌던 군지양은 돌출된 갈비뼈를 모두 절단하고 휜 뼈를 교정하는 장장 16시간의 대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엄마는 모든 게 자기 탓만 같다. 군지양이 돌잡이일 때 남편이 심장마비로 급사하고, 아픈 노모를 돌보며 팍팍하게 사느라 아이의 불편을 알아채지 못했다. 군지양이 2살 때 감기에 걸려 엑스레이 촬영을 하다 우연찮게 선천성 척추측만증을 발견했다. “보조기를 사용하면 척추 휨을 예방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남편도 없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다보니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어요.” 어머니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털어놓으며 한숨을 내쉰다.

군지양은 성격이 밝았지만, 성장기에 접어들며 척추가 눈에 띄게 휘자 장애인이라 놀리며 등을 찔러대는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말수가 줄고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 척추 휨이 악화되면서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고, 10분이면 걸어 갈 학교를 1시간 동안 가야 할 만큼 움직임도 힘들어져 집에서만 생활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몽골 의료기술로는 손쓸 수 없게 되자, 어머니는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려 개인 SNS에 사연을 올리며 도움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몽골항공 한국지사장이 항공료를 후원하고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과 연계해 한국 땅을 밟게 됐다. 수술을 잘 마치고 앞으로 건강하고 당당히 살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어머니의 등 뒤에는 6000만 원이라는 병원비가 쌓여있다.

군지양은 어머니, 외할머니와 10평짜리 월셋집에서 산다. 군지양 어머니는 홀로 딸을 기르며, 평생 당뇨와 갑상선 약을 먹어야 하는 친정어머니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일용직 근로를 해오다 2년 전부터 박물관에서 일하게 됐다. 박물관 급여는 우리나라 돈으로 30만 원. 매달 다음 달 월급을 가불받을 정도로 허덕이는 삶인데, 자신이 20년은 족히 일해야 마련할 액수의 병원비는 이미 삶의 무게가 천근만근인 어머니를 더 짓누른다.

군지양은 어린 시절부터 뼈가 장기를 눌러 폐를 정상인의 30%만 활용하고 있다. 군지양 어머니는 “몽골은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데, 돈 때문에 보일러도 마음껏 때지 못했다”며 “심폐 기능이 약한 딸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그저 따뜻하게만이라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담담하던 군지양 어머니는 끝내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자식 가진 엄마는 못할 게 없습니다. 군지를 위해 뭐든 하며 살겠습니다. 우리 딸이 두 번째로 태어나게 해주신 한국 분들께 이미 너무 큰 도움을 받았지만, 몽골로 잘 돌아가서 열심히 살도록 도와주시기를 청합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원목실장 최덕성(안토니오) 신부는 “군지양 가족이 주님의 사랑과 은총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2022년 11월 30일(수)~2022년 12월 20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